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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날은 가고? 폭스바겐 7세대 골프 G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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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대 골프 GTI는 MQB 플랫폼을 바탕으로, 출력은 그대로지만 토크가 크게 향상된 엔진과 정교한 코너링을 돕는 첨단 전자장비의 적용으로 6세대에 비해 완성도를 높인 주행성능을 선보인다. GTI를 처음 접하는 이들은 핫해치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재간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5세대, 6세대 GTI를 타 본 이들은 새로운 GTI에 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할 수도 있겠다.

폭스바겐 골프 GTI는 핫해치라는 말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포켓 로켓, 서민들의 포르쉐로 불리며 아우토반을 주름잡았다. 1974년 처음 골프가 이 세상에 태어났고, 그 다음해 폭스바겐의 경영진 몰래 엔진니어들이 GTI를 개발했다는 이야기는 꽤나 유명한 일화다. 결국 양산 허가가 나긴 했지만 처음엔 5천대만 한정생산하기로 했는데, 출시와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결국 5만대 이상 판매가 됐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핫해치의 전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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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GTI는 최고출력 110마력 엔진을 얹고, 당시로서는 무척 빠른 182km/h로 아우토반을 달렸다. 이후 성능이 지속적으로 개선됐고, 4세대 GTI는 고진모터스를 통해 국내에도 소개됐는데, 180마력 엔진이 얹혔다. 하지만 4세대까지는 수동변속기밖에 없어 GTI는 일부 매니아들에게만 선택 받을 수 있었다.

5세대 GTI부터는 국내에 정식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5세대에는 4기통 2.0 직분사 터보 엔진과 6단 DSG를 얹고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28.6kg.m, 0~100km/h 가속 6.9초, 최고속도 235km/h를 냈다. 강력하고 매우 안정적인 달리기를 선보이면서 국내에서 제대로 GTI의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6세대 GTI는 211마력, 28.6kg.m, 6단 DSG를 얹고, 가속 6.9초, 최고속도 238km/h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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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7세대 GTI에도 또 211마력 엔진과 6단 DSG가 얹혔다. 6세대에서 출력이 11마력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같은 엔진임을 감안하면 무려 3대에 걸쳐서 같은 엔진을 우려 먹고 있다는 말씀…… 으아 이거 너무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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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출력 인플레이션 시대에 핫해치의 전설 GTI의 출력 상승 속도는 느려도 너무 느리다. 200마력은 웬만한 세단도 갖고 있는 ‘뉘 집 개 이름’ 수준이다. 이처럼 GTI의 발목이 잡혀 있는 건 바로 골프 R 때문이다. 골프 R은 최고출력 300마력에 0~100km/h 가속 4.9초(DSG)의 고성능을 자랑한다. 한술 더 떠서 조만간 400마력짜리 엔진도 얹을 예정이다. 컴팩트 해치백에 3~400마력의 출력을 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4륜 구동이 조합되고, 그러다 보니 GTI의 성격과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의 GTI는 영원한 앞바퀴 굴림 핫해치여야 한다. 결국 폭스바겐은 GTI의 진화를 출력 증강보다는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그나마 7세대 GTI가 유럽에서는 230마력 엔진을 얹은 모델이 판매되고 있는데, 국내에는 그마저도 아닌 북미형의 211마력 모델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 대신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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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최고출력은 동일하지만 최대토크가 28.6kg.m에서 35.7kg.m로 무려 25%가 높아졌다. 그리고 이런 최대토크가 1,450rpm~4,000rpm의 거의 전 영역에서 고르게 뿜어져 나온다. 거기다 지난 번 GTD 시승 때 확인했듯이 MQB플랫폼으로 바뀌면서 차체가 커졌는데도 강성이 높아졌고, 중량도 감소했다는 것. 그래서 출력에서 살짝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분명히 이전보다 더 나아진 달리기를 선보이지 않을까 충분히 기대가 된다.

