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의 플래그십 2세대 SM7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SM7 노바’는 QM3 이후 호응을 얻고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을 기함에 어울리도록 우아하게 다듬어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VQ 엔진의 정숙성과 넉넉한 파워가 돋보이는 반면 르노가 다듬은 안정적인 서스펜션은 차체 비례와는 약간의 부조화를 보이기도 한다. 미러링 기술은 반갑고 편리하긴 하지만 미러링 만으로 경쟁모델의 첨단 기술을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2011년 등장한 2세대 SM7이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모델 이름을 ‘SM7 노바’로 정했다. 과거 1세대 SM7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SM7 뉴아트’였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노바는 꽤 익숙한 이름인데 라틴어로 ‘신성’, 즉 새로 태어난 밝게 빛나는 별이라는 의미로 ‘새롭게 떠오르는 유러피안 프리미엄 세단’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르노삼성은 SM7 노바의 신차발표회 겸 시승회를 르노삼성자동차 생산의 거점이자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에서 가졌다. 연일 쏟아지던 폭우가 행사 당일 저녁 공식행사를 시작할 때부터 그치고, 하늘에 달과 별을 보여줄 정도로 시원한 초가을의 부산 밤하늘을 선사하더니, 행사가 끝나고 나서 다시 비가 내리다가 다음날 아침에는 화창하게 갠 눈부신 하늘을 펼쳐 보여 마치 SM7 노바의 탄생을 축하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SM7 노바는 사실 라디에이터 그릴을 포함한 전면부의 디자인이 바뀐 것을 제외하면 크게 변한 부분이 없다. 뒷모습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실내도 거의 그대로다. 페이스리프트라고 하지만 변화의 폭은 년식 변경 모델 수준보다 조금 나은 정도다. 하지만 그간 르노삼성이 겪었던 힘든 과정을 돌아보면 이 정도의 변화라도 시도할 수 있을 만큼의 회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반갑다.
앞모습의 변화가 주는 신선한 느낌은 매우 만족스럽다. QM3와 SM3의 앞모습은 소형차에 어울리는 귀여움과 발랄함이 돋보였던 반면, 준대형 세단인 SM7에는 같은 컨셉의 디자인이지만 볼륨감을 높이고 근육질적인 스타일로 변화시켜 적용함으로써 르노삼성의 기함다운 중후함이 잘 표현됐다.
일체형 그릴이 2단으로 분리되면서 범퍼 아랫부분도 바뀌었고, 범퍼 좌우에 LED 주간주행등도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바이제논 헤드램프가 적용됐고, 자동차의 진행 방향으로 라이트를 돌려주는 무빙 벤딩 라이트와 높이 조절을 해 주는 다이나믹 레벨링이 더해졌다.
외관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다른 부분은 알로이 휠이다. 화려한 멀티 스포크를 적용해 역시 고급스러움이 크게 향상됐다. 그 외의 부분은 달라진 곳이 없다. 뒷모습만 봐서는 노바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어렵겠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SM7 노바에는 세계 최초로 마그네슘 판재 부품이 적용됐다. 뒷좌석과 트렁크 사이의 격벽에 적용됐는데, 기존 철강 부품은 3.6kg이었는데 마그네슘 부품은 2.2kg을 줄여 1.4kg에 불과하다. 무려 61%의 경량화를 달성한 것이다. 우선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 패널에 적용했는데, 외부환경에도 적합하도록 연구가 진행 중이어서 향후 마그네슘 소재 부품의 적용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실내는 오디오 조작 패널 일부를 제외하면 바뀐 부분이 없다.
스티어링 휠에는 시프트 패들이 적용돼 있는데 디자인적으로는 동물의 뿔처럼 생겨서 멋스러운데 실제 사용할 때는 조작을 위해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을 위쪽으로 이동시켜야 해서 효율적인 조작이 어렵다. 패들 위치와 디자인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최고급 나파 가죽이 적용된 시트는 몸을 잘 지지해 주고, 헤드레스트 좌우 날개를 접어 머리를 기대고 쉴 때 머리를 받쳐 주는 효과가 있다. 운전석과 동반석에 모두 통풍시트가 적용됐다.
보스 사운드 시스템은 르노삼성 모델들의 공통적인 매력인데 SM7 노바는 기함인 만큼 12개의 스피커로 구성되어 매우 뛰어난 사운드를 제공한다.
SM7 노바에 새롭게 적용된 기능으로 주목할 것은 바로 ‘스마트 미러링’ 시스템이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와이파이로 연결시킨 후 스마트폰의 ‘티맵’을 비롯한 일부 기능을 그대로 자동차의 센터페시아 모니터로 전송해 주는 시스템으로 미러링을 이용하면 자동차에 별도의 네비게이션을 장착하지 않아도 됨은 물론 스마트폰의 네비게이션으로 길 안내를 받는 도중에 전화가 오더라도 자동차 화면으로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계속 받으면서 통화도 할 수 있다.
