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대 토요타 캠리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2015 올 뉴 스마트 캠리’는 미래적이면서 역동적인 느낌을 강화한 디자인의 변화를 바탕으로 자동차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주행 감각과 정숙성, 안전성 등을 크게 향상시켰다. 미국 시장 최고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수성하기 위한 캠리의 파격 변신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 제주에서 새 캠리를 시승했다.
32년의 긴 역사를 가진 토요타 캠리는 누적 판매 1,700만대를 돌파했고, 전 세계 11개국에서 생산되고 80개국 이상에서 판매되는 중형 세단 최고의 베스트셀러다. 국내에는 2009년 6세대 캠리가 공식 진출했고, 이어 2012년 7세대 캠리가 한국에 소개된 후 불과 2년 만에 풀 체인지에 버금가는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돌아왔다.
한국 토요타는 새롭게 선보이는 신형 캠리의 이름을 ’2015 올 뉴 스마트 캠리’로 지었다. 신형 캠리의 최대 장점은 보다 젊고 역동적으로 바뀐 디자인이다. 전반적으로 윗급인 아발론과 많이 닮았다. 토요타에서는 이 디자인 컨셉을 ‘킨 룩’이라고 부른다. 그 동안 일정한 형태의 디자인 철학을 만들지 않았던 토요타가 향 후 킨 룩을 중심으로 통일성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한다.
올 뉴 스마트 캠리는 외관의 거의 전 부분을 새롭게 개발했다. 보닛이나 도어 패널 조차도 이전 것을 그대로 쓴 것이 없다. 아마 페이스리프트 모델 중 최대 규모의 변신일 것으로 짐작된다.
앞모습에서는 커진 라디에이터 그릴과 가늘게 변신된 범퍼, 날카로운 크롬 핀, 그리고 새롭게 적용된 풀 LED 헤드램프가 이뤄낸 대담한 스타일이 시선을 잡아 끈다. 차체 길이가 45mm 늘어난 것이 앞부분을 보다 공격적으로 디자인하는데 들어간 듯하다. 대형 그릴 좌우로 세로로 배열된 LED 주간 주행등의 인상도 강인한 느낌을 준다.
옆모습에서는 선 굵은 캐릭터 라인이 돋보이는데 그나마 옆모습, 특히 루프에서 C필러로 떨어지는 윤곽에서 기존 캠리의 느낌이 조금 남아 있고, 더욱 늘씬해진 차체에 더해진 캐릭터라인이 역동적인 느낌을 전한다. 캠리에게서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부터가 이미 변신이다.
뒷모습에서는 스포일러 타입의 트렁크 리드와 앞모습과 일체감을 이루는 리어 램프, 크롬 핀 등이 역시 세련된 인상이다. 사이드 미러 안쪽과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 측면에 F1 머신에서 힌트를 얻은 에어로 스태빌라이징 핀을 달아 미세한 공기의 흐름까지도 조절한 부분에서 역작의 배려가 묻어난다.
인테리어는 전체 구조를 이루는 라인들이 그대로여서 금방 보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세부적으로는 익스테리어 못지않게 많은 부분을 고쳤다. 전체적으로는 좀 더 고급스러운 질감의 재질이 대거 적용됐다. 데시보드에는 실제로 바늘 땀을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도어 트림 등에도 소프트한 소재를 적용해 고급감을 높였다.
스티어링 휠은 좀 더 역동성이 더해졌고, 그 너머 3차원 옵티트론 계기판도 파란색 바탕에 금속 링을 더해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가운데 4.2 인치 모니터를 통해서는 다양한 정보가 제공된다. 네비게이션과 연동된 방향 표시가 가능하고,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에너지 흐름도를 제공한다.
이번 시승에서 많은 이들이 언급한 부분이 센터페시아의 큼직한 버튼이다. 다양한 버튼들을 조그맣게 배열하는 대신 대표적인 버튼들을 큼직하게 배열해 마치 국내의 효도폰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일본에서 방한한 치프 엔지니어는 직관성과 조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이며, 실제 미국에서는 장갑을 낀 체로도 조작할 수 있기를 원하는 고객이 많아서 이렇게 디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세부적인 부분들은 모니터 안에서 터치로 모두 조작이 가능한 만큼 이런 시도도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센터페시아 모니터에는 아틀란 네비게이션이 제공되고, 오디오 화면에서는 긴 노래 목록을 스마트폰처럼 손가락으로 눌러서 스크롤도 할 수 있게 개선해 편의성을 높였다.
오디오는 JBL 시스템이 적용 돼 정숙한 실내에서 수준급 음질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USB를 통한 MP3 재생이나 블루투스를 통한 스트리밍 등 다양한 음원을 지원하면서, 손실이 클 수 밖에 없는 음원임에도 수준 높은 음질을 제공하고, 노래 제목 등의 한글도 완벽하게 지원한다.
이번 올 뉴 스마트 캠리는 국내에서 파워트레인에 따라 3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2.5 가솔린 XLE가 3,390만원, 2.5 하이브리드 XLE가 4,300만원, 그리고 V6 3.5가솔린 XLE가 4,330만원이다. 이번 시승에서는 2.5 가솔린과 2.5 하이브리드 2가지 모델을 시승했다.
