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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히스토리 : 진정한 아메리칸 럭셔리 세단, 크라이슬러 30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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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환경규제와 연비규제는 오늘날의 모든 자동차들에게 작은 터보 엔진을 얹기를 강요하고 있지만, 한 때는 수천cc의 배기량을 지닌 V8 머슬카들이 미국 대륙을 호령하던 시절이 있었다. 작고 힘없는 친환경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모두가 그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곤 한다.

크라이슬러 300C AWD

머슬카의 고향인 미국에서조차 이제 대배기량 V8 OHV 엔진을 탑재한 차는 흔치 않다. 그 와중에 돋보이는 정통 아메리칸 세단이 바로 크라이슬러 ’300C’이다. 한 때 경제위기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크라이슬러지만, 이제 피아트와 손잡고 기함 300C를 앞세워 독일 세단들이 지배하고 있는 럭셔리 세단 세그먼트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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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인 크라이슬러 300C가 탄생한 것은 불과 10여 년 전의 일이지만, 과거 300C는 세계에서 제일 빠른 승용차의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던 유서깊은 명차이다. 머슬카와 럭셔리카의 절묘한 경계에 서있는 독특한 아메리칸 세단, 크라이슬러 300C의 역사를 되짚어보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승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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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많은 모델들의 유래는 으레 모터스포츠에서 발견된다. 크라이슬러 300C 역시 그 기원은 1955년의 레이싱 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크라이슬러에게는 반구형 연소실에서 이름을 따온 331cu in(5.4L) V8 파이어파워 헤미엔진이 있었다. 300마력의 최고출력은 당시로썬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의 고성능이었다. 크라이슬러는 이 멋진 엔진을 탑재하고 전미 스톡카 레이싱(NASCAR)에 출전할 호몰로게이션 양산차를 개발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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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당시 37세의 젊은 나이에 크라이슬러의 수석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로버트 맥그리거 로저는 헤미엔진의 엄청난 성능을 받아낼 수 있는 하드탑 쿠페를 개발하였다. 크라이슬러의 기함이었던 ‘임페리얼’의 전면부와 ‘뉴요커’의 바디, 그리고 ‘윈저’의 후면부 등을 결합한 이 새로운 럭셔리카에 크라이슬러는 300마력의 최고출력을 의미하는 ’300′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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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이 출시된 1955년에만 해도 미국차들은 ‘비교적’ 소박한 성능을 냈고, 아직 ‘아메리칸 머슬’의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도 않았을 때였다. 이 때 혜성처럼 등장한 크라이슬러 300은 미국 자동차회사들의 성능경쟁에 불을 지폈고, 오늘날 미국 문화의 아이콘이 된 아메리칸 머슬카의 시초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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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300이 205.32km/h의 놀라운 속도를 기록하고 NASCAR에서 괜찮은 성적을 거두자 소비자들은 크라이슬러의 새로운 하드탑 모델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크라이슬러는 이후 매년 300 뒤에 알파벳을 붙인 신모델을 선보였는데, 이 300 모델들을 ‘레터 시리즈(letter series)’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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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등장한 300B는 더욱 성능이 강화된 354cu in(5.8L) 헤미엔진을 탑재하고 사양에 따라 340~355마력을 냈다. 300B는 224.3km/h의 최고속도 기록을 세우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승용차의 타이틀을 얻었다. 또 300B는 354cu in(큐빅인치)로 355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면서 미국 양산차 최초로 1 큐빅인치 당 1마력이 넘는 출력을 낸 모델로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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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형 300C는 300 레터 시리즈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공격적인 헤드램프, 화려한 핀테일 디자인은 시선을 집중시켰다. 에어컨과 같은 당대의 고급 사양도 대폭 추가되었으며, 3단 자동변속기가 기본사양으로 채택되었다. 또 300 시리즈 최초로 컨버터블이 추가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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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헤미엔진은 배기량을 392 cu in(6.4L)로 대폭 늘리면서 최고출력 역시 372마력으로 향상시켰으며, 오직 18대만 생산된 한정 에디션은 390마력을 발휘했다. 57년형 300C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고성능 모델에 불과했던 300 시리즈를 고급스러운 럭셔리카로 재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21세기에 부활한 300 시리즈가 ’300C’의 이름을 물려받은 것도 그러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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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300 레터 시리즈는 끊임없이 발전을 계속했다. 1959년형 300E에서는 헤미엔진이 413 cu in(6.8L) ‘골드 라이언’ 버전으로 개량되었으며, 1960년형 300F는 프레임 바디를 모노코크 바디로 대체하는 큰 변화를 겪었다. 또 1961년형 300G는 보다 공격적인 사선형 헤드램프를 채택하기도 하였다. 매년 새로운 변신을 도모해온 레터 시리즈는 I를 제외하고 꾸준히 이어져 1965년 300L을 마지막으로 단종되었다.

 

쿠페에서 세단으로-300 논 레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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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모노코크 바디가 채택된 이후 크라이슬러는 보다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또다른 300 라인업을 준비했다. 이른바 ‘논 레터 시리즈’라 불리는 1962~1971년형 300 시리즈는 뒤에 알파벳이 붙지 않는 크라이슬러의 풀사이즈 라인업이었다.

