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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한 마카로니 웨스턴, 지프 체로키 2.0 4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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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한국 시장을 떠났던 지프의 중형 SUV 체로키가 효율성 좋은 2.0 디젤 엔진과 자동 9단 변속기를 장착한 세련된 도심형 SUV 스타일로 7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너무 곱상해져 버린 외모 때문에 과연 지프가 맞나 싶지만 지프 고유의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도 잘 간직하고 있어 온, 오프로드 전천후 달리기가 매력적인데다 첨단 장비들도 대거 갖췄다.

체로키는 아메리칸 인디언 부족의 이름을 따온 모델로 거친 야생의 이미지가 잘 표현된 이름처럼 미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정통 오프로드 SUV라 할 수 있다. 특히 2세대 체로키는 14년 동안 큰 사랑을 받으면서 체로키의 명성을 알렸고, 그 체로키 시절에 그랜드 체로키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후 3세대와 4세대 체로키는 북미에서는 리버티라는 이름으로 판매가 됐는데, 국내에는 3세대 체로키까지 판매가 되다가 4세대 체로키는 수입되지 않았다. 그 사이 커맨더와 컴패스 등이 지프 패밀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이번에 북미에서도 리버티라는 이름을 완전히 버리고 다시 체로키로 돌아온 5세대 체로키가 국내에도 선을 보였는데, 국내에서는 4세대를 건너 뛴 만큼 7년 만의 컴백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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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외관 디자인이 상당히 낯설다. 전체적으로 일본이나 한국계 도심형 SUV 분위기를 많이 풍기는데, 그나마 앞 모습에서는 세븐 슬롯, 폭포수 그릴이라고 불리는 지프의 상징적인 라디에이터 그릴이 자리하고 있어 이 차가 지프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마저도 폭포가 바로 떨어지지 않고 한번 꺾어서 떨어지는 변화를 줬다. 개인적으로는 발랄한 이미지가 나쁘지 않게 보인다. 휠 아치가 사다리꼴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지프의 전통이다.

앞모습에서 특이한 것은 LED 주간 주행등과 그 아래 동그란 헤드램프가 분리되어 있어서 마치 눈썹과 눈처럼 매우 톡특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는 점이다. 라디에이터 그릴까지 7개가 분리형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시원시원한 분위기 대신 오밀조밀한 느낌이다, 마치 피아트의 소형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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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디자인에서 기존의 지프와는 다른 발랄한 터치가 돋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체로키의 출생의 비밀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그 동안 지프는 집안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프가 크라이슬러 산하에 들어간 지는 정말 오래됐다. 이후 크라이슬러가 다임러 벤츠와 합병을 하면서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됐다가 헤어졌고, 지금은 이태리의 피아트 그룹과 한 가족이 됐다. 다행히 지프의 정체성은 비교적 잘 살아 있지만 이태리 소형차가 보여주는 특유의 발랄함이 묻어나고 있다.

이런 배경 덕분에 이번 체로키는 뼈대가 알파로메오를 기본으로 지프와 피아트가 공동개발한 CUS-Wide라는 모듈러 플랫폼에서 만들어 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동안의 정통 오프로드 SUV 분위기에서 도심형 SUV의 모습으로 크게 방향전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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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도 이전 세대에 비해 꽤 커졌다. 이전 세대 체로키가 현대 투싼 ix 사이즈였다면 지금은 싼타페 급으로 올라왔다. 차체 크기가 4,620 x 1,860 x 1,710mm에 휠베이스가 2,720mm로 싼타페의 4,690 x 1,880 x 1,690mm, 휠베이스 2,700mm와 비교하면 차체 길이는 70mm 짧지만 휠베이스는 오히려 20mm가 더 길다. 결국 대표적인 도심형 SUV라 할 수 있는 싼타페에 비해 앞 뒤 오버행이 많이 짧아져, 오프로더로서 필요한 접근각, 이탈각이 훨씬 커 험로 주행에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최저 지상고도 일반적인 도심형 SUV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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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도 예전 터프한 체로키에 비해 꽤 세련되게 다듬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래도 어딘지 어설픈 마무리가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다. 지프는 아프리카의 모로코, 이탈리아의 베수비어스산(Mt. Vesuvius), 그랜드 캐니언 등 세계적인 자연 명소를 모티브로하여 인테리어를 디자인 했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감이 잘 안 오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 라인들이 무척 세련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지프의 아이콘 중의 하나인 휠 아치의 사다리꼴 라인이 실내 곳곳에 적용돼 정체성을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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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실내를 둘러 볼 때 많이 세련된 모습에서 미국차 느낌보다는 독일차나 한국, 일본차 느낌을 많이 받았다면, 시승을 위해서 시트에 앉는 순간 “아! 역시 미국차구나.” 하는 생각이 딱 든다. 시트가 푹신~~~한 것이 소파 같아서다. 하지만 시트에는 냉방기능이 적용돼 있어 무척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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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 모니터는 크고 다양한 정보들이 터치스크린으로 제공한다. 특히 다양한 메뉴들을 통합해서 하단에 배열해 둬서 메뉴를 바로 찾아 들어가기 쉽도록 했다. 냉방 시트 조절 버튼 같은 것은 그냥 에어컨 옆에 버튼을 따로 만들어 두는 게 사실 사용하기는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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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도 디자인이 꽤 깔끔하고, 기계적인 느낌이 나는 분위기가 좋다. 가운데 모니터도 크고 해상도도 높고 그래픽도 좋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크긴 하지만 해상도가 높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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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체로키에는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발휘하는 2.0 터보 에코디젤 엔진이 장착됐고, 변속기는 동급 최초로 9단 자동변속기가 얹혔다. 복합연비는 14.0km/ℓ로 꽤 좋은 편이다. 덩치가 큰 SUV이지만 9단 변속기와 엔진 오토 스타트/스톱 같은 기능들 덕분에 연비가 잘 나온 것 같다. 지프에는 처음 얹힌 이 엔진은 그 동안 피아트 그룹에서 다양하게 얹히던 엔진이고, 9단 변속기는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가장 먼저 얹는 바람에 체로키는 동급 최초라는 타이틀에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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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가속은 무난한 편이다. 변속기가 9단인데 초반에는 6, 7단 변속기랑 비슷한 느낌인데, 기어비가 무척 좁게 설정돼 있다. 평지에서 100km/h로 정속주행할 때 회전수는 8단에서 1600rpm 정도다. 이 상태에서는 9단으로 잘 올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살짝 내리막이거나 할 경우에는 9단으로도 100km/h로 달릴 수 있는데 이 때 회전수는 1,400rpm 정도다. 이렇게 달려준다면 연비는 정말 잘 나올 수 밖에 없겠다.

