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관심 뿐 아니라 판매도 꾸준히 상승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과거 토요타와 렉서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이제는 국내에서 만나 볼 수 있는 브랜드만 해도 현대, 기아, 혼다, 인피니티,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등에 이르고, 포드, 아우디 등도 뒤를 이을 전망이다. 지금 당장 실질적인 연비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하이브리드에 모아지게 하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많은 이들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직접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접해 보지 못했거나 평소에 큰 관심을 갖지 않은 이들은 여전히 크고 작은 오해를 갖고 있는 듯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선구자인 한국 토요타는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하이브리드 스페셜리스트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자동차 담당 기자들을 초청해 하이브리드에 대한 심도 깊은 이론 교육과 하이브리드 대표 모델 시승을 통해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우수성을 직접 체험하도록 한 행사인데, 평소 가지고 있던 궁금증들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올해 총 4차에 걸쳐 진행되는 하이브리드 스페셜리스트 아카데이 1차 교육에 기자가 참가했다. 오전에 진행된 이론 교육에서는 한국토요타의 고정덕 과장이 강의와 질의에 대한 응답을 해 줬다.
이번 교육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하이브리드의 세세한 부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간단히 설명하면 자동차에 일반적인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장착한 자동차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이 주를 이루고, 디젤 엔진과 전기모터의 결합인 ‘디젤 하이브리드’와 과거 현대자동차에서 선보였던 LPI엔진과 전기모터의 결합인 ‘LPI 하이브리드’ 등이 있다.
또 다른 분류 방법으로 하이브리드는 ‘스트롱 하이브리드’와 ‘마일드 하이브리드’로 나뉜다. 스트롱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 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방식이고,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가 엔진의 구동에 힘을 보태기만 하는 방식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를 일부 사용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외부에서 충전이 가능하냐에 따라 외부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와 외부 충전이 불가능한 전통적인 일반 하이브리드로 나뉘기도 한다.
또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분류하면 직렬식, 병렬식, 직병렬 혼합식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직렬식은 엔진은 발전기를 돌리는 데만 사용되고, 발전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전기모터로 자동차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구동 방식만 놓고 보면 전기자동차와 동일한데, 외부 충전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행 중 필요 시 엔진으로 발전을 해서 그 전기로 주행하는 것이 다르다. 대표적으로 쉐보레 볼트가 직렬식 하이브리드이면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병렬식은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전기모터를 배치해 엔진으로 구동하기도 하고, 전기모터만으로 구동하기도 하고, 감속 시에는 전기모터가 발전기가 되어 충전도 하는 방식이다. 현대, 기아, 혼다, 닛산, 포르쉐, 메르세데스-벤츠 등 토요타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 브랜드가 병렬식을 채택하고 있다.
직병렬 혼합식은 현재 토요타와 렉서스만 적용하고 있는 방식으로 병렬식으로 작동되는 전기모터외에 주행 중에 엔진으로 충전만 할 수 있는 직렬식 충전 전용 전기모터를 하나 더 갖춘 방식이다. 구조적으로 연료 효율이 가장 뛰어난 방식이다.
이제 하이브리드에 대한 그 동안 잘 알지 못했던 재미있는 원리들을 좀 더 깊이 살펴 보자.
전기모터를 거꾸로 돌리면 발전기가 된다.
아주 기초적인 물리 상식이지만 의외로 이 사실을 잘 모르는 이들도 많다. 배터리에서 전기모터로 전기를 흘려 주면 전기모터의 중앙 축이 회전하면서 자동차를 움직이게 되는데, 움직이는 자동차에 전기를 더 이상 흘려주지 않으면 자동차의 바퀴와 연결되어 있는 전기모터의 축은 계속 회전을 하고 있어서 이 때부터는 오히려 전기가 발생되어 연결된 배터리에 충전이 이루어지게 된다. 물론 여러 가지 저항에 의해 회전은 계속 감소하고 결국 자동차가 멈추면 더 이상 전기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최초에 투입된 에너지가 자동차를 움직이는데 많이 사용됐기 때문에 사용되고 남은 에너지만 다시 충전될 수 있으며, 이 또한 전체가 다 충전되는 것은 아니다.
모터는 돌기 시작하는 순간에 가장 큰 힘을 낸다.
엔진은 출력과 토크가 어느 정도 이상의 회전수에 이르러야 최대가 된다. 출력은 주로 4~6천 rpm 정도, 토크는 3~5천rpm 정도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하지만 전기모터는 회전이 시작될 때 가장 높은 토크가 나오고 회전수가 높아질 수록 토크가 낮아진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왜 이상적인가?
자동차는 정지한 상태에서 처음 움직이기 시작할 때 가장 큰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반적인 자동차에서는 출발할 때 1단 기어를 사용하고, 속도가 높아지면 힘이 덜 들기 때문에 고단 기어를 사용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처음 출발할 때 전기모터가 구동을 맡는다. 전기모터는 처음 회전을 시작할 때 최대토크가 나오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그리고 속도가 높아지면 토크가 낮아지는 전기모터 대신 고회전에서 높은 토크가 나오는 엔진이 달리기를 맡는다. 출발은 전기모터가 고속은 엔진이 주된 역할을 맡음으로써 각자 최고의 효율을 추구할 수 있다.
