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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갖고 싶은 전기차, 기아 쏘울 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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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쏘울 EV는 퍼포먼스에서 쏘울 가솔린은 물론 디젤까지도 일부 앞섰다. 가속 응답성이 뛰어나고, 주행안정성이 높아 운전 재미도 더 좋았고, 연비는 고속도로보다 시내에서 더 좋았다. 충전은 가정에서라면 매일 해 주면 되고, 서울 시내에서는 급속충전소 찾기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전기요금은 하루 중 가장 비싼 시간에 충전했을 때 가솔린의 약 1/3, 가장 쌀 때는 1/10 수준으로 저렴했다. 예쁜 디자인까지 맘에 드니 어서 빨리 갖고 싶어진다. 하지만 보조금을 받기는 어렵고, 보조금 없이 사기에는 너무 비싸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이어서 이제는 본격적인 전기차도 벌써 꽤 가까이 왔다. 현실적으로 아직 약간의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국내 시판 전기차가 벌써 5종에 이른다. 기아 레이, 쉐보레 스파크, 르노삼성 SM3, 기아 쏘울, 그리고 BMW i3다.

그 동안 여러 번 전기차들을 시승해 봤지만 대부분 제한된 시간과 정해진 루트에서 잠깐씩 시승해 본 것이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가장 최근에 등장한 기아 쏘울 EV를 약 1주일간 서울과 수도권에서 제대로 시승했다. 주행거리는 1천 km에 달했고, 충전은 급속으로 8번 충전했다. 이번 시승을 통해서 전기차가 과연 얼마나 실용적인지 어떤 점이 불편한지, 장, 단점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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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울 EV는 기아가 레이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인 순수 전기차다. 쏘울 EV에는 최고출력 81.4kW, 최대토크 약 285Nm를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엔진 대신 장착돼 있는데, 내연 기관 기준으로 환산하면 최고출력 111마력과 최대토크 29kg.m 정도가 된다. 출력은 좀 떨어지지만 토크는 1.6 디젤 엔진 수준 이상이다.

전기차의 핵심 중의 핵심인 배터리는 용량이 27kWh 인데 쏘울 바닥 부분에 평평하게 깔려 있다. 일반 자동차는 엔진이 가장 무거운 부품인 반면 전기차에서는 배터리가 가장 무거운 부품에 해당하는데 쏘울 EV의 경우 차체 바닥에 낮게 깔려 있어 무게 중심을 낮춰 주고, 덕분에 주행 안정성을 높여 주기도 한다. 일반 쏘울 대비 쏘울 EV의 부수적인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최고속도는 145km/h, 최대 주행거리는 148km, 0~100km/h 가속은 11.2초가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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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의 최대 장점은 주행하면서 이산화탄소나 매연 같은 배출가스를 전혀 내놓지 않고, 조용하고, 또 전기료가 기름값보다 싸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전기차를 무공해차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사실 그렇지는 않다.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공해 물질을 배출한다. 전세계 전기 생산의 60% 이상이 아직도 화석연료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생 에너지의 활용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전기를 사용하는 게 가솔린이나 디젤을 직접 이용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친환경적인 건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공해가 심한 대도시에서 전기차는 매우 고마운 존재임이 분명하다.

