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에든 베스트셀러는 존재한다. 베스트셀러로 등극한다는 것은 큰 명예이자 소비자들의 신뢰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되고, 또 그 자체로써 좋은 홍보수단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누구나 베스트셀러라면 한 번 구입을 고려해보고, 또 경쟁자들은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장점을 벤치마킹하며 추격한다.
당연히 자동차 업계에도 베스트셀러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엄청난 수치의 제원들이 나열된 최고의 자동차에만 눈이 가기 마련이지만,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뛰어난 성능만으로는 부족하다. 합리적인 가격대 성능비, 우수한 내구성과 신뢰성, 브랜드에 대한 믿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성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 소개하는 자동차 업계의 베스트셀러들은 모두 나름의 강점들을 지니고 있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만을 나열한다면 순위권에 드는 차 대부분은 판매댓수가 많은 소형차가 될 것이기에 조금 더 다양한 분야에서의 베스트셀러들을 만나본다.
1. 위풍당당 글로벌 1위 : 토요타 코롤라
세계 1위의 영예는 잘 알려져있다시피 토요타 코롤라가 차지했다. 지난 1997년 이후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의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데, 2013년 7월에는 자동차 역사상 처음으로 4,000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잘 감이 오지 않는 사람을 위해 설명을 돕자면, 1966년 첫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평균 40초에 한 대씩 판매된 셈이다.
베스트셀러 타이틀을 달고 국내시장에도 선보인 바 있지만,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지 않아 조용히 철수한 아픈 기억도 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반드시 어디서나 베스트셀러는 아닌 법이다.
2. 세계 최초의 베스트셀러 : 포드 모델 T
미국 브랜드인 포드는 자동차 산업사에도 큰 족적을 남긴 바 있는데, 바로 최초의 자동차 대량생산 체계를 정립시킨 점이다. 포드 모델 T는 컨베이어벨트 생산방식에 힘입어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자동차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 첫 대량생산 자동차이다.
모델 T는 1908년부터 1927년까지 생산되었다. 출시 당시가격은 825달러(2014년 기준 약 21,000달러)에 불과했고, 미국이 최고의 호경기였던 1925년에는 260달러(2014년 기준 약 3,500달러)까지 떨어졌다. 말도 안되게 저렴했던 만큼 자동차가 갓 보급될 때였음에도 1,650만 대가 팔려나갔다.
3. 단일 모델로는 내가 제일 : 폭스바겐 클래식 비틀
앞서 소개한 코롤라, 모델 T 등과 함께 자주 거론되는 베스트셀링 모델이 바로 폭스바겐 비틀이다. 히틀러의 지시로 대량보급을 위한 국민차로 개발된 비틀은 2차 대전동안 군용차로도 사용되었을 만큼 성능과 신뢰성이 뛰어났다. 전후에도 고향인 독일에서 70년대까지 생산되었고, 멕시코에서는 무려 2003년이 되어서야 단종됐다.
오늘날 비틀보다 많이 팔린 차는 많지만, 세대교체가 되지 않고 단일 설계로 가장 많이 팔린 차의 타이틀은 여전히 비틀의 차지다. 총 판매량은 2,153만 대에서 536대가 모자란다. 또 비틀은 1938년부터 2003년까지 생산되어 “가장 오랫동안 생산된 단일차종” 타이틀도 갖고 있다. 물론 이 대기록들은 후계자를 자처하는 뉴 비틀과 최신 더 비틀을 제외한, 원조 클래식 비틀 혼자서 이룬 것들이다.
4. 세계 2위, 독일 대표 국민차 : 폭스바겐 골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가 코롤라라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2인자는 잘 기억되지 않는 법이다. 2번째로 많이 팔린 승용차는 의외로 친숙한 폭스바겐의 골프이다. 클래식 비틀의 후속으로 개발된 골프는 1974년 출시 이래 2013년 6월에 3,000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골프의 많은 형제차들은 제외한 수치이다.
골프는 2000년대 초반에 아버지격인 비틀을 제치고 폭스바겐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가 되었다. 골프 최대의 장점은 특별히 빠지는 구석 없는 범용성과 놀라운 확장성. 골프 이름을 쓰지 않지만 골프의 형제차인 모델들을 포함한다면 실제 골프 가족의 판매량은 훨씬 늘어날 것이다.
