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는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시선을 집중시키는 디자인과 압도적인 퍼포먼스, 심금을 울리는 배기음과 더불어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것만 같은 희소성까지. 그 명칭처럼 무엇 하나 “Super”가 아닌 것이 없는 슈퍼카들은 그렇기에 많은 사랑을 받음에도 쉽게 만나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성남 테마폴리스에서 개최된 “2014 럭셔리 슈퍼카 위켄드 코리아(2014 Luxury Supercar Weekend Korea)”는 그런 현실의 벽을 넘어서 대중과 슈퍼카가 만날 수 있는 멋진 연결고리가 되어주었다. 카넥트와 벨로체 미디어의 주관으로 개최된 이번 행사는 앞으로 한국 자동차 문화, 특히 폐쇄적이었던 슈퍼카 문화를 크게 바꿔 줄 터닝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2009년 캐나다 벤쿠버에서 시작된 럭셔리 슈퍼카 위켄드(이하 LSW)는 캐나다 CTV에서 세계 5대 모터쇼로 선정할 만큼 인기 있는 카쇼이다. 특히 북미권에서 인지도가 높은데, 매 행사마다 100여 대의 슈퍼카, 올드카, 튜닝카들이 전시되고, 신차 발표, 럭셔리 명품 런칭쇼, 패션쇼 등이 함께 열려 수많은 참가자들이 다양한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다.
LSW 코리아는 아시아권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행사로, 지난 7월에 이를 축하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성남에서 강남을 지나 이태원까지 슈퍼카들이 카 퍼레이드를 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번 행사는 일종의 미디어 런칭 행사로써, 향후 계획된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이벤트의 진행방향과 지향점을 보여주는 프롤로그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이번 행사는 슈퍼카 오너들의 재능기부 형태로 차량을 섭외, 전시하고 티켓 판매를 통한 수익금 전액은 ‘스타와 함께하는 즐거운 기부’를 진행하는 “위제너레이션”에 기부되는 만큼 사치스러운 슈퍼카 축제가 아닌 더욱 뜻깊은 행사가 되었다.
행사는 야탑 테마폴리스 지하의 전시공간에서 진행되었는데, 보통 대형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되는 모터쇼와 달리 실내공간에 정렬해 있는 슈퍼카들의 모습은 실로 이색적이었다. 쉽게 눈에 띄는 위치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보기 힘든 슈퍼카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 온 관람객들이 오후 무렵에는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전시된 차량들과 더불어 유명 레이싱 모델들이 자유롭게 전시차량들을 빛내주었다. 또 보통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여느 카쇼나 번잡스러운 모터쇼와는 달리 리드미컬한 클럽음악이 행사장을 가득 채워 전시회나 박람회보다는 하나의 축제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반 모터쇼와 다른 점이라면 수억 원 대를 호가하는 슈퍼카들이 일반 관람객에게도 선뜻 개방되고 있다는 점. 슈퍼카를 보며 눈을 반짝이는 어린 아이들이나 관람객들이 원한다면 슈퍼카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물론 직접 앉아볼 수도 있었다. 폐쇄적이고 관람객의 접근을 통제하는 여느 모터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또 한 가지 백미는 행사가 한창 진행중일 때에도 수시로 새로운 전시차량들이 굉음을 내며 행사장으로 들어오는 광경이었다. 여러 오너들이 자신의 차를 타고 나가 일을 마친 뒤 행사장으로 돌아와서 다시 전시를 하고, 또 도중에 행사장을 나가기도 한다. 단순히 섭외된 차량을 세워놓는 정적인 전시가 아닌, 더 생기 넘치고 활발한 행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터쇼의 패러다임을 바꿀 2014 LSW 코리아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주관사인 ‘벨로체 미디어’의 정성록 대표와 만나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모터리언 – LSW 코리아 개최를 축하드린다. 이번 행사의 취지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린다.
LSW는 캐나다에서 시작된 모터쇼로, 일반인들과 다소 괴리감이 있었던 슈퍼카 오너들로 하여금 좀 더 대중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장을 만들고자 기획되었다. 완성차 업체가 아닌 오너들을 초대하는 카쇼의 형태로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진다는 점이 기존 행사와의 차이점이다. 오늘 행사는 미디어 런칭쇼로 아직 완벽하게 준비되진 않았으나 앞으로 우리가 진행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모터리언 – 국내에서 이런 행사가 추진된 것은 처음인데,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였는가? 또 그 과정에서 어려웠던 것은 무엇인가?
