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의 간판 모델, 캠리가 돌아온다. 한국토요타는 2015년 형 캠리를 오는 11월 18일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2014년 힘든 한 해를 보낸 한국토요타에게 새 캠리는 마침내 찾아온 구원투수인 셈. 한 때 수입차 판매 2위까지 올라섰던 이전의 영광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캠리가 심상치 않다. 분명 2011년에 출시된 7세대의 페이스리프트인데, 닮은 구석을 찾기가 쉽지 않다. 최근 업계에서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말 그대로 얼굴을 바꾸기 보다는(face-lift) 화장을 조금 고치는 정도로 손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캠리의 대대적인 변화는 이례적인 셈이다.
토요타는 신형 캠리에서 무려 2,000개의 부품이 새로 설계되었고, 대부분의 디자인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요즘 자동차 한 대당 평균 30,000개 정도의 부품이 들어가는 것을 생각해보면 거의 100개 중 7개 정도는 새 부품인 셈이다. 환골탈태한 캠리, 이제는 구형이 될 기존 모델과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본다.
일단 앞모습부터 확연히 차이가 난다. 다소 심심한 인상이었던 구형에 비해 신형 캠리는 매우 공격적인 인상으로 바뀌었다. 자회사인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한결 날카로워진 헤드램프는 모범생같은 이미지의 캠리를 ‘좀 놀 줄 아는’ 분위기로 바꿔놓았다. 새로 추가된 주간주행등(DRL)은 방향지시등과 조합되어 범퍼에 위치하고 있다. 뒷모습 역시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를 연상시키는 새 디자인의 테일램프 적용으로 고급스럽고 무게감 있는 스탠스를 완성했다.
새 디자인은 이미 아발론, 코롤라 등에서 선보인 토요타의 디자인 큐를 보여주고 있다. 한 편으로는 토요타의 스포츠 쿠페인 86의 매서운 눈매도 엿볼 수 있다. 주력시장인 미국에서 미드사이즈 세그먼트 경쟁자들이 역동적인 디자인을 대거 채택하는 분위기를 의식한 듯 하기도 하다.
그런데 뉴 캠리는 단순히 얼굴만 바꾼 것이 아니다. 전장이 45mm나 늘어나고 전, 후륜 트레드가 모두 10mm씩 확대되어 기존보다 훨씬 넉넉한 공간과 더불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당연히 주행안정성도 개선되었다. 사소한 부분에서도 세심한 변화가 눈에 띄는데, 가령 새로 디자인된 사이드미러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하여 효율성을 높이고 실내에 유입되는 소음을 잡았다. 덕분에 새로운 캠리는 역사상 가장 조용한 캠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외관의 파격적인 변화에 비하면 인테리어는 큰 변화가 눈에 띄지는 않는다. 그러나 세세한 부분에서의 변화를 찾을 수 있다. 우선 기존에는 스포츠 트림인 XSE에만 적용되었던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을 새로운 디자인으로 전 트림에 적용했다. 덕분에 보수적이었던 실내 분위기도 한결 더 젊어졌다. 최근 트렌드에 발맞춰 시프트 레버에도 가죽 부츠를 적용하고, 센터페시아 배치도 약간 손보았다.
계기판은 속도계를 중심으로 3개의 원형으로 배치되었던 기존의 모습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타코미터와 속도계가 같은 사이즈로 대칭배치된 2원형으로 바뀌었다. 또 TFT 액정이 추가되어 다양한 정보를 통합하여 보여준다. 시인성이 더 좋아지고 한결 깔끔한 분위기가 묻어난다.
대동소이하지만 시트와 도어트림도 형상이 바뀌었다. 시트의 경우 많은 부분에 스티치가 더해지면서 훨씬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비록 국내에서는 선보이지 않지만, XSE 트림에서는 레드 스티치가 적용되어 더욱 스포티한 이미지를 살렸다.
대대적인 디자인 변경에 반해 파워트레인은 기존과 완전히 동일하다. 2.5L 4기통, 하이브리드, 그리고 3.5L V6 등 3가지 엔진이 제공되며 모두 국내시장에도 출시된다. 주력모델인 2.5L 엔진은 181마력을 발휘한다. 최근 동급 엔진들에 비하면 다소 출력이 아쉽지만, 어짜피 고성능을 요구하는 모델이 아닌 만큼 충분한 주행성능을 낸다.
대신 뉴 캠리의 기술적 진보는 다른 부분에서 확인될 것이다. 2013년 형 캠리는 미국 IIHS가 실시한 스몰 오버랩 테스트에서 “Poor”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2014년 형에서 개선을 통해 “Acceptable”까지 충돌안전성을 개선했지만, 이번 뉴 캠리에서는 더 나은 안전성을 목표로 할 전망이다. 아직까지 신형 모델의 충돌 테스트가 이뤄지지는 않았으나, 기존 모델에 비해 눈에 띄는 개선점이 있으리라는 것은 확실시되고 있다.
이처럼 많은 부분이 바뀐 뉴 캠리가 토요타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지는 가격경쟁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북미 켄터키공장에서 생산되는 뉴 캠리는 기본형 LE와 스포츠 트림 XSE를 제외한 XLE 트림만 국내에 수입된다. 기존 캠리의 판매가는 3,350만 원인데, 토요타는 새 모델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선보인 것이라고 귀띔했다. 과연 경쟁력 있는 가격이 현재 판매가에서 대폭적인 인하를 의미하는지는 미지수이지만, 같은 가격대의 국산차 품질은 올라가고 수입차 선택의 폭 역시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가격정책이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젤 승용차가 점령해버린 한국 수입차 시장에 캠리가 다시금 일본차 열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한국토요타는 10월 20일부터 전국 전시장에서 사전계약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