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가 스포츠카가 아니어도, 후륜구동이 아니어도, 수동변속기가 아니어도, 세단이어도, 경차여도, 혹은, 내가 남자여도, 여자여도, 직장인이어도, 학생이어도 상관없이 자동차를 사랑한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자동차 놀이로 짐카나를 추천한다. 좀 쉽게 비유 하자면 자동차로 즐기는 장애물 경주 같은 것으로, 정해진 코스를 빠르게 완주하면 된다. 그런데 그 정해진 코스라는 게 아주 쉬운 코스부터 웬만한 운전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고 난이도의 코스까지 다양한데 초보자라면 쉬운 코스부터 도전해도 그 재미는 기대 이상이다.
짐카나는 인도의 한 지방 이름으로, 식민지에 파견된 군인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드럼통을 세워 놓고 장애물 경기를 했던 것이 짐카나의 기원이라고 한다. 이후 체계를 갖춘 짐카나는 여러 개의 콘이나 독특한 장애물을 설치해 두고 슬라럼을 비롯해 다양한 주행 방법으로 장애물을 피하고, 정해진 미션을 수행한 후 가장 빨리 코스를 통과하는 사람이 이기는 자동차 경주로 자리잡았다.
환상적인 짐카나 주행을 선보이는 이로 ‘캔 블락’이 많이 알려져 있는데, 튜닝된 고성능 경주차를 이용해 드리프트로 장애물 사이를 주행하는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캔 블락처럼 운전해야 짐카나를 할 수 있다면 누가 쉽게 즐길 수 있겠는가? 짐카나는 아주 쉽고 다양한 코스 설치가 가능해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자신의 차로 짐카나에 도전해 볼 수 있다.
국내에선 아주자동차대학(총장 이종화)이 주최하고 팀맥스파워(대표 박상현)가 주관하는 ‘짐카나-드리프트 챌린지’가 3년째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지난 4월 13일에도 충남 보령에 위치한 아주자동차대학 주행실습장에서 ’2013•2014시즌’ 3라운드 대회가 열렸다.
짐카나-드리프트 챌린지에서 짐카나 경기는 ‘경차전’, ‘일반 L’ (1,600cc 미만), ‘일반 H’ (1,600cc 이상), ‘선수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최상위 클래스인 선수전에는 경차전이나 일반전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는 선수들에게만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드리프트는 ‘피켜 드리프트’로 진행되는데, 코스 전체를 드리프트로 주행해야 하며, 박정룡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주행을 심사한다. 선수전과 드리프트는 1, 2, 3차 예선 후 예선 성적 1~6위까지 선수들로 결승전을 치른다.
일반전 우승자들이 참가하는 선수전은 코스부터 다르다. 일반전에 비하면 훨씬 난이도가 높으면서 재미있는 코스여서 많은 이들이 타보고 싶어하지만 선수전에 출전할 자격이 있는 이들 외에는 선수전 코스 주행이 허락되지 않는다. 결국 일반전에서 반드시 우승해야만 더 난이도 높고 재미있는 선수전 코스를 달려 볼 수 있다. 물론 선수전에서 입상하면 상품도 푸짐하다.
짐카나 대회가 회를 거듭하면서 선수들의 기량이 높아지다 보니 이제는 이 짐카나 대회 우승자에 대한 예우도 높아졌다. 실제 짐카나에서 우승한 선수가 프로 레이싱팀에 바로 입단한 경우도 있고, 짐카나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의 실력이면 서킷 경주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을 정도라고 한다.
맥스파워 박상현 대표는 이 짐카나 대회를 통해 많은 이들이 서킷 대회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가 아닌 2~30대 회사원들도 기본적인 것을 짐카나에서 경험한 후에 서킷 경주로 진출할 수 있는데, 이미 수 십 명이 진출했고, TT100 클래스에 첫 출전해 바로 우승한 선수도 있다고 한다.
기자는 경기 하루 전인 12일 진행된 짐카나 스쿨을 취재하러 아주자동차대학에 다녀왔다. 짐카나 스쿨은 짐카나에 처음 입문하는 이들을 위한 드라이빙 스쿨로, 기초적인 ‘슬라럼’과 ’8자 주행’ 등을 익힌 후 짐카나 코스에서 실전 연습까지 해 보도록 하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주행 실습에 앞서 간단한 이론 교육이 진행됐다. 이번 짐카나 스쿨에 참가한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은 짐카나가 처음이며, 서킷 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이었다. 자동차가 좋아 처음으로 짐카나에 도전하는 이들인 것이다. 기자도 짐카나를 아주 조금 수박 겉핥기 식으로 맛본 게 전부여서 기대하고 이론 교육에 임했는데 의외로 이론 교육은 쉽게 끝났다.
