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를 바탕으로 개발된 4도어 쿠페 CLA의 AMG 버전은 그 동안 우리가 AMG에 기대해 왔던 잣대로 보면 아쉬움이 남지만, 멋진 디자인에다 2리터 엔진으로 얻을 수 있는 동급 최강의 성능과 4륜 구동의 전천후 퍼포먼스를 더해 AMG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한다. 거기다 국내에선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바야흐로 터보 엔진의 시대다. 자연흡기 엔진의 대명사였던 BMW가 완전히 터보 엔진으로 돌아섰고, 페라리도 엔초 페라리의 유작 F40 이후 첫 터보 엔진을 신형 캘리포니아에 장착했다. 일반 승용차와 SUV 등에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쏟아지는 건 당연하다.
대세에 AMG도 동참했다. 전통적으로 AMG는 자연흡기 대배기량 엔진을 선호했다. 하지만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으로 높은 마력을 자랑하는 BMW M3(E46), M5(E39)의 등살에 못 이겨 한 때 V8 수퍼차저 엔진을 장착한 모델 (SL 55 AMG, E 55 AMG, S 55 AMG 등)을 선보이기도 했고, 아예 한 체급 더 높은 고성능으로 V12 터보 엔진을 얹은 모델 (SL 65 AMG, S 65 AMG 등)을 선보인 바도 있다. 소형인 C, CLK, SLK 등에는 한 때 V6 3.2리터 수퍼차저 엔진을 얹었다.
이런 과급기 엔진들로 한바탕 BMW M과의 출력 경쟁을 치른 후에는 다시 V8 자연흡기로 돌아와 V8 6.3리터 AMG 모델들을 선보였다. 그런데 이렇게 왔다갔다하는 동안 전체적인 흐름이 터보 엔진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AMG도 다시 터보 엔진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현재의 63 AMG 모델들은 자연흡기 6.3리터가 아닌 V8 5.5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얹고 있다.
오늘 시승한 CLA 45 AMG 4매틱에도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 그런데 A 45 AMG와 함께 AMG 모델 중 막내다 보니 최고출력은 360마력에 이르지만 배기량은 겨우 2리터에 불과하다. 그 동안 다양한 2리터 터보 엔진을 선보여 왔던 BMW, 아우디, 폭스바겐의 경쟁 엔진들을 제압하면서 단숨에 4기통 2리터 엔진 중 세계 최강의 자리에 등극했다.
서두부터 엔진 이야기로 열을 올렸는데 이제 다시 찬찬히 살펴보자.
지난 2월말 끝난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도민준’의 차로 등장해 인기를 끌었던 CLA 45 AMG 4매틱은 A클래스를 베이스로 개발된 4도어 쿠페 CLA의 AMG 버전이다. 이름에 45가 들어가 있지만 4.5리터 엔진을 사용하거나 출력이 450마력인 것은 아니다. (토크가 450Nm이긴 하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의 작명법이 무척 복잡해져 이제는 이름 만으로 알 수 있는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
외관 디자인은 지난 번에 시승한 CLA 200 CDI보다 조금 더 터프한 이미지가 강조됐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가로 핀이 2개로 늘어났고, 헤드램프 아래 에어 인테이크가 더 커졌다. 범퍼 아래 립스포일러도 추가됐다. 뒷 범퍼에도 에어 브리드가 추가됐고, 배기 파이프도 좌우에 각각 2개씩을 마련했다.
측면에는 ‘AMG TURBO’ 엠블렘이 더해졌고, 휠은 18인치에서 19인치 AMG 휠로 교체됐다. 구멍이 뻥뻥 뚫린 브레이크 디스크와 AMG 로고가 찍힌 은색 캘리퍼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테리어에도 약간의 변화가 더해졌다. 대표적으로 알칸타라로 감싼 근육질의 AMG 스티어링 휠이 적용되었고, 변속기 레버가 일반 모델의 칼럼식 대신 SLS AMG를 통해 선보였던 조그만 AMG 전용 전자식 기어 레버로 바뀌었다.
데시보드도 가죽으로 감싸고, 데시보드와 도어트림, 시트, 센터 콘솔 등에 빨간색 스티치를 적용해 스포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빨간색 스티치를 더한 것 외에 시트 디자인이 다르지 않은 점은 의외지만 적당히 단단한 시트는 몸을 잘 잡아준다. 빨간색 스티치와 함께 안전벨트도 빨간색으로 만들었는데, ‘별 그대’에서 도민준과 천송이가 빨간색 안전벨트를 매고 있는 장면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AMG 모델이지만 성능 외에 편의 장비가 크게 더해지지는 않았다. CLA 200 CDI와 같이 키레스 고와 냉방시트는 적용되지 않았다. 오디오도 프리미엄 오디오가 추가로 적용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역시 성능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4기통 2리터 직분사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360마력/6,000rpm, 최대토크 45.9kgm/2,250~5,000rpm을 발휘한다. 배기량 2리터로 360마력이라니…… 직분사와 터보차저가 더해지면서 예전 터보 엔진에 비해 출력이 월등히 높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놀랍긴 마찬가지다.
