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뉴 911 타르가는 911의 폭발적인 운동성능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 독특하면서도 환상적인 자태와 개성 넘치는 오픈 탑을 갖췄다. 특히 원조 타르가의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받아 현대적으로 매끈하게 다듬었으며, 탑은 전동식으로 완벽하게 여 닫을 수 있어 쿠페와 컨버터블의 장점을 한데 모은 ‘하드탑 컨버터블’의 포르쉐식 해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카브리올레만큼 개방감이 크지 않고 실내로 들이치는 바람도 많은 편이다.
911은 포르쉐의 첫 스포츠카였던 356에 이어 더욱 커지고 더 강력한 스포츠카로 1963년 등장을 했고, 지금의 7세대에 이르기까지 진화를 거듭하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카로 자리잡은 모델이다. 사실 그 동안의 모든 911은 모델명이 911 한가지이지만 많은 매니아들은 각 모델의 코드명으로 세대를 구분하고 있다.
최초의 911은 코드명이 901이었고, 2세대 930, 3세대 964, 4세대 993, 5세대 996, 6세대 997에 이어 지금의 7세대 모델이 991이다. 이들은 모두 리어 엔진, 리어 드라이브, 줄여서 ‘RR’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고, 모두 수평대향 복서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전통이다. 한 때 911의 전통처럼 여겨졌던 공랭식 엔진은 4세대인 993까지 사용됐고, 5세대부터는 수냉식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디자인은 꾸준히 변하긴 했지만 지금도 누구나 척 보면 911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가장 강력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911은 엔진과 굴림방식, 지붕의 형태 등에 따라 매우 많은 가지치기 모델을 갖추고 있다. 911 카레라, 911 카레라 S, 911 카레라 4, 911 카레라 4S, 911 카레라 카브리올레, 911 카레라 S 카브리올레, 911 카레라 4 카브리올레, 911 카레라 4S 카브리올레, 911 타르가 4, 911 타르가 4S 이렇게 총 10가지의 기본형 가지치기 모델이 있고, 여기에 더해 성능에 따라서 911 카레라 GTS, 911 터보, 911 터보 카브리올레, 911 터보 S, 911 터보 S 카브리올레, 그리고 911 GT3, 911 GT3 RS, 911 GT2 등으로도 확대가 된다. 거기다 레이스를 위한 모델로 911 GT3 CUP, 911 GT3 R, 911 RSR 등도 추가된다.
911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이 있으니 정말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이번에 시승한 911 타르가는 1세대 911이 등장한 2년 뒤인 1965년에 오픈카 형태로 개발이 되었는데, 당시 미국의 안전 규정 때문에 매우 독특한 형태의 롤 오버 바가 B필러 형태로 장착이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독특한 911에 포르쉐는 타르가 플로리오 경주에서 우승한 것을 기념해 타르가라는 이름을 붙였다.
당시 타르가는 프레임이 상당히 높게 솟아 있어서 옆에서 보면 기본형 쿠페와는 다른 라인을 보여주는데 독특하긴 하지만 그다지 매력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2세대 타르가부터는 롤 오버 바 뒤에 통유리가 장착됐으며, 3세대인 964까지 이와 같은 형태를 유지하다가 4세대인 993부터는 오늘날의 파노라마 루프를 닮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지붕 양 옆 선을 따라서 레일이 설치되고 그 가운데를 전부 유리로 덮고 유리의 윗 부분을 썬루프처럼 여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방식도 지난 세대인 997까지 3대에 걸쳐 유지되었는데, 이번에 7세대 911에서 다시 원래의 타르가 스타일로 완전히 바뀌었다.
7세대 타르가는 B필러 격인 롤오버바가 적용됐다는 점에서 원조 타르가 디자인의 컴백이라 할 수 있는데 세월 따라 기술이 급격히 발전된 만큼 롤오버바의 적용에도 불구하고 루프 라인은 쿠페와 거의 동일하다. 옆에서 보면 그냥 쿠페에 넓은 은색 허리띠를 찬 정도로만 보인다. 그리고 그 허리띠 뒤쪽은 통유리로 되어 있다.
그리고 초기에는 지붕을 손으로 분리해 따로 보관해야 했지만 이제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지붕을 분리해서 시트 뒤쪽에 깔끔하게 수납해 준다. 탑을 벗기는 과정은 메르세데스-벤츠 SLK 이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하드탑 컨버터블과 매우 유사하다. 아마 포르쉐도 하드탑 컨버터블로 제작하고 싶은 유혹을 받았겠지만 결론은 전통적인 타르가 스타일을 유지했다.
