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4의 짜릿함을 일상으로, BMW 428i 쿠페

참 잘 다듬었다. 지난 420d에 이어 428i에도 감히 최근 타본 BMW 중 가장 재미있는 자동차라고 말해 주고 싶다. 낮은 무게중심과 뛰어난 밸런스, 단단한 차체가 어우러져 매우 예리하고 정교한 핸들링과 안정적인 주행감각을 선사하는 BMW 4시리즈는 245마력을 뿜어내는 가벼운 2리터 엔진을 얹어 그 가치를 극대화했다. 물론 더 강력한 435i(국내 미 출시)나 M4가 있지만 4기통 2리터 엔진이 주는 매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420d의 감동을 못 잊어 다시 428i를 만났다. 이번에는 M 스포츠 패키지를 장착해 스타일도 더 화려하다. 거기다 차체 색상은 에스토릴 블루에 인테리어는 정열적인 핏빛의 코럴 레드로 채웠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은 사라진 8시리즈를 향한 연민을 아직도 가슴 한 켠에 품고 있는데 4시리즈에서 8시리즈의 실루엣이 느껴지기도 한다.

BMW는 1시리즈에서 7시리즈까지 모두 갖춘 현재, 홀수는 세단, 짝수는 쿠페, 컨터버블, 그란쿠페로 자연스럽게 정리를 했다. 왜건인 투어링과 크로스오버 GT는 그대로 홀수에 남았다.

4시리즈는 과거 3시리즈 쿠페, 컨버터블로 불리던 모델을 분리 독립시킨 시리즈다. 따라서 베이스는 3시리즈다. 휠베이스가 2,810mm로 3시리즈 세단과 같은데, 길이와 폭이 똑 같이 14mm씩 더 길고, 높이는 67mm나 낮아졌다. 그래서 옆에서 볼 때 정말 제대로 자세가 나온다.

앞모습 디자인은 최근 나온 BMW 중 가장 섹시하다. 마침 시승차에는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돼 있어 더 커진 라디에이터 그릴 덕분에 살짝 M4 느낌도 난다. 펜더와 휠 등에는 M로고도 붙어 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바디라인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리어 스포일러 하나 정도 있어도 좋을 것 같다. 물론 휠도 더 섹시한 놈으로 바꾸면 좋겠고. 그 정도만 하면 M4 느낌을 즐기면서 데일리로 사용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인테리어는 지난 번 시승한 420d에 비해 스무 배는 더 섹시하다. 빨간 시트와 내장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겠지만 M 스포츠 스티어링 휠도 비주얼이 강렬하다. 시트는 옆구리를 부풀려 몸을 단단히 잡아주는 기능도 적용돼 있어 스포츠 드라이빙에서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도어 스커프와 페달, 그리고 스티어링 휠에서도 M로고를 만나 볼 수 있다.

BMW를 탈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데시보드 위 와이드 모니터는 매우 훌륭하다. 남들처럼 햇빛을 가려 보겠다고 하우징을 씌우거나 하지 않았는데도 웬만해선 모니터 내용 식별이 가능하다. 햇빛이 직접 내리쫴도 시인성이 좋고, 어떤 각도로 차가 돌더라도 모니터에 창문이 반사되는 일도 없다. 운전석에서 모니터 반사면이 천정을 향하고 있어서인데, 때문에 썬루프를 열면 그 때는 반사가 생긴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도 적용돼 있어서 꽤 선명한 이미지로 차량 주변을 살펴 볼 수 있어서 주차할 때 매우 편리하다. 장애물도 장애물이지만 주차라인 안에 정확히 주차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BMW 실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 중에 하나가 전자식 변속레버다. 전자식 변속레버의 원조라 할 수 있는데 디자인 개선을 통해서 지금은 디자인도 뛰어나고, 손으로 감쌌을 때 손안에 감기는 느낌도 좋다. 물론 작동 방식도 가장 합리적이고, 조작감도 깔끔해 현재까지 나온 경쟁사들의 어떤 전자식 변속레버보다 완성도가 뛰어나다.

기어레버 옆의 주행모드 변환 버튼으로는 스포츠 플러스, 스포츠, 컴포트, 에코 프로를 선택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당연히 에코 프로를 추천한다. 에코 프로 모드에서는 엑셀을 깊이 밟으면 엑셀을 떼라고, 속도가 높으면 속도를 줄이라고 계기판에서 잔소리를 해 준다. 그리고 그렇게 주행하면 에코 프로 모드로 인해서 얼마의 거리를 더 달릴 수 있었는지도 표시해 준다.

하지만 명색이 쿠페인데 에코 프로로만 탈 수는 없는 법, 스포츠 플러스를 선택하면 전자식 주행 안전 장비를 일부 끄면서까지 보다 다이나믹한 주행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뒷좌석은 보기보다 넉넉하다. 휠베이스가 3시리즈 세단과 동일한 만큼 무릎 공간은 거의 부족함이 없다. 다만 지붕이 낮은데다 뒤로 낮게 떨어지다 보니 어른 들은 머리 위 공간이 부족할 수는 있겠다.