짧게 끝난 이론 교육에서 강사가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것은 의외로 레이싱에서 강조하는 ‘아웃 인 아웃(Out in out)’과 ‘슬로우 인 패스트 아웃(Slow in fast out)’이었다. 아웃 인 아웃은 코너를 주행할 때 코너 바깥쪽에서 진입해서 크리핑 포인트에 최대한 가깝게 붙여서 통과한 후 다시 바깥쪽으로 빠지는 주행 방법이고, 슬로우 인 패스트 아웃은 코너 진입 전 최적의 속도로 감속한 후 코너 진입 후 가속을 시작해서 빠른 속도로 코너를 탈출하는 것으로 서킷 경주에서 반드시 마스터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주행법이다.
그런데 좁은 공간 안에서 콘과 콘 사이를 주행하는 짐카나에서도 아웃 인 아웃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사실이 처음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주행 실습장에 올라가 첫 주행을 해 보고 나자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주행 실습은 실습장을 반으로 나눠서 한쪽에서는 처음 교육 받는 분들이 먼저 시트 포지션 교육, 스티어링 휠 조작 교육에서부터 시작해서 슬라럼을 연습했고, 다른 한 쪽에는 출전 경험이 있는 분들이 정식 짐카나 코스를 만들어 놓고 반복해서 실전 연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자는 잠시 상황을 지켜보며 취재를 하다가 실전 연습에 참가해 보기로 했다. 짐카나 코스는 단지 여러 개의 콘으로만 구성되어 있는데다 콘과 콘을 지나는 코스가 복잡해 먼저 코스를 익혀야 했다. 짐카나 코스는 매 대회마다 다르게 구성되며, 연습 때는 이전 대회에서 선보였던 코스로 연습하고, 실제 경기 코스는 경기 당일 새로운 코스를 공개한다고 한다.
다른 참가자들의 주행을 보며 눈으로 코스를 익힌 후 막상 코스에 진입하니 콘을 통과하는 방향과 순서를 여러 번 틀렸다. 이렇게 코스를 이탈하게 되면 실격처리 되며, 코스를 이탈하는 순간 코스 외곽에서 경기를 체크하는 진행요원들이 적색기를 흔들어서 코스이탈을 알려준다.
코스 이탈은 아니지만 콘을 쓰러뜨리거나 칠 경우 황색기를 흔들어서 콘을 쓰러뜨렸음을 표시해 준다. 콘을 쳐서 쓰러뜨리는 것은 실격은 아니고 감점이 되는데, 만약 콘을 절반 이상 넘어가서 주행할 경우에는 코스이탈로 간주해 실격처리 된다.
첫 주행에서 연거푸 코스 이탈을 하는 가운데 좁은 공간에서 콘과 콘 사이를 주행하려고 하다 보니 이론교육에서 강조했던 ‘아웃 인 아웃’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만약 인에서 인으로 들어갈 경우 콘을 지나면서는 탈출라인이 아주 바깥으로 빠지게 되는데 그럴 경우 다음 콘 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어서 결국 차를 멈추고 후진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 즉 콘과 콘 사이가 좁고 각도가 클 경우 다음 콘 안쪽으로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아웃에서 진입해야 하는 것이다.
콘 사이가 좁거나 헤어핀 수준의 회전을 해야 하는 경우 후륜구동 차량은 드리프트를, 전륜구동 차량은 핸드 브레이크를 당겨서 스핀턴을 이용해 주행하는 것이 기록 단축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후 코스를 숙지하고 라인 연습과 스핀 턴 연습을 하면서 반복해서 코스 주행을 하자 조금씩 기록이 단축되는 것을 즐길 수 있게 됐고, 경쟁심과 성취욕도 조금씩 생겨났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정식으로 짐카나 대회에 참가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오전 동안 주행 연습한 짐카나 코스는 일반전 코스였다. 교육을 받고 조금만 연습하면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는 비교적 쉬운 코스다. 그렇게 몸 풀기를 마치고, 오후에는 예전 시합에 실제 적용됐던 선수전 코스를 준비해서 도전해 보도록 했다. 선수전 코스는 콘과 콘 사이의 거리가 더 좁은 것을 비롯해 난이도가 더 높다. 그리고 일반전에는 없고 선수전에만 추가되는 미션이 있는데 바로 오메가 코스다.