엔진룸을 열어 보면 4기통 2리터 엔진이긴 하지만 그래도 AMG 엔진인 만큼 이 엔진을 조립한 장인의 사인이 엔진 커버에 새겨져 있다. AMG 엔진은 한 사람이 한 대의 엔진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하고 자신의 사인을 새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변속기는 듀얼클러치 변속기인 7G-DCT가 적용됐고, 앞바퀴 불림인 A클래스나 CLA 200 CDI와 달리 45 AMG는 네바퀴를 굴리는 4매틱이 적용됐다. 0~100km/h 가속에는 4.6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250km/h다. 독특한 디자인의 변속기 레버는 전자식으로 작동하며 위 아래로 조작 시 절도감이 뛰어나다.
0~100km/h 까지 4.6초의 가속력은 엄청나다. 수치로만 보면 포르쉐 911급이다. 하지만 차가 작고 낮아서 엄청난 가속력을 느낄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제 몸으로 느끼는 가속력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변속기의 동력전달이 부드러운데다가 4매틱까지 가세해 과격함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배기음도 기대에 못 미칠 정도로 부드러웠다. 일반 모델에 비하면 크지만, 그 동안의 AMG 모델들이 마치 포효하듯 어르릉 대는 중저음의 배기음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동급 최강의 출력과 가속력을 갖췄음에도 오감으로 즐기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 안타깝다.
AMG를 제대로 즐기려면 스포츠모드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 일단 배기음이 좀 더 커지는 것이 마음에 들고, 급 가속 시 기어를 변환할 때 배기파이프에서 ‘팡’ 터지는 소리도 난다. 그나마 이 소리가 있어서 AMG 분위기를 살려 준다.
변속은 40, 70, 110km/h에서 이루어지고, 100km/h로 주행할 때 7단의 회전수는 1,600rpm 정도다. 낮은 배기량과 높은 토크, 저회전 주행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고성능임에도 연비는 매우 뛰어나 복합 연비가 10.6km/l (도심 9.3km/l, 고속도로 12.9km/l)다.
모드를 ‘M’으로 선택하고 시프트 패들을 사용하면 강력한 파워를 제대로 즐기면서 달릴 수 있다. 코너 진입 전 기어를 내릴 때는 회전수 매칭을 정확하게 해 주는데 고성능 스포츠카처럼 기민하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역시 AMG다. 수동모드에서도 킥다운은 되고, 자동으로 시프트업은 되지 않는다.
빠른 가속력 만큼이나 놀라운 것은 단단한 코너링 실력을 보이면서도 요철을 부드럽게 흡수하는 서스펜션이다. 분명 단단한 느낌이 있는데도 주행이 편안하다. 이 편안함은 매끄러운 변속과 부드러운 가속력이 함께 더해져 CLA 45 AMG 4매틱의 전체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렇다. CLA 45 AMG는 엄청 빠른데 편하다.
편의 장비로는 디스트로닉 플러스가 적용돼 있다. 설정한 속도로 정속주행 하다가 앞차의 속도가 낮을 경우 앞차 속도에 맞춰서 주행하고, 앞차가 정지하면 앞차를 따라서 정지까지 할 수 있는 버전이다. 물론 3초가 지나면 디스트로닉 플러스가 해제된다.
에코 모드에서는 오토 스타트/스톱이 작동해 차가 멈출 경우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고, 오토홀드는 아니지만 브레이크 페달을 깊이 밟아주면 홀드가 작동하는 것은 다른 메르세데스 모델들과 같다.
AMG 모델들 중에서는 막내이지만 동급 경쟁 모델 중에서는 최강인 메르세데스-벤츠 CLA 45 AMG 4매틱은 매력이 정말 많은 모델이다. 기본적으로 CLA 클래스의 매력적인 디자인과 4도어의 효율성, 프레임리스 도어의 스포티함을 확보한 상태에서, 고성능과 경제성까지 갖췄다.
360마력, 0~100km/h 가속 4.6초의 가공할 성능을 갖췄지만 배기량이 2리터 밖에 되지 않아 자동차 세금이 싸고, 부드럽게 운전할 경우 연비도 무척 좋다. 앞바퀴 굴림인 일반 모델과 달리 4매틱이 적용돼 있어 더 역동적이고, 강력한 파워를 효과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으면서 눈비 상황에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6,970만원의 가격도 경쟁력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