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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컴팩트한 럭셔리,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SD4 5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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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규어 랜드로버의 성장세가 매섭다. 지난 해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의 성장률은 전년 대비 61%에 달했고, 올해 역시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32%의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소 매니악한 브랜드라고 여겨지던 재규어와 랜드로버가 길거리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것 또한 그런 까닭일 것이다.

그런 두 브랜드의 약진에는 디자인 혁신의 공이 컸는데, 디자인 혁신에 있어서 재규어에 이안 칼럼의 손길이 닿은 XF가 있다면, 랜드로버에는 최신 랜드로버의 디자인 큐를 이끌어가는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있다. 고급스러움으로 가득하지만 권위적이고 보수적이었던 기존 랜드로버의 스타일링은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혜성같은 등장과 함께 대전환기를 맞이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만큼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랜드로버에게 특별한 모델이며, 또한 시장에서도 여타 컴팩트 SUV와는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지니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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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이보크 디자인의 뿌리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된 LRX 컨셉트카는 날카로운 인상을 지니고 파격적인 쿠페 스타일 바디를 과시하며 돌풍을 예고했다. 관람객들과 세계 자동차 팬들의 찬사에 힘입어 LRX 컨셉트는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며 양산이 결정되었고, 2011년 쿠페와 5도어 등 2가지 바디 타입을 제공하는 레인지로버 이보크로 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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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이보크는 글로벌 시장에서 뚜렷한 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풀 모델 체인지된 레인지로버와 레인지로버 스포츠 등 여타 라인업의 디자인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공개된 디스커버리 스포츠 역시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스타일링을 계승하고 있을 정도이니 랜드로버의 디자인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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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확연한 개성과 의미를 지닌 쿠페 스타일의 컴팩트 SUV, 레인지로버 이보크 5도어를 직접 타봤다. 시승차는 디젤 파워트레인을 갖춘 SD4 프레스티지 모델로, 럭셔리 SUV를 표방하는 레인지로버 라인업의 막내다운 상품성을 갖춘 모델이다. 첫 인상부터 강렬한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여전히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14년형부터 기본트림인 “퓨어”가 추가되면서 접근성이 높아진 것은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흠모하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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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둘러보면, 작은 차체에 비해 상당히 큰 볼륨감을 지녔다고 느껴진다. 전장*전폭*전고가 4,355*1,900*1,635(mm)인데, 전장은 BMW X1보다 짧지만 전폭은 오히려 X3보다도 넓다. 불룩한 후드와 근육질의 휀더, 높은 숄더라인이 볼륨감을 더해준다. 게다가 전고 또한 일반적인 SUV의 비례에 비하면 퍽 낮은 편이라 넓고 낮은 쿠페형 디자인이라는 것이 새삼 와닿는다. 여기에 몸집에 비해 큰 알로이 휠과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가 장착되니 여지없이 스포츠카처럼 달려나갈 준비를 하고 웅크린 자세가 나온다. 출시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근사한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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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에 올라타보면 SUV 치고 그렇게 껑충하지 않다는 것이 다시 한 번 느껴진다. 적당한 지상고 덕분에 키가 작은 여성도 탑승에 불편함이 없고, 숄더라인이 높은 디자인임에도 시야가 답답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는다. 오프로드 명가 랜드로버지만, 다분히 도시적인 감각이 반영됐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단, 볼록거울이 적용된 조수석 사이드미러와 달리 일반거울로 되어 시야를 극히 제한하는 운전석 사이드미러는 감점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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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것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내장재다. 랜드로버, 특히 레인지로버는 “사막의 롤스로이스”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명불허전이라고, 레인지로버 이보크 역시 그 이름에 걸맞게 다분히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스티치가 돋보이는 대쉬보드의 가죽은 메탈 재질과 잘 어우러지고, 버튼 하나하나와 다이얼의 조작감 역시 저렴함과는 거리가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에 공통으로 사용되는 근사한 시프트 다이얼 역시 빠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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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의 시트는 밝은 브라운톤에 베이지색 스티치가 들어갔는데, 색 조합이 클래식한 가죽공예품을 떠올린다. 앞좌석 시트는 코너링에서도 탑승객을 충분히 홀딩해주면서도 장거리 운전에 불편함이 없는 안락함을 제공한다. 다만 운전석의 경우 스티어링 칼럼의 위치가 기본적으로 높아서 세단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처음에 시트포지션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또 대부분의 기능이 전자동인데 기왕이면 스티어링 휠 텔레스코픽 역시 전동식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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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류는 불필요하게 나열하지 않고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도록 배치되어 있다.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등은 모두 8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 속으로 들어갔다. 오디오는 이 컴팩트한 차체에 무려 11개의 스피커가 장착된 프리미엄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이 들어가는데, 블루투스 스트리밍 시에도 음질이 매우 훌륭하다. 시승 내내 오디오 사운드에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한가지 흠이라면 터치스크린 모니터 주변이 음푹 파여있어 모서리 부분 터치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 베젤을 추가하거나 액정을 앞으로 당기는 등의 수정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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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공간은 생각보다 안락하다. 