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說乎)아라 했다. 그런데 인생에서 배움이 어찌 학교나 책에서 배우는 지식에만 국한되겠는가? 어릴 적 자전거 타기를 배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성장하면서는 수영, 스케이트, 축구, 스키, 패러 글라이딩, 스킨 스쿠버 등 즐기기 위해 직접 몸으로 익혀야 하는 기술들도 많다.
물론 자동차 운전도 배워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운전을 배웠고, 직접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의 수단 이상으로 즐기려면 운전을 잘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성능 스포츠카의 내제된 성능을 제대로 즐기려면 운전을 정말 잘해야 한다.
2014년 신년 프로젝트로 운전을 좀 더 잘 하기 위해 운전을 제대로 배워보기로 했다. 고급 운전 기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올해 배워보기로 한 기술은 바로 ‘드리프트’다.
많은 사람들이 드리프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아주 중요한 계기는 바로 일본 만화 ‘이니셜 D’라 할 수 있다. 만화에서 시작해서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에 이르기까지 성장한 이니셜 D는 전 세계에 드리프트 팬들을 양산하기에 이르렀다.
잘 아는 것처럼 이니셜 D의 주인공 사람은 타쿠미이고, 주인공 차는 토요타 86이다. 사실 86의 정식 차명은 트레노였지만 코드명이 ‘AE86′이어서, 이니셜 D에서는 다들 그냥 ’86(하찌로꾸)’라고 부른다. 86은 이니셜 D를 통해 일약 스타가 되었고, 현역 시절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게 되면서 결국 토요타가 오랜 세월이 지난 2012년에 드디어 완전히 새로운 86을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일단 드리프트를 배우기로 결정한 이상 드리프트를 배울 자동차로는 86만한 것이 없겠다. 물론 그 옛날의 86은 워낙 귀하신 몸이라 국내에서는 만나기도 쉽지 않으니 86의 명성을 계승한 신형 86으로 드리프를 제대로 배워보기로 했다. 86은 경량 FR 쿠페에 4기통 복서 엔진을 얹어 무게 중심이 낮고 밸런스가 매우 좋은 것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드리프를 가르쳐 줄 강사로는 대한민국 DDGT 드리프트 챔피언 김상진 선수가 기꺼이 응해 주었다. 그리고 안전하게 드리프를 배우기 위해서는 넓은 장소가 필요한데, 아주자동차대학에서 기꺼이 주행연습장을 사용하도록 허락해 주었다.
이번에 드리프트를 배우는 과정을 독자들께 자세히 소개함으로 인해 보다 많은 이들이 드리프트에 구체적인 관심을 가지고, 또 용기 내어 배우기에 도전해 봄으로써 드리프트를 통해 자동차를 더 잘 즐기게 되기를 바라는 바람에서 모두 기꺼이 좋은 기회를 허락해 준 것이다.
드리프트는 단순히 자동차를 가지고 즐기는 수준을 넘어 실생활의 주행에서도 위험한 상황에서 적절히 자동차를 통제함으로써 사고를 예방하는 기술로도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 드리프를 처음 연습한 과정은 2편의 기사로 나누어서 소개할 예정이며, 2월 중에 혼자 연습을 한번 더 하고, 3월에는 정식 드리프트 스쿨을 소개할 예정이다.
드디어 약속한 날 기자는 영상 촬영을 도와줄 촬영 감독과 함께 아주자동차대학이 있는 보령으로 향했다. 드리프트를 가르쳐 줄 김상진 선수는 현재 부산에서 ‘모비벅스’라는 튜닝샾을 운영 중이어서 부산에서 보령까지 와야 한다. 그런데 부산에서부터 차를 몰고 보령까지 오는 것 보다는 비행기를 타고 김포에 내려서 거기서부터 차를 타고 오는 것이 더 쉽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에서 동료 선수의 차를 타고 보령으로 내려왔다.
