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마치고 혼자 즐기는 시원한 맥주, 아내가 해놓은 얼큰한 안주에 소주 한잔이 좋아질 나이라면 중년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저씨라고 멋있지 말라는 법 없다. 사람들은 항상 제 나이에 맞게 멋을 낸다. 그게 정상이다. 필자의 관점에서는 “007 위기일발”, “007살인번호” 등에서 봤던 젊디젊은 숀코네리보다 “더 록”이나 “붉은 10월”에서 봤던 중후한 멋의 그가 더욱 끌리는 이유기도 하다.
가이(Guy)들의 전리품인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연애시절엔 아가씨를 꾀기 위해 날렵함을 펴 바른 스포츠카가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애 둘 딸린 아저씨한테는 실용적이면서도 자존심을 지켜줄, 후지지 않는 멋진 차가 제격이다. 바로 왜건이다. 기본 승용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부족하지 않은 멋을 내고 다목적 차들만큼이나 실용적이지만 더 효율적인 그런 차 말이다.
국내에서는 왜건의 인기가 바닥을 치며 외면을 받았지만 요즘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로 봐서는 곧 우리네 소비자들도 보다 스마트한 선택을 이어나갈 것이라 믿는다. 시장의 흐름은 공급자의 선택도 중요하겠지만 소비자의 관심도 중요하니까 말이다. 왜건이 가진 그 매력, 알면 알수록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 등을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델 혹은 곧 들여올 가능성이 있는 모델 또는 해외에서 이미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모델들과 함께 엮어봤다.
Hyundai i40
i40을 살펴보자. 디자인은 독일 러셀쉐임에 위치한 현대 유럽 R&D 센터에서 진행되어 출충한 유럽풍의 디자인을 자랑한다. 2011년 제네바모터쇼에서 처음 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했으며 같은 해 9월 공식 출시를 알렸다. 이듬해 1월 세단 모델이 선보이기도 했지만 왜건형만큼 강한 이미지를 전달하지 않는다. 차체 크기는 4,815mm 길이에 1,825mm의 너비, 그리고 1,4770mm의 높이다. i40 세단 모델과 비교해 보면 약간 긴 편이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그랜저 모델과 비교해보면 대략 100mm 정도 짧은 편이다. 물론 차체 급이 달라 비교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실용성에 초점을 두고 트렁크 용량까지 비교해본다면 설득력이 있다. 가장 강점인 553리터의 적재 공간이 부각되었다. 접이식 시트 활용에 따른 최대 확장 공간은 1,719리터에 달한다.
D 스펙을 기준으로 엔진은 GDI 2.0리터 유닛이 얹혔으며 6단 자동 기어박스와 연동된다. 연비는 140마력의 출력을 내는 디젤 1.7 VGT 엔진 유닛으로부터 복합 15.1km/l를 보여준다. 2.0리터 유닛으로 변경하면 11.6km/l. 참고로 최근 출시된 그랜저 모델은 14.0~13.8km/l이다. 가격도 비교해볼만 하다. i40 d 스펙은 3,025만원, 그랜저 디젤 모델은 3,254만원이다. d 스펙 세단 모델은 2,945만원. 실용성이 굳이 아니라면 혼란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Audi A4 Avant
아우디 A4는 아우디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인기 모델이다. 폭스바겐과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으며 가장 최근에 나온 아우디 A4 아반트 모델은 2.0리터 TDI 엔진을 얹고 나온다. 최대출력은 136마력(bhp, 100kW)에 320Nm(236lb-ft), 그리고 400Nm(295lb-ft)의 최고토크를 내는 유닛이다. 이외 TDI 엔진이 가진 매력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지만 우선 0-100km/h 도달 시간이 9.5초에 달한다. 왜건은 둔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무너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아반트 모델은 기본 모델의 장점은 모두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적재 공간의 실용성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국내 출시는 되지 않았지만 현재 영국 판매 가격은 30,155파운드, 한화 약 5,145만원으로 세단 모델과 비교해도 큰 차이는 없다. 최근 영국 유명 자동차 전문지 <왓카?WHATCAR?>에서는 주행감이나 드라이빙 포지션에 대해 지적을 한 적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고객 평가에서는 오히려 많은 점수를 얻기도 했다. 적재 공간의 용량, 기본 490리터 최대 1,430리터까지 확장 제공된다.
