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오랜 부진을 털어내고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 때 현대기아차를 위협하는 후발주자로서 위용을 떨치기도 했으나, 최근 몇 년 간 쉐보레와 쌍용의 판매량이 반등하는 사이 낮은 국산화율과 환율변동 등 국내외적인 여건으로 인해 슬럼프를 겪어야 했다.
업계에서는 매각설까지 나돌았으나, 르노삼성은 그런 루머들을 단호히 부정하고 지난 2012년 “리바이벌 플랜”을 가동했다. 이미 품질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니 국산화율 향상, 생산효율 증대 등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여 내수 점유율 10%를 탈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이번 닛산 로그의 북미 수출 역시 이러한 르노삼성 리바이벌 플랜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다. 연간 8만 대의 닛산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하여 북미시장에 공급함으로써 북미에서의 로그 수요를 충족시키고, 동시에 부산공장의 생산역량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것. 르노와 닛산, 르노삼성의 이른바 “윈-윈-윈” 전략이 과연 르노삼성에게 날개가 되어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닛산 로그의 북미 수출을 도약의 원점으로 삼으려는 듯 성대한 행사를 준비했다. 지난 9월 26일 부산 신항만에서 개최된 닛산 로그 북미 수출 첫 선적 기념식에는 르노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질 노만 부회장, 닛산 북미지역 제품기획부문 담당 피에르 루앵 부사장, 르노삼성자동차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과 부산광역시 정기룡 부시장, 서석숭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및 협력사 대표 등 100여 명이 참석하였다.
이번 닛산 로그의 생산 및 수출을 통해 르노삼성은 중장기 중장기 생산목표 중 연간 30% 수준의 물량을 2019년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하였으며, 70%에 이르는 높은 국산화율 달성을 통해 국내 협력업체에 5년간 3조 1천억 원의 매출증대를 가져오고 향후 신형모델의 국내개발 및 생산을 위한 밑바탕을 세웠을 뿐 아니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내에서 글로벌 진출을 위한 기회를 얻었다.
이 날 행사에서는 참석자들의 축사와 더불어 북미 수출 차량의 선적식이 거행되었다. 피에르 루앵 닛산 부사장,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 등은 닛산 로그의 한국 생산과 북미 수출을 통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훌륭한 사례가 될 것이며, 향후 르노삼성자동차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축하였다.
행사 후 기자단은 부산공장의 조립생산라인을 견학하며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SM3, SM5, SM7, QM5, 닛산 로그 등 5가지 차종을 혼류생산하는 부산공장 조립라인은 올해 연간 15만 5천 대를 생산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19만 대 이상을 생산하는 르노삼성의 핵심 플랜트이다. 다양한 차종이 하나의 라인에서 생산되는 만큼 물류파트와 조립라인을 분리한 뒤 차종과 사양에 따라 선별된 부품을 싣은 카트가 라인과 함께 이동하는 방식의 Block&Kit 라인이 국내에서 최초로 적용되었다는 점이 여타 생산공장과 비교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공장을 소개한 르노삼성자동차 이해진 상무는 “우리 공장의 경쟁상대는 다른 국산차 공장이 아닌,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공장이다”라며,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독특한 생산방침을 설명했다. 세계 각지에 위치한 얼라이언스의 공장 중 판매국가에서 요구하는 품질을 충족시키면서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는 공장에 해당 모델의 생산을 수주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부산공장 역시 다른 르노, 닛산 공장과 경쟁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북미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품질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면서도 국산화율 증대 등 적극적인 생산성 향상 플랜을 도입한 덕분에 이번 닛산 로그의 생산 역시 이뤄지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이 상무는 “이번에 생산되는 닛산 로그는 미국의 테네시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과 경쟁할 것이다. 이 경쟁에서 좋은 평판을 얻게 된다면 부산공장의 미래 비전 역시 밝아질 것”이라며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재 닛산 로그를 생산하는 공장은 미국 테네시 공장, 일본 큐슈 공장, 그리고 부산공장 등 3곳 뿐이며, 이 중 북미 판매분은 미국과 한국에서만 생산된다.
라인 견학에 이어 르노삼성자동차 갤러리에서 간단한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기자 간담회에서는 르노삼성자동차와 닛산 로그 수출 등에 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이하는 질의응답 내용이다:
Q1. 현대기아차의 경우 수출의 비중이 전체의 84.8%에 육박한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여전히 내수가 수출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상적인 내수와 수출의 비율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또 부산에서 로그를 생산하여 수출하는 것이 닛산과 르노삼성에게는 어떤 이득이 되는가?
