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등장한 현대 뉴 제네시스는 그야말로 핫 이슈였다. 단순한 호 불호를 넘어 디자인, 성능, 소재, 연비 등에 대한 이야기로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고, 놀라운 판매 실적에 한껏 고무된 이들도 있고, 계약해 놓고도 긴 기다림을 어려워 하는 이들도 있었다.
작고 싼 차만 만들 줄 알았던 현대 자동차가 내 놓은 대형(글로벌 기준으로 중형) 후륜구동 럭셔리 세단이 2세대로 진화하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이다.
뉴 제네시스에 대한 시승기는 그 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이 쏟아진데다 이미 주변에 직접 구입해서 운행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도 넘쳐나고 있어서 이제 조금 식상해질 때가 되었다. 해서 이번 시승기는 뉴 제네시스에 대한 다소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을 하는 사소한 시승기로 진행해 보고자 한다.
우선 총평을 먼저 하면 디자인은 개인적으로도 찬반 의견이 모두 있다. 외관 디자인은 직선 위주로 바뀌어 좋아진듯하기도 하면서 이전의 디자인이 더 나은 듯 보이기도 한다. 나쁘지 않다는 평가로 볼 수 있겠다. 인테리어는 개인적으로 이전 디자인이 더 낫다. 신형은 직선 위주의 디자인과 일부 재질에서 고급감이 이전보다 못하다는 생각이다. 반면 오픈포어 리얼우드와 리얼 알루미늄을 적용한 부분은 만족스럽다.
주행성능 면에서는 한 단계 수준이 향상됐다. 1세대 때는 수치상의 출력대비 실제 가속 능력이 많이 부족했던 반면 2세대는 초반 가속 응답성이 확실히 개선됐다. 고속 주행 안정성도 크게 향상됐다.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200km/h 이상으로 주행해 보기도 했는데 1세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속 직진과 고속에서의 핸들링 모두 안정감이 매우 좋아졌다. 광고에서처럼 뉘르부르크링 등을 주파하는 실력도 크게 향상됐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반대 급부로 승차감이 딱딱해진 것은 아쉽다. 노면이 매끄러운 고속도로 등에서는 큰 불만이 없을 뿐 아니라 부드러운 느낌이 들지만 작은 요철이 많은 시내 구간에서는 다소 튀는 반응이 그대로 전달 된다. 비록 주행 성능을 개선했더라도 고급차다운 승차감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기 위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끊임 없는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주행 안정성이 향상된 것은 서스펜션의 보강 뿐 아니라 늘어난 휠베이스와 정교해진 스티어링 휠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차체는 크기가 4,990 x 1,890 x 1,480mm에 휠베이스 3,010mm로 이전 모델에 비해 너비와 높이는 같고 길이가 5mm, 휠베이스가 75mm가 늘어났다.
엔진은 회전이 매끄럽고 사운드도 좋다. 정숙성을 위해 실내 유입은 많이 차단됐지만 고회전을 사용할 경우 약간 중저음의 맑은 사운드가 무척 매력적이다. 변속기는 8단이 적용된 덕분에 100km/h로 주행할 때도 회전수가 1,600rpm 수준에 머물러 연비 개선에 도움이 되겠다.
후륜 구동 모델은 시승해 보지 못했다. 4륜 구동인 HTRAC 모델은 기본적으로 눈길이나 빗길에서 보다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할 것은 당연하고, 코너링에서 엑셀을 깊이 밟을 경우 점진적으로 오버스티어가 발생한다. 갑자기 확 돌아 버리는 것이 아니고 서서히 미끄러지는 느낌이 아우디 콰트로의 느낌과 상당히 닮았다. VSC가 켜진 경우에도 어느 정도 오버스티어를 허용한 후 자세를 잡아 주는 것이 재미있다.
자, 그럼 이제부터는 사소한 시승기를 써 보도록 하겠다.
시승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고속도로 과속단속 자동감속’ 기능이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제한 속도보다 조금 높은 속도로 주행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속도가 줄어들더니 세팅한 속도보다 훨씬 낮게 주행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지나서는 다시 원래 세팅한 속도로 올려서 주행했다. 처음엔 당황했는데 확인해 보니 네비게이션에 등록된 과속단속 지점에서 규정속도보다 높은 속도로 달릴 경우 자동으로 규정 속도에 맞게 감속해 주는 기능이었다.
