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골프 GTI의 역사를 먼저 살펴보자.
골프 GTI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5년이다. 1974년 등장한 골프를 베이스로 고성능 차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는 최초에 경영진의 허락을 받지 못했지만 연구진들이 비밀리에 개발한 후에 경영진에 공개했을 때 경영진이 크게 환영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렇게 첫 GTI가 탄생했고, GTI는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핫해치’라는 이름을 이 세상에 퍼뜨리기에 이르렀다.
초대 GTI는 1.6리터 110마력 엔진을 얹고, 0~100km/h 가속 9초, 최고속도 182km/h를 기록하며 단숨에 아우토반의 강자로 떠 올랐고, 서민의 포르쉐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이후 1.8리터 112마력 엔진과 1.6 터보 디젤 70마력 엔진을 얹은 모델이 나왔다. 디자인에서도 일반 골프와 차별화 해 라디에이터 그릴에 붉은 띠를 두른 레드라인이 더해졌고, 실내에는 체크 무늬의 시트와 골프공 모양의 기어 레버가 적용됐다.
1983년 등장한 2세대 GTI는 1.8리터 112마력 엔진으로 0~100km/h 가속8.3초, 최고속도 192km/h를 기록해 이전 GTI의 성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후에 1.8리터 16V(밸브) 139마력 엔진과 1.8리터 수퍼차저 160마력 엔진 등이 얹히기도 했다. 또한 210마력을 내는 1.8리터 16V 엔진을 얹은 G60 리미티드 에디션도 등장했는데, 0~100km/h 가속7.4초, 최고속도 230km/h의 놀라운 성능을 발휘했다.
3세대 GTI는 1991년 2.0 115마력 엔진을 얹고 등장했으며, 1993년 등장한 GTI 16V 모델은 DOHC 150마력 엔진을 얹고, 0~100km/h 가속8.3초, 최고속도 216km/h를 기록했다. 1, 2세대 골프가 각진 스타일을 고수했다면, 3세대 골프는 에어로다이..
4세대 GTI는 1998년 등장했다. 1.8리터 125마력, 1.8리터 터보 150마력, 2.0리터 115마력 등의 엔진을 얹은 모델들이 선보였고, 국내에도 1.8리터 터보 150마력 모델이 들어와 많은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모델은 0~100km/h 가속8.5초, 최고속도 216km/h의 성능을 발휘했다.
2002년에는 GTI 25주년 기념 모델이 등장했는데, 가솔린 엔진과 함께 디젤 엔진도 더해졌다. 1.8리터 터보 180마력 엔진을 얹은 가솔린 모델은 0~100km/h 가속 7.9초, 최고속도 222km/h의 성능을 발휘했고, 1.9리터 150마력 엔진을 얹은 디젤 모델은 0~100km/h 가속 8.6초, 최고속도 216km/h의 성능을 발휘해 가솔린 엔진 GTI와 대등한 성능을 뽐냈다.
2004년 등장한 5세대 GTI에는 터보 직분사 기술이 적용된 2.0 TFSI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28kg.m의 힘으로 0~100km/h 가속 7.2초, 최고속도 235km/h의 성능을 발휘했다. 이 제원은 수동 변속기 모델의 성능인데, 4세대 때까지는 모든 GTI 모델에 수동 변속기만 얹혔지만 5세대 GTI부터는 듀얼 클러치 변속기인 DSG가 적용됐다. 국내에도 정식 수입되기 시작한 DSG 모델은 0~100km/h 가속 6.9초, 최고속도 233km/h의 성능을 발휘했다.
30주년 기념 모델인 ‘에디션 30′은 2.0 TFSI 230마력 엔진을 얹고, 0~100km/h 가속 6.8초, 최고속도 241km/h의 성능을 발휘했다.
6세대 골프 GTI는 2010년 등장했다. 10마력이 더 높아진 210마력, 2.0 TFSI 엔진을 얹고, 수동변속기의 경우 0~100km/h 가속 7.2초, 최고속도 238km/h의 성능을 발휘했고, 국내에 도입된 DSG 버전은 0~100km/h 가속 6.9초, 최고속도 240km/h의 성능을 발휘했다.
이번 부산국제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7세대 골프 GTI는 최고출력 211마력/4,500~6,800rpm, 최대토크 35.7kg.m/1,450~4,000rpm의 파워로, 0~100km/h 가속 6.8초, 최고속도 210km/h의 성능을 발휘한다.이상으로 골프 GTI를 세대별 성능을 위주로 살펴보면, 5세대 이후 큰 폭의 성능 발전은 없어 보인다. 200마력에서 210마력으로, 그리고 이번에는 211마력으로 겨우 1마력이 올랐다. 더 이상의 기술 발전이 어려운 것일까? 물론 아니다. 폭스바겐은 GTI보다 더 높은 파워를 자랑하는 골프를 계속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4기통 엔진을 얹은 GTI와 달리 6기통 엔진을 얹은 VR6 모델이다. 3세대 골프 때 처음 등장한 VR6 모델은 V6 2.8리터 176마력 엔진을 얹고, 0~100km/h 가속 7.6초, 최고속도 240km/h의 성능을 자랑했다. 이후 2.9리터로 배기량을 늘이고 193마력, 0~100km/h 가속 7.4초, 최고속도 250km/h로 성능도 업그레이드했다.
