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의 전기차 SM3 Z.E.를 다시 만났다. 지난 해 6월 아직 상용화 전의 SM3 Z.E.를 서울 근교에서 시승한 후에 이제는 정식 국내 판매 모델로 만난 것이다. 전기차 보급에 가장 앞장 서고 있으며, 얼마 전 개인에게도 전기차 보급을 시작한 제주도로 날아가 다시 만난 SM3 Z.E.는 그 새 좀 더 의젓해 진 듯 보였다.
우선 전기차 보급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하자면, 르노삼성 SM3 Z.E., 쉐보레 스파크 EV, 기아 레이 EV가 시판을 시작했지만 실제로 일반 개인이 전기차를 구입하는 것은 아직은 어렵다. 우선은 관리가 가능한 관공서와 기업체 등에 우선 공급되고, 제주도의 경우에만 일반 개인에게 160대의 전기차를 공급하기로 하고 신청을 받은 결과 신청이 초과되어 추첨을 통해 160명을 선정하고 순차적으로 전기차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160대 중 107대가 SM3 Z.E.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고, 지난 11월 1일에 개인에게 첫 차가 전달되었다.
제주도라 하더라도 전기차를 구입하려면 개인 차고지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으며, 가정에서는 기본적으로 완속 충전기를 통해서 충전을 하게 된다. 완속 충전이라 하더라도 가정용 전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고, 플러그도 가정용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다. 가정용 전기는 누진세가 붙기 때문에 자동차 충전에 그대로 사용하면 상당한 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가정용 220V 플러그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 충전에 필요한 고 용량을 견디지 못해 퓨즈가 나가고, 최악의 경우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어 별도의 완속 충전기를 꼭 사용해야만 한다.
SM3 Z.E.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것은 아무래도 준중형 차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스파크와 레이는 모두 경차이니 실생활에서의 활용도 면에서는 제약이 큰 데다가 가격 면에서도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어서 기왕이면 넉넉하게 활용할 수 있는 준중형 모델을 선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측에서도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준중형 전기자동차라고 말이다.
SM3 Z.E.의 가격은 4,300만원 정도이지만 국가에서 1,500만원을, 그리고 제주도에서 800만원을 지원해 줘 실제 구매자가 구입하는 가격은 2,000만원 전후가 된다. SM3 가솔린 모델에 비해 전혀 비싸지 않은 가격이다.
먼저 SM3 Z.E.에 대한 상세 설명과 전기차 보급 정책, 제주도의 전기차 보급 현황 및 전망에 대해 들은 후 직접 시승에 나섰다.
양산형 SM3 Z.E.는 지난 번 시승했던 시험차와 달리 페이스리프트 된 뉴 SM3 디자인으로 나왔다. 이번에도 라디에이터 그릴과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 등에는 일반 모델과 다른 디자인을 적용했고, 차체 크기도 트렁크 부분이 13cm가 더 길어졌지만 얼핏 봐서는 전기차임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SM3 Z.E.를 공급할 때 옆 면에 전기차 스티커를 붙인 채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제주도에 전기차가 많이 보급되고 있음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목적에서다.
인테리어도 뉴 SM3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지난 번 시승 때와 크게 달라진 부분이 계기판이다. 가운데 바늘 속도계 대신 모니터를 적용하고 속도를 비롯한 정보들을 디지털로 바꾸다 보니 이전 모델에 비해 훨씬 더 전기차스러운 계기판이 됐다. 가솔린 모델의 계기판에서 주유량 게이지는 배터리 충전 게이지로 바뀌었고, 수온 게이지는 나뭇잎의 숫자로 친환경 운전의 정도를 표시해 주는 그래픽으로 바뀌었다. 왼쪽 계기에서는 회전계 대신 충전 중인지 가소 중인지를 바늘로 알려주고, 오른쪽 모니터에서는 트립 정보를 보여준다.
시동 버튼을 눌러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하이브리드 자동차 들에서 표시되는 ‘READY’ 대신 ‘GO’ 표시가 나타난다. 출발해도 엔진 소리는 당연히 찾아 볼 수 없다. 양산형에는 30km/h 이내에서는 보행자가 SM3 Z.E.의 움직임을 알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소리를 발생시켜 주는 장치를 달았다.