논 레터 시리즈는 크라이슬러의 ‘C바디’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되었는데, 기존 레터 시리즈가 2도어 하드탑과 컨버터블만 존재했던 것과 달리 4도어 하드탑과 4도어 세단 바디타입을 추가하여 고성능 풀사이즈 세단 수요를 공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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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형부터는 유선형의 스타일을 버리고 최신 아메리칸 트렌드에 따라 각진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또 오일쇼크 직전 아메리칸 머슬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인 만큼, 최상위 버전에는 무려 440cu in(7.2L) V8 헤미엔진이 탑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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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300 시리즈의 최후기형인 1968년형에 들어서는 닷지 차저와 같이 헤드램프가 숨겨지는 형태로 바뀌었다. 당시 300 논 레터 시리즈의 경쟁자는 쉐보레 임팔라, 포드 토리노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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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쇼크가 미국을 강타하면서 300은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에 휘말려야 했다. 미국인들은 혜성처럼 나타나 갑자기 사라진 300을 그리워했고, 크라이슬러 역시 그러한 고객들의 추억을 기리기 위해 1979년, 크라이슬러 코르도바를 베이스로 한 300 패키지를 선보였다. 그러나 화려했던 과거에 비해 초라해진 모습에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고, 이후 ’300′이라는 이름은 서서히 잊혀가는 듯 했다.

 

다시 돌아온 아메리칸 럭셔리 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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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가 전설적인 경영자 리 아이아코카의 지휘 하에 80년대의 큰 위기를 넘기고 다시 도약을 준비할 즈음, 매니아들을 흥분시킨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300이 부활한다는 것. L을 마지막으로 단종된 레터 시리즈의 후계자라는 의미로 이름붙여진 ’300M’은 1999년, 크라이슬러의 럭셔리 스포츠 세단으로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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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크라이슬러에는 ‘콩코드’라는 대형 세단이 존재했지만, 300M은 보다 스포티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전장이 5,024mm로 줄어들면서 유럽의 5m급 대형세단 시장에의 수출도 노리고 있었다. 비록 전륜구동이긴 했으나 257마력을 내는 3.5L V6 엔진은 수동모드를 지원하는 4단 오토매틱과 결합되어 경쾌한 주행성능을 선보였다. 300M은 출시된 해인 1999년 ‘모터트렌드’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되었으며, 1999년과 2000년 ‘카 앤 드라이버’에서 10대 차종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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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인 두 번째 300 시리즈는 2005년 소개되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협력관계를 가졌던 당시, 크라이슬러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후륜구동 플랫폼을 손질한 LX 플랫폼을 바탕으로 기존의 플래그십 세단을 대체할 후륜구동 럭셔리 세단, 300C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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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전 라인업이 300C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지만, 북미에서는 일반 트림은 ’300′으로 불리며, 오직 5.7L V8 헤미엔진이 탑재된 최상위 트림만이 300C라는 뱃지를 달 수 있다. 어쨌든 새로운 300C는 1957년형 300C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웅장한 그릴과 클래식하고 절도있는 디자인으로 완성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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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300C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우선 30여 년만에 부활한  헤미엔진이 탑재되었다는 점, 그리고 고성능 버전인 SRT-8이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새로운 헤미엔진은 일상주행에서는 실린더를 4개만 작동시켜 높은 연비효율을 이뤄냈으며, 워즈오토가 선정한 세계 10대 엔진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6.1L V8 헤미엔진이 탑재된 SRT-8은 425마력의 최대출력을 발휘하며, 0-100km/h 가속을 4.9초만에 마치며 스포츠카 못지 않은 성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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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300C에는 왜건 버전인 투어링과 효율 좋은 메르세데스-벤츠 디젤엔진을 탑재한 CRD 트림도 추가되었다. 300C는 역사적 모델의 완벽한 부활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데뷔한 해에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되었으며, ‘북미 올해의 차’와 ‘캐나다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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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C의 활약과 대조적으로 크라이슬러는 미국발 경제위기의 여파로 한 때 파산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상품성 개선 등을 통해 다시금 회생했고, 이탈리아의 피아트 그룹과의 협력관계를 통해 유럽 수출길도 열 수 있었다. 2011년 출시된 뉴 300C는 이러한 크라이슬러의 부활 신호탄과도 같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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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디자인의 큰 틀은 유지하되 라디에이터 그릴과 램프 디자인을 세련되게 수정하였고, 앞서 많은 지적을 받았던 인테리어 품질을 크게 끌어올렸다. 8.4인치 디스플레이는 각종 기능의 조작편의성을 높였으며 오디오 전문 브랜드 ‘닥터 드레’의 10-스피커 오디오 시스템을 추가, 감성품질을 높이는 데에도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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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도 전면 개선되어 크라이슬러의 상징적인 3.6L V6 펜타스타 엔진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유럽시장을 위한 3.0L V6 디젤과 5.7L V8 헤미엔진을 마련했다. 특히 3.6L 엔진에는 ZF제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되어 우수한 연료효율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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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더욱 성능이 향상된 6.4L 헤미엔진이 탑재된 SRT-8 버전은 무려 470마력의 최고출력을 자랑하며, 다양한 유럽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AWD 버전도 추가되었다. 지난 달 개최된 LA 오토쇼에서는 전후 디자인을 손질한 부분변경 모델이 공개되어 300C의 인기몰이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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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에는 과거 300M부터 꾸준히 300 시리즈가 선보이고 있다. 비록 최신모델에서는 5.7L 헤미엔진이 국내에 시판되지 않았지만, 3.6L 가솔린과 3.0L 디젤, 3.6L 가솔린 AWD 등 3개 트림이 제공된다. 각 모델의 가격은 3.6L 가솔린 5,600~6,340만 원,  3.0L 디젤 6,140만 원, 3.6L 가솔린 AWD 6,640만 원이며, 올해 크라이슬러 300C의 국내 런칭 10주년을 기념하여 1,000만 원 이상의 프로모션 할인을 진행 중이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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