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과 기본기의 완벽한 조화, 르노삼성 QM3 시승기

작은 태풍이긴 하지만 그 태풍의 눈이 마침내 한국에 상륙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던 서브 컴팩트 CUV, 즉 투싼 ix, 스포티지, QM5 아래 급의 SUV 시장에 쉐보레 트랙스와 닛산 쥬크에 이어 르노삼성 QM3까지 등장하면서 확고한 3파전 양상으로 세그먼트를 굳히게 됐다. 그리고 그 세 번째 주자인 QM3가 등장부터 소형 태풍 급의 파장을 몰고 온 것이다.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먼저 주목을 받은 데다, 르노삼성의 이름을 달고 팔리는 만큼 다른 수입차보다는 좀 더 좋은 조건으로 구입,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트랙스와 쥬크와는 달리 연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디젤 엔진을 장착한 점 등이 어우러져 한껏 기대가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유럽에서의 인기로 인해 국내 물량 배정이 어려워지면서 올 11월에 예정되었던 출시가 내년 3월로 미뤄지게 되었는데, 르노삼성에서 연비 공개와 함께 1천대 한정 판매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 카드에서 대박이 났다. 예약 판매 사이트가 오픈 된지 단 7분 만에 1천대 분량이 다 소진되고, 최종적으로 5천 6백대가 예약판매 됐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QM3에 대한 기대는 절정에 이르렀다. 우선 한정 판매 분인 1천대가 이달 12월에 출고 되고, 그 이후 예약 분은 내년 3월에 정식 출시한 후에 순차적으로 출고될 예정이다.

초기 물량이 국내에 들어온 시점에 미디어 쇼케이스를 통해 먼저 태풍의 눈을 만나봤다.

미디어 쇼케이스 행사에서 르노 캡쳐의 프로젝트 총괄 디렉터인 알리 카사이 부사장은 QM3가 독창적인 스타일의 매력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연비가 최고의 경쟁력이라고 밝혔는데, 눈으로 보여지는 디자인과 르노삼성이 밝힌 제원에 따르면 그의 말은 정확한 요약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결론은 직접 차를 타 봐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시승은 잠실 종합운동장을 출발해 올림픽대로와 동부간선도로, 그리고 용인 서울 고속도로를 달려 동탄에 있는 한 카페까지 왕복하는 코스로 구성됐다.

종합운동장에 도착해 보니 주 경기장 앞 광장에 50여대의 QM3가 도열해 있었다. 모두 투톤 컬러로 검정, 은색, 흰색, 주황색이 모두 준비되었다. 아무래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주황색 차체에 흰색 지붕의 배합이다.

디자인은 이미 오랫동안 사진을 보며 기다려 왔던 터라 벌써 눈에 많이 익지만 세부적인 모습까지 찬찬히 살펴보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개성이 넘쳐 흐르면서도 과격하지 않은 점에서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인테리어도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계기판이고, 데시보드의 플라스틱도 재질이 고급은 아니지만 표면의 패턴이 시각적으로 고급감을 더해 준다. 시승차는 오렌지 색 투톤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렌지색 파츠들과 시트의 오렌지색 엑센트가 강하게 시선을 끈다.

시트는 커버에 지퍼가 달려 있어 커버를 쉽게 벗겨 내고 다른 패턴의 커버로 교체할 수 있도록 해 젊은이들의 패션 감성을 잘 반영했다. 당장은 오렌지색 투톤 시트가 맘에 들지만 오래 타다 뭔가 작은 변화라도 주고 싶을 때 어렵지 않게 분위기를 바꿀 수 있겠다.

T맵 내비게이션까지 포함되어 있는 풀 옵션 사양 RE 트림을 기준으로 보면, 인텔리전트 스마트 카드 시스템과, 앞좌석 열선시트, 오토 에어컨, 오디오 스트리밍이 되는 블루투스 핸즈 프리, 크루즈 컨트롤 등이 적용되어 있다. 코너링 램프는 별도의 램프를 추가하지 않고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그 방향의 안개등이 켜지는 방식이 적용되었다.

비슷한 가격 대의 준중형 세단과 비교하면, 앞좌석 통풍 시트, 뒷좌석 열선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하이패스 시스템 등이 빠졌지만, 경쟁 모델인 트랙스나 쥬크와 비교하면 옵션 면에서도 경쟁력이 높은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차 문 잠그는 것을 잊어 버려도 키를 가지고 차에서 멀어지면 자동으로 문을 잠가주는 인텔리전트 스마트 카드 키가 무척 마음에 든다. QM3라면 차 문을 안 잠갔을까 봐 걱정할 필요가 아예 없어진 셈이다. CUV의 관점에서 볼 때는 2열 시트가 슬라이딩이 되어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점이 반갑다. 글로브 박스를 서랍처럼 열도록 한 것과 시트 백에 포켓 대신 고무줄로 포인트를 준 것도 돋보인다.

