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등장과 함께 자동차의 새 역사를 써 온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이지만 이번 6세대 S클래스는 그 어떤 선대 S클래스들의 등장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다시 역사 속으로 사라진 마이바흐의 빈 자리까지 커버하기 위해 메르세데스가 보여 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다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만들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최신 기술과 최고의 화려함을 모두 담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S클래스는 럭셔리 카의 대명사다.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의 기함이니 럭셔리 중의 럭셔리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난 몇 세대 동안 S클래스의 위상은 많은 도전을 받았다. BMW 7시리즈와 아우디 A8이 정면에서 승부를 걸어오고, 벤틀리가 ‘포스트 S 클래스’ 고객을 집어 삼키려고 입을 벌리고 있다. 이들과 멀찍이 롤스로이스와 마이바흐가 새로운 차원의 수퍼 럭셔리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S클래스는 분명 최고의 고급차임에도 그 위에 더 고급차가 있는, 황제가 아닌 봉건 왕의 지위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주변 국으로부터 끊임없이 국경 침범을 당하는. 그런데 이제 상황이 좀 바뀌었다. S클래스에 굴레를 씌웠던 마이바흐가 사라지면서 이제 S클래스는 명실공히 최고의 메르세데스가 되지 않을 이유가 없어졌다.
그 동안 7시리즈와 A8이 신모델을 선보이면 최신 기술과 화려함으로 크게 도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S클래스는 오히려 그 들의 뒤를 따르는 느낌이어서 사뭇 못마땅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선보인 6세대 S클래스는 이들을 한 참 따돌리고 멀찍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뒤통수를 크게 얻어 맞은 경쟁자들은 새 모델 개발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번 S클래스를 최고라 칭하게 하는 요소는 크게 디자인과 첨단 기술, 그리고 최고급 소재를 들 수 있겠다.
디자인은 개인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그런데도 지난 S클래스들은 매번 아래 E클래스나 C클래스에 비해 디자인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고, 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어색함을 표현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뉴 S클래스에 대한 디자인 평가는 대체로 좋은 편이다.
그 동안 컨셉트카를 통해 선보인 외관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접목되면서 처음 봐도 크게 생소하지 않고, 비례나 세부 묘사 등에서도 모두 뛰어난 완성도를 선보였다. 최고의 럭셔리카 위상에 맞는 중후함에 미래적인 느낌을 잘 접목시켰다는 평가다.
기술적으로도 헤드램프를 비롯한 외부 조명 뿐 아니라 실내의 작은 백라이트 하나까지 모두 LED를 적용한 최초의 자동차로 기록됐는데, 이로 인해 디자인 관용도도 무척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S클래스의 디자인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받은 부분은 인테리어다. 4세대 S클래스가 선보였던 활처럼 휘어진 데시보드 라인을 계승하면서 최첨단과 최고급을 잘 어울려냈다.
첨단 이미지는 계기판과 다목적 모니터 용의 2개의 대형 모니터를 나란히 배치한 데서부터, 버튼 배열을 최소화하고 기어 레버를 없앤 센터페시아와 센터 터널의 심플함에 까지 이른다. 심플한 2-스포크 스티어링 휠이 이렇게 고급스럽기도 S클래스가 아니면 어려운 일이다.
모니터는 해상도가 높아 풀 디지털 계기판도 상당히 깔끔한 편이다. 다양한 정보를 다양한 디자인으로 표현해 줄 수 있는 점도 좋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커맨더 시스템에 통합된 수 많은 정보들을 담았다. 첨단 기능들에 대한 사용법도 들어있고, 디스트로닉 플러스 등 일부 기능은 동영상으로 사용법을 설명해 준다.
고급스러움은 가죽의 질감과 패턴에서부터 시작된다. 나파 가죽으로 감싼 가운데 적절한 포인트마다 크롬과 알루미늄, 그리고 나무로 엑센트를 더했다. 7가지 색상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실내 주요한 라인을 더욱 화려하게 부각시켜 준다. 시승차는 마침 에디션 1 모델이어서 가죽의 패턴이 한층 더 고급스럽다.