은색의 롤오버바 속에는 철제 프레임이 차체와 견고하게 고정돼 있고, 외부의 은색 부분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검정색 지붕은 표면에 천이 덮여 있어 소프트탑처럼 보이지만 그 안쪽에는 매우 가볍고 단단한 소재인 마그네슘 패널로 되어 있다. 표면을 천이 아닌 차체색으로 해도 괜찮을 것 같아 보이다. 롤오버바 뒤쪽에는 유리가 덮여 있는데 C필러가 없는 그냥 통으로 된 곡면 유리가 덮여 있다.
탑을 열 때는 먼저 유리를 열어 올리고, 지붕을 그 아래로 집어 넣고, 다시 유리를 덮어 주면 변신 끝. 열거나 닫는 데는 19초가 걸린다. 소프트 탑이 적용된 911 카브리올레가 60km/h 속도 내에서는 주행 중에도 탑을 열거나 닫을 수 있는 것과는 달리 하드탑의 일종인 타르가 탑은 차가 정차해야만 열거나 닫을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아쉽다.
911 타르가는 4륜 구동 모델만 나오고, 엔진에 따라 911 타르가 4, 그리고 911 타르가 4S로 나뉘는데 이번에 시승한 차는 더 강력한 엔진을 얹은 911 타르가 4S다. 포르쉐는 4륜 구동 모델의 뒤 펜더를 22mm 더 넓게 만든다. 와이드 펜더라고 부르는데 측면에서나 뒷면에서 봤을 때 2륜 구동 기본형 바디에 비해 와이드 바디가 주는 라인이 정말 섹시하다.
실내는 기본 911과 완전히 똑같다. 기어 레버 아래 탑을 여는 버튼이 위치하고 있는데 이 버튼은 쿠페에선 썬루프를 여는 버튼으로, 카브리올레에선 탑을 여는 버튼으로 사용하고 있어, 정말 다른 곳이 한 군데도 없다.
열쇠가 911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시승차에는 스마트 키가 적용돼 있지 않아서, 키를 스티어링 칼럼 왼쪽에 꽂고 돌려서 시동을 건다. 시동 거는 방식이나 계기판이 5개의 원으로 구성된 모습은 911의 전통이다. 반면 센터페시아와 센터터널은 최신 포르쉐 인테리어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시트에는 기본형과 달리 어깨 쪽을 넓게 디자인한 스포츠 시트가 적용돼 있는데, 옆구리와 허벅지 조임 정도도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
기어레버 아래에는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선택 버튼과 댐퍼 조절 버튼, 그리고 배기 조절 버튼들이 나열 돼 있다.
911 타르가 4S에는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44.5kg.m를 발휘하는 수평대향 6기통 3.8리터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뒤 꽁무니에 얹혔다. 변속기는 포르쉐 듀얼클러치 변속기 7단 PDK가 적용됐고, 굴림방식은 타르가는 모두 4륜 구동만 적용된다.
시승차에는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플러스가 적용돼 있어서 론치 컨트롤을 사용해서 출발이 가능하다. 스포츠 플러스 버튼을 누르고, 왼발로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오른 발로 엑셀을 끝까지 밟으면 스티어링 휠 상단에 ‘론치 컨트롤’ 표시등이 뜨고, 엔진은 회전수를 약 5,000rpm 정도로 올려서 회전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 왼발의 브레이크를 놓으면 차가 총알처럼 튀어나간다.
0~100km/h 가속에는 4.4초가 걸리는데, 론치컨트롤를 사용하면 정신이 먹먹해 질 정도로 아찔하게 튀어나간다. 물론 더 빠르면 더 짜릿하겠지만 이 정도 가속만으로도 그 짜릿함은 엄청나다.
최고속도는 296km/h다. 쿠페보다 살짝 낮아져 300km/h를 넘진 못하지만 최고속까지 밀어 부치는 파워가 거침이 없다. 996은 물론 997까지만 하더라도 카레라 S 급에서는 이 속도까지 이렇게 강하게 밀어 부칠 수가 없었다. 300km/h가 어떤 상징성을 갖는다고 한다면 이제는 카레라 S 급으로도 충분히 강력함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할 수 있겠다.