A: 금번 로그 수출을 통해 이제 우리 또한 내수보다 수출의 비중이 높아지게 되었다. 이는 한국 자동차 업계의 다른 업체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르노삼성의 첫 번째 목표는 한국시장에 집중하는 것이며, 둘째는 아시아 국가로 수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통해 북미에도 수출하게 되었다. 덧붙여, 닛산은 미국 공장에서 생산 용량이 꽉 찬 상태이다. 즉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생산량에 여유가 있었던 부산 공장의 추가 물량 생산을 통해 북미 판매를 위한 추가물량을 확보하였다. 한편 르노삼성은 생산과정에서의 국산화를 통해 협력업체가 확대되었고, 이것은 이후 QM5 후속 등의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Q2. 신차개발에 로그가 사용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신차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가? QM5의 후속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는지?
A: 질문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했듯이 로그의 플랫폼은 아직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얼라이언스 내 많은 제품과 공유할 예정이다. 또 이미 콜레오스(*주: QM5의 르노 판매명)의 후속 개발은 르노삼성의 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는 한국이 르노의 글로벌 사업을 지원하는 데에 포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은 아태지역에서 시작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역할 또한 맡게 될 것이다. QM5 후속모델이 대표적인 예이다.
Q3. QM5 이후 다른 신차개발 계획은 없는가? 또 르노삼성을 위한 전용 모델 개발계획은 없는지? 그리고 닛산이 부산에서의 로그 생산과정에서 어떻게 품질을 검증했는지 궁금하다.
A: 현재는 어떤 한 모델에 집중하기 보다는 글로벌 모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QM5와 SM5 후속모델은 한국의 르노삼성 연구소가 맡고 있는데, 이는 르노삼성의 개발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이번 로그 프로젝트는 닛산의 방식으로 추진되었고, 특히 신차개발 과정에서 닛산의 품질 관리관이 직접 공장을 방문하여 감사를 진행했다. 특히 미국 고객이 관심갖는 기능과 정숙성에 중점을 두었다.
Q4.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새로운 CMF 플랫폼으로 14개 모델 160만 대 차량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이 구체적으로 진전되고 있는가? 그리고 부산공장에서 로그 와 QM5 후속 이외에 이를 활용한 신차 생산계획이 있는가?
A: CMF는 일종의 모듈 개념으로써 하나의 차를 생산할 때 나누는 5개 주요 부품을 하나의 패밀리로 보고, 이 안에서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SM3, SM5 후속모델 역시 이를 활용해 생산할 것이며, 닛산의 로그와 캐시카이도 같은 CMF를 기반으로 생산된다.
Q5. 닛산 로그의 북미 현지가격은 얼마인가? 그리고 국내생산분과 북미생산분의 가격은 같은지? 또 수출 물류비 등으로 인한 마진율 변동은 어떻게 감수하는가?
A: 미국 현지 가격은 22,000~32,000달러 정도이며 부산과 스미나 공장에서 생산되는 로그는 같은 차종이고 같은 사양이기 때문에 당연히 같은 가격에 판매된다. 또 우리가 이번에 북미에 수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제품 경쟁력이다. 리바이벌 플랜을 통해 부산공장의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한편 부품 국산화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좋은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제공하게 되었고, 이는 부산공장의 우수한 경쟁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Q6. 로그의 국내 판매 계획이 있는가? 판매한다면 르노삼성 또는 닛산 중 어느 쪽이 되는지? 또한 지난 4월 카를로스 곤 회장이 방한하여 부산공장의 생산성 향상을 촉구하며 노조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이후 어떤 부분들이 개선되었는가?
A: 한국에서의 판매 계획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권한이 없다. 지난 2년 간의 리바이벌 플랜을 통해 공장 생산성은 약 30% 정도 향상되어 얼라이언스 내에서 상위그룹에 들어섰다. 금년도 임단협이 이번 주 초에 마무리 되었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르노삼성 노동조합은 이번이 1대 노조로서, 회사와 노조 모두 경험이 부족하여 오래 걸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노조 역시 가격 경쟁력과 생산성이 우리 회사의 경쟁력임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임단협이 원만히 마무리 되었다고 본다.
짧은 간담회였지만, 르노삼성이 더 이상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생산기지가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의 적잖은 역할을 맡고자 하는 강력한 포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르노삼성은 내년에 연간 19만 대, 후년에는 20만 대 이상 생산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그간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SM5의 라인업 확대,QM3 및 SM7 노바 등 신차 출시와 닛산 로그 생산을 통해 활기를 되찾고 있는 르노삼성이 재흥을 이뤄내 전성기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