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는 올해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지난해(756만대) 대비 약 44만대가 증가한 800만대 판매 달성이 확실시된다고 24일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이날 양사를 포함해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한 그룹 수출확대전략회의에서 국내외 판매현황을 점검한 뒤 올해 판매 예상치를 이 같이 집계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이날 회의를 주재하면서 “앞으로도 시장상황이 만만치 않다”고 전제한 뒤 “수출확대 등에 만전을 기해 800만대를 넘어서자”고 강조했다.
정몽구 회장은 이어 “어려울 때 잘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라며 “불리한 시장 여건을 극복해 우리 자동차 산업의 실력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전세계 산업수요 회복 부진, 엔저를 비롯한 극심한 환율 급변, 내수경기 침체 등 악화된 시장 여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주요 시장의 고른 판매 증가에 힘입어 연초 수립한 목표(786만대)를 14만대 이상 초과 달성할 전망이다.
특히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는 가운데 예상되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작년 말 1달러 당 105.04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이달 21일 기준으로 12.62% 상승한 118.30엔까지 뛰어 올랐다.
800만대 판매는 2012년 700만대 돌파 이후 2년 만에 기록하는 것이다. 또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전 세계 주요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약 2배에 달하는 판매 증가를 나타냈다.
■ 800만대 판매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완성차·부품 수출 확대 등
현대·기아차의 800만대 판매는 우리나라 주력 수출 상품인 자동차 부품 및 완성차 수출 확대, 부품 협력업체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올해 1~9월 자동차 부품 및 완성차 수출액(한국무역협회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3.59% 증가한 558억6,012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1~9월 수출액 기준으로 자동차 부품은 전년 동기 대비 3.73% 늘어난 199억1,481만 달러, 완성차는 3.52% 증가한 359억4,531만 달러로 각각 역대 최대 규모다.
자동차 부품의 경우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의 글로벌 판매 확대 등에 힘입어 품질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협력업체 해외동반 진출 및 기술지원, 해외 완성차 업체와의 거래 허용 등 각종 동반성장 프로그램은 부품 협력업체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의 대(對) 일본 누적 무역수지 첫 흑자 달성은 대표적 사례다.
국산 자동차 부품의 대(對) 일본 수출액은 올해 1~9월 6억7,5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수입액 6억3,800만 달러를 3,700만 가량 달러 상회한다. 같은 기간 자동차 부품의 대일 누적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것은 올해가 사상 처음이다.
■ 악화된 시장 여건에도 800만대 돌파, 탄탄한 기본기 입증
현대·기아차는 이미 올해 1~10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655만대를 판매했다.
일본 업체들의 엔저 효과나 미국 업체들의 자국시장 픽업트럭 위주 수요 증가 등 우호적인 요인이 거의 부재했음에도 안정적인 판매 신장세를 나타낸 것이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 등 신흥시장에서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우선 중국에서 1~10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5% 늘어난 142만1,650대를 판매했다. 이 같은 추세에 비춰 올해 170만대를 웃도는 역대 최대 판매가 유력하다.
인도 역시 연초 사업 목표를 초과하고 있다. 올해 1~10월 현대차는 더 엘리트 i20(신형 i20), 엑센트(Xcent) 등의 신차 효과로 8% 판매 증가율을 기록, 인도 전체 자동차 업체 판매 증가율(인도자동차공업협회 기준) 1.9% 수준을 크게 추월했다.
브라질에서의 성과는 더욱 극적이다. 전체 자동차 업체들의 1~10월 판매(브라질자동차산업협회 기준)는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했으나, 현대·기아차는 월드컵 마케팅 등을 적극 활용하며 같은 기간 7.2% 판매가 신장됐다. 지속적인 가동률 향상과 품질 개선 등도 판매 증가를 뒷받침 했다.
경제 제재와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및 환율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러시아에서도 현대·기아차는 전체 산업 수요를 크게 웃도는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현지 전략 차종 현대차 쏠라리스와 기아차 뉴 리오가 외국브랜드 전 차급 판매 1·2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5월 출시된 신형 제네시스도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브랜드 위상을 업그레이드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진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는 판매 증가율이 다소 주춤했지만, 현대·기아차는 인기 차종의 선전과 신차 효과 등으로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의 경우,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투싼, 싼타페 등 SUV 판매가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부터 선 보인 기아차 신형 카니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의 만성적 공급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기아차 멕시코 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작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미국 현대차, 기아차 공장 가동률은 각각 108%, 107.5%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이 3교대 근무 가동 중이지만 공급 물량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며 “향후 멕시코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활용한 북미 및 중남미 무관세 판매로 북미 시장 공급 부족이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이달 말부터 판매가 개시되는 현대차 전략모델 신형 i20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소 주춤했던 판매량도 지난 9월 기점으로 회복 중이다. 지난 9월 현대차, 기아차 판매(유럽자동차공업협회 기준)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5.8%, 4%씩 증가했다. 10월에도 양사는 각각 10.8%, 4.7%씩 판매가 늘었다.
국내 역시 특근을 통해 3분기에 발생한 생산차질을 최대한 만회할 계획이어서 판매량 증가가 예상된다. 기아차는 신형 카니발과 신형 쏘렌토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지속한다는 구상이며, 현대차는 아슬란에 기대를 걸고 있다.
■ 세계 자동차 업계 “800만대, 글로벌 선두 업체 도약의 기반”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글로벌 판매 800만대는 선두업체 도약을 위한 기반으로 간주된다.
폭스바겐 그룹의 경우, 지난 2011년 말 글로벌 판매 800만대가 확실시되자 ‘2018년 세계 1위’를 공언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7년 말 폭스바겐 그룹이 ‘2018년 세계 1위’를 선언했을 당시에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800만대 이후 업계 시각이 달라졌다.
도요타도 지난 2006년 800만대를 기록한 이후 2년 만에 수십 년간 세계 판매 1위를 지켜오던 GM을 제치고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폭스바겐과 도요타는 올해 나란히 글로벌 1,000만대 판매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계 자동차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신흥시장 공략 강화, 라인업 확대, 품질 확보, 생산 증대 등을 통해 800만대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