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만나 본 뉴 BMW X4

지난 8월 18일, BMW가 야심차게 내놓은 뉴 BMW X4를 만나보기 위해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를 찾았다. 드라이빙 센터 공개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신차발표회라 더욱 기대가 컸다. 드라이빙 센터의 운영 프로그램을 일반 공개 이전에 미리 체험해볼 수 있었고, 향후 BMW의 신차발표 시 행사 커리큘럼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BMW 드라이빙 센터는 인천공항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신불IC를 내려와 불과 2~3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에서 공항고속도로만 올라오면  30분 내외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다. 센터는 아침부터 행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중앙건물인 브랜드 체험관 로비에서는 BMW가 시판중인 모델들과 역사적인 BMW 클래식 카들이 전시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치 독일 뮌헨에 위치한 BMW 벨트(Welt)를 축소시켜놓은 듯 했다. BMW 브랜드에 관심과 애착이 많은 방문자라면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곧이어 뉴 BMW X4의 신차발표회가 시작되었다. 신차발표회는 환영인사와 신차소개로 이어졌다. 특히 상품소개 순서에서는 뉴 BMW X4가 형제모델인 X3와 비교해 갖는 퍼포먼스적, 디자인적 차별점과 상급모델인 X6를 통해 살펴본 국내 SAC(Sports Activity Coupe) 시장의 성장규모 등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상품소개를 마치고, 마침내 뉴 BMW X4를 실제로 만나볼 수 있었다. 사진상으로는 상당히 볼륨감있는 디자인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크지 않고 아담하다. 라인이 살아있는 근육질의 디테일은 형제차 X3가 가혹한 다이어트를 거쳐 조각근육을 갖고 다시 태어난 느낌이다.

포토세션을 마치고 곧바로 조를 나누어 드라이빙 센터의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마침내 BMW가 야심차게 준비한 드라이빙 센터가 저력을 발휘할 시간이 된 셈이다. 각 조는 크게 4개의 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는데, 기자가 참가한 C조는 오프로드 주행코스를 첫번째로 체험하였다. 코스에 도착하자 전문 인스트럭터들이 뉴 BMW X4를 비롯한 4대의 SUV를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안전수칙과 진행방법을 간단히 설명받고 지체없이 차에 올랐다. 총 8개 코스로 구성된 오프로드 구간에서 BMW SUV들은 험지주파능력과 안정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다양한 장애물 통과는 물론 기울어진 채로 경사로를 통과하거나 최대 35도의 급경사에서도 힘들이지 않고 언덕을 오르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오프로드 주행코스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30도의 틸트 경사로와 워터해저드 구간이었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오프로드 경험이 어려운 만큼 기울어진 상황에서도 중심을 잡고 코스를 통과하거나 거침없이 물길을 내달리는 것은 진귀한 체험이었다.

오프로드 주행을 마친 뒤에는 잠시 쉬어가는 의미에서 JOY 투어를 진행했다. 미니버스를 타고 축구장 33개 넓이의 광활한 드라이빙 센터를 한 바퀴 도는 것이다. 다음 프로그램인 트랙주행을 기다리느라 애가 탔지만, 설명을 들으며 여유롭게 센터를 둘러보는 것도 썩 나쁘지 않았다. 먼저 트랙을 주행중인 다른 조의 차량들도 볼 수 있었다.

투어를 마친 뒤, 트랙주행에 앞서 워밍업 트레이닝을 실시했다. 트레이닝은 간단한 슬라럼과 제동코스로 이뤄졌는데, BMW SUV를 타고 슬라럼 선회 연습을 한 뒤 목표지점에서 정확히 제동하여 정차하는 연습이었다. 예전에 짐카나 대회에 출전했던 기억을 되짚어가며 달려보았다.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슬라럼 코스를 돌아나가는 실력이 예사롭지 않은게, 과연 BMW 다운 운동성이었다. 급제동 구간에서도 거구가 무색하게 제동력을 발휘했다.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대망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트랙주행이었다. 이날 출시된 X4의 온로드 주행실력을 확인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높은 차체의 X4로 트랙을 달려보자니 낯설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했다.

X4의 실내는 생각보다 아늑하고 차분하게 정돈돼있었다. 전형적인 BMW 모델의 레이아웃을 벗어나지 않았다. 일반적인 SUV와 달리 한껏 내려온 루프라인 때문에 뒷좌석이 답답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머리도 닿지 않았고, 트렁크 공간도 넉넉했다. 적어도 보통 세단만큼의 공간활용성은 기대해볼 만 했다.

BMW 뉴 X4의 행렬이 인스트럭터의 선도에 따라 트랙으로 들어섰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문 인스트럭터가 앞에서 속도를 어느정도 통제했지만, 차량의 주행성능을 확인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코스 숙지를 위해 처음에는 천천히 달리다가 서서히 페이스를 높여보았다.

드라이빙 센터의 트랙은 전체적으로 일본의 츠쿠바 서킷을 연상시킨다. 2.6km의 총연장과 적은 고저차, 구불구불한 중간구간과 헤어핀에 이은 메인스트레치는 츠쿠바의 그것을 빼닮았다. 그러나 BMW의 운동성능을 체험한다는 본래의 취지에 맞게 속도를 높여 경쟁하기보다는 코너링 실력을 확인하는 데에 더 초점이 맞춰져있다고 할 수 있겠다.

직접 운전하여 3바퀴, 동승하여 3바퀴 주행을 마쳤다.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와 탄탄한 서스펜션으로 말미암아 X4의 온로드 주행성능은 발군이었다. 비록 디젤엔진의 한계상 우수한 초반가속력에 비해 후반가속은 더딘 편이었지만, 스포츠주행에는 아쉬움이 없었다. 높은 무게중심이 무색한 코너링과 한결같은 제동력 덕분에 깊은 헤어핀 코너를 만나도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적잖은 시간동안의 시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면서 훌쩍 시간이 지나버렸다. 체험시간동안 만나본 X4의 실력은 무엇 하나 빠지지 않고 발군이었다. 쿠페 스타일링의 도시형 SUV를 지향하는 만큼 온로드에서 거침없는 퍼포먼스를 발휘하면서도 SUV의 본질을 잊지 않고 필요할 때는 험지를 달릴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 매력적이다. 여기에 저공해차량으로 지정되어 준수한 연비는 물론 각종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예뻐할 수밖에 없다.

다만 높은 가격대가 마음에 걸렸다. X3에 비해 400만 원 가량 비싼데다 30d 트림의 경우 전모델에 M 스포트 패키지가 기본적용되면서 8,690만 원의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었다. 마찬가지로 스포츠 SUV를 표방하는 포르쉐 마칸이나 카이엔과의 경쟁에서 X4만의 포지션을 잡는 것이 관건이겠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BMW가 2008년 최초의 SAC인 BMW X6를 선보이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전해줬던 신선한 충격이 X4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BMW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나가는 X4가 향후 시장에서 어떤 활약을 선보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