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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가 돋보인다, 기아 뉴 쏘렌토 R 2.0 디젤 2WD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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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기아 쏘렌토는 현대 맥스크루즈에 근접한 실내 공간과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실력이 돋보인다. 싼타페보다 한 체급 위라는 느낌이 확실하다. 하지만 ISG를 장착하고도 연비가 낮아진 점이 아쉽다.

최근 기아는 카니발에 이어 중형 SUV 쏘렌토를 선보이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우선 시작은 매우 좋아서 첫 달에 싼타페의 판매를 앞지르는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사실 2세대 쏘렌토는 미국에서는 싼타페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다. 이런 저런 상황을 고려할 때 과연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싼타페보다 더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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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등장한 1세대 쏘렌토는 2.0 엔진을 주력으로 하는 싼타페보다 조금 윗급으로 등장했다. 2.5 엔진이 주력이었다. 차체도 더 크고, 스페이스 온 프레임 구조에 각진 디자인, 더 강력한 엔진으로 터프한 이미지도 잘 살려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다 7년 만인 2009년 등장한 2세대 쏘렌토는 2세대 싼타페와 동일한 플랫폼에서 개발되면서 차체 사이즈도 비슷해지고 싼타페의 형제차가 됐다. 파워트레인은 현대보다 먼저 ‘R 엔진’을 얹으면서 이름도 ‘쏘렌토 R’로 살짝 바뀌었었고, 그 후에 싼타페는 페이스 리프트를 하면서 R 엔진을 적용했다. 그래서 2세대의 경우 싼타페와 쏘렌토 R은 디자인만 다른 같은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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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12년에 3세대 싼타페가 먼저 등장을 했고, 2년이 지난 지금 3세대 쏘렌토가 등장을 했는데 이번 3세대는 싼타페와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차별화를 시도했다. 현대가 싼타페와 휠베이스를 늘인 맥스크루즈로 이원화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쏘렌토는 차체를 싼타페와 맥스크루즈의 중간 정도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맥스크루즈에는 2.2 엔진만 적용되고 있어서 현대차에서는 싼타페보다 큰 맥스크루즈를 원할 경우 2.0 엔진은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쏘렌토는 싼타페보다 크고, 거의 맥스크루즈에 가까운 큰 차체이면서 2.0과 2.2 중에서 고를 수 있으니 그 점이 나름 큰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겠다.

3세대 쏘렌토는 2세대 모델과 비교하면 길이가 95mm 늘어나고, 휠베이스는 80mm가 늘어났다. 쏘렌토 2세대와 싼타페 2세대는 휠베이스가 2,700mm로 동일했고, 싼타페 3세대는 휠베이스에 변화가 없어서 그대로 2,700mm 인데, 3세대 쏘렌토는 80mm가 늘어나 2,780mm가 된 것이다. 그런데 싼타페의 휠베이스를 늘인 맥스크루즈가 2,800mm이니까 쏘렌토는 사이즈면에서 싼타페보다 맥스크루즈에 훨씬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휠베이스는 맥스크루즈보다 20mm 짧은데 차체 길이는 쏘렌토가 4,780mm, 맥스크루즈가 4,915mm로 135mm나 짧다. 실내 공간은 충분히 확보하면서 차체 길이는 억제해서 실생활에서 훨씬 유용하다고 볼 수 있겠는데, 특히 오버행이 짧으니까 오프로드에서도 조금은 더 유리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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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디자인은 카니발 이후 살짝 바뀐 새로운 스타일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위쪽에 주간 주행등으로 눈썹을 붙인 모습이 시선을 끈다. 개인적으로는 LED 주간 주행등으로 인해 살짝 위로 불거진 헤드램프 라인이 별로 멋스럽진 않아 보인다.

큼지막한 안개등과 알루미늄 스키드 플레이트로 멋을 냈다. 디자인은 개인별로 선호가 크게 차이가 나지만 아무래도 디자인의 완성도 면에서는 싼타페 디자인이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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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보면 긴 차체가 바로 눈에 띄면서 한 눈에도 “와 길다!” 라는 느낌이 든다. 얼핏 SUV보다는 카니발 같은 미니밴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특히 뒤로 가면 리어 램프가 카니발을 닮아서 더 그런 느낌이 든다. 실제 도로에서 멀리서 볼 때 가끔 헷갈리기도 한다.