428i 쿠페에는 4기통 2리터 트윈파워 터보 245마력 엔진이 장착된다. 이미 328i, 528i를 통해서 국내에도 소개된 엔진이다. 528i를 살펴보면 E60 5시리즈가 등장할 때 직렬 6기통 3.0 231마력 엔진을 얹고 530i로 소개됐었는데, 페이스 리프트를 거치면서 이 엔진을 얹은 모델은 528i가 되고, 같은 3.0 이면서 출력이 272마력으로 올라간 엔진을 얹은 모델이 530i가 됐다. 이후 F10 5시리즈가 등장하면서 528i가 245마력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3시리즈에서는 E90 328i까지 직렬 6기통 3.0 231마력 엔진을 얹었다. 그리고 현재의 F30 3시리즈가 등장하면서부터 2.0 터보 엔진이 328i에 얹히게 됐는데, 이 때 528i에도 6기통 3.0 대신 4기통 2.0 터보 엔진이 얹히면서 통일 된 것이다.

기존의 직렬 6기통 3.0 엔진과 현재의 4기통 2.0 트윈파워 터보 엔진을 비교해 보면 최고출력은 둘 다 245마력으로 같고, 최대토크는 6기통이 31.6kg.m, 4기통 2.0이 35.7kg.m으로 훨씬 더 높다. 거기다 최대토크가 나오는 회전수도 1,250rpm으로 더 낮아졌다. 더 작고, 더 가여운 엔진을 얹었는데, 출력은 같고 토크는 더 높다니…… 연비가 훨씬 더 좋아진 것은 당연하다. 이것이 BMW가 다운사이징 엔진에서 앞서가는 현주소다.

428i 쿠페에 얹힌 4기통 2.0 트윈파워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45마력/5,000~6,000rpm과 최대토크 35.7kg.m/1,250~4,800 rpm를 발휘하며, 변속기는 자동 8단이 매칭됐다. 0~100km/h 가속에는 5.8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250km/h다.

가속력은 제원상의 5.8초, 딱 그 느낌이다. 분명 빠르지만 워낙 부드러워서 뭔가 살짝 아쉬운 듯도 하다. M 스포츠 디자인과 쿠페라는 이미지에서 오는 기대감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살짝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435i 쿠페가 기다리고 있고, 아예 더 짜릿함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M4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세대 328i 컨버터블 정지 가속력이 7.7초, 335i 컨버터블이 5.7초였던 것을 감안하면 438i의 5.8초가 나쁘지 않은 실력임에는 틀림없다.

4시리즈 쿠페의 진가는 엔진이나 변속기 보다 섀시에 있다. 낮은 무게중심과 높은 차체 강성을 확보한 데다 부드러우면서도 안정감을 높인 뛰어난 밸런스가 압권이다. 쿠페라 그럴 수도 있으니 컨버터블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 지기도 한다. 평상시 주행 때도 하체에서 전달되는 느낌이 매우 깔끔하다. 요철을 비교적 잘 걸러 주면서, 빠르지 않은 속도에서도 안정감이 운전자에게 잘 전달된다.

고속으로 올라가면 최근 BMW들은 양면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컴포트 모드로 고속 주행을 해 보면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불안감이 느껴진다. 차선을 변경할 때 휘청거리는 거동에서 이게 BMW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고속으로 달릴 때는 반드시 최소한 스포츠 모드를 선택해야 한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고속안정성이 제대로 확보된다. 고속에서 차선을 변경해 봐도 출렁거림이나 스티어링의 지체가 없이 정교하게 움직인다.

평소에는 최대한 부드러움을 확보하면서 고속에서나 와인딩에서는 스포츠 모드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 최근 부드러워지고 있는 BMW의 철학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자장비의 도움으로 부드러움과 단단함을 모두 누릴 수 있는 만큼 확실하게 그 장점을 누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와인딩에서는 420d보다 짜릿함이 더 크다. 코너에서 밀어주는 힘이 강한 만큼 코너를 이어가는 템포가 훨씬 빠르다. 그런데 현재 245마력 세팅에서 부족한 부분은 타이어였다. 앞 225/40 ZR18, 뒤 255/35 ZR19 브리지스톤 포텐자 S001을 신었는데, 245마력으로만 밀어 부쳐도 쉽게 오버스티어가 일어난다. 좀더 그립이 좋은 타이어로 갈아 신는다면 이 정도의 파워만으로도 더 재미있게 산길이나 서킷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8단 변속기는 컴포트나 에코 프로 모드에서는 변속에 많은 여유를 두고 있다. 그래서 컴포트 모드에서 급 가속을 해보면 변속 포인트에서 조금씩 머뭇거리는 느낌이 드는데, 이 역시 스포츠 모드에서는 거의 없어진다. 그렇다고 M 수준의 과격함까지 갖추고 있지는 않다. 어디까지나 데일리 스포츠카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428i 쿠페 현재의 세팅만으로 볼 때 엔진의 파워와 변속기, 타이어 등으로는 섀시의 포텐셜을 최대한으로 검증하기 어렵다. M4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M3의 전설을 써 내려간 E46 M3에 비해 지난 세대 E92 M3는 독일산 M 머신보다는 아메리칸 머슬 느낌이 강했었는데, 새로워진 M4가 다시 한 번 M의 진가를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어쨌든 M 스포츠 패키지를 더한 428i 쿠페는 레이서가 아닌 일반인들이 즐기기에 충분히 재미있는 차다. 힘은 더 세지면서 배기량이 2리터로 낮아진 것도 무척 고맙고, 한계를 드러내지 않는 단단하고 안정적인 밸런스의 섀시는 더 고맙다. 그리고 시선을 잡아 끄는 늘씬하고 매력적인 디자인 또한 최고의 선물이라 할 만하다. 끝이 없는 인간의 욕심을 잘 절제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