또한 가솔린이나 디젤을 직접 엔진에 넣어 주행하는 것과 그 연료로 전기를 생산해서 전기차를 운행하는 것을 비교해 보면 전기차 쪽이 효율이 더 좋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반면 최대 단점은 주행거리가 짧아서 장거리 주행이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완충 상태에서 약 110 ~ 150km 전후여서 출퇴근과 쇼핑, 시내 업무용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지방으로 출장을 가거나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날 때는 거의 무용지물에 가깝다. 지방으로 갈 수록 급속 충전소가 많지 않으며, 다행히 급속 충전소를 찾았다 하더라도 충전을 위해서 20~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궁극적인 친환경차로 많은 이들은 수소연료전지차를 꼽지만 현재로선 그나마 전기차가 조금 더 현실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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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울 EV는 원래 있는 모델인 쏘울을 개조한 개조 전기차이다 보니 얼핏 봐선 일반 쏘울과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쏘울 EV는 흰색과 하늘색, 그리고 파란색과 흰색으로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한 투톤 컬러를 적용해 색상으로 우선 쉽게 구분이 된다. 시승한 흰색 차체에 하늘색 투톤 이미지는 많이 봐왔던 포카리 스웨트 CF를 떠올리게 하면서 순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 외 구조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차이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배기구가 없다는 것이다. 전기차는 공기를 집어 넣어 줄 엔진도 없고, 발열도 엔진처럼 많지 않기 때문에 라디에이터 그릴이 아예 필요 없다. 그래서 그릴 자리가 그냥 막혀 있다. 뒷모습에서는 엔진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머플러도 없다. 그 외엔 디자인적으로 전기차임을 강조하기 위한 전용 휠이나 장식들이 조금 추가된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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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울 EV의 실내도 구조적으로는 일반 쏘울과 별 차이가 없다. 그리고 외관처럼 색상 배합에서 차이를 뒀다. 센터페시아와 기어 레버 주변에 초기 아이맥 컴퓨터를 연상시키는 흰색 커버가 적용돼 있어 시선을 끌고, 시트에도 하늘색 파이핑을 넣었다.

구조적으로 가장 큰 차이는 계기판에서 나타난다. 가솔린과 디젤 엔진 구분을 계기판의 회전계를 보고 구분하듯이, 쏘울 EV에는 전기 소모와 충전 상태를 보여주는 게이지가 마련되어 있는 점이 차이다.

전기차를 타고 주행하기 위해서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지는 않다. 먼저 ‘시동’을 걸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 레버 옆에 있는 ‘파워’ 버튼을 누르면 전자음이 울리면서 계기판에 불이 들어온다. 엔진이 없으니 실제로 시동이 걸리는 일은 없다. 그냥 컴퓨터가 부팅되는 것처럼 시스템이 켜지기만 하고 어떤 소리도 나지 않는다. 하드 타입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출발 시에 전기모터로 출발하는 상황과 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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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이 켜지면 계기판 좌측 상단에 자동차와 화살표 그림의 초록색 아이콘이 등장한다. 이 아이콘이 켜지면 주행이 가능한 상태다. 만약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파워 버튼만 누르면 계기판에 불이 들어오긴 하지만 이 아이콘은 켜지지 않는다. 이 때는 기어를 넣어도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 동안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봐 왔던 ‘READY’ 와 같은 아이콘이다.

시스템이 켜질 때 계기판이 세팅되는 데는 약 2~3초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주행가능 아이콘은 파워 버튼을 누르는 즉시 불이 들어온다. 즉 아주 급할 때는 계기판이 완전히 세팅되기 전이어도 파워 버튼을 누르고 바로 출발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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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이 준비됐다면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D’로 옮겨 출발하면 된다. 차가 움직이지만 이 때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다. 전기차를 처음 타 보는 이들에게는 이 상황이 거의 ‘문화충격’에 가깝다. 마치 비탈길에 세워 둔 차가 브레이크가 풀려서 그냥 미끄러지는 것처럼 움직인다. 하지만 분명 가속 페달의 신호에 따라 전기모터를 돌려서 달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가속은 ‘정말’ 경쾌하다. 0~100km/h 가속에 11.2초가 걸리는 가속은 아주 빠른 성능이 아니다. 그런데도 처음 출발할 때는 ‘정말’ 경쾌하게 차가 튀어 나가고 속도가 올라가면서 가속력은 조금씩 약해진다. 만약 가속을 20km/h 단위로 끊어서 측정해 본다면 아마 0~20km/h 가속력은 왠만한 스포츠카 수준일 것이다. 실제로 쉐보레 스파크 EV의 경우 초반 가속력이 포르쉐 카이맨보다 앞서기도 했다. 쏘울 EV는 스파크 EV에 비해서는 가속력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무척 경쾌한 것은 사실이다. 출발하는 실력만 놓고 본다면 쏘울 1.6 디젤은 물론 2리터 디젤 엔진을 얹은 동급 모델보다 훨씬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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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전기모터의 특성 때문이다. 엔진의 경우 회전수가 어느 정도 이상 올라갔을 때 최대토크가 발생하는 반면, 전기모터는 정지 상태에서 회전이 시작될 때 가장 큰 토크가 발생된다. 그래서 정지해 있던 차가 출발을 시작할 때 강하게 출발할 수 있는 것이다. 엔진 자동차가 출발할 때 가장 기름을 많이 먹는 것과 정반대다. 따라서 전기차는 잦은 정지와 출발에도 효율성이 뛰어나다.