기어 레버가 칼럼식이어서 센터터널 공간이 여유롭고 고급스럽게 활용됐다. 칼럼식 변속기 레버는 사용할 수록 편리함이 돋보인다. 며칠 메르세데스의 칼럼식 변속기를 쓰다 다른 차로 넘어가면, 특히 주차할 때 어김없이 헛손질을 하곤 한다.
시승차에 적용된 부메스터 오디오는 눈과 귀가 동시에 즐거운 최고의 시스템이다. 스피커를 알루미늄 커버로 덮어 디자인이 화려한데, 특히 시동을 걸면 A필러 아래쪽 도어에 위치한 트위터 스피커가 빙글 돌면서 솟아오르는 화려한 퍼포먼스가 백미다.
천정 가운데도 스피커가 달렸다. 그 동안 뱅앤올룹슨 카 오디오 시스템이 알루미늄 커버와 스피커의 돌출 퍼포먼스, 그리고 섬세한 사운드에서 앞서 갔었는데, 부메스터는 거기다 더 강력한 파워까지 갖췄다.
고급스러움의 한 요소가 재질이라고 했는데 가죽이야 말로 정말 중요한 요소다. 센터페시아를 덮고 있는 가죽은 시각적으로 화려함을 강조했고, 가죽시트는 시각적인 화려함에다 촉각적인 부분까지 모두 아울러 화려함의 진수를 보여준다. S클래스보다 고가의 상위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벤틀리나 롤스로이스에 사용되는 가죽과 등급에서 과연 차이가 나는지 궁금해 진다.
모든 시트는 통풍기능이 적용됐고, 후석에는 마시지 기능도 더해졌다. 시트 뿐 아니라 팔걸이 등 신체가 닿는 부분 모두에 열선을 넣은 것도 신선하다. 2열시트도 당연히 전동으로 조절되는데, 특히 VIP석인 동반석 뒷자리는 최고의 공간으로 꾸며진다.
버튼 터치만으로 동반석을 최대한 앞으로 이동시키면서 뒷좌석을 편안하게 눕힐 수 있다. 비행기의 프레스티지 클래스 시트가 버튼 하나로 완전히 편안한 침대로 변신하는 것에 견줄 만하다. 1열 동반석은 접힐 때 헤드레스트를 자동으로 접고 시트를 앞으로 미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트를 살짝 들어 올리면서 이동해 VIP의 발 공간까지 확보해 준다. 1열 시트 등받이 뒤에 모니터를 달아 엔터테인먼트도 강화했다.
국내에 소개된 뉴 S클래스는 V6 디젤 엔진의 S 350 블루텍 기본형과 롱 모델, V8 가솔린 엔진의 S 500 롱과 4매틱 롱, 그리고 에디션 1, 마지막으로 S 63 AMG 4매틱 롱까지 총 6가지다.
이들 중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S 500 롱 ‘에디션 1′ 모델이다. 다양한 고급 옵션 장착으로 일반 S 500 롱 모델에 비해 2,500만원이 더 비싼 모델이지만 한정판매 수량인 100대가 이미 모두 매진되었다.
S 500은 이름에 500이 사용됐지만 엔진이 5.0리터는 아니다. 이전 세대 S 500의 경우 초기에 V8 5.5리터 엔진이 장착되어, 가끔 북미에서 불리는 이름인 S 550 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다니는 (혹은 실제 미국에서 직수입한) 차도 있었는데, 2012년 모델부터 배기량 4.7리터의 트윈터보 엔진으로 변경됐다.
뉴 S 500은 V8 4.7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이어 받으면서 최고출력은 435마력에서 20마력 높인 455마력/5,250~5,500rpm, 최대토크는 기존과 같은 71.4kg.m/1,800~3,50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변함없이 7G 트로닉 자동변속기다.