스마트 테일게이트가 상위 트림에 적용돼 있어서 키를 소지한 상태에서 해치 쪽으로 다가가면 자동으로 해치가 열린다. 한 번 열었다가 닫은 다음에는 어느 정도 거리까지 멀어졌다가 다시 와야 스마트 테일게이트가 다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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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디자인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우선 센터페시아가 그 동안 흔히 보지 못했던 가로 배열로 바뀐 게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모니터를 중심으로 가로 타원 형태의 테두리가 고급스러우면서 소형 콤포넌트 오디오를 닮은 점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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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래에는 에어컨 조절 장치들이 모여 있고, 또 그 아래에는 버튼 5개가 나란히 배열되어 있는데, 시트 냉, 난방 조절 버튼과 스티어링 휠 열선 버튼들이다. 비슷한 기능을 한 곳에 모아 둔 점이 역시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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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츠 타입이라고 부르는 기어 레버는 그 동안 기아차들에서 봐 오던 모습 그대로다. 기어 레버 아래쪽에는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버튼과 오토홀드, 어라운드 뷰 모니터, 전자식 파킹 레버 조절 장치들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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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휠도 새로운 스타일인데 좌우 스포크에 배열된 조절 장치들은 최근 BMW 스타일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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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은 가운데 부분이 모니터로 되어 있는데 크롬으로 원형 게이지 테두리를 더해서 속도계는 언뜻 아날로그처럼 보이기도 한다. 속도계 가운데에는 다양한 정보가 잘 정돈돼서 보여진다. 조작도 간편하다.

냉방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등 기본적인 편의 장비는 잘 갖춰져 있는데, 하이빔 어시스트나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어라운드 뷰 모니터 등 최신 장비들은 대부분 옵션으로 빠져 있어서 아쉽다. 그리고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정도는 이 정도 급이면 옵션으로라도 준비가 돼 있으면 좋을 텐데 아예 적용이 안 돼 있다.

옵션인 JBL 사운드 시스템은 네비게이션과 어라운드 뷰 모니터와 묶어서 2.0 모델에서는 225만원, 2.2 모델에서는 228만원으로 제공된다. 소리는 좋긴 한지만 옵션이 묶여 있는 점 때문에 선뜻 선택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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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공간일 텐데, 휠베이스가 싼타페보다 많이 길어서 7인승으로도 꽤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다. 기본은 5인승이고, 7인승 3열 시트는 옵션이다. 3열 시트를 옵션으로 돌린 것은 나름 괜찮아 보인다. 평소 5인승으로만 쓴다면 무척 넉넉한 공간이 되겠고, 3열도 가끔 사용할 일이 있을 때 꽤 유용하게 쓸 수 있겠다. 물론 3열을 접고 화물공간으로 사용하면 아주 넉넉한 화물공간이 확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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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휠베이스가 많이 늘어나서 2열 공간의 확대를 많이 기대했는데, 2열 공간이 싼타페보다 더 넓어진 건 사실이겠지만 기대 만큼은 아니어서 조금은 아쉽다. 2열 공간 보다는 3열 공간 확보에 더 비중을 둔 것 같아 보인다. 2열 시트는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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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쏘렌토 역시 파워트레인은 기존 쏘렌토 R과 현대 싼타페와 동일하다. R 2.0, 2.2 엔진이 얹히고 변속기는 자동 6단이다.

R엔진은 현대 기아차 그룹에서 정말 세계 최정상급의 성능을 내는 디젤 엔진으로 개발돼서 큰 호평을 받고 있는 엔진인데, 문제는 2009년 등장한 이후 그 동안 발전된 게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 출력이 2마력씩 올라서 184마력이 186마력으로, 200마력이 202마력으로 올라갔는데 이 정도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분위기지, 개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뭐 어쨌든 이 엔진으로도 충분히 좋은 건 사실인데, 계속 발전하지 않으면 결국 후퇴하고 있는 것이 되니까 그런 부분이 안타깝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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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2.0 디젤을 얹은 2륜 구동 모델로 실제 가장 많이 팔리는 조합이다. 그리고 7인승 시트를 제외한 풀옵션이 적용됐다.