하지만 0~100km/h 가속은 6.9초에서 6.8초로 0.1초. 0.1초 빨라졌다. 그 차이를 몸으로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최고속도는 210km/h에서 제한된다. 이 부분도 많이 아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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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디자인은 날렵해진 7세대 골프의 모습에서 GTI만의 특징인 빨간색 라인이 더해진 것이 포인트다. 허니콤 라디에이터 그릴 하단의 빨간색 가로 줄이 바로 그것이다. 6세대와는 달리 헤드램프에까지 빨간 줄이 그어져 있는 것이 차별점이다. 그런데 마침 시승차는 차체가 빨간색이다 보니 GTI의 빨간색이 그다지 강조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범퍼 아래 공기 흡입구 좌우에 3개의 날카로운 발톱도 인상적이다. 검정색이 아니고 은색이었다면 아마 X맨 ‘울버린’의 칼날처럼 보였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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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와 6세대 GTI에서 동그란 5개의 구멍이 뚫려서 마치 리볼버 권총을 닮았다고 ‘리볼버 휠’이라고 불렸던 알로이 휠은 7세대에서는 각을 넣고 구멍을 키워서 아주 날렵하게 바뀌었다. 18인치로 “오스틴(Austin)” 알로이 휠이라 부른다. 휠 속에 보이는 캘리퍼가 빨간색인 것도 일반 모델과 다른 부분이다. 뒷모습에서 듀얼 머플러가 장착된 것도 일반모델과 차별화된 부분인데, 6세대와는 차이가 없다. 차체가 일반 모델보다 15mm 낮은 것도 GTD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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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지난 번 GTD랑 거의 똑같다. 단지 GTI답게 곳곳에 빨깐색 스티치가 들어간 정도가 달라졌다. D컷 스티어링 휠의 아래쪽에는 GTI 로고를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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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타입 시트가 제대로 스포츠카 느낌이 나는 것도 똑같다. 스포츠 모드 선택하는 것도 GTD랑 같다. GTD를 시승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별로 새로울 게 없긴 하지만 일반 골프에 비하면 엄청 스포티한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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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브레이크는 전자식인데, GTI에는 핸드 브레이크가 더 잘 어울린다. 특히 전문적으로 짐카나를 즐기려면 핸드브레이크가 필수적이다. 스핀턴 하려면 핸드 브레이크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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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력은 역시 무척이나 경쾌하다. 0~100km/h 가속 시간이 6.9초에서 6.8초로 0.1초 더 빨라졌다는데 그 차이를 정확히 느끼기는 어렵지만 살짝 토크감이 높아진 차이 정도는 느낄 수도 있겠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7초를 밑도는 가속력은 충분히 짜릿한 가속감을 선사한다. 특히 높아진 토크가 1,450rpm부터 터져 나오기 때문에 급가속 뿐 아니라 평소 시내 주행하다가도 넉넉해진 토크감을 조금씩 느낄 수 있다. 미국 버전이 들어오면서 출력 차이가 없어서 많이 아쉬워 했던 분들은 나름 강한 토크감에서 어느 정도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지난 번 GTD와 비교하면 가속할 때의 느낌도 훨씬 더 경쾌하고, 무엇보다 엔진 사운드가 아무래도 디젤 보다는 훨씬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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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GTI가 아닌가? 골프 GTI는 앞바퀴 굴림 모델 들 중에서 경쾌함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운동성능이 뛰어나다. 골프 R은 아직 못 타 봤지만, 5세대 R32와 GTI를 비교해 봤을 때, R32는 더 강력한 엔진과 4륜 구동으로 가속이 더 빠르고 코너링 실력도 훨씬 좋긴 한데 너무 부드러워서 짜릿함이 덜했다. 경쾌한 맛은 GTI가 훨씬 나았다. 그게 바로 GTI의 매력이다.

고속으로 뻗어나가는 실력도 좋은데, 아쉬운 것은 시속 210km에서 속도 제한에 걸린다는 것이다. 가속되는 느낌으로 봐서는 230 이상 240km/h 정도까지 쉽게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중간에 턱 막혀 버려서 많이 아쉽다. 뭐 그렇게까지 달릴 필요 있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GTI가 최고속 영역에서 보여주는 안정적인 달리기 실력이 주는 즐거움이 꽤 크다.

이번 GTI는 신형 MQB 플랫폼이 적용된 데다 토크도 높아졌고, 곡선 도로에서 더욱 민첩한 반응을 제공하는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Progressive Steering)과 더욱 진화된 전자식 디퍼런셜 록인 XDS+ 시스템도 기본 탑재해 코너링에서 안정감과 운동성능이 조화를 잘 이루면서 거동이 더 세련돼졌다. 이 정도만 돼도 코너를 밀면서 달리는 재미가 탁월하다. 특히 코너에서 엑셀을 끝까지 밟아도 차체는 거의 뉴트럴에 가까운 거동을 유지해 준다. 사실 좀 놀라웠다. 이전보다 한층 더 정교하게 코너를 돌아나간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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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 포인트가 90km/h에서 3단으로 올라가게 돼 있어서 코너 진입 전 2단으로 내릴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점도 장점이다. 2단으로 코너를 진입해서 코너를 충분히 돌아 나갈 때까지 2단으로 밀어주고 탈출하기 직전 3단으로 시프트 업이 되는 과정이 굉장히 짜릿하다. 코너에 익숙해지면 조금씩 진입속도를 높여가면서 코너를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DSG 변속기는 워낙 빠르고 정확하게 기어를 내려주니까 코너 진입할 때마다 마치 내가 힐앤토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면서 행복해진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분명 7세대 GTI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코너를 돌아나가는데, 그만큼 주행이 매끄러워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짜릿함은 줄어든 기분이다. 너무 잘 도니 긴장감이 떨어진 것이다. 결국 더 강한 출력에 대한 욕심이 다시 고개를 든다. 여기 출력 좀 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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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GTI는 이제는 더 이상 아우토반을 주름 잡는 강자라 불리기는 어렵다. 아우토반에는 고출력 차들이 넘쳐난다. 이제 GTI는 가벼운 차체와 예리한 코너링이 장기인 모델이 되어가고 있다. 7세대 GTI 자체로는 그 어느 세대 모델에 비해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 하지만 명색이 GTI인 만큼 좀 더 고출력 엔진에 대한 갈망을 지워 버리기는 힘들다. 골프 R이 있긴 하지만 GTI도 좀 더 강력하게 진화해 가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조만간 골프 R이 400마력으로 올라가면 GTI도 최소한 250마력 정도로 올라갈 지 기대가 된다. 화려했던 날이 지나가버린 듯한 GTI의 화려한 부활을 기다려 본다.

가격은 4,350만원 이고, 복합연비는 11.5km/l(도심 10.0/고속 13.9)인데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연비가 좀 더 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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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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