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아우디 A8은 잘 다듬어진 기본기에 ‘기술을 통한 진보’로 페이스리프트를 이뤘다. 첨단 헤드라이트 기술 적용과 함께 앞모습이 살짝 바뀌었고, 경쟁사에는 없는 독보적이고 강력한 V8 디젤은 성능이 더 높아졌다. 젊고 다이나믹한 이미지로 능력 있는 젊은 오너들을 아우르고, 분리형 뒷좌석을 갖춘 롱휠베이스 모델로는 VVIP를 모신다.
지난 7월 국내에 소개된 아우디 3세대 A8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만났다. 넘치는 파워를 자랑하는 V8 디젤 엔진을 장착한 A8 L 60 TDI 콰트로 모델이다. A8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80년대에 선보인 대형 세단 ‘V8′을 만나게 된다. 그냥 V8 엔진을 얹었다는 뜻이 아니고 모델명이 V8 이었다. 그리고 1994년에 V8의 뒤를 이어 A8이 선을 보였는데, 이 때부터 ‘A’로 시작하는 아우디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런데 A8의 등장은 그보다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한 연구에서부터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바로 알루미늄에 대한 연구인데, 그 10여 년 간의 연구를 통해서 알루미늄으로 된 ‘아우디 스페이스 프레임’, ASF가 만들어졌고, 그 프레임을 적용해 처음 만들어진 차가 바로 A8이다.
보통 알루미늄은 차체 무게를 줄이기 위해 도어나 본넷, 지붕 등에 적용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스페이스 프레임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만든 경우는 처음이었다. 지금은 아우디 내에서 R8도 알루미늄 프레임을 쓰고 있고, 다른 브랜드로는 재규어가 알루미늄 프레임을 적극 사용하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알루미늄 뿐 아니라 카본 파이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모델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어쨌든 알루미늄 프레임은 스틸 프레임에 비해 무게가 약 40% 정도 가벼워 A8은 콰트로를 갖추고도 중량에서 경쟁모델과 비슷한 수준을 맞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새로운 이름 이야기를 할 차례다. 메르세데스-벤츠, BMW도 이제는 차 이름보고 배기량을 알아 맞추기 어려워졌는데, 거기다 아우디는 한 술 더 떠서 가속력을 기준으로 이름을 붙이겠다는 거다. 윽, 브루투스 너 마저… 아, 아우디 너 마저…
A8 L 60 TDI에서 ‘L’은 롱휠베이스 모델이라는 뜻이고, ‘TDI’는 직분사 터보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는 뜻인 것은 예전과 같은데, ’60′이라는 숫자가 문제다. 예전에는 4.2 TDI라고 적혀 있어서 배기량이 4.2리터임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 이차는 배기량이 6리터가 아님은 분명하다. 새로운 이름 체계는 다이나믹 뱃지라고 부르는데, 지난 해 중국에서 사용되기 시작해서 이제는 전세계로 확대되었다.
60을 쉽게 정의하면 중력 가속도의 60% 정도의 가속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바꾸어 말하면 중력 가속도를 100으로 봤을 때 이 차의 가속력은 60정도 된다는 말이다. 중력 가속도가 9.8m/s2 이니까 그 60%는 5.88m/ s2 이 되는데 이것을 0~100km/h 가속시간으로 환산하면, 100km/h / 5.88 m/ s2 = 100,000 m / 3,600 s / 5.88 (m/ s2 )= 4.72s. 즉 60 이라는 배지를 단 차의 0~100km/h 가속시간은 4.72초 전후가 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A8 L 60 TDI 의 0~100km/h 가속시간은 4.9초다. 결국 60 이라는 숫자가 정확한 가속력을 이야기해 주지는 못하고 대략의 성능을 알려주는 정도다. 그리고 숫자가 높을 수록 더 빠른 가속력을 보여준다는 것도 의미한다.
참고로 뒤에 ’100′이 붙는 모델이 있다면 그 차는 중력가속도와 같은 가속도로 가속한다는 뜻이고, 이를 계산해 보면 0~100km/h 가속에 2.83초가 걸린다는 뜻이다. 부가티 베이론과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정도되면 ’100′을 붙일 수 있겠다.
