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볼보 모델을 한 자리에서 시승할 수 있는 시승회가 열렸다. 그런데 모델들이 모두 지금까지 봐 오던 모델들이다. 새 모델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 볼보가 이 행사에서 보여주려고 한 것은 바로 새 파워트레인이다. ‘드라이브-E’라고 이름도 붙였다. 완전히 새롭게 개발한 신형 엔진들과 아이신 AW 자동 8단 변속기를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다.
시승을 위해 강원도 양양을 찾았다. 시승에 앞서 드라이브-E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기존에 볼보는 4기통부터 시작해서 5기통, 6기통, 8기통 등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친환경에 대한 요구가 커짐에 따라 볼보는 완전히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기로 하고, 무엇보다 새로운 엔진은 모두 4기통으로만 구성하기로 했다. 가벼운 중량과 뛰어난 성능, 높은 효율성으로 무장한데다 생산 및 유지 비용까지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엔진이 바로 가솔린과 디젤 4기통 엔진들이다. 출력에 따라 가솔린은 T6, T5, T4, T3, 디젤은 D5, D4, D3, D2 등으로 불린다. 이들 중 국내에 들여 올 엔진은 2.0 리터 엔진 3가지로 디젤 D4, 가솔린 T5, T6인데 T6 엔진은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2.0 디젤 D4 엔진은 최고출력이 기존 163마력에서 181마력으로 올라갔고, 최대토크는 40.8kg.m로 동급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2.0 가솔린 터보 T5엔진은 우선 5기통이 4기통으로 줄어든 반면, 터보차저를 더해 최고출력이 기존 213마력에서 245마력으로 높아졌고, 최대 토크 역시 30.6 kg.m에서 35.7 kg.m로 강력해졌다. 하반기 국내 도입 예정인 T6엔진은 슈퍼차저와 터보차저를 동시에 적용하여, 2.0리터 4기통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최대 306마력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데, 3,500rpm 미만의 회전구간에서는 수퍼차저가, 그 이상의 회전구간에서는 터보차저가 작동해, 뛰어난 응답성과 강력한 파워를 겸비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 엔진이 모두 동일한 배기량, 즉 보어와 스토로크가 똑 같고, 실제로 동일한 엔진블록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가솔린과 디젤 엔진에 동일한 엔진 블록을 사용하면서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디젤 엔진에는 커먼레일과 터보직분사 기술 외에 세계 최초로 ‘i-ART’ 기술이 적용되었다. 기존의 1,800~2,000 바 수준의 분사 압력을 2,500바까지 향상시켰고, 각 인젝터마다 설치된 인텔리전트 칩이 연료 분사압력을 모니터링하여 각 실린더마다 최적의 연료량이 분사될 수 있도록 인텍터를 각각 제어할 수 있으며, 연소행정당 9회까지 연료 분사가 가능하다. 이처럼 정밀한 제어를 통해 최고의 연소 효율을 달성하였으며, 엔진 진동도 최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볼보는 연간 40만대를 생산하는, 글로벌 기준으로는 소형 메이커라 할 수 있는데도 지금까지 알려진 안전기술 뿐 아니라 이처럼 혁신적인 엔진 기술 개발에까지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설명을 들었으니 이제는 직접 시승을 통해 성능을 확인할 차례다. T5 엔진과 D4 엔진을 모두다 시승해 봤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기자가 속한 팀이 이번에 시승한 3대의 차량은 모두 D4 엔진을 얹은 모델들이었다. S60 D4, XC70 D4, 그리고 S80 D4를 차례로 시승했다. 모두 똑 같은 엔진을 얹은 만큼 차체 크기와 중량, 구동방식에 따라 달리기 실력은 조금씩 차이가 났다.
가장 경쾌하게 달린 것은 역시 S60이다. 성능이 향상된 엔진과 8단 변속기의 조합은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초반 응답성이 좋아 부드럽게 출발할 수 있었고, 변속도 부드러웠다. 초반 가속성능은 경쾌했고, 최고속 영역까지 꾸준하게 밀어 붙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변속기의 도입으로 스포츠 모드도 비교적 적극적으로 파워를 사용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디젤 엔진의 특성상 스포츠모드를 잘 활용하면 평소에 매우 경쾌한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볼보 모델들 중 가장 세련됐다고 생각한다. 이미 꽤 오랜 세월이 더해진 디자인이지만 바뀌지 않은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디자인은 지금 보더라도 나쁘지 않은 디자인이다. 2014년형이 도입되면서 새롭게 선보인 계기판은 여전히 시선을 끌고 화려하다.
새롭게 개선된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 장착 모델을 시승하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부분은 출력이나 연비 개선보다 사실 디젤 엔진의 진동이 놀랍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그 동안 볼보의 디젤 엔진들이 꾸준한 성능 개선을 통해 진동이 많이 억제되어 왔지만 이번 i-ART의 적용으로 인해 엔진 자체의 진동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각 실린더의 폭발력을 개별적으로 정교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만큼 전체적으로 진동을 크게 상쇄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링 상태에서도 진동은 매우 잘 억제되어 있어 처음 시동을 걸 때부터 디젤 엔진임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다.
차가 정차할 때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는 기능도 에코모드에서는 완전히 정차하기 직전인 7km/h 이하로 내려가면 시동이 꺼진다. 주행 중 엑셀에서 발을 떼고 관성으로 주행할 때는 차가 알아서 기어를 중립으로 바꿔 아이들링 수준으로 회전수를 내려준다. 양양에서 설악산을 올라갔다가 내려 오는 길에는 바늘이 거의 바닥에 붙어서 가는 느낌이다.
이후 XC70과 S80을 시승했다. 4륜구동인 XC70과 차체가 더 큰 S80은 아무래도 S60에 비해서는 가속 성능이 떨어진다. 하지마 XC70은 왜건형 차체에 4륜 구동을 더한 컨셉이 정말 매력적인 차다. 굳이 키가 큰 SUV가 아니어도 다양한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끌린다. S80은 역시 볼보의 기함답게 안락하고 여유 있는 주행이 돋보였다.
볼보의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 모델은 6월부터 시판한다. 내 외관의 큰 변화 없이 가장 중요한 심장을 개선함으로써 실질적인 연비 향상과 성능 업그레이드를 이뤄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인 모델들이다. 물론 고객 개인 뿐 아니라 지구 전체의 환경을 생각하는 철학이 더 많이 반영된 모델이기도 하다.
크게 바뀐 부분이 없다고 지나쳐 버리기엔 새로운 엔진의 매력이 매우 뛰어나다. 무엇보다 직접 시승해 보고 성능을 평가해 보길 바라며, 시승하면서 디젤 엔진의 진동에도 꼭 관심을 가지기를 권한다. 독일 프리미엄 3사의 최신 디젤 엔진과 동등한 수준으로 성능이 업그레이드 됐고, 디젤 엔진 진동 개선에서는 굵은 한 획을 그은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볼보에게는 매력적인 새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신차를 속히 선보여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