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모터스포츠 축제인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이 17일(일), 인제 스피디움에서 제 3라운드를 개최하였다. 이번 라운드는 총 82대의 레이싱 카가 출전한 가운 2011년 9월 이후 무려 34개월 만에 수중전으로 펼쳐지며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이변이 속출하는 등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를 선사했다.
제네시스쿠페 챔피언십, 신기록과 진기록 속출
대회 최고 클래스인 제네시스쿠페 챔피언십(10,20클래스)에서는 각종 신기록과 진기록이 쏟아졌다. 먼저 장현진(서한퍼플모터스포트)이 대회 출전 2년 반 만에 최초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2012년 9월 이후 2년 만에 우승을 노렸던 오일기 (쏠라이트 인디고)는 우승의 문턱 앞에서 김종겸(서한퍼플모터스포트)의 푸싱 파울에 다 잡았던 우승을 놓치는 불운을 겪었다.
선공에 나선 건 서한퍼플모터스포트였다. 굵은 빗줄기와 각 경주 차량이 내뿜는 물 보라로 시야가 제대로 확보 되지 않아 SC 스타트로 시작 된 경기는 서한퍼플모터스포트의 장현진이 치고 나가고 그 뒤를 김종겸이 받쳐주는 모양새가 되었다. 쏠라이트 인디고의 최명길, 오일기는 김종겸을 감싸며 스치듯 추월했고 경기 초반 양상은 장현진이 이끌고 그 뒤를 오길기, 최명길이 추격하는 그림이었다.
각 팀의 전략에 맞춰 피트 스탑이 진행 되었고, 경기 종반 선두로 나선 것은 오일기였다. 하지만 시즌 2연승을 달리는 서한퍼플모터스포트의 젊은 에이스 김종겸이 페이스를 다시 한 번 끌어 올리며 날카로운 주행으로 선두의 오일기를 압박했다. 오일기와 김종겸의 경쟁 상황에서 오일기가 김종겸과 접촉하며 스핀 했고, 고의 푸싱으로 판단되어 김종겸은 패널티를 받았다. 그 사이 김종겸과 장현진, 최명길이 오일기를 추월하며 오일기는 우승을 다음으로 기약해야 했다.
우승을 차지한 장현진은 ‘개막전에 리타이어 하며 시리즈 챔피언과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의미 있는 우승을 차지했고, 앞으로 더욱 노력하여 팀이 우승하는데 일조 하겠다.’며 기쁨과 다짐을 밝혔고, 3위로 만족해야만 했던 오일기는 ‘오피셜 측에서 우승을 하면 전 포스트에서 오일기를 진동하겠다고 약속해주셨는데 다음 경기에서 꼭 전 포스트에서 오일기가 진동 할 수 있게 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제네시스쿠페 20클래스에서는 김재현(쏠라이트 인디고)이 다시 한번 우승, 개막 후 내리 3연승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며 20클래스의 절대 강자로 우뚝 섰다. 특히 김재현은 10,20 클래스 통합 주행 레이스에서 10클래스 보다 먼저 피니시 라인을 통과, 제네시스쿠페 클래스 이원화 이후 최초로 20클래스가 체커기를 받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되었다.
폴 포지션을 잡은 전인호(채널A동아일보)는 SC 스타트 상황으로 개시 된 경기 덕에 초반 선두를 지킬 수 있었지만 시즌 2연승을 달리던 김재현은 이내 공세를 퍼부었다. 페이스를 끌어 올리기 시작한 김재현은 상위 클래스인 제네시스 쿠페 10 클래스의 랩 타임에 버금 가는 기록을 연이서 선보이며 전인호를 압박했고 경기 중반이 되기 전 선두에 이름을 올리며 그룹 앞쪽으로 치고 나갔다.
상위 클래스인 제네시스 쿠페 10 클래스의 차량들이 타이어 교체를 위해 피트 인을 하고 난 후, 제네시스 쿠페 10, 20 클래스 통합 1위에 오른 것은 바로 제네시스 쿠페 20 클래스의 루키, 김재현이었다. 김재현은 제네시스 쿠페 10 클래스의 기록에 버금가는 1분 18초 후반대의 기록을 유지하며 선두를 굳혔고, 38바퀴를 제네시스 쿠페 10 클래스 차량보다도 먼저 완주하며 체커를 받아 시즌 3연승을 확정했다.
