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7 하이브리드 700h는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동일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해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효율성 면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편의 장비는 풍부하지만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같은 첨단 장비는 일부 빠졌다. 그랜저보다 중후한 디자인과 차분한 주행 감각이 돋보인다.
K7은 2009년 말 등장했다. 당시 드라마를 통해서 먼저 선을 보이면서 큰 화제를 모았었고, 2012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그리고 1년 뒤인 지난 해 말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이면서 약 1년 여 먼저 출시된 K5 하이브리드와 함께 차명을 각각 ‘K5 하이브리드 500h’와 ‘K7 하이브리드 700h’로 명명했다.
이름이야 어찌됐든 K7 하이브리드는 형제차 현대 그랜저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유한다. 이를 통해 현대와 기아 모두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에 나서면서 친환경 전략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반면 현대는 그랜저에 디젤 엔진을 먼저 선보였는데, K7은 아직 디젤 모델이 나오지 않아 그랜저가 한 발 앞서 선택의 폭을 넓혀 가고 있다.
하이브리드 하면 누구나 토요타를 쉽게 떠올리게 되는데, 현대차도 그 동안 꾸준하게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여 왔다. 아반떼(HD) LPI 모델에 전기모터를 얹은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가 우리나라 첫 번째 하이브리드 모델이고, 그 후에 쏘나타에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어서 선을 보였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이 부족한 기술력을 갖고 있었는데, 세번째로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선보이면서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히 발전된 기술력을 선보이게 되었다.
구조적으로 매우 뛰어난 직병렬 혼합 방식에 대해 토요타가 특허를 가지고 있어서 그랜저의 하이브리드는 토요타와는 다른 시스템으로 개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보니 병렬 식으로 개발되었는데 기대 이상의 뛰어난 효율을 선보였다. K7 하이브리드 700h는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동일한 플랫폼, 동일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춘 형제차다.
지금의 K7은 2009년에 등장한 K7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상당히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K7 하이브리드 K700는 외관상 가솔린 모델 K7과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하이브리드 전용 디자인을 대폭 적용한 것과는 달리 그랜저와 K7은 하이브리드 만의 특징이 크기 않다. 휠과 펜더, 범퍼 하단 등에서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랜저와 비교하면 휠베이스는 당연히 같고, 길이만 K7이 6cm 정도 더 길다. 스타일도 그랜저가 많이 젊어지다 보니까 K7은 상대적으로 좀 더 중후한 느낌이다. 그런데 판매 면에서 그랜저와는 저 만치 차이가 난다. 아무래도 그랜저의 명성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실내 역시 그랜저의 화려함과는 달리 조금 투박한 느낌이다. 상대적으로 좀 더 점잖은 스타일이라고 해두자. 기아는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서로 닮은 부분이 꽤 많은 편이다. 최근 시승한 쏘렌토와 닮은 부분이 꽤 있다.
특히 부츠타입 기어 레버는 여러 모델이 같이 사용하고 있다. 그 아래 버튼들도 비슷하다.
K7 하이브리드도 계기판 가운데가 모니터로 돼 있는데, 속도계 아래쪽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하이브리드 모델은 정보 중에 엔진과 배터리, 전기모터의 운용 상황을 보여주는 에너지 흐름도가 있는 것이 다른 점이다. 그리고 속도계를 통째로 정보창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스티어링 휠 열선, 오토 홀드, 텔레스코픽 핸들 등이 잘 갖춰져 있고, 냉방시트, 뒷좌석 열선 시트, 액튠 오디오, 아날로그 시계 등은 상위 트림에 적용돼 있는데, 시승차는 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 모델이어서 이런 옵션들이 모두 장착돼 있다.
K7 하이브리드 700h도 그랜저 하이브리드처럼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을 선택할 수가 없다. 이제는 LF 쏘나타에도 선택장비로 제공되는데, 굳이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옵션을 뺄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시트는 그냥 무난한 스타일인데, 등받이에 에코 하이브리드라고 수가 놓여 있는 것은 전혀 고급스럽지도 않고 오히려 어색하다.
K7 하이브리드 700h에는 최고출력 159마력, 최대토크 21.0kg•m의 하이브리드 전용 세타 II 2.4 MPI 엔진과 35kW의 전기모터를 장착했다. 35kW는 45마력 정도 되고, 둘이 합치면 204마력을 발휘한다. 토요타는 직병렬 혼합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엔진의 출력과 모터의 출력을 더한 값보다 조금 낮은 시스템 출력을 발휘하는데, K7과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병렬식이어서 그냥 두 개의 수치를 더한 값이 시스템 출력이 된다.
