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8일부터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개최되고 있는 2014 LA 오토쇼에는 여러 신차들이 공개되며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중 공개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은 차가 있었는데, 바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00이다.
1920년대에 사라졌던 전설적인 고급차 브랜드, 마이바흐는 친척관계나 다름없는 메르세데스-벤츠에 의해 2000년대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함께 한 때 ’3대 럭셔리카’로 군림했지만, 판매부진으로 지난 2012년 사실상 단종 수순을 밟았다. 그랬던 마이바흐가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상위 브랜드로 돌아온 것이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는 기존 S클래스 롱 모델을 200mm 늘려 만들어졌다. 디자인 상 S클래스와 큰 차이점은 없지만, 전용 디자인 그릴과 범퍼 등을 채택하였다.
압권은 단연 실내 디자인이다. 뒷좌석 공간이 크게 늘어나면서 초호화 편의사양이 확대되었고, 뒷좌석이 더욱 깊이 들어가 후열 탑승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퍼스트 클래스 못지 않은 최고급 시트 역시 장착되어 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는 S클래스와 확연히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겉으로 과시하는 것을 원치 않는 부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화려한 롤스로이스나 벤틀리의 좋은 대안이 될 전망이다. 사실 그것은 이전의 마이바흐 역시 추구하던 바이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는 드러나지 않는 차이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편, 마이바흐의 부활 소식에 라이벌들 역시 분주해졌다. 벤틀리는 특유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이번 LA 오토쇼에 ‘그랜드 컨버터블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벤틀리의 기함, 뮬산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이 컨버터블은 아주르(Azure)를 대체하게 되며, 롤스로이스의 팬텀 드롭헤드 쿠페를 정조준한다.
벤틀리는 이외에도 어느 라이벌도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에 도전한다. 바로 벤틀리 SUV를 만드는 것. 이미 2012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EXP 9F라는 이름의 컨셉트카를 선보인 바 있다. 외신에 따르면 벤틀리 SUV의 차명은 ‘벤테이가’로 결정되었으며, 2017년 경 도로에서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롤스로이스 역시 정상의 자리를 방어하기 위해 고심중이다. 논란의 여지 없이 톱 럭셔리카로 꼽히는 롤스로이스지만, 너무 보수적이고 낡은 브랜드로 가라앉는 것에 대한 고민 역시 적지 않다. 그래도 부담스러운 팬텀 대신 상대적으로 ‘컴팩트’한 고스트가 젊은 부호들에게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최근 한국에도 고스트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되었다.
한편, 고스트의 쿠페 버전인 레이스(Wraith)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롤스로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힐클라임 코스에서 레이스는 무려 231km/h에 도달하며 슈퍼카 못지 않은 주행성능을 자랑했다. 그것도 부족해 더욱 고성능의 레이스가 준비되고 있다고 하니 더 스포티한 롤스로이스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롤스로이스나 벤틀리가 점점 스포티해지려고 하는 반면, 슈퍼카 브랜드가 럭셔리 세단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사상 처음으로 400km/h의 벽을 넘은 양산차로 유명한 부가티는 지난 2009년, 양산을 염두에 둔 슈퍼 럭셔리 컨셉트카 ’16C 갈리비에(16C Galibier)’를 공개했다. 패스트백 형태의 갈리비에는 한 눈에 봐도 고성능과 고급스러움이 합쳐진 모습이다.
8.0L W16 트윈 슈퍼차저 엔진은 1,000마력의 출력을 내며 거구를 378km/h까지 가속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내는 여느 럭셔리카 못지 않게 호화롭게 장식되어 있다. 부가티는 2016년께 갈리비에의 양산형인 ‘르와이열(Royale)’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가격은 약 16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르와이열이 출시되면 럭셔리 세단 사상 최고출력, 최고속, 최고가 등을 모두 경신할 전망이다.
한편, 시장의 수요가 다양화되면서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더 고급스러운 모델을 연이어 준비하고 있다. BMW는 자회사인 롤스로이스의 차체를 유용해 7시리즈 윗급의 세단, 9시리즈를 개발하겠다고 공언하였으며, 아우디 역시 A8보다 고급스러운 4도어 쿠페 A9 개발계획을 갖고 있다. 각각의 모델은 BMW 비전 퓨처 럭셔리, 아우디 프롤로그 컨셉트카 등으로 그 형태를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는 자국회사가 유럽 럭셔리카보다 비싸게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중국 국영 자동차회사인 FAW의 자회사, 홍치(Hongqi)는 의전용 승용차로 개발된 L5를 한화 8억 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중이다. 마오쩌둥, 후진타오 주석 등 중국의 지도층이 애용하는 홍치 세단은 적어도 중국에서만큼은 롤스로이스나 마이바흐 못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