출발이 경쾌한 것은 최대토크와 함께 응답성이 높아서이기도 하다. 엔진은 엑셀을 밟으면 그 신호에 따라 실제로 엔진이 응답하기 까지 물리적으로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전기차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전기가 바로 모터를 돌리기 때문에 응답성이 더 좋을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엑셀을 밟는 즉시 차가 움직이는, 그것도 소리도 없이 튀어나가는 전기차의 거동에 익숙해지면 그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분명 스포츠카가 아닌데도 적어도 출발할 때는 스포츠카의 쾌감을 항상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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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응답성은 처음 출발 할 때 뿐 아니라 주행 중 가속할 때도 빠르게 작동한다. 주행 중에 가속 페달을 밟으면 즉시로 몸이 뒤로 살짝 젖혀지면서 차가 나가는 것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속도에 따라 가속감은 서로 다르지만 엑셀을 밟았을 때 즉시로 전기모터가 응답하는 상황은 동일하다. 엔진 자동차에서 응답성을 높이기 위해서 기어를 수동으로 전환해서 1~2단 정도 내리고 가속하는 과정이 전혀 필요가 없다.

엑셀을 계속 밟고 있으면 생각보다 빨리 최고속까지 가속이 이루어진다. 분명 초반 출발할 때 보다는 가속력이 지속적으로 약해지긴 하지만 제원상 최고속도인 145km/h까지 뜸들이지 않고 가속해 낸다. 계기판 상으로 154km/h까지 가속은 이어졌는데 기분 같아선 그 이상으로도 속도가 올라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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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매우 인상적인 부분은 주행 안정감이 일반 쏘울보다 월등히 좋다는 점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쏘울 EV는 무거운 배터리가 차체 중앙 바닥에 넓게 깔려 있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낮아지고 배분도 좋아서 안정감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시내 주행이든 고속도로 주행이든 쏘울로 이 정도 안정감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반갑다.

이처럼 쏘울 EV는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도 주변의 흐름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고, 원할 때 언제든지 추월도 가능할 만큼의 충분한 고속 파워를 갖췄음이 확실해 졌다. 그런데 고속 주행의 문제는 낮은 효율성이다. 전기모터는 회전수가 낮을 수록 토크가 강한 만큼 고회전에서는 효율성도 매우 낮아졌다. 게이지 상으로 순간 연비를 보면 110km/h로 주행하면 60km/h로 주행할 때 보다 연비가 거의 절반 이하에 이르렀다.

엔진 자동차가 연비를 연료 1리터로 주행 한 거리로 표시하는 반면, 전기차의 연비는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 1kWh 당 주행한 거리로 표시한다. 실제로 쏘울 EV의 이번 시승 평균 연비는 약 7km/kWh였다. 쏘울 디젤의 연비가 14.1km/L인데, 연료 1리터와 전기 1kWh의 에너지 량이 다르기 때문에 수치만 가지고 비교해서는 안 된다. 전기차와 엔진차의 연비를 쉽게 비교하려면 결국 가격을 따져봐야 한다.