페이스리프트된 뉴 A8은 외관에서 큰 변화를 거치지는 않았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가 바뀐 것 외엔 크게 눈에 띄는 것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헤드램프에는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가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그 동안 아우디는 헤드램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선보여 왔었는데, LED 주간 주행등과 LED 헤드라이트도 아우디가 가장 먼저 양산차에 적용했다.
얼마 전에는 레이저 헤드라이트가 이슈였는데, BMW가 i8 컨셉트카를 통해 먼저 선보인 레이저 헤드라이트를 아우디가 R8에 장착해서 가장 먼저 시판하겠다고 나섰고, 결국 BMW가 i8 스페셜 에디션으로 레이저 헤드라이트를 장착해 고객에게 먼저 인도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만큼 아우디가 헤드라이트에 있어서 만큼은 우위를 점하고 싶어한다고 볼 수 있겠다.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는 좌우에 각각 25개의 LED가 적용된 패키지인데 코너링 라이트는 물론 야간에 전방 차량의 유무에 따라 LED가 개별적으로 조절되어 상대 차량에 눈 부심을 주지 않으면서 주변에는 상향등을 비춰 최대한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이빔 어시스트의 진화 수준을 넘어 획기적인, 혹은 궁극적인 라이트 제어 시스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앞에 차가 있을 때 전방으로 비추는 25개 중에서 앞 차에 바로 비치는 램프는 아래로 내리거나 꺼 버리고 그 옆으로 비추는 나머지는 상향등을 유지하는 식이다. 부피가 작은 LED 이기에 가능한 기술이기도 하지만 각각의 LED를 개별 제어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무척 놀라운 시도다. 차량을 동시에 8대까지 감지한다고 한다. 야간에 한적한 길을 주행할 시 전방시야 확보로 인한 안전주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방향 지시등을 켜면 회전하려는 방향으로 램프가 흐르는 움직임도 재미있다. 리어 램프도 LED가 화려하다.
차체 크기를 경쟁모델들과 비교해 보면, 롱휠베이스 모델 기준으로, 7시리즈는 5,219 x 1,902 x 1,481mm에 휠베이스 3,210mm, S클래스는 5,250 x 1,900 x 1,500mm, 3,165mm, A8 은 5,265 x 1,949 x 1,471mm, 3,122mm다. A8 롱휠베이스 모델이 길이는 가장 길고, 휠베이스는 가장 짧다.
외관 만큼이나 A8의 실내도 단정한 가운데 고급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S클래스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는 분위기랄까? 실내 디자인에서 사실 크게 바뀐 부분은 없다. 그레이드에 따라서 옵션이 다양하게 적용되는데 이 차는 디젤 모델 중에서 가장 윗급이다 보니까 편의 장비가 엄청 많이 적용돼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작동 및 높이 조절 장치가 스티어링 휠 좌측에 나와 있어서 쉽게 조절이 가능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당연히 차가 완전히 정차할 때까지 작동하는 최신형인데, 작동 조절 레버가 스티어링 휠 뒤에 살짝 가려져 있어서 사용하긴 좀 불편하다.
마사지 기능은 뒷좌석 뿐 아니라 운전석 시트에도 적용됐다. 마사지 부위와 방식, 세기 등을 각각 조절할 수 있다. 차고 조절 에어서스펜션과 시프트 패들도 갖췄다.
뱅앤 올룹슨 오디오도 있다. 오디오를 켜면 앞 쪽 트위터가 올라오는 모션은 여전히 멋지다. 뱅앤올룹슨 오디오는 맑은 사운드를 잘 살리면서 비트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이번에 시승한 A8은 롱휠베이스 모델에 뒷좌석이 분리형인 최고급 모델이다. 당연히 뒷좌석 VIP를 위한 차라 할 수 있다. VIP 석에서는 도어에 위치한 버튼 하나만 누르고 있으면 조수석 시트를 완전히 앞으로 밀고 VIP석을 편안하게 눕히는 것까지 조절된다. 조수석 헤드레스트 뒤에 부착된 모니터의 각도까지 최적의 상태로 연속적으로 조절이 된다.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에는 시트 조절과 공조 시스템은 물론 오디오와 비디오 시스템까지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는 버튼들이 모두 모여있다. 시트에 적용된 마시지 기능은 리모컨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암레스트 앞 쪽에는 수납식 테이블이 내장돼 있어 뽑아 올린 후 펼쳐서 사용할 수 있다.
