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SUV 중 하나인 기아자동차의 쏘렌토가 2세대 출시 후 5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3세대 모델로 돌아왔다. 신형 ‘올 뉴 쏘렌토’는 최근 출시된 다목적 미니밴 ‘카니발’과 함께 하반기 RV 시장에 돌풍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되는 유망주이다.
그런데 아직도 길에서는 3세대 모델의 할아버지 뻘이 되어버린 1세대 쏘렌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묵직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 덕분에 아직도 오래된 차라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벌써 최초의 쏘렌토가 등장한 지 12년이나 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2년 동안 쏘렌토에게는 어떤 변화가 찾아왔을까? 쏘렌토의 역사는 월드컵이 개최되었던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세대 쏘렌토(BL)
1세대 쏘렌토(프로젝트 명 BL)는 애당초 세계시장에서 호평받았던 기아의 소형 SUV, 스포티지의 후속으로 개발되었다. SUV라면 심한 소음진동을 감수하고 비포장로를 달리기 위한 차로만 여겨지던 시대에 도심형 SUV로 만들어진 스포티지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시장에서도 고무적인 판매를 기록했다.
이에 현대자동차와의 합병 이후 RV 라인업을 크게 강화시켜온 기아자동차는 스포티지의 후속모델로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의 후륜구동 기반 SUV를 개발하였다. 개발 과정에서 주요 시장인 미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도록 차체를 키우고 안락한 거주성과 고급스러운 편의장비를 고루 갖춘 도심형 SUV로 계획이 수정되고, 그 결과 2002년 2월 최초의 쏘렌토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쏘렌토(Sorento)라는 이름은 이탈리아의 휴양도시 소렌토(Sorrento; 철자가 약간 다르다)에서 따온 것인데, 당시 기아자동차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온라인 투표에서 50%의 지지를 받아 선정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후보로 거론되었던 이름 중 “쎄라토(Cerato)”가 있었다는 것. 이는 나중에 출시된 기아의 준중형 세단에 사용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쏘렌토는 승용차의 부드러운 주행감각과 묵직한 SUV의 파워를 고루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선전하였다. 후륜기반 4륜구동 시스템과 2,500cc WGT A엔진, 3,500cc V6 시그마 엔진(휘발유) 등 2종류의 엔진이 마련되었고, 특히 풍부한 옵션과 더불어 억제된 소음진동은 디젤엔진에 거부감을 갖고 있던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2003년에는 미국 NHTSA가 실시한 측면 충돌테스트에서 별5개를 받으며 안전성 또한 입증되었다.
2006년에는 승차감과 정숙성, 편의성이 개선된 뉴 쏘렌토를 선보였다. 출력이 대폭 향상된 VGT 엔진과 개선형 서스펜션, 동급 최초의 LED 테일램프 등이 적용되었으며 더욱 늘어난 실내공간과 VDC를 비롯한 각종 안전장치도 추가되었다. 그러나 이미 2005년 말 현대차는 차세대 SUV인 2세대 싼타페를 선보인 상황이었고, 무거운 프레임 바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등장하면서 쏘렌토의 인기는 한 풀 꺾이는 듯 했다.
2세대 쏘렌토(XM)
쏘렌토가 주춤했던 것도 잠시, 2009년 4월 서울모터쇼에서 2세대 쏘렌토(프로젝트 명 XM)가 공개되었다. 흔히 ‘쏘렌토 R’이라고 불리는 2세대 모델은 후륜구동 기반 프레임 바디였던 1세대와 달리 싼타페 CM의 바디를 활용하여 전륜구동 기반 모노코크 바디로 환골탈태하면서 체중감량과 실내공간 확보를 동시에 이뤄냈다. 또 현대의 신형 디젤엔진인 2,200cc R엔진을 최초로 탑재하여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44.5kg.m의 뛰어난 동력성능을 확보했다. 한편, 서브 네임인 R은 혁명(Revolution)과 안락함(Relaxation)을 의미한다.
특히 2세대 쏘렌토부터는 피터 슈라이어의 디자인 혁신 경영의 영향을 받아 기아차 패밀리룩을 적용하면서 한결 날렵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국내시장은 물론, 특히 미국시장에서 매우 큰 인기를 끌었는데 미드사이즈 SUV 시장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하며 연간 10만 대 이상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2012년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뉴 쏘렌토 R이 출시되었다. 앞서 출시된 현대차의 3세대 싼타페(프로젝트 명 DM)의 새로운 플랫폼을 사용하였으며, 후측방 경보장치와 슈퍼비전 클러스터, UVO 텔레매틱스 시스템 등 각종 첨단 편의장치를 확대적용하고 최신 패밀리룩을 반영하여 전면부와 후면부의 디자인이 변경되었다. 최신모델인 뉴 쏘렌토 R은 2013년 6월에 19인치 크롬 스퍼터링 알루미늄 휠이 장착되고 풀오토 에어컨, LED 리어램프 및 인조가죽시트 등 옵션이 기본적용된 2014년형이 출시되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3세대 쏘렌토(UM)
2014년 8월 11일, 동월 28일 출시를 앞둔 3세대 올 뉴 쏘렌토(프로젝트 명 UM)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호랑이 코 그릴과 날카로운 인상의 기아차 디자인적 연속성을 이어나가면서도 2세대와는 차별화되는 굵고 고급스러운 라인은 최신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최근 출시된 카니발의 모습도 느껴져 패밀리 룩 구성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세대 쏘렌토는 파워트레인이나 레이아웃 상의 큰 변화는 없지만, 보행자 충돌사고 시 부상을 최소화하는 ‘액티브 후드’, 여러 수입차들이 앞다퉈 적용하고 있는 ‘스마트 테일게이트’ 및 차량 주변을 360도로 보여주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등 신기술이 탑재된 편의사양들을 대거 적용하여 상품성을 높였다. 더불어 초고장력 강판 비율을 53%까지 높이고 구조용 접착제 사용을 2배 늘리는 등 차체 강성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물론, 여러 외신들도 올 뉴 쏘렌토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디자인 예상도를 선보여 왔으며, 최근에는 아트 위장막이 적용된 테스트카가 목격되면서 소비자들의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었다. 아직까지 올 뉴 쏘렌토에 대해서 모든 정보가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올 뉴 쏘렌토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중형 SUV 시장에서 경쟁자들을 위협할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보인다.
최근 연비와 환경규제 등 여러 장애물로 인하여 소형 CUV와 디젤 승용차들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에서, 돋보이는 디자인과 상품성을 가진 올 뉴 쏘렌토가 다시금 중형 SUV 열풍을 불러올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