쏘울 EV의 제원상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148km다. 서울에서 대전까지는 한번에 주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번 시승을 통해서 실제 주행을 해 보니 여름 기준으로 실제로 148km를 주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다만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는 겨울에는 이에 못 미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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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중 배터리의 잔량이 약 35% 정도에 이르면 충전하라는 메시지가 계기판이 아닌 센터페시아 모니터에 나타난다. 처음엔 이 메시지가 뜨면 금방 충전하지 않으면 얼마 못 가서 차가 서 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들기도 하는데, 사실 이 때도 아직 주행가능 거리가 약 60km 정도 남아 있다. 이 부분이 패러다임시프트가 필요한 부분인데, 총 주행 가능 거리 대비 1/3 정도가 남아 있는 것이기도 하고, 60km면 서울 시내를 관통하고도 남는 거리인 만큼 사실은 아직 주행을 더 해도 큰 무리가 없다. 계기에 60km를 주행 가능하다고 나오는데 30km 주행하고 서 버린다든가 하는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이번 시승 중 배터리를 가장 많이 소진한 경우는 잔량이 12%, 주행 가능 거리가 21km 인 상태에서 충전을 하기도 했다. 문제는 21km를 갈 수 있는데 21km 이내에 충전소가 없을 경우다. 이런 경우라면 정말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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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소 불편하더라도 배터리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수시로 주변 충전소와의 거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쏘울 EV에는 충전소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기능을 마련해 뒀다. 센터페시아 하단의 EV 버튼을 누르면 모니터에 주행 가능 거리, 충전소 검색, 배터리 상태를 보여주는 화면이 나오고, 충전소 검색을 누르면 전국에 있는 충전소가 가까운 거리순으로 정열 돼서 보여지면서 충전소까지의 거리를 알려준다. 서울 시내라면 거의 5km 이내에서 충전소를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이번 시승에서 총 8번의 급속 충전을 했다. 서울 시내에서 5번, 인천 영종도와 송도에서 각각 1번, 그리고 수원에서 1번을 했다. 모두 크게 불편함 없이 충전할 수 있었다. 충전소는 대부분 대형 주차장에 위치해 있었다. 주차장에 들어서면 충전기가 어디에 설치돼 있는지 찾아야 되는데 안내 표시가 잘 안 돼 있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주차장을 돌면서 육안으로 살펴야 했지만, 그래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는 있었다.

충전기 앞에 도착하면 전원을 끄고 스티어링 휠 왼쪽에 있는 OPEN 버튼을 눌러 보닛 앞쪽 충전구 도어를 연다. 그리고 충전 전용 카드를 충전기에 갖다 대서 인식시키면 충전기가 걸려 있는 박스의 문이 열린다. 충전기를 꺼내서 쏘울의 충전구 중 큰 쪽에 연결 시킨다. 큰 것은 급속, 작은 것은 완속 충전구다. 다시 충전기에서 충전 방식을 터치 스크린으로 선택해 준 후 시작 버튼을 누르면 충전이 시작된다. 충전 방법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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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이 시작되면 현재의 배터리 잔량과 충전 전력량,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표시되는데, 충전 시간은 배터리의 잔량에 따라 달라진다. 배터리 잔량이 약 20% 전후일 경우 약 30분 정도가 걸렸다. 급속으로 충전할 경우에는 최대 80% 정도까지만 충전이 가능하다. 실제로 충전해 보면 82~85% 정도에서 충전이 멈추게 된다. 충전 중에도 언제든지 충전을 중단할 수 있으므로, 꼭 완충을 하지 않고 급하게 필요한 만큼만 급속으로 충전해도 된다. 완속으로 충전하면 100% 충전이 가능하며 충전에는 4시간 20분 정도가 걸린다.

충전기의 종류에 따라서 충전되는 전력량과 함께 금액도 표시되는데 일부 기계에는 금액이 표시되지 않아 무척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충전 비용은 시간 대에 따라서 금액이 달라진다. 하루 중 일과 시간이 가장 비싸고 심야 시간이 가장 싸다. 정확한 가격은 한국전력에서 고시한 가격표를 찾아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시승 중 충전한 경우에는 약 100km 주행한 후 충전했을 때 금액이 밤 늦게는 약 4천원, 일과 시간에는 최대 6천원 수준이었다. 5천원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10km 주행하는데 약 5백 원 정도가 든 셈이다. 쏘울 1.6 가솔린의 경우 연비가 11.5km/L이고, 휘발유 가격을 1,900원으로 계산하면 10km 주행에 약 1,650원이 들고, 1.6 디젤의 경우 연비가 14.1km/L이고, 디젤 가격을 1,700원으로 계산하면, 10km 주행에 약 1,206원이 든다. 전기료가 가솔린의 약 30%, 디젤의 약 4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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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수치는 일과 시간 급속 충전으로 비교적 가장 비싼 전기를 사용한 결과다. 실제로 전기차를 소유하게 된다면 가정에 완속 충전기를 설치해서 심야 시간을 이용해 충전하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라면 전기료는 가솔린이나 디젤의 거의 1/10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일상적인 경우에는 가정에서 완충했다가 하루 동안 주행을 하고, 다시 밤에 충전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주행이 가능하다. 서울 시에 거주하는 경우라면 2~3일에 한번씩 충전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82% 정도 충전됐을 때 계기상으로는 주행 가능 거리가 약 150km 정도로 표시되고, 실제로 그 정도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었다. 제원에 표시된 최대 주행가능 거리 148km는 충분히 악조건에서 갈 수 있는 거리로 표기됐다고 볼 수 있다.