그리고 2차 전지는 5.3Ah 270V 리튬 이온 폴리머 배터리가 얹혔고, 변속기는 하이브리드 전용 6단 자동변속기가 얹혔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는 CVT가 얹힌다. 구조적으로 보면 엔진하고 변속기 사이에 전기모터가 자리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배터리가 충분할 경우 시동이 바로 걸리지 않고 출발 준비가 되었다는 ‘READY’ 표시가 계기판에 나타난다. 지난 번 쏘울 EV는 이 레디 표시대신 그림이 나타났었다.
이 상태에서 출발하면 엔진 구동 없이 전기모터만으로 출발이 가능한데 전기모터 구동만으로 가속할 수 있는 범위가 그리 넓지는 않다. 2~30km/h 정도에서는 시동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도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비해서는 배터리와 전기모터의 용량이 큰 편이어서 EV모드가 조금 더 여유 있다. 토요타의 경우에는 5~60km/h 정도까지 전기만으로 가속이 가능하다.
주행 중 엔진이 꺼지고 켜지는 것이나 엔진과 전기모터 간의 구동력 전환 등은 매우 매끄럽게 이루어진다. 주의해서 살피지 않으면 그 변화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충전 효율도 좋고 배터리 매니지먼트도 비교적 잘 되는 것 같다.
가속력은 꽤 경쾌하다. 필요할 때는 충분히 달릴 수 있다. 특히 회전시작과 동시에 최대토크가 발생하는 전기모터가 힘을 더하면 초기 가속에서 훨씬 더 유리하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고속 주행 안정성도 한층 더 높아진다.
전반적으로 아직까지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 수준에는 조금 못 미치는 듯한데, 그것은 아무래도 병렬 방식의 한계로 볼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구조적인 부분을 감안하면 완성도 면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K7 하이브리드 700h의 복합연비는 16.0km/ℓ(도심 15.4km/ℓ 고속도로 16.7km/ℓ)다. 렉서스 ES 300h의 복합연비가 16.4km/L, BMW 520d의 복합연비가 16.9km/L임을 감안할 때, 실제로 평소에 이 정도의 연비가 나와 준다면 상당히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운전 방식에 따라서 연비의 편차가 매우 커질 수 있으며, 실제 시승 중 연비 운전 방식으로 신경을 쓰면 20km/L에도 도달할 수 있었다. 여러 도로를 복합으로 달린다 하더라도 실제로 복합연비 수준을 달성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승차감은 그랜저에 비해 조금은 단단한 느낌이고, 덕분에 안정감이 상당히 좋다. 고속에서도 안정감은 좋은 편이며, 고속에서 스티어링 유격도 꽤 개선이 이루어져 고속 차선 변경에서도 이전보다 상당히 안정적인 거동을 보여준다. 스포츠모드로 변환하면 훨씬 더 안정적으로 변하긴 하는데, 아무래도 하이브리드 모델은 스포츠 모드를 자주 사용할 모델은 아니므로 평소에는 스포츠 모드 근처로 가지 않는 게 좋겠다. 참고로 연비를 리셋하고 수동모드로 기어를 내려가면서 고회전을 마음껏 사용했을 때 연비는 6km/ℓ 정도까지 떨어지지만 잠깐이라도 가속을 멈추면 즉시 엔진을 정지시키고 충전을 하면서 어느 정도 주행이 가능해 연비는 금방 높아지게 된다.
현대기아차들이 스마트키 시스템에서 시동을 끌 때 전원이 동시에 차단되는 것이 불편했었는데,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잠시 정차할 때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면서 오디오를 비롯한 모든 전원이 살아 있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물론 오토홀드와 함께도 작동된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이 연비에 매우 민감한 가운데 디젤 자동차가 큰 인기를 끌고 있고, 그 틈새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관심도 무척 높은데, 특히 소음과 진동에 예민한 이들에게 하이브리드는 무척 괜찮은 대안임에 틀림없다. 시승 중 무척 조용했던 실내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냥 낭비되는 에너지를 착하게 모아서 다시 사용해 주니까 돈 버는 느낌이 막 들고, 왠지 전기를 많이 재생해 주니까 차 안에서 휴대폰이랑 노트북 충전은 물론이고, 다양한 전기기기를 마음껏 써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점도 좋다.
K7 하이브리드 700h는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시스템이 완전히 똑 같고,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비하면 구조적으로 불리한 면이 있지만, 조금 가벼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고 본다면 그 완성도는 무척 높다. 그랜저 디젤이 출시된 시점에서 국산 준대형 모델에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하이브리드냐, 디젤이냐를 고민할 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