아주자동차대학 방문은 처음이어서 담당자를 만나 감사 인사를 건네고, 간단한 안내를 받은 후 주행실습장으로 향했다. 주행실습장은 직사각형의 넓은 공간에 아스팔트가 깔려 있는 텅 빈 공간이었다. 넓은 주차장에 주차라인이 그려져 있지 않은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마음껏 차를 미끄러뜨려도 부딪히거나 하지 않을 정도로 넓어 드리프트를 배우기에는 서킷보다 훨씬 더 적합한 장소다. 이곳에서는 최근 짐카나 대회 등 각종 이벤트도 많이 개최된다고 한다.
먼저 도착한 우리가 촬영 준비를 마치자 김상진 선수 일행이 도착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강습에 들어갔다.
먼저 실제적인 강습 전에 기자가 드리프트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또 실제로 주행할 수 있는지를 김상진 선수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드리프트는 차체를 미끄러트려야 하므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 주는 VSC를 끄는 것은 가장 먼저 할 일이다. 뭔가 좀 그럴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코너를 돌면서 회전수를 높이고 클러치를 미트시키며 86을 미끄러트리자 86은 여지없이 스핀을 하고 말았다. 카운터스티어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고, 또 나름 카운트스티어를 한다고 해 보았지만 결과는 스핀이었다.
또 다시 도전하자 이번에는 스티어링 휠을 한껏 돌리고 엑셀을 강하게 밟았는데도 오버스티어가 아닌 언더스티어가 났다. 스핀과 언더스티어를 몇 번 반복하는 것으로 실력을 다 들통 낸 후 이번에는 김상진 선수가 시범을 보여 줬다.
부드럽게 출발한 후 스티어링을 감으면서 엑셀을 강하게 밟자 김상진 선수도 스핀 했다. 하하하. 사실 그 때 눈이 내리고 있어서 이미 노면은 충분히 젖어 있었고, 김상진 선수는 86을 오랜만에 타보기도 하고, 이날은 처음 운전대를 잡은 것이니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인 것은 분명한데, 그래도 선생님도 스핀 하는 모습에서 왠지 정감이 갔다.
하지만 그 이후 김상진 선수는 대한민국 챔피언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자유 자재로 원선회를 하고, 8자 턴을 하고 주행 연습장을 드리프트로 누비는 동안에도 운전석의 김상진 선수는 무척 여유로워 보였다.
시범을 보인 후 본격적인 드리프트 개인교습이 시작됐다.
드리프트의 기본 연습은 도넛이라고도 부르는 원선회 주행과 8자 주행, 그리고 J턴으로 진행된다. 실제 드리프트 스쿨에서는 하루 8시간의 교육 동안 이 3가지를 집중 연습한다. 하지만 상당 수준의 운전 감각과 실력을 갖춘 참가자가 아니면 하루 만에 3가지를 다 마스터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번 드리프트 교육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약 3시간여에 걸쳐 진행하면서 매우 기본적인 기술을 배워보는 수준으로 기획된 것이어서 우선 원선회를 배우고, 어느 정도 실력이 되면 8자 주행까지 배워 보기로 했다.
먼저 원선회는 말 그대로 원을 그리며 도는 것인데 스핀과는 다르다. 후륜 구동 차에서 코너링 중 뒤 타이어에 갑자기 힘이 많이 실려 타이어가 미끄러지면 오버스티어 상태가 되는데 이 상태를 그냥 유지하면 차는 스핀하게 된다. 정지해 있는 상태에서는 스티어링 휠을 한 바퀴 정도 감고 기어를 1단에 넣은 상태에서 갑자기 회전수를 5~6천 rpm 정도로 올리면 차체는 스핀하면서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게 된다. 수동변속기 차량이라면 1단을 넣고 클러치를 밟고 있는 상태에서 회전수를 5~6천 rpm으로 올려 유지한 후 클러치를 단번에 놓으면 된다. 이 상태에서 회전수를 계속 유지하면 빙글빙글 돌게 되는데 이것은 단순한 스핀이다.
스핀이 일어날 때 스티어링 휠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서 오버스티어 상태를 유지하면서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주행을 하면 드리프트가 된다. 그리고 오버스티어 상태를 유지하면서 앞바퀴로 방향을 조절해서 원을 그리는 주행이 원선회다.
