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의 환경에 대한 관심과 친환경을 향한 노력은 실로 대단하다.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한 친환경 실험 과정을 쉽게 살펴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토요타 에코풀 타운’을 방문한 후 토요타의 여러 공장 중 친환경 노력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공장 한 곳을 방문했다.
아이치현에는 4개의 토요타 공장이 있는데 그 중 3개가 토요타시에 위치하고 있다. 그 중에서 기자 일행이 방문한 공장은 ‘츠츠미 공장’으로 이 공장은 친환경차의 대표인 프리우스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공장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 공장은 토요타의 친환경 의지를 가장 잘 표현한 ‘친환경차는 친환경 공장에서’라는 표어를 실천하고 있는 곳이다.
1970년 설립된 츠츠미 공장은 도쿄돔 약 24개 정도의 면적에 해당하는 114만 평방미터(34만평)의 토지에 건물 면적이 61만 평방미터(18만평) 규모의 공장이다. 츠츠미 공장에서 현재 생산되는 차종은 프리우스, 캠리, 프리미오, 아리온, 사이언 등이다. 그 중에서 프리우스는 전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물량의 절반 정도가 이 곳에서 생산되는데 국내에 들어오는 프리우스도 이곳에서 생산된다. 지난 해 프리우스의 글로벌 판매대수는 약 31만 5천여 대다.
공장 설립 초기에는 카리나, 세리카 등이 생산되었고, 모터리제이션이 본격화되면서 캠리와 코로나가 주력 차종이 되었다가 2004년 프리우스 생산을 시작한 이후 점차 프리우스의 비중이 확대되어 지금은 프리우스를 비롯한 하이브리드 차량의 생산 비중이 약 90%에 이른다.
츠츠미 공장에는 엔진, 프레스, 성형, 차체, 도장 및 조립 공장 등 종합적인 자동차 제조 공정이 모두 이루어지는 공장인데, 기자 일행은 대표적인 공정이라 할 수 있는 조립 공장을 견학했다. 공정과는 별도로 견학자들을 위한 배려가 참 잘 돼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어로 된 안내도 잘 갖춰져 있었고, 견학 통로 중간에 특별한 설명이 필요한 곳에는 설명을 위한 별도의 모니터가 설치돼 있고, 한글로 정보를 제공하며, 그 포인트만을 위한 에어컨도 설치돼 있었다.
조립 공장 라인은 그 동안 많이 봐왔던 다른 회사의 공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보편화된 공정 개선 프로그램 중 토요타 공장에서 시작된 것이 많은 것을 생각해 보면 나름 감회가 크기도 했다.
이 공장은 높은 생산성과 함께 안전도 무척 중시했다. 모든 부상은 예방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부상 제로를 실천하고 있으며,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자기 공정을 완수하도록 하고 있다. 투어 중 살펴 본 작업자들은 자율 복장에 모두 모자를 쓰고 작업에 임하고 있었다. 정밀한 부품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들어가 불량을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높은 생산성을 고려해 볼 때 작업자들이 무척 차분하면서도 허투루 시간을 쓰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국내 모 업체 공장에서는 작업 진행 속도에 여유가 있는지 자기 작업을 마무리 한 후에 수시로 책을 보거나 스마트 폰을 들여다 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곳 공장에서는 그런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토요타의 높은 생산성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시스템으로는 ‘Just In Time’과 ‘자동화’를 들 수 있다. Just In Time은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품 세트와 파츠를 자동차 한대 분씩 준비하고, ‘칸반(Kanban)’이라고 부르는 표를 작성해 필요한 부품만 정확하게 주문할 수 있다.
자동화는 전자동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움직인다는 뜻의 자동화로 최고의 품질도 각 공장에서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안돈’이라는 호출 버튼을 설치하고, 안돈모니터에 호출 상황을 표시해 주어 불량품을 다음 공정에 보내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었다.
이 공장은 2012년 리노베이션을 통해 모든 전등을 LED로 교체해 많은 절전을 이루기도 했다. 견학 통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견학하는데 전방 위쪽에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상자와 부품이 보였다. 차량에 장착될 에어컨 유닛이 운반되는 중이었는데, 그 유닛은 별도의 동력원 없이 경사지게 설치된 레일을 따라 부품의 무게 만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작은 곳부터 친환경을 실천하는 지혜가 돋보였다.
사실 이곳 츠츠미 공장의 본격적인 친환경 노력은 보다 큰 스케일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장 지붕 대부분을 태양광 패널 1만 2천장으로 덮었는데 이는 테니스코트 40개에 맞먹는 면적이며 자동차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력은 2천 kW로 일반가정 5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하며, 이곳 공장에서는 자체 생산된 전기로 전체 조립 라인에 필요한 전력의 절반을 충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는 연간 740톤에 이른다.
또한 공장 외부 벽면은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었는데 이 공장 벽에 칠해진 도료는 광촉매 도료로 광합성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공기정화 효과를 발휘하며, 세균이 붙어서 번식하는 것도 방지한다고 한다. 이는 포플러나무 2,300그루의 정화 능력과 맞먹는다고 한다.
공장에서 사용된 물은 페수 정화 장치를 거쳐 매일 5천 톤이 방류되는데 그 물이 얼마나 맑은 지를 보여주는 장치로 공장 한 쪽에 자그마한 연못을 설치했다. 정화된 폐수가 흘러 들어오고 있는 연못에는 어른 팔뚝보다 더 큰 잉어들이 살고 있었다. 마침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잉어가 낳은 엄청난 수의 치어들이 연못을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었다.
토요타는 단순히 친환경 자동차를 많이 생산한다는 이유로 친환경 기업으로 불리는 것은 아니었다. 친환경 자동차를 생산하는 만큼 생산 과정에서도 친환경을 철저히 실천하고 있었다. 물론 공장 뿐 아니라 도시로까지 확대하여 다양한 친환경이 실천되고 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