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가 V8 3.0 터보엔진을 장착한 F40을 1987년에 출시한 이후 27년 만에 터보 엔진을 장착한 모델 캘리포니아 T를 한국에 출시했다. 영원히 자연흡기 엔진의 정상으로 자리를 지킬 것 같았던 페라리도 친환경 이슈와 최근 F1 머신의 터보 엔진 적용 등 환경의 변화에 순응하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페라리답게 강력한 성능으로 무장한 새로운 모델을 선보였다.
캘리포니아 T는 2009년 등장한 캘리포니아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여 성능을 향상시킨 것 못지않게 더욱 날렵하고 스포티해진 디자인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이번 캘리포니아 T 런칭에 맞춰서 방한한 주세페 카타네오 (Giuseppe Cattaneo) 페라리 극동 아시아지역 총괄 지사장을 만나 캘리포니아 T에 관에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Q. 외신에 따르면 페라리는 앞으로 8기통 엔진은 터보, 12기통 엔진은 하이브리드로 가겠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 보도가 맞는 것인가?
A. 일단 기사 내용은 맞게 전달된 것 같다. 캘리포니아 T에 터보 엔진이 얹혔고, 라페라리에는 12기통 하이브리드가 얹혔다. 하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12기통 하이브리드를 만들지는 확실하지 않다.
Q. 2020년까지 유럽 배기가스 법규가 강해지면서 법규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브랜드에는 벌금을 매기게 되는데 이에 대한 대응은 무엇인가? 벌금을 맞을 것인가? 아니면 규제에 맞추기 위해 전기차 같은 친환경 차를 만들 것인가?
A. 2020년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따라서 그 사이에 어떤 결정을 하게 될지 아직은 두고 봐야 한다. 그리고 페라리는 연간 7천대 미만을 생산하는 작은 메이커다. 이처럼 소형 메이커이다 보니 배기가스 규제에 대한 시각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번에 선보인 캘리포니아 T만 보더라도 배기량을 20% 줄였는데, 이런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이다.
Q. 페라리는 역사와 철학, 자존심을 중시하는 브랜드인데, 오랫동안의 전통인 자연흡기 엔진 대신 30년 만에 터보 엔진을 등장시켰다. 그 동안 페라리는 F1 엔진과 연관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F1과 연관이 있는지, 아니면 단순한 다운사이징인지 궁금하다.
A. 마라넬로 공장에 와 보면 도로 주행용 GT 스포츠카 생산 라인이 있고, 그 한쪽에는 F1 머신용 공장이 함께 있다. 질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페라리는 F1에서 일어난 상황이 도로 주행 스포츠카에 영향을 미친다. 맞다. 관련이 있다. 특히 페라리는 F1의 기술이 많이 도로용 자동차에 이전된다. 특히 엔진이 가장 영향이 크고, F1 트랙 트랙션 컨트롤이 또 그렇다. 많은 영향이 있다. 아무래도 2팀이 같은 공간에 있으니 매일 서로 영향을 주고 있다.
Q. 페라리도 모델이 다양화되고 있는데 과거의 디노 같은 작은 모델도 다시 만들 계획이 있나?
A. 이태리 기술팀은 매번 우리를 놀래 킨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 그만큼 R&D에서 하고 있는 일을 다 모르는데,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모른다.
앞선 인터뷰에서 진정한 페라리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560마력을 내는 차라면 진정한 페라리라 할 수 있다.
Q. 페라리는 연간 7천대만 만든다고 했는데 그런만큼 VVIP 마케팅을 잘 하고 있다. 이것은 차는 적게 팔고 마진은 많이 남긴다는 전략이냐? 마세라티는 볼륨을 확장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A. 마세라티는 마세라티 만의 전략이 있다. 그리고 피아트, 크라이슬러 그룹 내에서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결국 각각의 브랜드가 자기에게 맞는 각각의 방식으로 경영한다.
페라리가 연간 7천대 미만으로 제한 하는 것은 비즈니스 모델에 중요한 전략이다. 페라리의 역사 전체를 놓고 봐도 이른 상한은 늘 있었다. 페라리는 항상 수요 대비 적게 생산한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간 3천대였던 것을 7천대로 늘린 것이다. 중동, 중국 등 새로운 수요가 크게 늘어남에 대응한 것이다.
페라리는 희소성을 중시한다. 그리고 희소성은 생각하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차는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페라리를 살려면 기다림이 필요하다. 많은 장인의 헌신과 희소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산량 제한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로는 기존 페라리 소유 고객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어떤 회사도 이미 판매한 차의 가치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데는 없다. 페라리는 오래된 차여도 여전히 페라리다. 이처럼 페라리의 온전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생산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페라리는 오래된 차를 타도 페라리를 탄다고 하지 오래된 차를 탄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래된 페라리는 투자 가치가 높다. 어떤 모델은 경매를 통해 수백만 불에 팔리기도 한다. 앞으로도 이런 가치를 지속시켜 나갈 것이다. 페라리의 가치는 영원하다.
페라리가 생산에 제한을 두면 오히려 경쟁사에서 좋아한다. 페라리를 사려면 기다려야 하지만 다른 차는 바로 살 수 있으니까.
Q. 캘리포니아 고객의 70%는 신규 고객이라고 한다. 과거 기자의 친구는 F430을 탔는데 내구성 때문에 불만이 많았고 다시는 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에는 재 구매율이 얼마나 되나?
A. 우선 F430 친구의 케이스는 유감이다. 하지만 그 친구의 케이스 하나를 가지고 일반화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 대한 충성도를 이야기하기는 아직 이르다. 캘리포니아를 통해 페라리를 처음 구매한 고객 70%의 재 구매 통계는 아직 없다. 몇 년 후 그 분들이 차를 바꿀 때는 재 구매 비율에 대해 조사해 보겠다.
일반적으로 페라리를 여러 대 구매한 수퍼 팬들은 충성도가 무척 높다.
Q. 페라리는 스포츠카의 대명사이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차라는 느낌이 들지만 사실은 그렇지는 않다. 페라리는 400km/h 이상 달리고, 1천 마력 이상의 엔진을 얹고, 0~100km/h 가속을 2초 대에 해 내는 차를 만들 생각은 없나?
A. 익스트림한 성능은 자동차를 경험하는 방법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페라리가 최상의 차라고 믿는다. 우리가 추구하는 시장에서 페라리는 절대적인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페라리 모델 중에도 극단적인 모델이 있지만, 지금은 모든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킬 모델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캘리포니아도 그렇고, FF도 그렇다. 이제는 페라리가 온전한 구성을 갖췄다고 본다. 한 대의 차가 극단적인 성능을 갖추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Q. 터보 엔진에 대한 페라리 팬의 반응은?
A. 캘리포니어 T를 운전해 본 분들은 응답성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고, 자연흡기 엔진과 똑 같이 반응한다고 좋아하고 있다. 반응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