실내 공간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인 휠베이스는 2,605mm로, 경쟁 모델인 트랙스의 2,555mm와 쥬크의 2,530mm 보다는 확실히 길고, 투싼ix와 스포티지의 2,640mm 보다는 짧다.

매력적인 내외관 디자인 뿐 아니라 편의 장비와 컴팩트한 차체에 비해 공간 활용도도 높은 점까지 QM3의 첫 인상 점수는 상당히 높은 편으로 나왔다. 이제 직접 시승을 통해 더 중요한 부분을 점검해 볼 차례다.

QM3에는 르노에서 개발한 1.5리터 dCi 디젤 엔진이 장착됐다. 이 엔진은 F1에 엔진을 공급하고 있는 르노의 기술이 적용된 엔진이라고 자랑이 대단한다. 최고출력 90마력/4,000rpm과 최대토크 22.4kg.m/2,000rpm을 발휘한다. 90마력이라는 숫자가 최근 우리 눈에 익숙한 숫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낮은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가장 많이 선택되는 엔진임에는 틀림없다. 변속기는 게트락제 6단 DCT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적용됐다. 효율 좋은 엔진과 첨단 변속기의 조합이 만들어 낸 복합 연비는 18.5km/l(도심 17km/l, 고속도로 20.6km/l)에 이른다.

시동을 걸었다. 4기통 디젤엔진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정숙성이 꽤나 높은 수준이다. 아이들링 상태에서의 진동도 매우 적은 편이다.

처음 출발하면 저속에서 변속기의 반응이 조금 거친 느낌이 들지만 이내 익숙해 질 수준이고, 오히려 저회전에서의 높은 토크가 강한 인상을 준다. 최고출력은 90마력에 불과하지만 22.4kg.m나 되는 높은 토크가 2,000rpm부터 뿜어져 나와 가속에 전혀 스트레스가 없다. 중 고속 영역까지 파워풀하게 가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초반의 응답성과 가속에서는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인다. 90마력이라는 숫자에 절대 기죽을 필요가 없겠다.

변속기는 수동 모드에서 기어레버 움직이는 방향이 BMW처럼 위가 시프트 다운, 아래가 시프트 업이다. 반갑다. 수동모드에서는 변속하는 시점도 좀 더 높다. 하지만 디젤 엔진의 특성 상 수동모드를 사용할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QM3는 성능으로 타는 차가 아니다. 일상에서 개성과 실용성을 즐기면서 타는 차다. 그런 용도에 전혀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너무나 잘 어울리는 파워 트레인이라는 생각이다. 수치만 높을 뿐 저회전에서는 맥을 못 추거나 아예 수치 만큼의 성능을 못 내는 모델들에 비해서 지극히 정직하다는 점이 무척이나 반갑다. 허투루 낭비되는 요소가 정말 적을 것 같다.

시승을 해 보고서야 확인할 수 있었던 또 하나는 서스펜션 세팅이 정말 세련됐다는 거다. 주행 안정성과 안락함의 함수 사이에서 절묘한 해답을 찾은 듯하다. 그 동안 푸조 모델 들에서 그런 실력을 많이 확인했었는데 르노도 서스펜션 세팅에서는 푸조 못지 않았다. 고속으로 밀어 부쳐도 불안함이 없고, 그렇다고 거친 노면을 지날 때도 전혀 신경질적이지 않다. 오히려 높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편안한 것이 신기할 정도다.

QM3에서도 흠 잡을 곳은 있다. 개인적으로는 다이얼을 돌려서 시트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는 방식을 무척 불편해 하는데 QM3의 시트가 그렇다.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면 엔진음이 그리 경쾌하지 않다. 앞서도 말했듯이 가격으로 따졌을 때 국산 준중형차에서 누릴 수 있는 편의 장비에 비해 부족한 것이 많다. 아, 썬루프는 아예 없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보고, 시동을 걸어 달려 보고 나니, 이 차가 얼마나 기본에 충실한 차인지 부러움을 넘어 시기가 날 정도다. 르노삼성이 이 차를 완전히 개발하고 생산할 정도로 실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대와 기아가 그렇게 발전했지만 이 차의 기본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실력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다.

그만큼 QM3는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다. 이 차를 구입할 소비자들의 생활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뛰어난 연비와 수준 높은 주행 성능, 그리고 톡톡 튀는 개성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겠다. 적어도 이 차, QM3에서 만큼은 프랑스 차(물론 생산은 스페인에서 하지만)라는 비하가 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