VR6라는 이름은 엔진이 V6 형태이면서 뱅크 각이 15도로 좁아 직렬 엔진에 가까운 형태에서 비롯된 것으로, V는 우리가 알고 있는 V형 엔진을 의미하고, R은 inline을 뜻하는 독일어 ‘Reihen’에서 따온 말이어서, 결국 ‘V형 직렬 6기통 엔진’이라는 이상한(?) 의미를 가진다. 실린더 헤드의 사이즈로 보면 직렬 6기통과 V6의 중간 정도로, 직렬 6기통 보다는 짧고 넓으며, V6보다는 길고 좁다.
4세대 골프에도 VR6 엔진이 적용되었는데, 이름은 골프 R32로 바뀌었다. 2002년 등장한 골프 R32에는 3.2리터 24밸브 241마력 엔진을 얹고, 0~100km/h 가속 6.6초(DSG 6.4초), 최고속도 246km/h의 고성능을 발휘했다.
5세대 골프 R32에 적용된 VR6 엔진은 같은 배기량인 3.2리터에 최고출력이 250마력으로 올라갔고, 0~100km/h 가속이 수동은 6.5초, DSG는 6.2초, 최고속도는 250km/h에서 제한됐다. 그리고 이 때부터 R32에는 4륜구동인 4모션이 적용됐다.
골프가 6세대로 진화하면서는 골프 R32의 후속 모델이 2010년 골프 R로 이름이 바뀌었다. 더 이상 3.2리터 엔진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전의 R32에 비해 출력이 20마력 올라간 270마력을 발휘하지만 엔진은 4기통 2.0 터보로 다운사이징 했다. 0~100km/h 가속은 R32의 6.5초에서 5.7초로 줄어들었다.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았지만 7세대 골프 R 역시 4기통 2리터 터보로, 최고출력이 300마력으로 올라갔다. 0~100km/h 가속은 수동 5.1초, DSG 4.9초의 초 고성능을 발휘한다. 조만간 폭스바겐은 골프에 2리터로 400마력을 발휘하는 엔진을 얹은 골프 R400을 선보일지도 모른다. 최근에 컨셉트카가 공개됐는데, 양산 가능성을 높게 점쳐 볼 만하다.
이처럼 골프는 VR6, R32를 거쳐 R로 성능을 큰 폭으로 꾸준히 증가시키면서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반면, GTI는 큰 폭의 성능 향상 보다는 보다 균형 잡힌 주행 감각 개선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듯하다. 거기다 오늘날 2리터 엔진으로 200마력 이상을 쉽게 뽑아내는 모델은 무수히 많다. 어찌 보면 GTI의 존재감이 약해지는 느낌도 드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GTI가 핫해치의 지존으로 인정 받을 수 있을까?
그렇다. 단순한 출력만이 아니라 GTI만이 가지는 역동적인 운동성능은 여전히 앞바퀴 굴림 스포츠 모델의 정점에 있다. 우선 골프 R은 4륜 구동인 4모션이 적용돼 있어 안정감은 뛰어나지만 경쾌한 맛은 GTI에 뒤진다. 거기다 5세대까지는 무거운 6기통 엔진을 앞에 얹고 있어, 차체 길이가 짧은 해치백에는 균형상 불리할 소지가 있었다. 따라서 그 동안 GTI와 골프 R을 비교 시승해 보면 GTI가 출력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보다 다이나믹한 주행이 인상적이었다. 골프 R이 폭발적인 가속성능으로 짜릿함을 준다면, GTI는 경쾌한 거동으로 충분한 재미를 선사한다는 말이다. 거기다 골프 R에 비하면 가격 등 여러 면에 당연히 더 현실적이다. 고출력 엔진의 홍수 속에서도 여전히 골프 GTI는 가장 핫한 해치백의 명성을 잘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디젤 엔진을 얹은 GTI라 할 수 있는 GTD도 뛰어난 연비에 힘입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에는 5세대 골프 때부터 도입되었는데, 당시에는 GTD라는 이름 대신 GT TDI로 소개됐으며, 최고출력 170마력으로 0~100km/h 가속 8.2초, 최고속도 220km/h를 발휘했고, 6세대부터 이름을 GTD로 바꾸었으며, 170마력, 0~100km/h 가속 7.8초, 최고속도 222km/h를 발휘했다.
이번 부산국제모터쇼에서 GTI와 함께 소개된 7세대 GTD에는 이전 세대보다 14마력 증가한 최고출력 184마력/3,500~4,000 rpm, 최대토크 38.7kg.m의 2.0 TDI 엔진을 얹고, 0~100km/h 가속 7.5초, 최고속도 228km/h의 성능을 자랑한다. 이런 고성능에도 불구하고 연비는 리터당 16.1km의 복합연비(도심 14.4/고속 18.8)로 1등급을 달성했다.
폭스바겐 골프는 해치백의 교과서다. 거기다 실용적인 TDI 모델이 들어오면서, 디젤 자동차와 해치백의 인기를 견인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골프를 실용성만으로 타는 것은 아니다. 강력한 성능을 갖춘 GTI, GTD, R이 엄청난 화력을 갖추고 포진해 있다. 고성능과 뛰어난 연비를 동시에 잡으려면 GTD, 파워풀한 성능을 현실적으로 즐기면서 핫해치의 놀라운 역동성을 제대로 즐기려면 GTI, 그리고 좀 더 여유가 있어서 고성능 스포츠카 수준의 강력한 달리기를 경험하고 싶다면 R을 선택하면 되는데 국내에서 R은 조금 더 기다려야 만날 수 있다. 부산국제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선보인 GTI와 GTD의 가격은 7월부터 시행되는 한-EU FTA 관세 인하를 선반영해 GTI 4,350만원, GTD 4,240 만원(모두 부가세 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