낮은 루프라인때문에 머리가 닿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180cm 이상의 성인남성도 앉을 만 하다. 물론 가운데 좌석은 오랫동안 탑승할 만한 곳은 아니지만, 어짜피 뒷좌석보다는 운전자를 위한 모델이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겠다. 컨셉트카에서 그대로 가져온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는 개방은 되지 않지만 앞, 뒷좌석 모두에게 탁월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숄더라인이 높고 창문이 작아도 갑갑함이 느껴지지 않는 데에는 이 글래스 루프의 공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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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트렁크 공간도 쓸 만 하다. 겉보기보다 트렁크도 깊고, 효율적인 적재를 위해 러기지 레일도 장착되어 있다. 6:4 폴딩도 지원하지만 이보크를 타면서 폴딩을 해가면서까지 짐을 실을 일이 얼마나 있겠나 싶기도 하다. 전 모델에 기본으로 전동식 테일게이트가 탑재되는데, 운전석에서는 열 수는 있지만 닫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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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형 레인지로버 이보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파워트레인이다. 엔진은 기존과 같은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2.2L 디젤 엔진의 2종류이지만, 6속 자동변속기가 승용차 최초의 ZF제 9속 자동변속기로 바뀌었다. 디젤 엔진의 경우 최고출력은 190마력이고 최대토크는 42.8kg.m에 이른다. 특히 최대토크는 실용영역대인 1,750rpm에서 발휘되어 도심주행에 스트레스가 없다. 고속주행에서도 마찬가지로 처지는 느낌 없이 꾸준한 가속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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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6단 변속기가 대세였던 자동차 업계에서 어느 새 9단 변속기를 탑재하고 곧 10단 이상의 다단변속기도 출시된다고 하니, 연비개선과 배기가스 배출량 감소를 위한 업계의 피나는 노력이 새삼 느껴진다. 새로운 변속기 덕분에 디젤 모델의 공인연비는 도심, 고속도로 각각 11.6km/L, 16.0km/L에 복합 13.3km/L 수준으로 개선되었다. 실제로도 시내에서 연비는 10km/L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으며, 고속도로 연비는 정속주행 시 15km/L를 가볍게 넘었다. 특히 시내주행에서는 랜드로버 중 처음으로 도입된 인텔리전트 스톱/스타트 시스템의 덕을 톡톡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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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9단 변속기에 큰 이질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기어비 세팅은 1~4단까지는 일반 6단 변속기와 큰 차이가 없지만 그 이후의 항속기어를 촘촘하게 나누어 고속도로 크루징에서 더 효율적이다. 140km/h로 주행해도 엔진회전수는 1,500rpm을 넘기지 않는다. 저단에서는 다소 변속충격이 느껴지는데, 심하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같은 변속기를 채택한 지프 체로키에서도 변속충격이 심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향후 미션로직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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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은 스포티한 디자인에 비해서는 부드러운 편이라서 여성이 운전하기에도 거부감이 없다.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넘는 실력이 수준급이다. 하지만 일정 이상의 횡G가 걸리는 상황이 되면 휘청이지 않고 자세를 잡아준다. 덕분에 어떤 스피드레인지에서도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수준높은 서스펜션 세팅과 더불어 토크벡터링 브레이크 기능과 전자제어식 상시4륜구동 시스템은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를 모든 주행환경에서 적극적으로 억제해주어 와인딩 로드 주행에서도 불안함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노면소음과 풍절음이 상당히 절제되는 것 또한 불안감을 없애주는 데에 한 몫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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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도심형 컴팩트 SUV라 할 지라도 오프로드에 특화된 랜드로버의 DNA를 숨길 수는 없다. 랜드로버가 자랑하는 “터레인 리스폰스” 시스템은 전자식 제어를 통해 다양한 노면상황에서 발군의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시승 중 백사장에서 간이 오프로드 체험을 해봤는데, 온로드용 타이어임에도 불구하고 “샌드” 모드로 전환하니 어렵지 않게 모래밭을 통과할 수 있었다. 물론 하드코어한 오프로드 주행은 어렵겠지만, 오프로드 시늉을 내는 데에 그치는 작금의 승용 SUV 시장에서는 눈에 띄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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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이보크는 합리적인 판단만으로 구입하는 차는 아니다. 편의사양을 주렁주렁 달고 있지도 않고, SUV 치고는 공간활용성이 탁월하지도 않다. 동급대비 차별화된 고급스러움을 내세우고 있지만, 6,600~9,000만 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대가 그것 하나만으로 납득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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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남다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9,000만 원의 예산을 들고 동 가격대에 포진한 수많은 수입 프리미엄 모델들을 외면하고 개성이 뚜렷한 이 차를 선택하는 데에는 그 만큼의 여유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 특별한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이보크는 최선의 선택이 된다. 조금 불편해도 더 근사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스타일로 무장한 럭셔리 컴팩트 SUV로써, 오히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틈새시장에서 이렇다 할 경쟁자 없이 독보적인 존재이며, “없어서 못 파는” 이보크의 판매실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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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르쉐 마칸이나 BMW X4와 같이 실용성보다는 스타일과 개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컴팩트 SUV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레인지로버 이보크 역시 정상의 위치를 도전받고 있다. 하지만 남성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포르쉐나 상대적으로 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BMW에 비하자면 정통 오프로더이면서도 타협없는 럭셔리함을 두루 갖춘 랜드로버의 색깔은 개중에서도 여전히 뚜렷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것이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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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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