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서민을 위한 경상용차로 사랑 받아온 다마스와 라보가 단종 8개월 만에 다시 돌아왔다. 다마스는 지난 해 강화된 안전과 환경규제에 따라 배출가스 자가진단장치(K-OBD II)와 타이어 공기압 경고장치(TPMS) 등 안전장비를 의무장착하게 되자 개발비용을 이유로 단종이 예고된 바 있다. 그러나 서민과 소상공인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정부와 한국GM의 협상 끝에 규제 적용이 유예되었고, 이에 따라 올해 8월부터 다시 생산이 재개된 것이다.
한국GM은 8월 27일 다마스와 라보의 생산 재개를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오전에 개최된 생산 재개 기념식과 창원시 ‘한국GM 기업의 날’ 선포식에 이어 오후에는 기자단이 경남 창원에 위치한 한국GM 창원공장의 다마스, 라보 생산설비를 견학할 기회를 가졌다.
1989년에 착공된 창원공장은 당시 대우자동차가 일본 스즈키와의 협력관계를 통해 경차전용 생산공장으로 세워졌다. 1991년 2월에는 티코의 생산이 시작되었으며, 동년 8월에는 다마스와 라보의 초기형 모델이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구형 마티즈(M100), 올 뉴 마티즈(M200) 등을 연이어 생산했으며, 2009년 3월부터는 마티즈 크리에이티브(M300, 현 쉐보레 스파크) 또한 양산을 개시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재는 연간 228,000대 가량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북미수출용 쉐보레 스파크와 스파크 EV, 해외수출용 올 뉴 마티즈, 다마스 및 라보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차기 스파크가 될 M2xx 또한 창원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올해 1월 다마스와 라보의 생산 재개가 확정됨에 따라 창원공장에도 변화가 생겼는데, 바로 다마스와 라보를 위한 전용 생산 시설인 차체 2공장이 설립된 것. 한국GM은 200억 원의 투자를 통해 오직 다마스와 라보의 차체만을 생산하는 설비를 확충하였다. 2공장에서는 연간 14,000~18,000대의 다마스와 라보 차체를 생산할 수 있다.
차체 공장에 이어 조립 공장도 둘러볼 수 있었는데, 2개의 라인 중 다마스와 라보가 생산되는 제1라인에서는 수출전용 2세대 마티즈까지 3종의 차종이 혼류생산되고 있었다. 이 라인에서는 향후 M2xx(차기 스파크)까지 총 4종이 함께 생산될 예정이라고 한다.
창원공장 조립라인은 GM의 경소형차 글로벌 생산본부이기도 하다. 과거 스즈키의 공장을 벤치마킹해 설계하여 대칭형의 U자형 라인 2개가 설치된 것이 특징이다. 생산되는 차량들이 한 대도 빠짐없이 샤워 테스트와 주행 테스트 등 품질검사를 받을 뿐더러 볼트 하나라도 빠지면 라인 전체가 정지되는 SEP 시스템 등 품질 확보를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여 차량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다.
도색이 완료된 바디 상태로 라인에 들어오는 다마스와 라보는 긴 라인을 오르내리며 파워트레인과 내외장재, 바퀴를 달고 완성차로 거듭났다.
LPG 연료를 사용하는 800cc FAM A 엔진은 5속 수동변속기와 함께 다마스, 라보에 장착되어 최고출력 41마력을 낸다. 요즘 기준에서는 매우 떨어지는 성능이다. 더군다나 다마스와 라보는 그 원형이 만들어진 지 20년이 넘은 만큼 안전장치와 환경대책이 부족하다. 그것이 다마스, 라보 단종의 직접적인 사유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적용 유예 방침에 따라 한국GM은 다시 생산되는 다마스, 라보에 99km/h 속도제한 장치를 장착했으며, 2015년 까지는 배기가스 자가진단장치를, 이듬해인 2016년 까지는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를 장착하기로 하였다. 이처럼 다마스와 라보가 다시 생산된 데에는 서민들의 요구가 크게 작용했는데, 노후한 설계에도 불구하고 다마스와 라보 같은 경상용차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수요가 여전히 적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공장 견학을 마친 뒤에는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의 환영사와 함께 질문을 주고받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행사에서 세르지오 호샤 회장은 “다마스와 라보의 재생산은 한국 정부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정부의 유예조치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또 한국GM이 “지난 달에는 출범 이후 역대 최고 판매기록을 경신했으며 다마스와 라보가 판매되지 않을 때도 13개월 연속 판매가 성장했다”며 “올해 임단협의 성공적인 타결과 더불어 한국시장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 우리가 계속 성장할 것이라 믿으며, 고객만족을 위해 성능과 안전, 품질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기자단과 주고 받은 질의응답 내용이다.