먼저 시승한 것은 2.5 가솔린 모델로 직렬 4기통 DOHC 듀얼 VVT-i 엔진으로 최고출력 181마력/6,000rpm, 최대토크 23.6kgm/4,100rpm를 발휘한다. 6단 자동변속기를 얹고 복합연비는 11.5km/L를 기록한다.
기존 캠리에서도 주목할 부분은 안락하면서 안정감이 높은 주행감각과 실내 정숙성 등이었다. 이번 올 뉴 스마트 캠리는 안락함을 보다 세련되게 다듬으면서 안정감을 높였다. 이를 위해 차체 강성을 높이면서 무게는 줄였고,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듀얼 링크 스트럿 방식의 서스펜션을 이례적인 수준으로 새롭게 튜닝 했다.
실제 달려보면 이전보다 조금 단단해진 느낌이 드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안락함이 좀 더 강조된 주행감각이다. 캠리는 직접 타보면 뛰어난 승차감이 어떤 것인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한 시내 주행에서도 안락함 속에 배어 있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토요타 측에서는 승차감이 한 층 더 ‘고급스러워졌다’고 표현했는데, 그 표현이 적당하다.
하지만 노면이 매끈하지 않은 도로를 좀 빠른 속도로 달리면 출렁거림이 커지는데 이 부분이 바로 승차감을 먼저 고려한 전형적인 미국식 자동차의 모습이라 하겠다.
실내 정숙성은 이번에 더욱 향상됐다. 다양한 소음 차단 개선을 통해 토요타에서는 역대 최고의 정숙성을 강조하고 있다. 시승하는 내내 뒷좌석 동승자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어떤 속도에서도 전혀 어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정숙성을 보였다.
2.5 엔진의 파워는 그냥 무난한 수준이다. 하지만 2.0 엔진이 주력으로 얹히는 국산 중형차에 비하면 여러 면에서 여유로움이 돋보인다. 가격 경쟁력이 가장 높은 만큼 국내에서는 2.5 가솔린 모델의 판매가 많은 편인데, 주행의 본질을 제대로 즐기기에 적합한 모델이라 하겠다.
오후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승했다. 158마력을 발휘하는 2.5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143마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의 결합으로 시스템 출력 203마력을 발휘한다. 별도의 토크 컨버터와 변속기 없이 하이브리드 전용 CVT가 적용되며 복합 연비는 16.4km/L다.
파워트레인에 변화는 없어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주행 감각은 그대로다. 부드럽게 가속하면 평지에서도 60km/h 정도까지도 엔진 시동 없이 전기모드로만 가속이 가능하고, 가속 후 엑셀에서 발을 떼면 즉시 엔진을 정지시키고 충전모드로 돌입한다. 100km/h 이상의 고속으로 달리다가도 엑셀에서 발을 떼면 어김없이 충전이 시작되고, 심지어 언덕을 오르다가도 가속을 멈추면 바로 충전한다. 역시 하이브리드의 최강자답게 시스템 운용에 빈틈이 없다.
캠리 하이브리드로 주행하게 되면 엔진을 정지한 상태로 달리면서 충전하면서, 혹은 전기모드로 주행할 때마다 공짜로 달리는 듯한, 혹은 돈을 벌면서 달린다는 느낌에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게 된다. 그럴수록 더 운전에 신경을 쓰게 만들고, 최대한 연비를 높이는 운전을 하게 유도한다.
한편 가속할 때는 2.5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경쾌하게 가속한다. 실제로 2.5 하이브리드의 경우 캠리 3.5 모델과 비교해야 한다. 가격도 불과 30만원 차이다. 캠리 3.5와 비교한다면 하이브리드 모델의 장점은 탁월해 진다. 파워풀한 주행이 가능하면서 운전 방법에 따라 놀라운 연비를 기록할 수도 있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국내에서도 많은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렉서스 ES300h와 동일한 시스템임을 감안하면 그 가치가 매우 높음을 이해할 수 있다.
올 뉴 스마트 캠리에는 안전을 위해 운전석과 조수석 무릎 에어백을 포함한 동급 최다인 10개의 에어백을 장착하고, 추돌 시 탑승자의 머리를 보호하는 경추손상방지(WIL) 시트 등을 적용했다.
올 뉴 스마트 캠리 개발을 주도한 치프 엔지니어 토시히로 나카호씨의 답변에서도 캠리와 경쟁자들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의 절박함을 쉽게 읽을 수 있었는데, 이 세그먼트 부동의 최강자이지만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지 새삼 느낄 수 이었다. 그리고 그 절박함이 신차 출시 2년 여 만에 이례적으로 풀 모델 체인지 수준의 과감한 변신을 이끌어 낸 것이다.
이러한 토요타의 노력은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토요타의 철학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그리고 그 노력이 고객의 눈에도 그대로 전달된다. 세그먼트 선두 주자의 이례적인 파격 변신이 어떤 돌풍을 일으킬 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