5.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차 : 포드 F 트럭
승용차가 아닌 “모든 차”로 범주를 넓히면 1948년부터 지금까지 3,400만 대가 넘게 팔린 포드 F 픽업트럭이 세계 2위로 올라선다. 미국에서 픽업트럭은 엄청난 판매를 자랑하는 차종이다. 포드 F 트럭은 28년 이상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자동차로 손꼽히고 있다. 오죽하면 NASCAR 레이스에도 픽업 클래스가 있을 정도이다.
여담이지만 F 트럭은 하나의 차종이 아니다. 흔히 픽업 하면 떠올리는 SUV 사이즈의 소형 픽업부터 적재능력이 5톤 이상인 “슈퍼 듀티”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라인업이 존재한다.
6. 구소련의 베스트셀러 : VAZ-2101
지난 세기의 절반동안 세계를 양분했던 구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도 엄연한 자동차 산업이 존재했다. 러시아의 국영 자동차회사인 VAZ가 개발한 2101(라다 1200, 1300 등으로도 불림)는 1970년부터 1988년까지 1,930만 대가 생산된 구소련 최고의 베스트셀러 모델이다.
1.2L 또는 1.3L 카뷰레터 엔진과 4단 수동변속기가 탑재된 2101은 사실 수출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피아트 124를 라이센스 생산한 모델이다. 그러나 1974년 피아트 124가 단종되면서 서유럽과 남미 등지로 수출하기 위해 연간 66만 대 규모의 생산이 이뤄졌다.
7. 친환경차 선두주자 : 토요타 프리우스
1997년 처음 출시된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는 의심의 여지 없이 가장 많이 팔린 하이브리드 자동차이다. 출시 당시만 해도 현실성이 있겠냐는 걱정섞인 시선이 많았지만, 보란듯이 성공한 프리우스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택시로 사용될 만큼 성능과 내구성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쌓는 데에 성공했다.
프리우스는 현재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320만 대 이상이 판매되었다. 참고로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9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700만 대를 넘어섰다.
8. 가장 많이 팔린 페라리 : 페라리 360 모데나
슈퍼카의 개념은 매우 모호하기 때문에 가장 많이 팔린 슈퍼카로 특정 차종을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슈퍼카의 상징과도 같은 페라리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1999년부터 2004년까지 판매된 360 모데나이다.
전 라인업을 합쳐 17,000대가 판매되었는데, 라이벌인 람보르기니의 베스트셀링 모델인 가야르도보다 3,000대 더 많은 수치이다. 페라리는 나날이 판매가 늘고 있지만, “드림카가 길에서 흔히 보여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2018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7,000대 이하로 축소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9. 기네스북에 오른 로드스터 : 마쯔다 MX-5(미아타, 로드스터)
1989년 데뷔한 마쯔다 MX-5는 북미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은 베스트셀러 로드스터다. 2014년 7월까지 94만 대가 팔려 100만 대 달성을 앞두고 있는데, 2인승 로드스터로써는 가장 많은 판매량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었다.
MX-5는 대단한 고성능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가벼운 차체와 날렵한 운동성능으로 말미암아 “재미있는 차”로 입소문을 탄 모델이다. 현재 3세대가 판매되고 있으며, 4세대 MX-5가 공개되어 출시를 앞두고 있다.
10. 1,000만 대를 넘어선 한국 대표 : 현대 아반떼(엘란트라)
그렇다면 한국차 중 베스트셀링 모델은 무엇일까? 한국 자동차 회사의 글로벌 생산량은 지난 해 1억 대를 돌파한 상황. 비슷한 시기 현대기아차의 누적생산량이 8,000만 대를 돌파하며 약 80%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
아반떼의 선대 모델인 엘란트라가 출시된 1990년부터 최신모델인 MD에 이르기까지 누적생산량은 올해 8월 기준 987만 대, 이번 달에 1,000만 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생산된 한국차 10대 중 한 대는 아반떼인 셈. 아직 글로벌 경쟁자들의 판매실적을 따라가려면 멀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산차 최초로 달성한 1,000만 대 판매는 대견스러운 기록이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신형아반떼(코드명 AD)의 출시를 앞두고 테스트를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