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볼보가 S80을 선보였을 때 그 동안의 볼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매끈하게 빠진 보디라인이 무척이나 돋보였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가 볼보의 변화를 확실하게 말해줬었다. 그렇게 볼보는 멋지게 도약을 시작했지만 아쉽게도 그 도약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 때 그 멋졌던 S80의 디자인은 7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대로다. 그렇다면 아직까지 S80의 디자인이 멋질까? 음, 조금은 그렇다.
사실 화려하지 않으면서 잘 다듬어진 보디 라인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멋진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BMW E38 7시리즈와 E39 5시리즈가 그렇고, 메르세데스-벤츠 W211 E클레스를 비롯한 여러 메르세데스 들이 그렇다. 국산차에서도 현대 그랜저 XG나 초대 아반떼가 그렇다. 하지만 잘 다듬어진 디자인이어도 세월이 지나면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해 왔다. 때로 전작보다 더 못하다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말이다. 그래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볼보 S80이 뉴 모델이 나와야 할 만한 세월인 7년이 지나서야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인 것은 모두 알고 있다시피 회사에 큰 부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제 다시 도약의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또 몇 년이 지나면 기대하는 새로운 모델이 볼보의 마크를 달고 세상에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볼보 뉴 S80은 어쩔 수 없이 노안의 부담을 안고 달릴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처음부터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가진 덕분에 7년이란 세월이 흘러도 디자인이 크게 식상하지 않은 점은 천만다행이다.
볼보가 가진 안전한 자동차에 대한 이미지도 어떻게든 도움이 되겠다. 하지만 볼보가 선보인 안전 장치들은 얼마 후 다른 메이커들도 많이 채택하게 됐고, 또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볼보와 다른 더 앞선 안전 장비들을 꾸준히 개발해 신차에 적용해 오고 있기도 해서 더이상 볼보가 ‘안전의 볼보’ 이미지 만으로 버티기는 어렵다는 것도 자각해야 하겠다.
그래서 뉴 S80을 대하는 마음이 어느 정도 무거운 상태에서 시승을 하게 된 것은 당연하다. 시승한 모델은 S80 D5다.
내외관 디자인은 크게 바뀌지 않아서 얼핏 봐서는 신형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다. 하지만 가로로 확장된 라디에이터 그릴은 이전의 약간 보수적인 스타일에서 조금은 변화하려는 시도가 엿보일 정도로 좀 더 세련됐다. 그 아래 범퍼도 라인이 이전 보다는 잘 다듬어졌다.
실내에서는 새롭게 바뀐 계기판이 분위기 변화를 주도한다.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퍼포먼스, 엘레강스, 에코 세가지 모드로 변경이 가능하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주 보게 되는 계기판이 첨단 이미지로 바뀌어서 만족도가 높을 수 있겠다.
파워트레인은 변화가 없다. 엔진은 직렬 5기통 2.4리터 트윈 터보 디젤로 최고출력 215마력/4,000rpm과 최대토크 44.0kg.m/1,500~3,000rpm을 발휘하며, 변속기는 자동 6단이다. 스티어링 휠에는 패들 시프트도 적용됐다. 0~100km/h 가속은 7.8초로 상당히 파워풀하며, 복합연비는 14.2km/L로 뛰어난 편이다.
오랜만에 S80을 시승하는데 이전보다 주행 감각이 더 세련되어 진 것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대체로 편안한 승차감을 위해 다소 출렁거리는 느낌이 살짝 있었는데, 새로워진 S80은 하체 반응이 꽤 정교해 졌다. 넉넉하고 파워풀한 엔진과 어울려 달리는 재미가 꽤 높아졌다. 반가운 변화다.
새 S80도 강조하는 부분은 새롭게 선보인 안전 장비들이다. 우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 큐 어시스트가 더해져 이전에는 앞차의 속도가 30km/h 이하의 속도로 떨어지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해제되었지만, 이제는 앞차를 따라서 완전히 정차하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정차 후 앞 차가 즉시 재출발할 경우에는 함께 출발하지만, 정차 후 3초 정도가 지나면 주차 브레이크가 작동한다. 이 상태에서 다시 출발하려고 할 때는 크루즈 컨트롤의 Resume 버튼을 한 번 눌러주거나 엑셀 페달을 살짝 한 번 밟아주면 된다. D5에도 이 기능이 적용된 것이 반갑다.
50km/h 이하의 속도로 주행하는 중 앞 차가 급정거를 할 때 차를 세워주는 시티 세이프티는 시티 세이프티 II로 진화해 더 폭넓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고, 35km/h 이하의 속도로 주행할 때 전방에 보행자가 있을 경우 운전자가 미처 제동을 하지 못해도 차를 세워주는 보행자 충돌 방지 시스템에 새롭게 사이클리스트 감지 시스템까지 더해져 이제는 자동차든, 사람이든, 자전거를 탄 사람이든 자동차로 치는 사고는 효과적으로 막아줄 수 있게 됐다.
그 외에도 차에 달린 카메라가 전방의 속도 표지판을 읽어서 계기판 화면에 규정 속도를 보여주는 도로 표지 정보도 적용되었다. 그런데 이 기능은 자동차가 미처 읽지 못하고 놓치는 표지판도 있을 뿐더러 교차로에서 다른 도로로 진입해 규정 속도가 변해도 표지판이 나타날 때까지는 이전 표지판의 속도가 그대로 표시되고 있는 등 완전히 신뢰하기는 힘든 기능으로 보인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적용되어서 이제는 익숙해진 사각 지대 경보 시스템 BLIS는 여전히 유용하고도 고마운 기능이다.
이들 외에 편의 장비를 잠깐 살펴 보면 아직 냉방시트가 적용되지 않았고, 이제는 많이 확산된 오토 스타트/스톱이나 코스팅 기능 등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되는 기능들이 아직 없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비교적 우수한 편이다. 블루투스와 연동해서 음악을 들을 때도 꽤 만족스러운 사운드를 제공한다.
볼보 S80 D5는 직접 타 보면 상당히 매력적인 차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주행 감각도 많이 세련돼 졌고, 파워도 넉넉하고, 연비도 우수하다. 실내는 북유럽 특유의 여유롭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안전을 위한 빈틈없는 수고에 믿음이 간다. 하지만 많은 이들로 하여금 이 차에 눈길을 돌리게 하는 특별한 매력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시급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