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신형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는 기함 S클래스를 닮은 외모와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차체 크기,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해진 실내로 존재감을 확고히 하고 나섰다. 메르세데스 모델들 중 최초로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메르세데스가 자랑하는 첨단 안전 장비도 대거 적용했다. 기존 C클래스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을 거의 개선하고 등장한 만큼 현재로선 큰 단점을 찾기 힘들만큼 완성도가 높아졌다.
럭셔리 브랜드의 모델 들 중 가장 큰 시장이면서 또한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세그먼트가 바로 컴팩트 세단인데,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 아우디 A4가 그야말로 피 터지게 싸우고 있다. 이들 중 가장 최근에 등장해 주도권 탈환을 노리는 모델이 바로 C 클래스다.
지난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등장한 5세대 뉴 C클래스는 그 어느 때보다 기함 S클래스를 많이 닮은 모습 때문에 기대를 많이 모았다. 지금 판매하고 있는 S클래스가 그 만큼 모든 면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다.
전통을 강조하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할 것 같은 메르세데스-벤츠이지만 사실은 언제나 자동차의 미래를 선보여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 대단한 브랜드라고 할 수 밖에 없는데, 특히 이번 S클래스가 그런 미래 자동차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선보였고, 그 뒤를 이어 등장한 신형 C클래스에서 S클래스의 향기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C클래스의 역사를 살펴보면 C클래스라는 이름을 처음 쓴 건 1993년부터이지만 그 이전에 1982년에 등장한 190 모델의 코드명이 W201이어서 C클래스의 1세대로 보는 견해가 많다. 그 후 W202, 203, 204를 거쳐 현재 5세대 W205에 이른 것이다.
뉴 C클래스의 가장 큰 특징은 차체가 많이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 모델은 휠베이스가 2,760mm 정도의 크기였는데, 아우디 A4가 가장 먼저 2,808mm로 2,800mm 대로 진입했고, 뒤 이어 3시리즈가 조금 더 큰 2,810mm로 선보였다. 이렇게 휠베이스에서 열세였던 C클래스가 드디어 2,800mm대로 진입하면서 아예 80mm나 늘여서 경쟁모델 들 중 가장 긴 휠베이스인 2,840mm 크기로 등장한 것이다. 컴팩트 럭셔리 세단이지만 넉넉한 실내 공간 면에서 획기적인 방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구분이 컴팩트 세단이지 공간을 생각하면 중형 세단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일 정도다. 그리고 차체는 커졌는데도 알루미늄과 스틸의 하이브리드 섀시를 사용한 경량화를 통해 100kg가까이 몸무게를 줄인 것도 반가운 내용이다.
외관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이미지가 강조됐다. 그 동안 상당히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했는데 여러 컨셉트카들에서 보여줬던 미래적인 이미지를 잘 반영하면서 S클래스를 많이 닮은 앞 모습에서 볼륨감과 역동적인 곡선이 돋보인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아방가르드 모델은 그릴 가운데 세 꼭지 별이 크게 자리하고 있고, 익스클루시브 모델은 보닛 위에 벤츠 마크가 위치한다.
특히 옆모습에서 노즈가 길고 데크가 짧은 비례가 역동성을 가장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주로 3시리즈에서 봐 왔던 비례인데 C클래스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긴 노즈에서 이어지는 A필러도 뒤로 많이 누우면서 캐빈부가 쇄기형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뒷모습 역시 리어 램프 등에서 S클래스 냄새가 많이 나다. 전반적으로 리틀 S클래스라는 이미지가 딱 맞아 떨어지는 모습이다.
익스테리어의 키워드가 역동성이었다면 인테리어의 키워드는 고급스러움이다. 지난 세대 C클래스가 인테리어에서 싼 티가 난다는 비난을 많이 들었는데 비난이 커지자 결국 페이스리프트를 통해서 고급스러운 소재를 더 많이 적용하면서 조금 더 고급스럽게 바꿨었다. 이번에는 아예 작정하고 고급스럽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고급스러움이 넘쳐나는데 역동적인 이미지도 잘 가미한 편이다.
실내에서 첫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동그란 에어벤트다. 센터페시아 중앙 상단에 3개의 동그라미가 자리하고 있고, 좌우 끝에 하나씩 더 배치돼 있다. 이 원형 에어 벤트 디자인은 요즘 메르세데스가 밀고 있는 스포츠 이미지인데, 수퍼카 SLS AMG부터 시작해서 SL, SLK 등 스포츠카에 주로 적용되던 것을 최신 S클래스에도 확대 적용 했다. S클래스에는 가운데 에어 벤트가 4개에다 한 가운데 아날로그 시계까지 합쳐서 가운데만 원이 5개나 모여있기도 하다. C클래스도 에어벤트는 총 5개이지만 도어에 위치한 스피커와 계기판의 동그라미까지 1열로 배열되어 있어 운전석에 앉으면 총 9개의 동그라미에 둘러 싸인 형상이 된다.