엔진으로 직접 구동하는 것보다 엔진으로 전기를 만들어 전기차로 주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엔진으로 주행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효율이 떨어지는 저회전 구간을 사용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지만, 엔진을 발전기로만 사용할 경우 가장 효율이 좋은 회전대로만 발전을 할 수 있어 효율이 더 높다.
직병렬 혼합식의 장점은?
병렬식 하이브리드는 엔진이 구동되는 동안에는 전기모터가 발전을 할 수 없고, 충전은 감속 구간에서만 이루어진다. 따라서 배터리가 다 소진된 상태에서 정지했다 출발하게 된다거나, 오르막이 오래 계속되는 등, 정작 전기모터의 힘이 많이 필요한 시점에 배터리에 충전이 되어 있지 않으면 부득이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엔진에 의존하게 된다. 직병렬식 하이브리드는 엔진이 구동되는 중에도 엔진 힘의 일부로 직렬식으로 연결된 전기모터를 돌려 발전을 할 수 있어서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배터리 충전량을 확보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브레이크 패드 교환 거의 하지 않아도 된다.
일반 자동차는 멈추기 위해서도 에너지를 쓴다. 달리고 있는 운동 에너지를 감소시키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으면 막대한 운동에너지는 마찰을 통해 열 에너지로 전환되어 브레이크 디스크와 패드를 달구고 그 열에너지는 그냥 대기 중으로 사라져 버린다. 그 과정에서 디스크와 패드는 마모가 일어나 약 4만 km 주행 후에는 패드를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감속할 때 운동 에너지를 최대한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엔진브레이크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급 감속이 아니라면 디스크와 패드의 물리적인 마찰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브레이크 패드 교환도 거의 하지 않게 된다. 물론 하이브리드 자동차임에도 급감속을 많이 하면 어쩔 수 없이 패드가 많이 닳을 수 있다.
브레이크를 깊이 밟으면 전기가 더 많이 충전된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계기판에는 좌측에 충전 게이지가 있는데 충전되는 정도를 표시해 주는 장치다. 주행 중 내리막길을 만나거나 감속을 위해 엑셀에서 발을 떼면 순간 엔진이 정지하고 충전이 시작된다. 감속을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 더 밟아보면 충전 게이지 바늘이 아래로 조금 움직이고, 브레이크 페달을 더 깊이 밟으면 바늘은 더 아래로 움직인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충전이 많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페달을 어느 정도 이상 깊이 밟으면 바늘이 아래 끝 부분에 도달해 더 이상 내려가지 않게 된다.
브레이크를 깊이 밟으면 충전이 더 많이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충전 게이지가 바닥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브레이크 디스크와 패드의 마찰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전기모터가 발전을 하면서 엔진브레이크 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리고 충전 게이지 바늘이 최대로 내려간 상태보다 더 깊이 브레이크를 밟으면 그 때는 브레이크의 마찰이 주된 감속 작용을 한다.
충전을 많이 하려면 브레이크를 최대한 오랫동안 밟아라.
기록이 생명인 레이싱에서는 코너 진입 전 브레이크로 감속할 수 있는 한계를 넘지 않는 지점까지 최대한 속도를 유지하다가 급브레이크로 감속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이처럼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충전 게이지 바늘이 바로 바닥까지 내려간 상태로 감속이 이루어진다. 이럴 경우 브레이크의 물리적인 마찰로 제동이 이루어지게 되어 발전량은 많지 않게 된다.
발전을 많이 하려면 발전에 의한 엔진브레이크 상태를 최대한 지속해야 한다. 그러려면 도로 전방을 잘 확인해서 감속이 필요하면 최대한 멀리서부터 감속을 시작해야 한다. 처음엔 엑셀에서 발을 떼는 것으로 시작하고 제동 거리를 봐서 충전 게이지의 눈금이 바닥까지 가지 않을 정도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로 제동을 끝까지 유지하면 최대한 많은 양의 전기를 충전할 수 있다.
브레이크 페달 밟는 정도와 충전량은 어떻게 조절하나?
관성으로 주행 중인 상태에서 전기모터는 바퀴와 연결되어 함께 돌고 있는데 이 때 배터리로 연결된 회로를 열면 만들어진 전기가 배터리로 이동하게 되고, 회전은 발전에 의한 저항으로 서서히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전기모터와 배터리 사이에 연결된 회로를 최대로 개방하면 충전이 많이 되면서 엔진브레이크가 더 강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그 정도의 제동으로도 부족할 경우 브레이크 페달을 더 깊이 밟으면 그 때부터는 추가적으로 더 많은 충전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주행 중 엔진과 전기모터의 운용 비율은 어떻게 결정하나?
운전자는 가속페달만 밟으면 되고, 파워매니지먼트 ECU에서 엔진과 모터의 토크를 계산해서 가장 효율적인 비율로 파워를 배분해 엔진과 전기모터를 컨트롤한다.