BMW 3-series touring(F31)
이 모델은 국내 출시 모델이다. BMW 3시리즈는 6세대를 거쳐 현행 모델(F30)까지 인기를 이어오고 있는데, 2011년 뮌헨에서 처음 데뷔를 했으며 이듬해 2월 쇼룸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세단 모델이 먼저 나왔지만 곧 이어 투어링 모델(F31)이 등장했다. 디자인은 BMW 역대 최고를 자랑하던 크리스뱅글의 뒤를 이은 뼈 속까지 BMW 사람인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의 작품으로 균형과 조화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시리즈들과 마찬가지로 프런트 엔진에 뒷바퀴굴림 드라이브 시스템을 얹고 있어 드라이빙의 즐거움은 여기 나온 경쟁자들 중 단연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2.0리터 트윈파워 터보 엔진을 얹어 4,000rpm에서 최대출력 184마력, 최고토크 38.8kg.m를 뿜어낸다. BMW가 주장하는 제원상 0-100km/h 가속 시간은 놀랍게도 세단 모델보다 0.3초가 빠른 7.1초에 달한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가 더해져 표준 17.5km/L 연비라는 놀라운 효율성까지 달성했다.
차체의 크기는 4,624mm의 길이에 1,811mm의 너비, 1,429mm의 높이다. 이 수치를 통해 투어링 모델이 정확히 세단 모델과 같은 크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적재 공간을 제외 하더라도 편안하고 넉넉한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 가격은 5,020만원이며, 세단 모델은 4,760만원이다. 적재공간은 495리터에서 최대 1,500리터까지 확장된다.
Mercedes-Benz New C-Class Estate
최근 들어 수입차 판매율에서 왕좌를 내놓고 있는 메르세데스는 아마도 모델의 다양성에 대해 심각히 고려해봐야 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수입차 점유율이 하루가 다르게 확장되고 있는 반면 벤츠는 한 발 뒤쳐진 마케팅만을 고집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가장 좋은 예는 우선 에스테이트의 부재이다.
물론 국내에는 CLS-클래스 슈팅브레이크 모델이 최근 나왔다. 하지만 판매 가격이 8,740만원으로 다른 경쟁자들과 비교해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차선책으로 벤츠 C-클래스 에스테이트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는다. 얼마 전 C-클래스 에스테이트 최신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 공개되었다. 본격적인 판매는 오는 9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세단 모델과 더불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이 또한 국내에서 판매될지는 의문이다.
차체의 크기는 4,702mm의 길이에 1,810mm 너비, 그리고 휠베이스가 2,840mm이다. 이전 모델보다 커졌다고 한다. 실용성에서 기본 490리터의 적재 공간이 최대 1,510리터까지 확장된다. 편의성을 살려 후면부 범퍼 아래쪽에 발을 대면 트렁크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핸즈프리 엑세스 시스템”이 적용된다. 이는 BMW 3-시리즈 투어링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기능이다.
엔진 라인업은 디젤, 휘발유, 하이브리드 세 가지가 있지만 우선 디젤 모델은 최대출력 115마력(ps, 85kW)에서 204마력(ps, 150kW)를 발휘한다. 휘발유 모델은 156마력~333마력의 출력 성능이 제공된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최대 204마력의 출력에 복합 연비는 1리터당 26.3km의 높은 연비를 보여준다. 물론 추가의 구매가격이 따라 붙겠지만 말이다.
Volvo V60
안전만을 내세우던 볼보의 이미지가 조금씩 변해간다고 할까? 이제는 투박한 디자인도 찾아보기 힘들다. 볼보 V60은 S60에서 파생되어 나온 모델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왜건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스포티한 모습이다. 하지만 길이 4,635mm, 너비 1,865mm, 높이 1,480mm(D4), 1485mm(D2), 그리고 휠베이스 2,775mm 크기의 분명한 왜건 모델이다. 라이벌들보다는 다소 적은 430리터의 적재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만 최대 1,241리터까지 확장된다. 안전은 기본으로 실용성은 물론 품질에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아마도 여기 있는 경쟁 모델 중에서는 가장 높은 감성품질을 자랑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하이라이트는 국내 판매 모델이라는 것.
스포츠 왜건이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로 퍼포먼스 측면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엔진은 D2, D4 유닛이 제공된다. 특히, 이번 볼보 V60 모델에서 주의 깊게 보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드라이브-이 파워트레인이다. D2 모델의 파워트레인은 1560cc 디젤 엔진으로 있으며 최고출력 115마력(ps), 27.5kg.m의 최대토크를 기록한다. 6단 듀얼클러치를 달고 있으며 0-100km/h 가속에 12.7초, 최고시속 185km를 찍는다. 복합연비는 16.5km/L.
반면 D4 모델은 1969cc 엔진 유닛에 181마력(ps) 40.8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0-100km/h 도달 시간은 7.6초에 달한다. 최고시속은 225km 복합연비는 15.8km/L이다. 두 모델의 가격은 각각 4,540만원, 그리고 5,510만원이다.
이외 글로벌 시장에는 알파 로메오 159 스포트왜건, 사브 9-3 스포트왜건, 폭스바겐 파사트 에스테이트, 포드 몬데오 에스테이트, 혼다 어코드 투어러, 마쓰다 6 에스테이트 등 매력적인 왜건 모델들이 무수히 많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