9단 변속기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의외로 저속 서행 구간에서 변속 충격이 좀 있다. 도심에서 차가 많아서 20 ~ 50km/h 정도 속도로 서행할 경우 엑셀을 밟았다 뗐다 할 때마다 모두 충격이 전달된다.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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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로드 승차감은 엄청 부드럽다. 예전 미국차들만큼 출렁 거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큰 요철을 지날 때면 꽤 크게 출렁거리기도 한다. 세련된 도심 SUV와 예전 미국 SUV의 중간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차가 엄청 고속으로 달리는 차는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일상적인 주행에서 큰 불편함은 없다. 이 정도면 가족과 함께 주말에 산이나 들로 여행을 가거나 오프로드 동호회에서 험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엄청 편하겠다.

신형 체로키에는 첨단 편의 안전 장비가 무척 많이 장착됐다. 차선 이탈 방지 경고-플러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플러스, 전방추돌 경고-플러스,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 후방교행 모니터링 시스템, 파크센스 평행/직각 자동주차 보조시스템 등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플러스는 기대이상으로 정교하게 잘 작동하고, 앞 차가 정차할 때 함께 정차하는 것까지 지원하는 3세대라 플러스라고 붙인 것 같다. 스티어링 휠의 버튼들로 쉽게 조절이 가능하다. 스티어링 휠 스포크 아래쪽에는 ‘SINCE 1941′이라고 새겨져 있다. 윌리스 지프가 처음 태어났던 때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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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차선이탈 방지 경고-플러스인데 보통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넘어가면 경고음을 들려주거나 진동으로 신호를 보내주는데, 플러스가 붙은 이 기능은 차가 알아서 핸들을 돌려서 차선을 넘어가지 않도록 해 준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 적용된 스티어링 어시스트가 떠오르긴 하는데 S클래스처럼 차선을 따라가는 수준은 아니고, 차선을 벗어나려고 할 경우에만 차선 안으로 밀어주는 정도다. 핸들을 잡지 않은 상태에서 연속적으로 교정을 해 주지는 않고, 핸들을 잡지 않고 있으면 핸들을 잡으라고 경고를 보내준다.

그 외에도 전방은 물론이고, 후진할 때 후방에 장애물이 있으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도 잡아 준다. 미국차, 그것도 오프로드의 대명사인 지프 체로키에서 이런 첨단 기능들을 만난다는 게 상당히 어색하긴 한데, 어쨌든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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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오프로드 실력을 살펴 볼 차례다. 시승차는 디젤 2가지 트림 중에서 윗급인 리미티드 모델이어서 험로 주파 장치인 ‘액티브 드라이브 II’ 4WD 시스템이 적용돼 있는데 랜드로버에 있는 터레인 리스폰스처럼 다이얼을 돌려서 오토, 스노우, 스포츠, 샌드/머드를 선택하기만 하면 차가 알아서 다양한 조건을 변경해서 최적의 주행성능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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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 강력한 장치가 바로 동급의 도심형 SUV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던 ’4륜 로우’ 기어다. 이 정도면 험한 지형에서 배가 닿는 경우만 아니라면 웬만한 등판이나 진흙, 모래밭 정도는 거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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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해변 옆에 있는 2미터 정도의 모래 언덕을 올라가 봤는데 조금만 탄력을 줘서 올라가면 아주 거뜬히 올라갈 수 있었다. 웬만한 고운 모래밭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저 지상고가 일반 도심형 SUV보다 높기는 하지만 완전 오프로드 수준은 아니어서 항상 배가 닿지 않도록 주의 하면서 주행하는 것은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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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체로키, 참 잘 나왔다. 잘 나가는 도심형 SUV 스타일을 적용해 세련된 디자인과 깔끔한 온로드 주행 성능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오프로드 명가 지프의 혈통을 이어 받은 만큼 경쟁모델들은 흉내 낼 수 없는 탁월한 오프로드 성능도 함께 갖췄다. 가끔 험한 길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즐거울 수 밖에 없겠다. 거기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냉방시트, 차선 이탈 방지 플러스 등의 편의 안전 사양도 동급 최강이다. 하지만 같은 가격 대의 쟁쟁한 경쟁자들과 제대로 경쟁하려면 높아진 상품성을 어떻게 고객에게 잘 전달하느냐가 숙제다. 조금은 남아 있는 미국차 특유의 출렁거림은 개인의 선호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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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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