이 기능은 계기판 가운데 TFT LCD 모니터에 나타나는 설정 화면에서 변경할 수 있다. 이 모니터는 크기도 크고 다양한 정보들이 잘 정돈돼서 제공된다. 트립미터 화면에서는 주행가능거리, 평균연비, 순간연비가 한 화면에 보여져 매우 편리하다. 물론 항상 신경 써야 하는 공기압 체크 화면도 편리하다. 간혹 주행 중 타이어에 충격이 가해졌거나 어딘지 차가 좀 기우는 느낌이 나거나 할 경우 굳이 차를 세우지 않고도 타이어 공기압 수치를 보면 이상유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설정 화면에서는 헤드업디스플레이에 표시할 정보도 변경할 수 있다. 속도를 표시하는 글자의 크기와 색깔 조절이 가능하고, 차선 이탈 경보, 후측방 접근 경보, ASCC, 네비게이션 등 모든 정보를 다 보이게 할 수도 있고 너무 많은 정보로 시야가 분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 이들 중 일부만 표시하게 할 수도 있다.
옆 차선에 차가 있을 때는 스마트 후측방 접근 경보시스템에 의해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사이드미러에 경고등이 켜지는데 이렇게 경고등이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방향지시등을 켜면 경보음과 함께 스티어링 휠에 진동을 줘서 알리고, 경고 표시는 빨간색으로 바뀐다. 물론 운전자가 이미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경고는 울려 준다. 원치 않으면 역시 설정에서 기능을 끌 수 있다.
차선 변경 때 편리한 원터치 방향 지시등은 그 동안 3번 깜빡이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현대차에서는 설정에서 3, 5, 7회 중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3번으로는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소한 니즈를 잘 파악한 것이다. 설정을 바꾸어서 사용해 보니 7번은 아무래도 많은 느낌이 들고 5번 정도면 적당했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주행하는 중 차가 막혀서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할 정도로 속도가 낮은 상태에서 앞차를 따라 천천히 멈추려고 할 때 브레이크에서 미세한 진동이 전달되는데, 이때는 차가 멈추어도 진동이 계속됐다. 정상적인 속도로 주행하다 신호대기를 위해 앞차를 따라 정지하는 등의 상황에서는 진동이 발생하지 않는데 매우 저속으로 움직이다 정지할 경우에만 발생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정지, 재출발 관련하여 오토 홀드가 작동할 때 일부 외국 모델에서도 오토 홀드가 작동하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땔 떼, 그리고 엑셀을 밟아서 다시 출발할 때 움찔하는 충격이 전달되는 경우가 있는데, 제네시스는 매우 매끄럽게 멈추고 출발한다. 언덕길에서 멈출 때도 큰 충격 없이 부드럽게 작동하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오토홀드가 작동하는 타이밍도 좋다. 차가 정차하고 약 1~2초 정도 지난 후에 오토홀드가 작동되는데, 오토홀드가 너무 빨리 작동되면 주차하기 위해서 차를 앞 뒤로 몇 번 움직여야 할 때 기어를 전환하기 위해 잠깐 멈춘 틈에 오토홀드가 작동해 버려 불편해 지는 경우가 있다. 몇 번 그런 상황을 경험하면 다음부터는 주차할 때 오토홀드를 해제하게 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시승차는 G380 H트랙 모델로 도어를 살짝 닫아 주면 자동으로 끌어 당겨서 부드럽게 닫아 주는 고스트 도어 클로징이 적용되었고, 1열 시트 뿐 아니라 2열 시트에도 냉방시트가 모두 적용되었다. 2열을 승객을 위한 개인모니터도 1열 시트 등받이 뒤에 장착되어 있다.
운전석 시트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조절 기능까지 갖췄다. 방석 앞 부분 길이 조절과 옆구리를 지지해 주는 볼스터 조절까지 전동으로 가능하다.