배터리 충전 정도를 보여주는 게이지의 눈금이 없어져도 배터리가 완전 방전된 것이 아니다.
배터리 충전 눈금이 모두 채워졌을 때의 배터리 충전량은 80% 정도이고, 눈금이 모두 없어졌을 때의 배터리 충전량은 30% 정도이다. 즉 눈금이 모두 채워졌을 때도 그 이상 충전이 가능하고, 눈금이 모두 없어져도 완전히 방전된 것은 아니다.
강제 EV모드를 많이 사용하면 연비가 떨어진다.
토요타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별도의 ‘EV’ 버튼이 있어서 특별히 전기로만 주행하고자 할 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EV모드에서는 휘발유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만 사용하므로 EV모드를 많이 사용하면 연비가 더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강제 EV모드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시스템이 알아서 가장 효율이 좋은 상태로 EV모드를 사용하거나, 충전을 해서 언제든지 전기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충전 상태를 유지해 주게 되는데, EV모드를 오래 사용하면 배터리를 최대한 방전 상태까지 전기모터로 주행하고, 그 후에는 어쩔 수 없이 엔진 효율이 나쁜 상태에서도 일정 시간 엔진으로 주행을 하며 충전을 해야 한다. 그래서 강제 EV모드를 많이 사용하면 엔진의 효율적인 운용이 어려워져 연비가 나빠진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에어컨을 켜도 상대적으로 연비가 좋다.
일반 자동차는 에어컨의 컴프레서를 엔진의 힘을 이용해 구동하기 때문에 에어컨을 켜게 되면 엔진 힘의 일부가 에어컨으로 배분되어 엔진 힘이 약해지고, 더 큰 힘을 내기 위해 연료를 더 쓰게 된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에어컨 컴프레서도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이용하므로 에어컨을 켜도 파워에 영향이 적으며, 효율 좋은 상태에서 충전된, 혹은 회생 제동에 의해 충전된 전기를 사용하므로 상대적으로 연비도 더 좋다.
누전의 위험은 없나?
누전이 발생하는 즉시 센서가 누전을 감지하고 모든 전원을 차단하므로 안전하다.
그래도 침수가 되면 물에 전기가 통해서 위험하지 않나?
침수가 되면 역시 자동으로 배터리에서 전기가 차단되어 배터리가 다른 모든 시스템과 격리된다. 그리고 전기의 특성 상 전기는 가장 빠른 루트로만 이동하기 때문에 배터리 내에서만 전기가 이동하고 외부에 감전을 일으키지 않는다. 예전에 강에서 전기로 고기 잡을 때 좌우 침 사이로만 전기가 이동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상과 같은 내용들을 새롭게 이해하면서 정해진 이론 교육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서 계속해서 쏟아지는 궁금증들을 다 해소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못다 푼 궁금증들은 다음 기회를 위해 남겨 두고, 서둘러 시승에 들어갔다.
시승에는 프리우스와 캠리 하이브리드가 준비되었다. 시승은 조를 나눠 차량 한대에 2명이 탑승해서 진행했으며, 먼저 프리우스를 시승한 팀은 중간 휴식 장소인 문막 휴게소에서 운전자를 교대하고, 시승 목적지인 강원도 정선에 도착해서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캠리 하이브리드를 타고, 먼저 캠리 하이브리드를 시승한 팀은 오후에는 프리우스를 타고, 역시 중간 휴식 지점인 치악 휴게소에서 운전자를 교대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서 모든 사람이 프리우스와 캠리 하이브리드를 다 운전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시승 결과는 지금까지 여러 번 시승에서 얻은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일부 팀은 연비 보다는 평상 시 주행과 다이나믹한 운전에 관심을 두고 운전했음에도 모든 팀이 프리우스와 캠리 하이브리드의 공인 연비보다 높은 연비를 달성했다. 가장 높은 연비를 달성한 팀은 프리우스의 경우 34.18km/L로 공인연비 21.0km/L보다 13.28km/L가 더 높게 나왔고, 캠리 하이브리드는 25.0km/L로 공인연비 16.4km/L보다 8.6km/L가 더 나왔다. 기자는 캠리 하이브리드 24.4km/L, 프리우스 27.03km/L를 기록했다.
기본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특성을 잘 이해한 상태에서, 실제 도로 환경에 맞게 회생제동을 최대한 많이 하고, 엔진 사용을 최소화하며, 엔진과 전기모터를 최고의 효율로 운행하는 노하우를 시승을 통해 조금씩 체득해 가면서 얻어낸 결과여서 매우 값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아울러 비단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아니더라도 가속 페달을 최대한 억제하고, 최대한 멀리서부터 감속해서 탄력 주행 구간을 늘리는 등 경제 운전 습관을 생활화 한다면 평소 운전보다 훨씬 더 높은 연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과 결론도 얻어 냈다.
조용한 가솔린이냐, 파워풀하면서 연비 좋은 디젤이냐, 조용하면서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냐를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호에 달려 있지만 아직까지는 생소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그 원리를 이해한 상태에서 선택한다면 보다 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하이브리드 중에서도 구조에 따라 성능의 차이가 있으니 그 차이에 대한 이해까지 더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