한편 제네시스쿠페 10클래스 2인(최명길, 오일기), 20클래스에서 2인(김재현, 서주원) 등 총 4명을 출전시키고 있는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팀은 출전 선수 4인이 모두 입상, 포디움에 올라서는 첫 번째 주인공이 되는 등 또 하나의 진기록이 나왔다. 올해부터 유망주 양성을 위하여 국내를 대표하는 유망주 2인을 영입하여 제네시스쿠페 20클래스에 출전시키고 있는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팀은 향후 최소 10년 간 팀을 이끌어 갈 재목을 발굴해 내어 대한민국 최고 명문팀으로서의 발전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서호성(벨로스터 터보 마스터즈), 드라마틱한 역전극으로 개막 후 3연승!
세미프로 클래스인 벨로스터 터보 마스터즈에서는 ‘돌아온 베테랑’ 서호성이 다시 한번 우승을 차지, 김재현에 이어 개막 후 3연승을 기록한 영예를 안았다. 결승에서 7번 그리드로 레이스를 출발하여 무려 6대를 추월하는 역주를 선보이며 이룩한 대기록이다. 이로써 서호성은 시즌 포인트 91점으로 2위인 이진욱을 36점 차로 앞서며 시리즈 챔피언을 향한 8부 능선을 넘게 되었다는 평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상황과 변수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순발력까지 겸비해 2위 그룹(이진욱, 심성훈)의 추월이 더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백화점 판매원에서 미캐닉으로… 사상 최초 예선 1위 기록.. 女勢가 무섭다!
제네시스쿠페 20클래스에 출전 중인 스피젠레이싱 팀에는 국내 유일의 여성 미캐닉이 활동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정효정 씨가 바로 그 주인공, 올해 36세인 정 씨는 현재 한국오토모티브칼리지 2학년 (자동차정비튜닝)에 재학 중으로 올해부터 KSF 출전팀인 “스피젠레이싱”의 미캐닉 및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다. 정 씨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올해 신규 출전팀인 “스피젠 레이싱”을 이번 라운드에서 1차 예선 40% 만이 진출하는 코리아랩에 진출시킨 숨은 공로자이다.
특히 정효정 씨는 7년 간의 백화점 판매원 경력을 뒤로 하고 2012년 자동차 전문학교인 ‘한국오토모티브칼리지’의 자동차정비튜닝학과에 입학하여 전문 정비사의 길을 걷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 약 240 명이 재학하고 있는 한국오토모티브 칼리지에서도 여성은 4명에 불과. 특히 36세의 적지 않은 나이로 최고 전문가의 꿈을 위해 정진하고 있다. 정 씨는 “여성으로서 무거운 부품을 옮겨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즐거움이 더 크다” 며 “기회가 된다면 튜닝 및 레이싱 선진국에 진출하고 싶다.”라며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한편 무한도전의 멘토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권봄이(서한퍼플모터스포트)는 결승에서는 비록 6위에 그쳤지만 16일(토)에 펼쳐진 예선에서 전체 1위를 차지, 폴 포지션을 차지하는 깜짝 이변을 연출했다. 지난 대회 예선 2위에 이어 기록한 이번 대회 예선 1위는, KSF 출범 이후 최초의 기록으로서 “여성 최초의 KSF 우승”대업에 한 발짝 더 가깝게 다가섰다는 평가이다. 출발과 동시에 2위로 처진 권봄이는 레이스 중반 과감한 드라이빙으로 선두 자리를 탈환 했었지만 빗길에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추월을 허용하였고 레이스 후반에는 체력적 부담으로 6위까지 순위가 하락했지만 드라마틱한 승부를 선 보여 현장을 찾은 레이싱 팬들을 열광시켰다.
시즌의 반환점을 돈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은 오는 9월 20일(토) ~21일(일), 영암 인터내셔널서킷에서 시즌 4번째 경기를 개최한다. 특히 9월 대회에서는 제네시스쿠페 챔피언십이 더블라운드로 펼쳐져 시즌 챔피언 향방을 가르는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각각 3연승을 기록한 김재현(제네시스쿠페20)과 서호성(벨로스터 터보 마스터즈)은 다음 경기에서 우승을 기록할 경우, 사실상 시즌 챔피언 자리를 확정 짓는 만큼 뒤를 쫓는 도전자들과의 혈투가 예상된다. 또한 올해 제네시스쿠페10클래스에서 무승(無勝)을 기록하고 있는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팀도 드라이버와 팀 챔피언 탈환을 위한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