오디오는 렉시콘 시스템이 적용되었는데 기분 탓인지 그 동안 현대차에서 들었던 렉시콘 오디오에 비해 음질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현대차 오디오에 비교적 만족했던 터라 기대감이 높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블루투스도 만족도가 높다. 일부 수입차의 경우 전화만 되고 오디오 스트리밍은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오디오 스트리밍이 되더라도 폰에 내장된 음악만 재생되고 멜론 등 음악 프로그램의 음악은 재생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멜론의 음악을 재생하더라도 다음 곡이나 이전 곡으로 이동하는 버튼이 안 먹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어떤 수입차는 음악 재생 중 차에서는 볼륨 조절이 안돼서 폰에서 볼륨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대 기아 모델들은 거의 모든 기능들이 다 잘 작동된다. 멜론으로 음악을 듣는 중 스티어링 휠의 버튼으로 선곡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한가지 아쉬운 것은 폰에 내장된 음악의 경우 그 음악에 대한 정보가 모니터에 모두 표시되는데, 멜론 같은 음악 프로그램에서 음악을 재생할 경우에는 음악 정보가 표시되지 않는다. 스피커로는 걸스데이의 ‘Something’이 나오는데, 모니터에는 스콜피언스의 ‘Holiday’가 표시되는 식이다. 음악 프로그램 회사와 협의를 통해 음악 정보까지 제공되도록 하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음악을 듣고 있는 상태로 정차했다가 잠깐 시동을 끄고 기다리려고 할 때 시동을 끄면 음악이 함께 꺼져 버리는 것은 여전하다. 독일 최신 모델들은 시동을 꺼도 음악이 그대로 유지되고, 도어를 열고 내린 후 밖에서 문을 잠글 때 비로소 음악과 모든 전원이 꺼지도록 돼 있다. 심지어 시동을 끄고 기다리면서 음악을 듣다가 다시 시동을 걸 때 보통은 음악이 잠깐 꺼졌다가 다시 이어지는데, 독일 최신 모델들은 음악이 전혀 끊김 없이 계속 이어진다. 현대차도 이번에 이 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했다가 최종 단계에서 배제했다고 한다.
스티어링 휠에는 우측에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조작 버튼들이 위치해 있는데 매우 적절한 위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스티어링 칼럼 좌측에 장착된 레버로 조작하게 되는데 자주 사용하면 작동법을 외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스티어링 휠 스포크에 가려서 기능을 보기도 어렵다. 아우디와 포르쉐도 같은 위치의 레버로 조작하는데 그나마 좀더 잘 보이긴 한다. BMW는 스티어링 휠 전면 좌측에 조작 버튼이 위치해 있다.
스티어링 휠 뒷면에는 시프트 패들이 장착돼 있다. 그 동안 쏘나타와 벨로스터 등 현대차의 시프트 패들은 패들 조작에 사용하는 중지와 약지가 닿는 부분이 좁게 디자인 된 문제가 있었다. 손가락이 닿는 부분을 좁게 디자인 한 경우는 전세계 모든 브랜드의 시프트 패들을 통틀어서 현대가 유일했다.
그런데 이번 제네시스에서는 손가락이 닿는 가장 자리가 더 넓게 개선이 됐다. 하지만 디자인은 좀 더 세련되게 다듬을 여지가 있어 보인다.
짐을 들고 와서 트렁크에 싣고자 할 때 트렁크 부근에 약 3초 정도 서 있기만 하면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리는 스마트 트렁크 기능도 무척 반갑다. 아우디가 가장 먼저 도입한 기능인데 쇼핑할 때는 무척 편리하다.
차문을 잠그면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접히고 차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펴지는 기능은 사이드 미러 조작 버튼을 오토 위치에 설정해 두면 된다. 사이드 미러가 펴지는 시기는 브랜드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도어 락이 풀릴 때, 혹은 도어를 열 때, 혹은 시동이 걸릴 때 펴지는 등 다양하다. 접근만 하면 사이드 미러가 펴지는 것은 기능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지는 않다. 어쩌다 차에 접근만 해도 사이드미러가 펴지게 되는데, 차 문을 열지 않고 다시 차에서 멀어지면 사이드미러도 잠시 후에 다시 자동으로 접힌다. 이런 경우 괜히 사이드미러를 폈다 접었다만 한 것이다. 하지만 차 주인이 차 옆에 갔을 때 마치 강아지가 주인을 알아보고 반기는 것처럼 차가 귀를 세우고 반기는 듯한 인상을 주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별 것 아니지만 차와 좀 더 친한 느낌까지 드는 것이다.
2세대 제네시스는 1세대 제네시스에 비해 디자인과 주행감각에서 큰 변화를 이룬 반면 편의 장비 면에서는 큰 변화는 없는 편이다. 1세대 제네시스와 그 후 등장한 에쿠스, K9 등에서 워낙 많은 편의 장비를 적용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편의성을 한국형으로 조금씩 개선한 점에서는 돋보이는 부분도 꽤 있다. (위에 적은 내용은 각 트림별로 어떤 기능이 있고, 없고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고, 각 기능별 특징을 이야기한 것이다.)
디자인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주행감각 면에서 나름 의미 있는 개선이 이루어진 것도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 큰 성과가 없어서 많이 아쉬운 부분은 연비 개선이다. 연비에 도움이 되는 8단 변속기는 이미 지난 모델부터 적용됐던 것이고, 그 외에는 이렇다 할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가 스스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당당하게 경쟁자로 지목하고 있는 만큼 그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연비 부분에서도 부족하나마 한 발 나아갔어야 했다. 그리 길지 않은 기다림 뒤에 반가운 소식이 꼭 들려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