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X5 M50d를 간단히 요약하면, V6 3.0 리터 디젤 엔진에 터보차저 3개를 얹어 최고출력 381마력과 최대토크 75.5kg.m으로 정지에서 100km/h까지 가속을 5.3초에 끝내는 3세대 X5다. 다른 말로는 ‘괴물 같은 녀석’이라고 한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BMW가 X5를 처음 선보이면서 사용했던 SAV라는 말에 딱 맞아 들어가는 모델이라는 점이다.
지난 가을 3세대 X5를 만난 후 오랜만에 다시 X5를 시승했다. 이번에는 고성능 가솔린 엔진을 기죽게 만드는 최강 디젤 엔진을 얹고, 이름에 당당하게 M을 붙인 모델이다. X5 M50d다.
수많은 자동차 매니아들의 로망인 M. 사실 진짜 M은 이름이 간단하다. M3, M4, M5, M6, 혹은 X5 M, X6 M, 1M. 그런데 이들 외에도 M을 붙이는 경우가 있다. M550d, X5 M50d가 그렇다. M5, X5 M과 달리 디젤 엔진을 얹다 보니 이름이 길어져서 살짝 M의 사촌 느낌이 들지만 엄연히 M이 직접 만든 진짜 M이다. 디젤 엔진을 얹었지만 M의 이름표를 붙였다는 것만으로 성능은 인정 받을 수 있다.
하얀 X5 M50d를 만난 순간 어느 애니메이션에선가 봤던 거대하고 하얀 늑대가 떠올랐다. 범퍼 하단에 일반 X5보다 큰 좌우 공기 흡입구와 M 디자인 대형 알루미늄 휠이 시선을 끈다. 옆구리에 붙어 있는 M로고도 작아서 그 외에 외관상 M을 표현한 부분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인테리어에서도 M 디자인 스티어링 휠과 시트를 제외하면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M 로고도 기어 레버와 도어 스커프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
i 드라이브에는 터치 패드가 장착돼서 손 글씨를 인식할 수 있고, 어라운드 뷰 모니터와 하만카돈 오디오를 갖췄다.
시트는 어깨부분 각도 조절이 되고, 냉방과 히팅을 모두 지원한다.
센터페시아 중앙 비상등 버튼 아래 있는 버튼을 누르면 ‘차량 접근 경고’ 기능을 켜거나 끌 수 있는데, ‘인텔리전트 세이프티’에서 앞 차 추돌 경고, 사람 충돌 경고, 차선이탈 경고의 3가지 기능이 다 켜지는 올 온을 선택하거나 3가지 중 선택할 수 있는 인디비쥬얼을 선택할 수 있다.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은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차가 차선을 밟게 되면 상당히 큰 진동이 전달되는데, 차가 크다 보니 의도하지 않았지만 차선을 밟게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스티어링 휠 좌측 버튼과 토글 스위치로 조작하는데, 리쥼 버튼을 별도로 마련해 둬서 사용하기 편리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찰떡 궁합은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시선을 뺏기지 않으면서 다양한 기능을 조작하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이름표에 당당하게 M을 붙이긴 했지만 엔진룸을 열어봐도 화려한 M 엔진 커버는 보이지 않는다. 엔진 사이즈도 평범한데다 일반 모델의 플라스틱 커버에 ‘M 퍼포먼스’라고 찍혀 있는 것이 전부다.
결국 이 차는 직접 타고 성능을 체험해봐야 맛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엔진이 V6 3.0리터이다 보니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엔진룸을 열어봐도 시각적으로 위압적이거나 하지 않다. 다만 3개의 터보차저를 비밀 병기로 갖추고 있을 뿐이다. 순차적으로 작동하는 3개의 터보차저 덕분에 디젤 3.0 엔진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최고출력 381마력과 최대토크 75.5kg.m를 발휘한다. 0~100km/h 가속에는 5.3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250km/h에 이른다.
디젤 경쟁 모델이라 할 수 있는 포르쉐 카이엔 S 디젤은 V8 4.2 디젤엔진으로 최고출력 382마력과 최대토크 86.7kg.m, 0~100km/h 가속 5.7초의 성능을 내고, 한 체급 아래이긴 하지만 역시 강력한 디젤 엔진을 얹은 아우디 SQ5는 비슷한 6기통 3.0 디젤엔진으로 최고출력 313마력, 최대토크 66.3kg.m, 0~100km/h 가속 5.1초의 성능을 낸다.
시동을 걸면 실내는 디젤 모델인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 회전을 올리면 엔진은 우리가 알고 있던 디젤 엔진 소리와는 다른 소리를 낸다. 회전은 매끄럽게 상승하고 ‘그러렁’ 거리는 엔진 사운드도 무척 경쾌한 톤으로 볼륨을 높인다.
