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현대 전륜구동 플래그십 모델 아슬란이 출시됐다. 그 동안 외관만 공개됐을 뿐 실내와 제원, 가격 등은 밝혀지지 않았었는데 출시와 함께 모든 것이 공개됐다.
현대 자동차는 30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아슬란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이날 발표된 아슬란의 상세한 제원과 가격을 살펴보면 아슬란은 그랜저 윗급으로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모델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그랜저의 고급모델 수준의 변화가 전부였다.
차체 크기 면에서 아슬란은 그랜저보다 길이만 5cm 더 길뿐 너비와, 폭은 물론 휠베이스도 동일하다. 그랜저보다 좀 더 큰 차일 줄 알았지만 전혀 큰 차라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휠베이스가 동일한 만큼 실내 공간도 더 넓게 만들기는 어렵다. 과거 쏘나타를 베이스로 개발한 바 있는 마르샤와 크게 다르지 않은 관계인 셈이다.
엔진은 그랜저가 2.4와 3.0을 얹은 반면 아슬란은 3.0과 3.3 엔진을 얹었다. 아슬란의 경우 주력 모델은 3.0이 될 전망이다.
가장 큰 차이는 너무 경쾌하고 미래적인 느낌이 강했던 그랜저의 디자인 대신 보다 차분하고 중후한 스타일의 디자인이 적용된 것이다. 더불어 최고급 편의 안전 장비들을 대거 기본 장착 혹은 옵션 제공함으로써 고급화를 추구하였다. 다만 아랫급인 쏘나타와 디자인이 잘 구별되지 않는 점은 약점이 될 수도 있겠다.
반면 가격은 그랜저 동급 모델과 비교하면 크게 오르지 않았다. 그랜저 3.0 최상위 트림인 익스클루시브 스페셜이 3,875만원이고, 아슬란 3.0 모던은 3,990만원으로 115만원이 더 비싸다. 더구나 그랜저에는 적용되지 않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기본으로 적용 돼 있다. 결국 그랜저는 2.4 모델을 위주로 판매가 이어지고, 3.0 고객은 대거 아슬란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의 경우 3.3 엔진을 얹은 최하위 트림인 G330 모던의 가격이 4,660만원으로 아슬란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국내 고급차 시장의 특성 상 좀 더 고급스럽고 더 비싼 모델의 판매가 잘 되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랜저 3.0을 고려하는 고객의 경우 아슬란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커진 셈이다. 현대차의 기대처럼 그랜저와 아슬란, 제네시스가 각각의 포지션을 잘 지켜 주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고, 그랜저의 가치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대차의 기대처럼 아슬란이 수입차 시장을 어느 정도 탈환 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