0~100km/h 가속시간은 5초에서 4.8초로 줄었고, 최고속도는 똑같이 250km/h에서 제한된다. 공차중량이 2,170kg에 달하는 이 대형 럭셔리 세단이 4.8초 만에 100km/h에 도달한다는 것은 정말 놀랍다. 워낙 부드럽게 가속해서 그렇지 시간으로 따지면 웬만한 스포츠카 저리 가라 할 실력이다. 참고로 포르쉐 911 카레라 수동변속기 모델의 0~100km/h 가속이 4.8초다. 아우디 RS5가 4.5초, BMW Z4 sDrive 35is가 4.8초, M3가 4.6초, 벤틀리 컨티넨탈 GT V8이 4.8초다. 이들은 모두 내로라 하는 스포츠카들인데 대형 럭셔리 세단, 그것도 롱휠베이스 모델인 S 500 롱이 이들과 비슷한 달리기 실력을 갖췄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처럼 파워풀한 가속력을 갖췄음에도 실제로 급가속을 해 보면 너무나 부드럽게 가속된다. 분명 빠르긴 한데 편하다. 이렇게 한 두 번 가속해 보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이런 가속에 관심이 없어진다. 이 차와 어울리지 않는 달리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S클래스는 넉넉한 힘을 가졌지만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부드럽고 여유 있게 주행해야 제 맛이다. 힘이 넉넉하기 때문에 부드러운 주행이 한없이 더 부드러워 질 수 있다. 큰 덩치를 움직이기 위해 엔진 힘을 쥐어 짜야 한다면 여유와 부드러움이 나올 수 없다.
뉴 S클래스에는 정말 많은 첨단 기능들이 장착됐다. 일일이 설명하다가는 시승기가 단행본이 될지도 모른다. 사실 그 많은 기능들을 짧은 시승 기간 동안 다 테스트해 볼 수도 없었다. 그래서 관심이 많은 기능 두어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첫 번째는 마법 양탄자로 불리는 ‘매직 바디 컨트롤’이다. 이미 여러 세대 전에 액티브 바디 컨트롤을 선보여 직진과 코너링에서 모두 최고의 안정감과 승차감을 구현했던 S 클래스가 새롭게 선보인 매직 바디 컨트롤은 앞 유리 위에 달린 카메라가 15m 전방의 도로 상황을 스캔하다 요철이 있을 경우 서스펜션을 미리 조절해 줌으로써 S 클래스는 마치 요철이 없는 것처럼 지나갈 수 있도록 한 정말 마술 같은 장치다.
그런데 실제 도로에서 매직 바디 컨트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유심히 관찰해 보았지만 작동 여부를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았다. 노면에 울퉁불퉁한 요철이 있을 경우 그 위를 지날 때면 여전히 요철이 전달돼 온다. 과연 매직 바디 컨트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도 들었다. 매직 바디 컨트롤은 작동 여부를 계기판이나 어디에도 표시해 주지 않는다. 그냥 자기가 알아서 작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앞에 가는 차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었다. 앞 차가 노면에 따라 진동이 생긴 곳을 S 500이 지날 때는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결론은 두 가지였다. 앞차는 덜컹하며 지나간 곳을 S 500은 미동도 없이 지나친 경우가 있었고, 앞 차가 덜컹한 곳을 S 500도 덜컹하며 지난 곳이 있었다.
전자의 경우, 분명 충격이 와야 되는데 공중에 붕 떠 있는 느낌이 들면서 온 몸에 전율이 흐리기까지 했다. 반면 충격이 그대로 전달돼 온 경우에는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다. 며칠 간 지속적으로 관찰한 결과 매직 바디 컨트롤이 작동하면 요철에서 오는 진동의 진폭을 어느 정도 줄여 주는 것으로 판단하게 됐다. 경우에 따라서는 진폭을 거의 완전히 줄여주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경우에는 조금만 줄여준 경우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요철의 모양이나 크기, 빛의 각도 등에 따라서 카메라가 스캔한 정보에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됐다.