충전을 마치면 꽤 큰 안심감을 느끼게 되는데, 가솔린이나 디젤을 가득 채웠을 때와는 비교하기 힘든 든든함이다. 전기차를 타면 사람이 꽤 소심해 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행거리에 제약이 있는 전기차인 만큼 전기 소모를 줄이는 경제 운전에 특별히 더 신경 쓰게 되는데, 다행히 전기차도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감속할 때 스스로 발전하고 전기를 충전해 둘 수 있어서 도로 여건을 잘 이해하고 회생제동을 잘 활용하면 보다 더 멀리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도로 상황을 멀리 내다보고 관성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식이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도 밟는 정도에 따라 발전되는 양이 다른 만큼 정지할 위치까지 적당한 세기로 오래 밟을 수 있도록 하면 발전량을 조금이라도 더 늘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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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쏘울 EV의 최대 주행거리가 148km여서 다소 긴장 속에서 시승을 시작했지만 1주일 가까이 시승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집에 완속 충전 장치를 갖춰 놓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급속 충전에만 의지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시승하는 동안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충전 하는 20~30분 정도의 시간은 잠시 휴식하는 시간으로 보낼 수 있었고, 약속 시간이 빠듯할 경우에는 약 10분 정도만 충전하고 일정을 마친 후에 여유 있게 충전하기도 했다. 회사 주차장이나 가정에 완속 충전기를 설치만 한다면 지금 정도의 충전소 인프라 만으로도 서울 시내에서 전기차를 운용하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더불어 쏘울 EV 자체의 완성도가 무척 높았던 것도 매우 반갑다. 가속이 무척이나 경쾌했고, 고속 주행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쥐 죽은 듯 조용한 실내는 최고의 매력이었다. 쏘울은 디자인의 특성 상 공기 저항을 많이 받게 되고, 따라서 연비도 유선형의 차체를 가진 차들에 비해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매우 효율이 뛰어나고 유지비가 적게 되는 전기차이다 보니 연비에 대한 부담도 한결 가벼웠다. 덕분에 쏘울의 멋진 디자인을 제대로 좋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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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울 EV, 지금 당장이라도 갖고 싶은 차다. 충전을 매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아이폰을 사용하는 이들의 수고 정도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전기료가 싸다는 것을 떠나서라도 주행 중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더 많다.

하지만 당장 쏘울 EV를 가지기는 쉽지 않다. 가격이 4,250만원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 1,500만원과 서울시가 지원하는 보조금 750만원을 받을 수만 있다면 가격은 2,000만원으로 낮아지니 지금 당장이라도 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일반 서울 시민이 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아직 없다.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다면 적어도 신청을 해서 추첨에 뽑혔을 경우 보조금을 받고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만 서울에서는 언제 일반 시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할 지 알 수 없다. 전기차 지원 예산이 한정 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보조금을 받지 않고 정상 가격을 다 주고라도 구입하겠다면 지금이라도 가까운 기아차 영업소로 가면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4,250만원을 다 주고 살 사람은 당장은 없어 보인다.

적어도 기아차가 이렇게 잘 만든 전기차 보급에 조금이라도 의지가 있다면 정부의 보조금에만 의존하지 말고 가격을 3,000만원 대로 낮춰서 일반 판매를 시도해 봐야 한다. 이런 시도가 있다면 정부에서도 세제 혜택을 비롯한 다양한 추가 헤택을 조금이라도 더 줘서 전기차 보급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 지도층과 친환경 기업 등에서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솔선수범해서 전기차를 구입해 줘야 한다.

이 방식이 일본에서 토요타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보급하던 초기에 사용해서 성공한 방식이고, 현재 수소 연료전지차 보급을 위해 시행하려고 하는 방식이다. 결국 정부와 지자체, 자동차 메이커, 사회 지도층과 우수 기업들이 서로 부담을 조금씩 나누고 앞장 서서 그 친환경성과 유용성을 알려 나가면 머지 않아 전기차의 대량 공급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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