같은 엔진과 변속기를 얹은 카레라 S 쿠페가 4.3초, 302km/h, 카레라 4S 쿠페가 4.3초, 297km/h, 카레라 4S 카브리올레가 4.5초 294km/h 이므로 타르가는 쿠페보다는 조금 느리고, 카브리올레보다는 조금 빠른 것으로 결론 내리면 되겠다.
차체 강성 역시 카브리올레보다는 높지만 아무래도 쿠페만할 수는 없다. 가끔 이곳 저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차체가 삐걱거리는 것은 아니고 비틀림에 따라서 가죽이나 플라스틱이 마찰되면서 들리는 소리다.
탑을 열고 달리는 느낌은 단순히 썬루프를 열고 달리는 것은 물론 지난 세대 타르가의 유리 지붕을 연 것과 비교해도 개방감이 확실히 뛰어나다. 사실 카브리올레와 거의 같다고 봐도 좋을 만하다. 그런데 머리 뒤로 꽤 두꺼운 롤오버바가 위치하고 있어 그 바에 부딪혀서 다시 실내로 유입되는 바람이 만만찮다. 고속으로 달리면 꽤 신경이 쓰인다. 카브리올레에서 뒤에 윈드디플렉터를 세우고 달릴 때에 비해 더 많이 들이치는 느낌이다. 탑을 닫았을 때는 외부 롤오버바 부위에서 약간의 풍절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4륜 구동 시스템은 PTM (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에서 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앞 뒤로 배분을 해 주는데 그 상황을 계기판 모니터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급가속 할 때는 거의 5:5 정도까지 앞바퀴에 구동력을 배분해 주는 것이 보이고, 일반적인 크루징 상황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구동력이 뒷바퀴에만 전달된다. 구동력 배분 상황은 계기판 맨 오른쪽 모니터를 통해서 볼 수 있다.
911 타르가 4S는 911의 강력한 코너링 실력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특히 4륜 구동에 토크 백터링까지 더해져 코너를 돌아가는 실력이 그야말로 놀랍다. 911은 쿠페든, 카브리올레든, 타르가든 가릴 것 없이 모두 강력한 와인딩 머신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4륜 구동 모델인 4S는 후륜구동 모델에 비해 확실이 뉴트럴 성향이 강하다. 그 동안 911이 살짝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이다가 계속 밀어부치면 어느 순간 오버스티어로 확 돌아 서는 경향을 많이 보였는데, 4S 모델은 꿋꿋이 뉴트럴을 유지해준다. 이전 세대 4S 모델이 다소 심심한 느낌이었다면 991 4S 모델은 매끄럽게 돌아나가면서도 긴장감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 놀랍다. 한계가 높아지면서 운전자의 담력은 계속해서 테스트를 받는 기분이다.
탑을 열고 코너를 달리면 짜릿함은 거의 공포감 수준으로 증폭된다. 뒤쪽에선 그러렁 거리는 포르쉐 노트가 쫓아 오고, 머리 위로는 스치는 바람 소리가 긴장감을 높여준다. 산길이라면 쩌렁 거리는 배기음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기까지 하니 정신이 없을 정도다.
헤어핀을 강하게 밀어붙여 보면 초반에는 매우 예리하게 코너를 따라 도는데 헤어핀이 끝나는 부분에서 코너 안쪽으로 조금 더 감아보려고 시도하면 의외로 스티어링이 무뎌지는 느낌이다. 스티어링을 더 감아도 머리가 따라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위험한 상황으로 가는 것은 아닐 뿐더러 오히려 주행 라인 면에서는 더 유리할 수도 있지만 이 상황에 대해서는 좀 더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뉴 911 타르가 4S는 디자인이 멋지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일반 쿠페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는 이들에겐 멋진 허리 벨트가 확실한 패션포인트 역할을 할 수 있다. 탑은 전자동으로 열리고 카브리올레 수준의 개방감을 즐길 수 있으며, 탑을 열고 달리면 고속이든 코너든 짜릿함은 배가된다. 반면 탑을 열었을 때 실내로 들이치는 바람이 거세지는 것은 다소 아쉽다. 어쨌든 911의 다양한 라인업에 매력적인 선택지가 또 하나 더 늘어난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고, 더불어 911을 구매 리스트에 올리고 있는 이들에겐 즐거운 고민이 또 하나 더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