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 들어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소형차 시장이 주목을 받자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은 새로운 소형차 개발에 착수했다. 특히, 닛산은 레저와 여가생활을 중요시 하는 젊은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자동차에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닛산은 공간을 중시한 디자인을 적용해 실용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클래식한 외관과 만화적인 디자인, 독특하고 다채로운 색을 가진 원조 박스카, ‘큐브’(Cube)를 선보였다. 국내에는 3세대 모델이 정식 출시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세대 Z10 (1998~2002) 큐브의 초석
1998년 박스카의 원조라 불리는 1세대 큐브가 탄생했다. 첫 출시 당시 40만 대 이상 팔리며 돌풍을 일으켰고, 일본에서는 지속적으로 월 1만대 이상 판매되며 등록대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1세대 큐브는 짧은 회전반경을 제공해 도심에서 쉽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하고 박스카의 장점인 넉넉한 실내공간으로 실용성을 겸비했다.
더불어 유리 해치를 채용하면서 당시 닛산이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던 충돌 안전 보디를 탑재했고, 협소한 공간에서 테일게이트의 윈도만 따로 열어 화물을 넣을 수 있는 플립 업 글래스(FLIP-UP GLASS)를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2세대 Z11 (2002~2008) 세상을 강타한 디자인
이후, 큐브는 2002년 풀 모델 체인지를 거치며 2세대 모델로 거듭났다. 닛산의 또 다른 인기 소형 모델인 ‘마치’(March)와 플랫폼을 공유한 2세대 큐브는 2박스 타입의 구조만 같을 뿐, 많은 부분에서 1세대와 다른 독창적 디자인이 적용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특징은 비대칭의 외관 디자인과 더 넓어진 실내공간이다.
리어 램프 디자인은 1세대의 세로형과 달리 뒷 범퍼에 내장된 가로형으로 변화했으며, 앞좌석은 벤치 시트를 적용해 쇼파와 같은 편안한 이미지를 추구했다. 이후, 라디에이터 그릴 안에 방향 지시등이 사각형에서 원형으로 바뀌고,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상은 격자형에서 마름모형으로 바뀌었다. 2007년 1월에는 방향 지시등이 헤드램프와 통합되었다.
외관의 변화는 더 넓은 층의 고객에게 어필하며 여성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2세대부터 시작된 큐브의 독특한 디자인은 디자이너 히로타다 쿠와하라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큐브의 타겟층과 동일한 28세의 젊은 디자이너 히로타다는 그 당시 유행했던 샤프하고 모던한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탈 때까지 긴장하고 싶지 않은 차, 따뜻한 커피와 머그컵처럼 편안한 분위기의 차, 적어도 20년은 질리지 않을 클래식한 디자인의 차, 하나의 표준이 될 만한 차를 만들고 싶었다.
또한, 그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천천히 달려도 운전이 즐거운 차를 디자인하고자 노력했다. 여기서 나온 획기적인 아이디어 중 하나가 바로 오늘날 큐브의 상징이 된 좌우 비대칭 디자인이었다. 후방 윈도의 한 쪽을 옆으로 확장시킨 이 디자인은 혼잡한 도심의 도로에서 운전자의 시야를 넓혀주고 주차를 보다 수월하게 해 주고자 하는 섬세한 배려가 담겨 있다.
하지만 아무도 쿠와하라의 디자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좌우 비대칭이라니 농담이지?”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이제 좀 제대로 된 디자인을 해보는 게 어때?”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디자인을 설득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닛산 또한 그의 주장을 단순히 묵살하지 않았고, 오랜 기간을 거쳐 철저히 검토했다. 그리고 마침내, 닛산 자동차 디자인 수장인 시로 나카무라가 결단을 내리며 쿠와하라의 열정이 담긴 2세대 큐브의 디자인은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고,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3세대 Z12 (2009~현재) 시간의 흐름을 더하다
2008년 출시된 3세대 큐브는 국내시장에서도 출시 전부터 병행수입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2011년 8월 국내에 공식적으로 출시된 3세대 큐브는 2세대의 박스카 디자인과 비대칭 구조는 그대로 계승하면서 부드러운 곡선을 이용한 디자인으로 진화했다. 여기에 조금 더 길어진 바퀴 휠베이스와 네 모서리에 배치된 타이어로 좀 더 안정감 있는 자세를 갖췄고 실내공간과 실내 수납공간이 더욱 확대되며 기능성을 극대화했다.
2세대에 이어 3세대 큐브의 디자인을 맡은 쿠와하라는 이전 모델 혹은 경쟁 차량과의 차별점 보다는 향후 큐브가 어떤 식으로 발전할 것인지에 대한 ‘발전 방향’에 초점을 두어 디자인을 연구했다. 아울러 세월의 흐름에 따라 멋스러워지는 차를 디자인하고자 했다. 강물 속에서 모서리가 둥글게 다듬어진 돌처럼, 혹은 서서히 형태가 갖춰지는 두부처럼, 큐브에 시간의 흐름을 더해 보다 자연에 가까우며 부드럽게 변화한 외관 디자인을 완성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한 타다마사 하야카와 또한 전 세대 큐브가 가진 휴머니즘의 가치에 주목했고, 일상 속 휴식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부서의 아이디어 마감 일자는 바로 그의 휴가 일정 바로 직후였다고 한다. 휴가 내내 여행지에서 머리를 짜냈지만 도통 좋은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던 그는 하루 동안 쉬기로 작정하고 호텔 객실의 발코니에 있는 욕조에 들어가 맥주를 마셨다고 한다.
그 순간,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간 하나의 생각이 있었다. ‘이 욕조에 앉아 있는 편안한 느낌을 큐브의 인테리어를 통해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 회사로 돌아온 그는 ‘자쿠지(기포가 나오는 욕조)’ 컨셉의 아이디어 스케치를 제출했다. 결과적으로 이 아이디어는 3세대 큐브의 새로운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채택됐고, 현재 큐브가 자랑하는 널찍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구현됐다.
유기적인 곡선과 부드러운 직물의 시트로 이루어진 큐브의 인테리어는 특정 연령대의 사람들에게는 복고풍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는 하야카와가 그의 학창 시절에 유행했던 60년대 포크 뮤직 카페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저는 둥근 안경을 쓴 멋진 사람들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들의 주변에는 벨벳 재질로 덮인 스툴이 널려 있었고, 오래된 기타는 작은 테이블이 되어 있었지요. 이러한 분위기는 저와 같은 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현대의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하고 흥미롭게 받아들여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야카와의 말이다.
큐브의 외부와 실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잔물결(ripple)’ 디자인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결’을 상징하는 것이다. “저는 큐브를 하나의 작은 물방울이라 생각합니다. 떨어진 물방울이 물결이 되어 고객들에게 퍼져 나가고, ‘이렇게 편안하다니 정말 괜찮은 차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큐브는 주행 시 탑승자가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차입니다. 심각한 교통 체증이나 다른 차가 당신의 차선을 침범해 올 때도 말이죠. 큐브의 자연 채광과 탁월한 실용성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차와는 상당히 다를 겁니다.”
이처럼 큐브는 사람들에게 휴식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차를 만들고자 한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가 조화되어 만들어졌다. 더욱이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국내에 공식 출시된 3세대 큐브는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16.8kg.m의 4기통 1.8L 엔진과 3세대 엑스트로닉 CVT(무단변속기)가 탑재되어. 매끄러운 주행성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오토 헤드라이트, 휠사이즈, 올인원 타입 내비게이션/오디오 및 에어컨 이용 방식(자동/수동) 등 편의사양에 따라 1.8S와 1.8SL 두 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