기능적으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메르세데스-벤츠에서는 처음으로 적용된 헤드업 디스플레이다. 그 동안 BMW와 아우디는 적용을 하는데 벤츠에는 적용이 안되고 있어서 많이들 아쉬워 했던 만큼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이제 스타트를 끊었으니 곧 다른 모델들로도 확대가 될 것을 기대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운전자의 체형에 따라 보여지는 높이와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커맨드 컨트롤러도 새로운 디자인과 함께 상단에 터치패드가 적용됐다. 컨트롤러 위에서 손가락을 움직이면 커서가 이동하기도 하고, 두 손가락으로 확대와 축소도 할 수 있으며,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면 한글까지 인식이 가능하다. 그런데 시승 중 사용해 보니 생각보다 작동이 잘 되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 터치 패드가 활성화 되는지 어떤 제약이 있는지 매뉴얼을 한 번 찾아 봐야겠다.
시트는 보기에는 무덤덤하고 그냥 여유 있어 보이는데 의외로 몸을 잘 잡아주고 앉는 느낌도 좋다.
이번 C클래스에는 S클래스에 적용됐던 실내 조명 색깔을 바꾸는 기능인 엠비언트 라이트 변환 기능이 더해졌다. 단 S클래스보다는 적은 3가지 색상 중에서도 바꿀 수 있다.
오디오는 S클래스에 적용된 버메스터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13개의 스피커로 590w 출력의 섬세하고도 강력한 사운드를 뿜어낸다.
C클래스는 이번에 2.0 가솔린 엔진과 2.2 디젤 엔진 이렇게 두 가지 엔진으로 먼저 선을 보였는데, 오늘 시승하는 차는 2.2 디젤 엔진을 얹은 C220 블루텍 아방가르드 모델이다. 이 2.2 엔진은 이미 여러 모델에 적용돼 있어서 많이 경험했던 엔진인데, 이번에는 블루텍 기술이 적용되면서 배기 가스를 더욱 깨끗하게 만들었고, 에코 스타스/스톱 등의 적용으로 연료 효율도 12% 향상됐다. 블루텍 기술에는 촉매에 의해 질소산화물을 흡장 정화하는 ‘NOx 흡장 환원 촉매법’과 ‘AdBlue’라고 불리는 수용성 요소 액을 배기가스에 분사함으로써 촉매 컨버터 안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질소산화물을 무해한 질소와 물로 분해시키는 SCR(선택적 촉매환원법)이 적용되었다.
연비는 이전 모델이 15.6km/L였는데 이번에는 17.4km/L로 올라갔다. 최고출력은 170마력, 최대토크는 40.8kgm를 발휘하고 변속기는 벤츠가 자랑하는 7단 자동 7G트로닉 플러스가 얹혔다.
차체가 커졌지만 경량화 덕분인지 0~시속 100km 가속에는 이전모델보다 약 0.7초 빨라진 7.4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233km/h까지 올라간다. 가속이 무척 경쾌해졌다. 배기량이 2.0보다 살짝 더 높긴 하지만 어쨌든 파워풀한 달리기가 일품이다. 184마력의 320d와 가속력이 같다. 연비는 아무래도 배기량이 조금이라도 더 낮은 320d가 18.5km/L로 조금 더 좋다. 아우디 A4 2.0TDI는 앞바퀴 굴림에는 150마력 엔진이 얹히고, 177마력 엔진은 콰트로와 결합돼 가속력이나 연비 모두 벤츠와 BMW에 조금씩 뒤진다.
주행모드는 어질리티 컨트롤을 통해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그리고 인디비주얼 총 5가지의 주행모드 중 선택할 수 있다. 아무래도 에코와 스포츠를 주로 선택하게 될 것 같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는 응답성이 무척 높아져 매우 경쾌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예전 벤츠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벤츠는 엑셀을 밟아도 한 박자 늦게 움직이고, 굼뜨다고 기억하겠지만, 지금 벤츠는 전혀 그렇지 않다. 엑셀 응답성도 무척 놓아졌고, 훨씬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주고 있다.
승차감은 기대보다 단단하다. 전체적으로 여유 있고 안락하지만 노면의 정보를 꽤 잘 전달하는 편이다. 덕분에 핸들링도 무척 안정적이다. 얼마 전 화성 자동차 성능 시험 연구소에서 있었던 C클래스 시승회에서도 슬라럼에서 매우 안정적인 주행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메르세데스-벤츠답게 고속 주행 안정성은 최고다. 기본적으로 고속 크루징에 적합한 벤츠이지만 이번에는 휠베이스도 늘어나 더욱 안정감이 돋보인다.
5세대 C클래스는 4세대 C클래스에서 지적 받았던 부분을 거의 개선해서 등장했다. 특히 디자인과 소재의 질감에서 고급감을 많이 강조해 메르세데스다운 면모를 확실히 보여준다. 더불어 역동성을 더해 마냥 나이든 사람들만 타는 차의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C클래스로선 이런 변화가 그 동안 간절했던 만큼 보다 젊은 이들이 더 많이 메르세데스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