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모터스포츠 정신을 계승한 AMG GT 베일을 벗다

지난 주말은 메르세데스-벤츠에게 매우 경사스러운 날이었다. 몬짜 서킷에서 벌어진 F1 이탈리아 GP에서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팀이 올 시즌 통산 10번 째 우승이자 7번 째 원투 피니시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올해 F1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승리의 축포를 쏘듯 완전히 새로운 AMG GT를 선보였다.

메르세데스-AMG GT는 300SL의 오마주로 잘 알려진 SLS AMG에 이어 두 번째로 AMG가 독자개발한 슈퍼 스포츠카이다.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던 SLS AMG에 비하면 다소 평범한 디자인에 성능도 한 계단 내려왔지만, 언제나 탈 수 있는 부담없는 그랜드 투어러를 지향한다는 것이 AMG의 설명이다.

익스테리어는 최신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인 큐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SL의 노즈와 S 쿠페의 테일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전체적인 비례는 SLS AMG의 롱노즈 숏데크 디자인을 계승하고 있지만, 몸집을 줄이고 실용적인 패스트백 형태의 트렁크 라인을 완성했다. 지난 해 공개된 컨셉트카 “AMG 비전 그란 투리스모”에서 선보인 근육질의 숄더 라인과 극적으로 좁아지며 트렁크로 이어지는 캐빈의 형태 또한 이어받았다.

바디는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과 마그네슘 등 경량 고강성 금속재질을 아낌없이 사용하여 SLS AMG에 비해 150kg 가량의 감량을 이뤄냈다. 차체 재질 중 알루미늄의 비율은 93%에 이른다. 이와 더불어 공기역학적 디자인은 고속주행 중에도 우수한 밸런스를 유지해주고 동력계통의 효율적인 냉각을 이뤄낼 수 있다.

AMG GT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상급 스포츠카의 명성에 걸맞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선보인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라인업의 핵심인 “에비에이션 디자인”을 중심으로 GT카에 걸맞는 스포티한 스타일링으로 마무리하였다. 인테리어 트림은 실버 크롬을 기본으로 카본 파이버, 파이버글래스, 블랙 다이아몬드 등 다양한 옵션 패키지로 스포티함과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내부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자랑하는 COMAND 시스템을 기반으로 편리하고 실용적인 차량조작이 가능하며, 낮은 시트포지션을 감안하여 센터페시아를 최대한 수평으로 눕혀 버튼류의 조작편의성을 극대화했다.

파워트레인은 드라이섬프 방식의 4.0L V8 바이터보 엔진이 7속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GT와 GT S 모델이 각각 462마력/61kg.m, 510마력/66kg.m에 이른다. 이는 충분히 뛰어난 성능이지만 전작인 SLS AMG나 경쟁모델들에 비해서는 뒤쳐지는 수치이다. 그러나 경량화에 힘입어 여전히 뛰어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유럽복합연비 12.9km/L(GT S는 12.7km/L)의 경이적인 연비를 달성해 유지부담을 줄였다. AMG가 주장하는 “매일 탈 수 있는 실용적인 GT카”의 컨셉에는 잘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빠른 변속을 자랑하는 AMG 스피드시프트 변속기는 뒷차축에 위치하여 전후 47:53의 안정적인 무게배분을 이뤄냈다. 빠른 반응속도를 자랑하는 변속기와 강력한 엔진의 조합으로 1-100km/h 가속은 GT S가 3.8초, GT가 4초만에 마무리한다. 이와 함께 모터스포츠 기술을 적용하여 견고하고 가벼운 알루미늄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과 전자제어식 댐퍼는 코너링 스피드를 한계까지 높여준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AMG 다이내믹 플러스 패키지”는 레이스 주행모드와 전자식 섀시 컨트롤러 등 더 강력한 모터스포츠 전자장비를 탑재하여 극한의 주행성능을 경험하게 해준다.

휠은 전용 단조 휠을 기본으로 한다. GT는 전/후륜 모두 19인치를, GT S는 후륜 20인치를 장착하고 있으며, 옵션으로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 컵2″ 고성능 타이어를 선택할 수 있다. 브레이크는 GT와 GT S가 각각 전륜 360mm, 390mm 디스크를 기본으로 채택했지만, 세라믹 콤포짓 브레이크를 옵션으로 선택하면 전륜 402mm, 후륜 360mm의 내열성 뛰어난 세라믹 브레이크를 경험할 수 있다.

고성능 모델이지만 안전을 등한시하지는 않았다. 차선이탈경보장치, 사각지대경보장치, 하이빔 어시스트 등 최신 메르세데스-벤츠 라인업 답게 첨단 안전장비를 풍부하게 갖추고 있다. 심지어 자동주차 시스템까지 장착하고 있어 이 낮고 넓은 GT카를 주차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을 일은 없어보인다.

메르세데스-AMG GT는 슈퍼카다운 달리기 성능과 GT카 특유의 실용성과 편의성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의 AMG 모델 판매를 4만 대 수준까지 높이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재규어 F타입, 포르쉐 911 터보 등을 위협할 것으로 보이는 AMG GT는 오는 10월 파리 모터쇼에서 공식 런칭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개시할 예정이다. 국내 출시 역시 내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재 2억 5천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SLS AMG에 비해 저렴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