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F1이 대대적인 레귤레이션 변경으로 혼란을 겪는 와중에, 한동안 모터스포츠 세계를 떠나있었던 혼다가 2015년 시즌부터 공급할 새로운 F1 엔진을 공개했다. 이 새로운 엔진은 현재 시뮬레이션 테스트 완료 후, 터보 차저와 에너지 재생 시스템을 연결한 벤치 테스트 단계에 있다. 혼다는 이 엔진으로 맥라렌과 함께 2015년 F1에 복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번 F1 엔진의 모습을 담은 영상도 공개했다. 영상은 지난 10월 2일부터 5일까지 열린 2014 FIA F1 그랑프리 일본 대회에서 선보여졌으며, 테스트 단계에서의 실제 엔진 소리를 그대로 담았다. 본 영상은 글로벌 혼다 웹사이트와 혼다의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혼다 F1 프로젝트 총괄 담당자 야스히사 아라이는 “개발 막바지 단계에서 혼다의 2015년 F1 복귀를 향한 큰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엔진의 외관과 역동적인 소리를 먼저 공개하게 되었다”며, “팀 전체가 하나가 되어 다가오는 F1을 준비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좋은 소식에도 관심 부탁 드린다”고 전했다.
사실 혼다는 F1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재야의 고수”와도 같은 존재이다. 양산차 생산과 함께 아시아 최초의 국제규격 서킷인 “스즈카 서킷”을 건립, 모터스포츠에 대해 아낌없는 투자를 진행했으며 자동차를 생산한 지 불과 4년 만인 1964년부터 F1에 출전해 이듬해 멕시코 그랑프리에서 첫 포디움에 올랐다.
혜성처럼 나타난 혼다는 초기 F1에서 적잖은 활약을 했으나, 1968년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시즌을 중도 포기, F1을 떠나 있었다.
그러나 세계 모터스포츠의 최정상인 F1은 여전히 혼다에게 도전의 장이었다. F1 레이스카들이 공룡같은 진화를 거듭하며 가장 흥미진진한 대결을 벌였던 80년대와 90년대 초반, 혼다는 윌리엄스, 로터스, 맥라렌, 티렐 등 유수의 컨스트럭터 팀에 엔진을 공급했다. 특히 맥라렌에 엔진을 공급했던 80년대 말~90년대 초까지는 혼다 F1의 황금기였고, 세기의 라이벌인 아일톤 세나와 알랭 프로스트가 1988년 시즌 16전 15승을 거두고 이듬해 스즈카 서킷에서 F1 역사에 길이 남을 충돌사고가 발생한 것도 모두 맥라렌-혼다의 머신이었다.
당시 혼다는 V6 터보, V10, V12 등 다양한 엔진을 제작했고, 이 엔진들을 실전에 투입하며 얻은 피드백은 이후 고성능 모델 개발의 큰 밑거름이 되었다. 일례로 “일본 최초의 슈퍼카”로 불리는 혼다 NSX는 아일톤 세나가 제작과정에 참가했을 뿐 아니라, F1 경험을 통해 얻은 기술들이 대거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0~2005년에도 BAR과 조던 팀 F1 레이스카에 혼다 엔진이 탑재되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아서 2004년에는 BAR팀이 시즌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자신감을 얻은 혼다는 2006년부터 직접 컨스트럭터 팀으로 컴백했는데, 노련한 브라질 출신 레이서 루벤스 바리첼로와 현재 맥라렌-메르세데스에서 활약중인 젠슨 버튼이 드라이버로 있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직접 레이싱 팀을 꾸린 혼다의 F1 성적표는 썩 신통치 않았고, 특히 컨스트럭터 4위로 마무리한 2006년 시즌에 비해 2007, 2008년 시즌에는 이변을 일으키지 못하고 조용히 퇴장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1에서 혼다의 엔진 기술력은 높은 수준을 인정받았던 만큼 많은 팬들은 혼다의 컴백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F1이 현재와 비슷한 V6 터보 엔진을 사용하던 80년대에 혼다 엔진을 탑재한 윌리엄스와 맥라렌이 선전했던 만큼 다시 돌아온 터보 시대에 혼다가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혼다가 5년 만에 F1 전격 복귀를 결정하게 된 것은 올해부터 F1의 새로운 규정에 1.6리터 직분사 V6 엔진 터보 차저와 에너지 복구 시스템 등이 포함되는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혼다는 F1의 친환경 기술 도입이 혼다가 추구하는 혁신적인 미래 기술 개발 방향과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혼다는 이번 F1 복귀를 통해 향후 내연기관과 에너지 기술 개발에 더욱 큰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