A8L 60 TDI는 이전 4.2 TDI와 같은 모델인데,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출력과 토크가 높아졌다. 최고출력이 350마력에서 385마력으로, 최대토크가 81.6kg.m에서 86.7kg.m로 높아진 V8 4.2 트윈터보 직분사 디젤 엔진이 얹혔다. 단연 토크가 압권이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이다.
엔진은 시동이 걸려 있어도 결코 디젤엔진임을 쉽게 알려 주지 않는다. 소음도 진동도 거의 느낄 수가 없다. V8 디젤엔진의 진가는 무식한 토크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형 세단과 V8 디젤 엔진의 조합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 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차체가 2.2 톤이 넘지만 무지막지한 토크 덕분에 달리기는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마치 투우소가 돌진하는 것처럼 튀어 나간다. 0~100km/h 가속에는 4.9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250km/h에서 제한된다. 디젤 대형 세단이 제로백 4.9초… 어마어마하다. 웬만한 스포츠카들도 가뿐히 따라잡을 실력이다. 최근 시승한 포르쉐 마칸 터보가 4.8초로 비슷한 달리기 실력을 갖췄다.
인상적인 것은 최근에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8기통 디젤 엔진을 만들지 않는데, 아우디는 이 강력한 V8 4.2 디젤 엔진을 잘 유지해 오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세단에 디젤 엔진을 얹는 경우는 대부분 연비 때문인 만큼 6기통 3.0 디젤 엔진 정도면 충분한 힘과 높은 연비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인데, 아우디는 더 강력한 V8 4.2 디젤 엔진을 유지함으로써 뛰어난 연비와 강력한 주행성능은 물론, 대형 럭셔리 세단에 어울리는 정숙성까지 겸비한 대형 디젤 세단을 갖춘 독보적인 메이커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86.7kg.m나 되는 무지막지한 토크 덕분에 가속력은 정말 엄청난데 가속할 때 차체 앞머리가 많이 들리는 것은 의외다. 아무래도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돼 있어서 그렇기도 하겠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형 세단들 중 상대적으로 길이는 길고 휠베이스는 짧은 것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어쨌든 토크가 그냥 넉넉한 수준이었다면 좀 덜했을 텐데 워낙 강력한 토크 덕분에 앞 부분이 좀 많이 들리긴 한다. 하지만 고속 안정성은 나무랄 데가 없다.
또한 아우디가 자랑하는 사륜구동 콰트로 시스템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천후 달리기를 제공한다. 하지만 지금은 가을이라 딱히 시험해 보기도 그렇고 뭔가를 보여주기도 여의치 않지만 겨울에 폭설이 한 번 내려 보면 콰트로가 얼마나 중요한 지 바로 알게 된다. 거기다 에어 서스펜션의 적용으로 차고도 높일 수 있어 조금 험한 길도 마음만 먹으면 부담 없이 들어 설 수도 있다.
물론 항상 4륜 구동을 유지하는 아우디의 콰트로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안정성은 높지만 연비 면에서는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이 차는 디젤 엔진에 변속기도 8단이나 되고, 오토 스타트 스톱 등도 갖추고 있어서 연비는 꽤 잘 나오는 편으로 복합연비가 10.9km/L 가 나온다.
아우디 A8 L 60 TDI 콰트로는 경쟁 모델 중 유일하게 강력한 V8 디젤 엔진을 장착한 만큼 디젤 엔진의 뛰어난 연비와 더불어 폭발적인 달리기 실력을 함께 갖췄다. 또한 럭셔리 대형 세단으로서는 젊고 다이나믹한 이미지와 특히 고급스러운 분리형 뒷좌석을 함께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젊은 고객과 VVIP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넉넉한 품격도 갖췄다.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도 정숙한 실내에서 즐기는 뱅엔올룹슨 오디오 시스템의 맑은 사운드는 품격의 깊이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