가속은 폭발적이다. 보통 고성능 SUV들은 제원상 가속 성능은 빠르지만 실제 달려보면 체감 가속감은 제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상고가 높고 상대적으로 롤이 큰 차체 때문이다. 그런데 X5 M50d는 체감상으로도 무척 빠르다. 탄탄한 하체와 즉각적인 반응 때문으로 보인다.
그랬다. X5 M50d는 고성능 스포츠 세단에 준하는 탄탄한 하체를 가졌다. 그러다 보니 컴포트 모드에서도 노면 정보를 굉장히 많이 읽고 가는 편인데, 오히려 스포츠모드에서는 고속에서 노면을 탄다기보다는 매끈하게 달리는 느낌이 강하다. 절묘하면서 달리기를 부추기는 세팅이다. 노면 정보를 다 읽으면서 천천히 달리는 것보다 빠르고 매끈하게 달리는 편이 훨씬 세련된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은 1세대 X5와 많이 닮았다. BMW가 SAV라고 부를 만했던 1세대 X5의 하체는 정말 키 큰 스포츠카 같은 느낌이었는데 두 세대를 지나서 다시 원래의 매력을 되찾은 느낌이다. 물론 2세대에서도 X5 M이 유감 없는 실력을 선보였지만 단단하면서도 세련된 서스펜션 느낌은 지금의 X5 M50d가 더 낫다고 판단된다.
디젤엔진이지만 M이라는 이름표를 단 만큼 회전수도 무척 높아졌다. 일반 D에서는 5,000rpm에서 변속이 되지만 수동모드로 바꾸면 회전은 레드존인 5,500rpm 부근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자동으로 시프트업 되지 않고 연료가 차단된다. 5,500rpm 부근까지 가서 변속하면 변속 충격도 조금 발생한다. 수동모드로 고회전을 사용해 달릴 때는 레드존 직전에서 빠르게 변속해 주는 것이 좋겠다.
M 디자인 스티어링 휠 뒤에 부착된 시프트 패들은 디자인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스티어링 휠의 가로 스포크가 가늘다 보니 패들이 위로 많이 노출되는데 마치 당나귀 귀마냥 펄럭이는 느낌이다. 하지만 작동하는 손의 위치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D에서 시프트패들로 변속하면 수동모드로 갔다가 잠시 뒤에 다시 D로 돌아오고, 수동모드에서는 기어를 몇 단으로 올리라고 적정 기어 단수를 표시해 준다.
기어 레버를 운전석 쪽으로 당기면 S모드가 되는데, 지금까지 BMW의 S모드는 별로 과격하지 않았는데 반해, X5 M50d의 S모드는 상당히 과격한 편이다. 저단 기어를 훨씬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브레이크를 밟아 기어를 내릴 때는 ‘붕’하면서 회전수를 높여 주는 반응도 무척 경쾌하다. 저단 기어 고회전의 엄청난 코크를 편하게 즐길 수 있어 시내에서 S모드로 주행하면 제대로 스포츠카 느낌이다.
그런데 기왕이면 기어레버만 S모드로 바꾸기보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서스펜션 등 차체의 전체적인 세팅이 스포티하게 바뀌면서 좀 더 강력한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다. 사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X5 M50d는 일반 도로에서만 타기에는 아까운 수준에 이른다. 당장에라도 서킷으로 달려가고픈 마음이 든다.
평소 작고 빠른 차를 좋아하는 기자에게 이런 크고 빠른 차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분야다. 하지만 소수라 하더라도 분명 전천후 활용성을 가진 큰 차를 좋아하면서 빠른 것까지 요구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BMW는 이 X5 M50d를 개발했을 것이다. 기존의 X5 M으로도 충분히 그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지만, 거기에다 연비까지 좋다면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거기다 BMW는 3 터보 디젤 엔진의 기술력과 가능성까지 확보하게 되었다.
X5 M50d는 현실감까지 갖춘 사치의 캐릭터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낮은 배기량의 디젤 엔진에 최첨단 기술을 동원해 가솔린 터보 엔진 수준의 출력과 그 보다 더 높은 토크로 강력한 달리기를 선보이고, 원조 SAV다운 탄탄한 주행 느낌도 되살렸다. 거기다 가솔린 엔진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연비를 확보했으면서 디젤 엔진의 진동과 소음은 완전히 차단하고, 오히려 매력적인 엔진 사운드를 더했다. 그렇다면 단점은 없는가? 이제 남은 단점은 엔진 회전수를 가솔린 엔진만큼 높게 쓸 수 없다는 것과 가격이 비싸다는 것 정도다. 가격은 1억 3,79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