슈퍼카 오너들이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여 차량 섭외에 애를 많이 먹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는 부분을 설명하면서 오너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또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슈퍼카 오너에 대한 일반인들의 거부감이 있는 편이라 어떻게 하면 이번 행사가 오너들만의 축제가 아닌 모두가 함께 뜻깊게 즐길 수 있는 이벤트가 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결과적으로 기부를 통해 일반인 관람객들에게도 의미있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마련하였다.
모터리언 – 여타 모터쇼나 카쇼와 차별화되는 점이라면 무엇이 있는가?
당연히 가장 큰 차이점은 차량 오너가 공개된다는 점이다. 관람객들은 인터넷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슈퍼카의 제원보다는 저런 차를 타는 사람은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더 관심을 갖는다. 이번에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지만 내년 상반기 1회 행사부터는 오너들에게 부스가 주어지고 그 곳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할 수 있게 준비할 예정이다. 관람객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에 대해 오너들이 직접 설명도 해주고 차량에 타볼 수도 있게 해준다. 또 오너들이 차를 세워두고 옆에서 지키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일정이나 약속이 있으면 차를 타고 갔다가 다시 자신의 차로 돌아와 즉석 전시를 하기도 하는데, 모터쇼 도중에 차가 오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광경이 될 것이다.
모터리언 – 캐나다 행사를 보니 넓은 잔디밭에서 차량을 전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늘 행사는 클럽 음악과 함께 진행되면서 마치 클럽에 온 것 같은 분위기인데, 외국 행사도 이렇게 진행되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원래 LSW는 “잔디밭이 아니면 진행하지 않는다”는 계획이었는데, 이번 첫 행사는 독특한 실내 전시장이면서 서울경기권에서 접근성이 좋은 카넥트 전시장이 있어 단촐하게 준비하였다. 아무래도 실내인데다, 최근 국내에서는 클럽문화가 큰 인기를 끄는 만큼 이번 행사를 클럽 테마로 진행하였다. 관람객들도 이런 분위기에서 파티를 즐길 수 있어 다함께 즐기기에 좋은 컨셉이었다고 생각한다. 매 행사 때마다 트렌드를 반영하여 다양한 컨셉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모터리언 – 그렇다면 앞으로 정식 행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지? 그리고 LSW 본행사 외에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는가?
일반 제1회 공식행사는 내년 4월말 내지 5월 초로 잡고 있다. 장소는 서울권의 넓은 공원이나 광장을 어레인지 중인데, 현재는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본행사 이외에도 곧 LSW 잡지가 런칭할 계획이다. 아무래도 행사는 개최주기가 길다보니 현장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잡지를 통해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랠리”라는 이름으로 슈퍼카들이 도심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랠리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지난 7월에 도심 퍼레이드를 진행하였는데, 그 때보다 더 큰 규모와 체계화된 랠리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모터리언 – 끝으로 LSW 코리아의 향후 포부를 이야기해주기 바란다.
고급 수입차들을 모아놓고 오너들이 파티를 즐긴다는 것이 자칫 부정적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LSW 코리아의 본래 취지가 오너들과 관람객들의 교류의 장을 만드는 것이고, 특히 이번 행사는 기부를 통해 관람객과 오너 모두에게 뜻깊은 자리가 되어주는 만큼 즐거운 파티를 공유하고 모두 함께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세계 5대 모터쇼의 명성에 걸맞는 더 멋진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정성록 대표와의 인터뷰를 마친 후 내년 상반기에 개최될 LSW 코리아 행사가 더욱 기대되었다. 정 대표는 내년 행사 때는 더욱 멋진 볼거리를 위해 LSW의 고향인 캐나다에서 희소한 슈퍼카들을 직접 공수하여 전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더군다나 녋은 야외공간에서 카 페스티벌로 진행된다면 영국의 굿우드 페스티벌이나 미국의 페블비치 콩구르와 맞먹는 한국 자동차 문화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저녁시간이 되자 관람객들이 하나 둘 라운지로 모여들었다. 음악이 흘러나오던 라운지에서는 레이싱 모델들의 댄스 타임과 함께 흥겨운 애프터 파티가 시작되었다. 오너들에게 관람객들이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도 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슈퍼카라는 주제로 모여 파티를 즐기는 모습은 여느 모터쇼나 카쇼에서는 볼 수 없는 근사한 자동차 축제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이미 슈퍼카 오너들 사이에는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지만,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나와 대중과 소통한다면 좁게는 슈퍼카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을 해소해줄 수 있을 것이고, 넓게는 부유층에 대한 일반인들의 거부감을 해소하고 화합하는 데에도 일조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발상의 전환으로 개최되는 모두의 모터쇼, 럭셔리 슈퍼카 위켄드 코리아가 경직된 국내 자동차 문화의 큰 전환점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