Q1. 이번에 다마스와 라보가 재출시되면서 54만 원의 가격인상이 있었다. 가격인상의 배경은? 그리고 인상을 억제할 수는 없었는지?
A: 다마스와 라보의 재생산이 확정되면서 우리는 전용생산라인을 설치하는 데에 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고, 향후 규제 준수를 위해 여러 신기술 도입을 위한 연구개발비가 발생했다. 하지만 우리는 다마스와 라보의 주요 고객이 서민층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가격인상이 매우 민감한 문제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인상분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여전히 다마스와 라보의 가격은 시장에서 합리적이고 경쟁력있다고 생각한다.
Q2. TPMS와 K-OBD II 등 안전장치와 환경대책 도입이 아직도 1~2년 남았고, 여전히 다마스와 라보에는 에어백이 장착되지 않고 있다.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장치들의 도입이 너무 늦어지는 것은 아닌가?
A: 아시다시피 우리는 다마스와 라보가 새로운 규제를 준수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하여 지난 해 단종을 결정했고, 재생산이 확정된 시점부터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새로운 장치들을 개발, 도입하기로 하였다. 이 과정에서 안전장치 개발과 도입이 다소 지체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재생산을 통해 시급한 서민과 소상공인의 생활에 우선적으로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전장치의 도입은 최대한 속도를 내어 완료할 것이다.
Q3. 다마스, 라보 생산라인은 수출에도 대응할 생산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수출계획은 없는지?
A: 준비된 시장이 있다면 당연히 수출할 것이다. 우리는 다마스와 라보의 판매를 내수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이미 반조립 상태로 우즈베키스탄에 3,000대를 수출한 적이 있으며, 생산재개에 따라 추가적인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Q4. 지난 해 점유율이 9.8% 정도였는데, 올해 남은 4개월의 전망은 어떠한가?
A: 다마스와 라보가 단종된 기간에도 우리의 판매는 계속 신장하였다. 출시된 지 1년 안팎인 신모델들도 높은 점유율을 내고 있다. 이는 쉐보레 브랜드가 출범한 지 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타일과 성능, 안전성 모든 분야에서 우리는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며, 앞으로도 노력을 계속한다면 두 자릿수 점유율도 이뤄낼 수 있다고 전망한다.
Q5. 최근 말리부 디젤이 시동불량 문제로 리콜되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또 말리부 택시모델의 출시계획은 없는지?
A: 말리부 디젤의 리콜은 매연저감장치의 결함으로 인한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였다. 유럽과 디트로이트의 동료들과 많은 토론을 거쳤고, 지금은 완전히 해결되었다. 2015년형 말리부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어 더욱 선전할 것이고, 우리가 두 자릿수 점유율을 달성하는 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 현재 말리부는 가솔린과 디젤엔진 라인업만 생산중이며, 택시 모델은 수익성도 낮고 개발비용도 적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에 더 집중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썬 말리부 택시의 우선순위는 높지 않다.
Q6. 최근 한국GM의 약진에는 노사간의 성공적인 협력 덕택도 있었을 것이다. 가장 먼저 통상임금 확대를 제시한 배경은?
A: 우리는 법을 준수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2013년 한국 대법원은 통상임금과 관련된 판결을 내렸고, GM은 진출한 어느 국가에서나 법을 준수한다. 다만 인건비 상승은 경계해야 한다. 지난 5년간 인건비는 50%나 상승했고, 인건비의 상승이 곧 시장에서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업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Q6. 어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우차의 헐값 매각으로 인해 국가적인 손실이 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올해가 2014년이다. 나도 2028년에 한국에 와서 자서전을 쓰겠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나는 자동차 업계에서 40년을 몸담았고, GM과 고객, 딜러, 협력업체, 나아가 한국 경제와 사회 전반을 위해 최선의 선택이 무엇일지 항상 고민하고 있다. 대우차 인수 후 지난 12년 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는 한국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생각한다. 당시 대우차는 연간 38만 8천대를 생산했지만, 현재는 200만 대를 생산하고 있다. 직원은 8,200여 명에서 20,000여 명으로 늘었고, 수출 역시 80여개 국에서 150여개 국으로 늘어났다. 앞으로도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바로 어제 있었던 ‘대우특별포럼’과 최근 발간된 대화록을 통해 대우차가 GM에 헐값으로 매각되었다고 주장해온 김우중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었다. 어쨌든 한국GM의 성장에 대한 호샤 사장의 의지는 확고해보였고, 다마스와 라보의 귀환과 더불어 말리부 디젤, 임팔라, 신형 스파크와 크루즈 등 신차 공세를 앞둔 한국GM의 약진이 더욱 기대되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지만 다시 돌아온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 비록 판매를 견인할 볼륨모델은 아니지만 세르지오 호샤 사장의 말 처럼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GM의 앞날에 기여할 수 있을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