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선수를 제대로 눈 여겨 본 것은 탑기어 코리아에 출연해 드리프트 신이라 불리는 일본의 츠지야 케이지와 드리프트 대결을 벌이는 방송에서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 해맑게 웃는 이 드리프트 챔프와 가까워 질 일이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지난 해 우연한 기회에 드리프트를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선생님을 물색하던 중 지인이 김상진 선수를 소개해 줬다. 다짜고짜 전화를 해서는 드리프트를 배우고 싶다고, 배우는 과정을 기사로 소개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드리프트와 친해지면 좋겠다고 취지를 설명하자 김상진 선수는 흔쾌히 승낙을 해 줬다. 바쁜 사람이 선뜻 허락해 준 것이 내심 신기하기까지 했다.
보령에 위치한 아주자동차대학에서 처음 만나 김상진 선수는 자그마한 체구와 해맑게 웃는 모습이 예전 탑기어에서 보았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첫 만남에서 우리는 바로 친해졌고, 자상하게 드리프트 기초를 가르쳐 주는 태도에는 감사와 존경까지 생겼다.
그날 김상진 선수의 이야기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처음 드리프트를 배울 때 아무도 가르쳐 주는 이가 없어서 원선회를 익히는 데만 3년이 걸렸다는 이야기였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아 다음 기회에 부산에 위치한 모비벅스를 방문하겠노라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챔프의 자동차 사랑 – 모비벅스
첫 만남 후 가르침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자상했던 스승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부산으로 향했다. 사실 김상진 선수가 요즘 타고 있다는 마쓰다 RX-7 튜닝카를 구경하고 싶은 마음도 크긴 했었다.
부산 강서구청 옆에 위치한 모비벅스는 흰색 벽이 돋보이는 조그만 건물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침 날씨가 좋아 파랗게 물든 하늘과 흰색 건물은 눈부신 대비를 이뤘다. 하얀 건물 만큼이나 해맑은 김상진 선수, 아니 김상진 대표가 반갑게 맞아 줬다.
튜닝숖 모비벅스 안에는 3대의 리프트가 자리하고 있었고, 각 리프트에는 FD RX-7과 E92 M3, 그리고 S15 실비아가 올려져 있었다.
김상진 선수가 모비벅스를 운영한 것은 2008년부터다. 처음엔 함께 자동차를 즐기던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여서 차를 만들고, 정비하는 곳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자동차를 기꺼이 모비벅스에 맡기고 있다고 한다. 물론 김상진 선수가 드리프트 경주에서 우승한 덕도 많이 보았을 것이다.
‘모비벅스’라는 이름은 자동차 ‘모빌’과 벌레 ‘벅스’를 합쳐서 만든 이름으로, 흔히 말하는 공부벌레가 아닌 차벌레를 의미한다고. 재미있는 것은 이 이름을 고등학교 때 생각해서 낙서장에 써 놓았다가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2008년 당시에는 자동차 튜닝도 그립 주행에 맞춰졌었는데, 이 후 드리프트를 연습하기 시작했고, 점차 드리프트에 특화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부터 드리프트 대회인 한국타이어 DDGT에 참가하기 시작했는데 모비벅스 팀에서 무려 12~13대의 경주차가 참가했었다. 그리고 경주 참가 2년 째인 2011년에는 대망의 챔피언에 올랐다.
김상진 선수가 드리프트 챔프에 오르던 때 경주차는 제네시스 쿠페 3.8에 트윈터보를 얹어 550마력을 발휘했다. 그는 이 차로 일본 최고의 드리프트 대회인 D1 그랑프리에 한국인 최초로 참가하기도 했다.
김상진 선수가 챔피언에 오르면서 모비벅스는 드리프트 이미지가 너무 강해져 최근에는 ‘KOG(King of Ground)’라는 브랜드도 함께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챔프의 자동차 사랑 – 드림카
모비벅스를 방문했을 때 리프트에는 최신 M3가 올려져 있었다. 요즘 열심히 타고 있는 차란다. 그 동안 전자장비가 많은 차들은 별로 안 타 봤는데, 최근 M3로 드리프트도 해보고 그립 주행도 해 보면서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진짜 드림카는 따로 있다. 바로 마쯔다 RX-7 FD다.
그는 오랜 드림카였던 RX-7을 갖게 되었지만, 국내에 있는 RX-7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로터리 엔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드리프트 경기에 출전하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엔진 컨디션이 계속 나빠져, 결국 제네시스 쿠페 2.0 터보 엔진과 변속기로 바꾸게 되었다.
초기엔 자주 트러블이 발생해 애를 많이 먹었지만 꾸준히 손보면서 다듬은 결과 지금은 꽤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게 됐다. 현재 2.0 터보 엔진은 약 450마력 정도를 뿜어낸다고 한다. 그는 이 RX-7으로 드리프트 경기에도 출전하고 싶어하니 조만간 국산 심장을 품은 매력적인 디자인의 RX-7이 하얀 연기 속을 질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