스핀이 일어날 때 스티어링 휠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 주는 것은 ‘카운터 스티어’라 한다.
원선회 연습은 먼저 스티어링 휠을 한 바퀴 감고, 기어를 1단에 넣은 후 회전수를 5~6천 rpm으로 유지한 상태에서 클러치를 단번에 놓아 스핀이 일어날 때 스티어링 휠을 놓는다. 그러면 스티어링 휠이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게 되는데 스티어링 휠이 다 돌아간 즈음에 스티어링 휠을 잡고 다시 원래 감았던 방향으로 조금 감아 준다. 다시 스핀이 일어나면 또다시 스티어링 휠을 풀어준다. 이렇게 스티어링 휠을 감았다, 풀었다를 반복하면 오버스티어가 유지되면서 차체는 원을 그리며 주행하게 된다. 이 때 회전수는 계속 5~6천 rpm을 유지해 줘야 한다.
스핀이 일어나기 시작할 때 스티어링 휠을 너무 일찍 놓으면 오버스티어가 충분하게 일어나지 않고, 스티어링 휠을 너무 늦게 놓으면 스핀이 일어나 버린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의 각도에 잘 맞춰서 스티어링 휠을 놓아야 한다. 스티어링 휠을 놓아버리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손으로 돌려 줄 수도 있는데 최초 원선회 연습 때는 놓았다가 다시 잡는 방식으로 연습한다.
스핀 중 스티어링 휠을 놓은 상태로 회전수를 계속 유지하면 스핀이 다 회복된 후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스핀이 일어나며 흔히 반대로 차가 튀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스티어링 휠을 놓았다가 반대로 다 돌아간 즈음에 다시 원래 감았던 방향으로 조금 감아줘야 하는데 이때 1/4회전 정도를 감아주는 것이 좋다. 많이 감으면 원이 작아지고 적게 감으면 원이 커지게 된다.
김상진 선수는 이 과정을 차가 미끄러질 때 스티어링 휠을 놓으면 차는 미끄러진 것을 회복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회복이 다 될 즈음에 사람은 다시 차를 미끄러뜨리고, 다시 차가 미끄러진 것을 회복하면 다시 사람이 차를 미끄러뜨리는 반복이라고 설명했다.
이론적인 것을 배운 후 실제 연습에 들어가 보니 우선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을 놓는 시점을 놓치기도 일수였다.
다 돌아간 스티어링 휠을 다시 감아주는 시점을 찾는 것도 어렵다. 너무 늦으면 스핀이 다 풀려 버려서 다시 미끄러뜨리기가 쉽지 않다. 다시 감아 줄 때 너무 많이 감거나 회전수가 너무 높으면 차가 드리프트 주행을 하지 못하고 바로 스핀해 버린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반복된 연습을 통해서 감각을 익히는 것이었다. 어렸을 적 자전거를 배울 때 넘어지기를 반복해서 연습하다가 어느 순간 넘어지지 않고 타게 되는 것과 같다. 스키를 처음 배울 때도 계속 넘어지지만 어느 순간 속도에 익숙해 지면서 넘어지지 않고 잘 탈 수 있게 되는 것과 같다.
연습 주행은 5분 정도 연습을 한 후 충분히 쉬어 주고 다시 연습하기를 반복한다. 너무 오랫동안 계속 고회전으로 몰아 부치면 차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쉬는 동안에는 시동을 걸어 둔 채로 각종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이번에 교육을 받은 날은 처음에 눈이 내려 노면이 젖은 상태가 되는 바람에 스핀이 너무 쉽게 일어나 애를 먹었다. 하지만 덕분에 타이어는 덜 닳고 배울 수 있었다.
1시간 정도를 집중 연습하자 어느 정도 원선회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원선회로 3바퀴 정도를 깨끗하게 주행할 수 있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 한, 두 바퀴는 잘 되는데 3바퀴를 도는 것은 쉽지 않았다.
원선회 이후 진행된 8자 주행 교육은 다음 기사에 쓰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