SM3 Z.E.에는 70kW(95마력)의 최고출력과 226Nm(23kg.m)의 토크를 내는 전기 모터와 22 kWh 리튬 이온 배터리가 장착됐다. LG화학이 공급하는 배터리는 국내 최초로 배터리 용량 보증이 제공되는데, 5년 또는 10만km 동안 75%의 용량 보존이 보증된다.
주행 성능은 지난 번 시승에서도 이미 확인했듯이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특히 초반 가속이 상당히 경쾌하다. 신호대기에서 일반 승용차들과 나란히 있을 경우 SM3 Z.E.가 더 먼저 치고 나갈 수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전기모드 만으로는 충분한 가속력을 얻기 어려운 것과는 대조적이다.
제원상 최고속도는 135km/h인데 실제 주행에서 무리 없이 최고속도까지 가속이 가능했다. 하지만 중속 이상에서는 가속력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친환경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전기차이니만큼 여유 있는 운전을 하겠지만 중 고속에서 추월을 시도할 땐 다소 시간이 걸린다.
승차감과 핸들링은 일반 SM3와 크게 다르지 않게 부드러운 편이다. 엑셀과 브레이크 페달의 감각도 별 차이가 없다. 그냥 일반 가솔린 자동차를 운전하는 느낌으로 쉽게 운전할 수 있다.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135km로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주행 가능 거리는 이보다 짧고, 경쟁 모델 대비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차를 일상생활에서 출퇴근, 혹은, 쇼핑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주행 거리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핸드폰처럼 매일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겠지만 말이다.
이번 제주도 시승에서는 배터리 교환 시스템을 직접 견학할 수 있었다. 주행 중 배터리가 다 소진 되면 충전소를 찾아 급속 충전을 한다 하더라도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데, 더 빨리 다시 주행하기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고안된 것이 배터리 교환 시스템으로, 방전된 배터리 팩을 충전이 되어 있는 배터리 팩과 통째로 교환하는 시스템이다. 교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완전 자동화된 외국의 경우 2분 정도이지만 현재 제주도에 설치된 반자동 시스템으로는 5분~10분 정도 걸린다.
아주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급속 충전을 하는 30여분 동안 화장실도 다녀오고, 커피도 한 잔 하는 여유를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이고, 급한 상황이라면 배터리 교환을 이용하면 된다.
그런데 SM3 Z.E.가 배터리 교환 방식을 채택하면서 손해 본 부분도 있는데 바로 트렁크 공간이다. 다른 전기차 모델의 경우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넓게 펴서 까는데, 배터리 교환 방식을 사용하려면 배터리를 박스 형태로 쌓아서 뒷좌석 시트 뒤쪽에 세우다 보니 그 만큼 트렁크 공간이 줄어든 것이다. SM3 Z.E.는 이를 위해 차체 뒷부분을 13cm 늘였지만 그래도 여행용 큰 짐을 넣을 수 있을 만큼 트렁크가 여유롭지는 않았다. 택시 기사들도 그 부분을 많이 지적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실제 전기료가 얼마나 드는가 하는 부분일 것이다. SM3 Z.E.는 연 2만 km 주행 시 전기료는 가솔린 대비 약 1/6 수준이면 충분하다. 게다가 엔진오일이나 오일필터 등을 교환할 필요도 없어 소모품 교환 비용에서도 약 절반이 절약된다고 한다.
정부 보조를 받아야만 가격 경쟁력이 있는 현재의 전기차는 논란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모여서 점차 많은 이들이 전기차를 타게 되고, 가격도 더 낮아져서 보급이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면 지금 이런 노력들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어쨌든 제주도에서는 2천 만원 전후의 가격으로 준중형 전기차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아이폰을 수시로 충전하는 데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서 전기차 충전도 부지런히 할 수 있는 이들이라면 조용하고, 편리하고, 싸게 유지할 수 있는 전기차를 남들보다 먼저 소유할 수 있으니 관심이 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나도 관심이 많지만 아쉽게도 현재 제주도에 살고 있지 않고, 제주도에 산다 하더라도 이미 예약과 추첨이 끝나서 또 언제 이런 기회가 다시 올 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