그리스 문자 오메가 형태로 콘을 설치하고 오메가의 입구로 들어가서 차를 돌려서 다시 입구로 나오는 코스인데, 원의 크기가 크지 않아 스티어링 휠을 완전히 감은 상태로도 한 번에 돌 수는 없고, 전진 후진을 반복해서 돌아 나오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이렇게 하면 기록이 잘 나올 수가 없다. 결국 들어가면서 바로 스핀턴을 이용해 한 번에 180도를 돈 후 빠져 나와야만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코스가 다 설치 됐을 때 시선은 당연 오메가코스에 꽂혔다. 차가 들어가면 꽉 차 버릴 것 같은 원인데 과연 그 안에 들어가서 빠져 나올 수 있을까? 앞선 주자들이 코스를 익히면서 주행하는데 오메가 코스를 비교적 깔끔하게 빠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약간 주눅이 들었다.
드디어 내 차례. 우선은 코스를 익히느라 살살 주행했지만 문제는 역시 오메가 코스였다. 천천히 들어가서는 스핀턴이 불가능하다. 결국 용기와 속도를 함께 올려 오메가 입구로 들어서자 바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스티어링 휠도 돌리면서, 핸드 브레이크를 당겼다. 와! 우려와는 달리 상당히 깔끔하게 거의 180도 가깝게 회전을 해 줬다. 그것도 콘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말이다. 덕분에 추가로 스티어링 조작을 크게 하지 않고 비교적 쉽게 오메가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아직은 초보 수준이라 기록은 순위권에 많이 못 미쳤지만 기본을 잘 이해하고 꾸준하게 연습하면 짐카나를 통해서도 상당히 재미있는 자동차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은 얻을 수 있었다.
오후가 되면서 참가자들의 집중도는 더 높아졌다. 초보 그룹은 슬라럼을 거쳐 8자 주행을 통해 아웃 인 아웃을 익혀가고 있었는데, 몇몇 참가자들은 상당한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유경험자들이 연습하는 짐카나 실전 연습도 열기가 더 뜨거워졌다. 이날 연습 주행한 이들 중 몇몇은 일반전에서 상위권을 기록하지만 아직 우승 경력은 없는 이들이었다. 집중 연습을 통해 다음날 있을 실전에서 반드시 우승 하겠다는 각오가 엿보였다.
짐카나 스쿨을 둘러보면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부분은 참가자들의 면면이 무척 다양하다는 것과 더불어 참가 차량도 무척이나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거의 대부분이 일반 직장인이고, 여성도 여러 명 있었고, 오누이가 참가한 이들도 있었다. 사실 그 오누이는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입상 경력도 여러 번이라고 했다.
차량은 경차 모닝부터 해치백인 i30, 프라이드, 대표적인 중형 세단인 쏘나타는 물론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 HG까지 정말 다양했고, 제네시스 쿠페나 혼다 S2000 같은 고성능 스포츠카와 함께 한 눈에도 꽤 오래 돼 보이는 마쓰다 미아타도 시선을 끌었다.
피겨 드리프트는 환상적인 드리프트 주행이 멋지긴 하지만, 더 높은 수준의 운전 기술이 요구되고, 튜닝과 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은 만큼, 처음 자동차 경주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은 먼저 짐카나에 도전해 보는 것이 좋겠다.
서두에도 말했듯이 짐카나는 누가나 쉽게 참가할 수 있다. 차종에 제약이 없어서 평소에 타던 세단이나 해치백으로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운전은 오래 했더라도 이런 경기 도전이 처음이라면 스쿨을 통해 기본기를 배우고 참가한다면 더 좋다. 꾸준히 참가하면서 실력을 쌓아나간다면 굳이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더라도, 짐카나를 통해서 습득한 운전 기술이 분명 평소의 안전 운전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짐카나에 도전해 보자. 결코 어렵지 않다. 필요한 것은 단지 약간의 용기면 충분하다. 평소에 타던 차 그대로 일단 한번 도전해 보자. 자동차를 사랑하는 새로운 세상이 멀지 않은 곳에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