미러링이 가능한 스마트폰 모델에는 안드로이드 주요 인기 모델이 대부분 포함되지만 아직 일부 스마트폰에서는 사용이 안되고, 또 폰 환경에 따라 일부 접속에 번거로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이폰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실제 접속이 까다롭다는 평가들이 있었다. 또한 이메일이나 멀티미디어 등 주행 중 조작을 할 경우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기능들은 미러링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는 등 아직 다소 제한적인 부분들이 있다.
SM7 노바에 적용되는 파워트레인은 변화가 없다. VQ25와 VQ35 엔진 두 가지가 얹히고 변속기는 모두 자동 6단이다. 경쟁모델의 경우 2.4리터 엔진이 4기통인 반면, SM7은 그에 대응하는 2.5리터 엔진이 V6 엔진이라는 점이 엔진의 정숙성과 파워 추출 면에서 앞서는 부분이다.
VQ25 V6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4.8kg.m를 발휘하고, 복합연비는 10.2km/ℓ에 이른다. VQ35 V6엔진은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33.7kg•m를 발휘하고, 복합연비는 9.4 km/ℓ에 이른다. VQ 엔진의 명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높지만 경쟁사들 역시 최신 엔진에서 직분사 기술을 적용하는 등 출력과 토크를 높인 고성능 모델을 선보이고 있고, 아직 적용되진 않았지만 6기통 엔진을 대체할 4기통 직분사 터보 다운사이징 엔진도 갖추고 있어 SM7 역시 보다 적극적인 첨단 엔진 적용을 검토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자동변속기 역시 닛산에서 같은 엔진과 매칭시키는 변속기와는 성능 면에서 차이가 난다. 대표적으로 기어를 내릴 때 회전수를 맞춰주는 기능이 SM7 변속기에는 적용돼 있지 않고, 최근 경쟁사들이 적극 도입하고 있는 에코 모드도 없어 고효율을 추구하는 최신 트랜드에도 뒤지는 면이 있다.
시승차는 VQ25 엔진을 얹은 모델로 현실적인 주력 모델이다. 가속은 매우 경쾌하다. 중고속으로 올라가도 파워에 여유가 있다. 반면 일반 모드에서 언덕을 오를 때 등 추가적인 파워가 필요할 때 변속기가 다소 늦게 반응해 살짝 굼뜬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물론 실제 파워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언제나 파워 넘치는 주행을 즐길 수 있다.
기어레버를 왼쪽으로 당기고, 기어레버나 시프트 패들을 사용해 수동모드로 달리면, 잠시 이 차가 준대형 세단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VQ엔진의 잘 숙성된 사운드와 매끄러운 회전 질감, 그리고 지치지 않는 넉넉한 파워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서스펜션은 매우 정교하게 잘 다듬어져 있다. 노면의 충격을 걸러주는 실력이 뛰어나다. 르노삼성 측에서도 서스펜션을 보강해 주행안정감을 많이 확대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의외로 앞뒤로 흔들리는 피칭에서 안정성이 살짝 부족한 면이 보인다. 마침 시승했던 국도 구간의 노면이 썩 좋은 편이 아니어서 그런 점이 더 부각되어 느껴졌다.
굳이 원인을 찾자면 휠베이스가 SM5 보다 길긴 하지만, 경쟁 모델인 그랜저와 비교할 경우 휠베이스는 35mm가 짧은 반면 전장은 오히려 85mm가 더 긴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앞 뒤 바퀴가 최대한 바깥쪽으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니라 가운데로 좀더 모여 있는 만큼 앞과 뒤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피칭에서 취약성을 보일 수 밖에 없다. 르노삼성의 중형세단 SM5가 경쟁자를 압도하는 뛰어난 밸런스로 안정성과 안락함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짧은 시승이어서 이런 점이 부각되어 느껴졌을 수도 있는 만큼 다음 기회에 좀 더 긴 시간 동안 타면서 안정감 부분을 더 살펴 볼 필요가 있겠다.
반면 고속안정성을 좌우하는 스티어링 시스템은 현대 기아차들에 비해 더욱 정교해 고속에서 출력과 안정성 모두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르노삼성의 새로운 기함 SM7은 이번 노바를 통해 새롭게 평가 받길 원하고 있다. 2세대 SM7 출시 당시의 회사 상황이나 디자인에 대한 아쉬움 등을 이제는 비교적 많이 극복한 만큼 SM7이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모델임을 증명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사이 경쟁모델은 벌써 저만치 앞서 가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M7 만의 매력에 집중할 고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M7 노바가 이름처럼 떠 오르는 샛별로 선전해 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