많이들 궁금해 하는 과속 방지턱의 경우도 진동이 꽤 많이 전달된 경우가 더 많았고, 가끔은 정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을 줄여서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매직 바디 컨트롤은 정말 마법 같은 기능이었다. 전반적으로 승차감을 확 높여준다. 하지만 요철을 잘 흡수하나 안 하나 신경 쓰고 탄다면 다소 실망스러운 경우도 많이 있는데, 잘 흡수해서 부드럽게 넘어간 경우는 간파하지 못하고 지나가 버리는 반면, 충격이 전달된 경험은 쌓이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관심을 가지고 좀 살펴보더라도 그 후에는 그냥 잊어버리고 편하게 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매직 바디 컨트롤은 S 350 모델에는 장착되지 않았고, 카메라가 도로를 파악하기 힘든 야간에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한다. 실제로 야간에는 전반적으로 승차감이 확 나빠진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야간에는 이 차를 타고 싶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비약까지도 해 봤다.
다음은 디스트로닉 플러스에 통합된 스티어링 어시스트다. 디스트로닉 플러스는 국내에도 보급이 많이 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다. 여기에 자동차가 알아서 차선을 따라가 주는 스티어링 어시스트가 더해진 것이다.
디스트로닉 플러스를 작동시키면 자동으로 시티어링 어시스트도 작동하는데 이 경우 앞에 주행하는 차와 차선을 인식해서 S 클래스가 자동으로 스티어링 휠을 움직여준다. 손으로 힘을 줘서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면 스티어링 어시스트는 해제되고 운전자의 의도대로 차가 움직이지만, 스티어링 휠에 손을 살짝 얹는 정도로 쥐고 있으면 차선을 따라 스티어링 휠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렇게 S클래스가 자동으로 스티어링 휠을 움직여 주므로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될까? 그렇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완전한 자율 주행이 아니고 스티어링을 보조하는 기능이어서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고 주행하는 것은 잠깐 동안만 허락된다. 약 10초 정도가 지났는데도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고 있으면 계기판 가운데 스티어링 휠을 손으로 잡으라는 경고 메시지가 뜨고, 이후 5초 정도 더 지나면 경고음과 함께 스티어링 어시스트가 꺼진다.
해제된 스티어링 어시스트는 손으로 스티어링 휠을 다시 잡는 것 만으로 곧 회복된다. 스티어링 어시스트는 각도가 큰 코너에서나, 차선이 없거나 흐려서 구분이 되지 않는 도로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어시스트가 작동하고 있더라도 전방 주시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단, 자동차가 앞 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달리고 있는데다, 차선까지 잘 따라 가고 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딴 곳에 시선을 빼앗기거나, 잠깐 두 손을 이용해 뭔가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상황 정도는 허용이 되는 것이다.
무척 편리한 기능이지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스티어링 어시스트 작동 상황을 헤드업디스플레이(HUD)로 보여 주면 좋을 텐데 S클래스에는 HUD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HUD는 BMW가 가장 먼저 개발해서 적용했는데, 이제는 국산차에도 많이 적용되고 있어 그 편리성이 잘 알려졌고, 세계 최고의 럭셔리 세단이라 불리는 S 클래스에 이런 편리한 장치가 없다는 것은 정말 옥의 티라 할 만하다.
이 외에도 뉴 S 클래스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첨단 기능들이 장착돼 있다. 특히 안전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신기술을 쏟아 부었다. 앞 차나 사람을 치지 않도록 차가 자동으로 멈추는 것은 이제는 기본이다. 야간에는 사람이나 동물이 나타나면 나이트 비전을 통해 표시해 준다. 이제 웬만해서는 S 클래스가 앞 차나 사람을 치는 경우를 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 많은 기능들을 다 설명하는 것은 시승기에서는 무리여서 이만 줄이고자 한다. 6세대 S 클래스는 기대 이상으로 경쟁자들로부터 멀리 도망간 느낌이다. 하지만 경쟁자들 역시 새로운 모델을 들고 나올 때는 또 어마무시(?)한 기능들을 장착하고 등장할 것이다. 이번 S 클래스의 도약으로 인해 앞으로 펼쳐질 불꽃 튀는 경쟁이 얼마나 더 치열하고 빨라질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