R 2.0 E-VGT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84마력/4,000 rpm, 최대토크 41.0kg.m/1,750~2,750 rpm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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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은 덩치가 커진 것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굼뜨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우려보다는 잘나간다. 급가속보다는 일상적인 주행에서 거동에 여유가 있다.

이번 쏘렌토는 동력 성능보다는 승차감에서 큰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휠베이스가 늘어난 만큼 엄청 부드럽고 편안하다. 고속에서도 안정감이 탁월하다. 직진에서 차체가 뜬다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무게 중심이 높은데도 급 차선 변경 등에서 과거처럼 허둥대는 모습도 많이 억제됐다. 최근 현대 기아차 모델들이 스티어링 부분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방향을 잘 잡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거동이 무척 부드럽고 고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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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렌토에는 이번에 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을 높이면서 강성이 많이 높아졌고, 후륜서스펜션도 구조 개선을 통해서 승차감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뭐 그 때문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주행 감각이 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차체가 커진 것을 감안하면 강성은 꽤 좋은 편이다.

이번에도 아쉬운 부분은 연비가 과거보다 더 낮아진 점이다. 2.0 2륜구동 자동 5인승 기준으로 복합연비가 13.5km/l 이고, 풀옵션인 시승차는 19인치 휠까지 적용돼서 조금 더 떨어지는 12.9km/l다. 기존 2세대 쏘렌토 R의 14.4km/l에서 많이 줄어들어서 비난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차체가 1,776kg에서 1,850kg으로 약 7~80kg 정도 더 늘어났으니 줄어 들 수 밖에 없긴 하겠지만 그래도 아쉬울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번 쏘렌토에는 주행 중 차가 잠시 정차했을 때 자동으로 시동을 껐다가 출발할 때 자동으로 시동을 걸어 주는 ‘이그니션 스톱 앤 고 (ISG)’가 기본으로 장착돼 있는데도 연비가 떨어졌다는 점에서 더 아쉽다. 그래도 2.2엔진을 얹은 2륜구동 자동 7인승의 경우 12.8km/l로 맥스크루즈의 11.9km/l보다는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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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G가 오토스톱과 함께 작동하지 않는 점도 아쉽다. 차가 멈추면 시동이 꺼지는데, 오토스톱을 함께 사용하면 차가 멈추면서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아 주므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쉴 수 있지만 이때 브레이크에서 발을 때면 ISG에서 다시 시동을 걸어 버린다. 물론 브레이크가 잡혀 있어서 차가 움직이지는 않는다. 발이 쉬기 위해서 브레이크에서 발을 때면 시동이 걸려서 연비가 떨어지고, 정차해 있는 동안 시동을 꺼서 연비를 높이려면 오토스톱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유럽 모델들 중에는 2가지가 동시에 작동해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되어 있는 모델들이 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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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라면 4륜 구동을 갖춰서 가끔은 험로에도 들어가고 해야 맛이지만 실제적으로 국내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SUV들은 2륜 구동이다. 아쉽게도 시승차도 2륜 구동 모델이어서 오프로드 체험은 제대로 해 보지 못했다. 그래도 마침 시승기간 동안 비가 내려서 가볍게 비 포장 길과 물 웅덩이를 조금 세게 달리면서 물을 튀겨 봤는데, 그랬더기 금새 엔진룸에도 흙탕물이 조금 튀어 있었다. 사실 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누수 문제가 이슈가 됐었던 만큼 좀더 누수에 대한 보완을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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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뉴 쏘렌토는 싼타페보다 커진 차체로 맥스크루즈에 가까운 실내 공간을 확보했고, 맥스크루즈에서는 선택할 수 없는 2.0 엔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덕분에 주행감각이 무척 고급스러우면서 안정적인 점은 칭찬할 만하다.

그래서 3세대 쏘렌토의 키워드는 여유다. 공간의 여유와 주행 감각의 부드러움에서 오는 여유가 돋보인다. 그리고 가속력 등 동력 성능에서는 마음에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고, 연비가 떨어진 것을 생각하면 경제사정에 여유가 좀 더 있어야 하겠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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