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디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국내에도 출시됐다. 해외에서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 메이커는 푸조와 볼보, 그리고 메르세데스-벤츠가 있지만 한국에 선보인 것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가 그 첫 번째 주인공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가솔린 엔진보다 디젤 엔진이 약 30% 정도 연비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가솔린 엔진이라 하더라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하게 되면 디젤 엔진 수준의 효율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미 가솔린 보다 연비가 더 높은 디젤 엔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하면 연비는 그 만큼 더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 그래서 디젤 하이브리드에 대한 관심도 유럽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첫 번째는 가격이다. 가솔린 엔진 대비 디젤 엔진의 가격이 더 비싼데, 비싼 만큼 연비가 더 좋기 때문에 유럽의 경우 디젤 엔진의 선호도가 매우 높은 편이고, 일본과 미국 등에서도 최근 들어서 조금씩 인기를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비싼 디젤 엔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까지 더하게 되면 연비가 더 높아지는 만큼 가격도 덩달아 더 높아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일반 가솔린 엔진에 비해 디젤 하이브리드는 매우 비싸지게 된다. 과연 그 만큼의 돈을 더 주고 디젤 하이브리드를 살 소비자가 많을 것인가?
두 번째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경우 가장 효율성이 높은 직병렬 혼합 풀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토요타의 특허가 거의 독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럽 메이커가 디젤엔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하더라도 높아진 가격 만큼의 뛰어난 하이브리드 성능을 확보할 수 있을 지가 의문인 것이다.
의문을 해결하는 방법은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그리고 여기 메르세데스-벤츠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가 있다.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는 E250 CDI의 디젤 엔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더해졌다. E220 CDI에서 170마력과 40.8kgm을 발휘하는 2.2리터 디젤엔진을 최고출력 204마력/3,800rpm과 최대토크 51.0kgm/1,600~1,800rpm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얹으면 E250 CDI가 되는데, 거기에 블루텍 기술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해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가 된 것이다. 전기모터는 20kW(27마력)이 출력과 250nM의 토크를 발휘하는데 엔진과 모터를 더한 시스템 출력은 따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이미 국내에서 선보인 바 있는 S400 하이브리드와 같은 시스템으로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전기모터가 자리하게 된다. 구조적으로 아주 간단한 시스템으로 전기모터가 토크컨버터의 역할도 담당하면서 변속기와 엔진을 연결 시켜 준다. 엔진과 모터 사이의 연결을 끊으면 충전 혹은 전기모드가 되고, 엔진과 연결된 상태에서 배터리의 전원을 모터에 흘려주면 전기모터가 엔진에 힘을 더하는 상태가 된다.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는 일반 E클래스와 내 외장에서 큰 변화가 없다. 타 브랜드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외관 어딘가에 그린이나 블루 컬러로 장식하거나 하이브리드 전용 파츠를 더해 하이브리드 자동차임을 표시하는 것과는 달리 이차는 트렁크 리드에 블루텍 하이브리드 엠블렘이 붙은 것을 제외하면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는 것을 알아보기조차 힘들다.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다. 계기판 좌측에 충전 상황을 보여주는 그래프와,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니터에서 메뉴를 전환하면 보여지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에너지 흐름도를 제외하면 일반 E클래스와 똑 같다. 옵션으로는 E300 아방가르드에도 없던 냉방시트가 더해진 것과 효율성이 좋은 17인치 타이어로 사이즈를 줄인 것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제원상의 성능을 비교해 보면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50.1kgm의 엔진에 27마력, 250Nm의 전기모터가 더해졌으며, 0~100km/h 가속 7.5초, 최고속도 242km/h, 복합연비 17.2km/l를 발휘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하지 않은 E250 CDI의 경우 국내에는 4매틱이 소개되는데, 0~100km/h 가속 7.9초, 최고속도 238km/h, 복합연비 14.2km/l를 발휘한다. E250 CDI보다 힘은 약하지만 연비는 더 좋은 E220 CDI의 연비는 16.3km/l다.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가 성능과 연비에서 모두 앞선다.
가솔린 모델의 경우 E300이 252마력, 34.7kgm에 0~100km/h 가속 7.1초, 최고속도 250km/h, 복합연비 10.3km/l를 발휘한다.
가격은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가 8,170만원, E250 CDI 4매틱이 7,110만원, 가솔린 E300 아방가르드 모델이 7,060만원, E350 4매틱이 9,090만원이다.
경쟁 모델과 비교해 보면 동급 최고의 베스트셀러 BMW 520d는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8.9kgm, 0~100km/h 가속 7.9초, 최고속도 231km/h, 복합연비 16.9km/l를 발휘하며, 가격은 럭셔리 모델이 6,960만원이다.
이정도 정리해 보면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가 성능과 가격 면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자리하는 지 알 수 있다. 가솔린 모델과 비교하면 가속력에서 성능이 떨어지긴 하지만 연비에서는 월등히 앞서고, 가격은 1천 만원 전후 더 비싸다. 동급 디젤 모델과 비교하면 성능과 연비에서 모두 조금씩 앞서며, 가격은 역시 1천 만원 정도 더 비싸다. 연비는 동급 중형 럭셔리 모델 중 최고다.
이제는 직접 타 보고 실제 어느 정도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지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시동을 걸면 시동이 걸린다. 무슨 소린가 하겠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시동을 걸어도 엔진 시동은 걸리지 않고, 계기판에 ‘READY’ 표시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초기에 전기모터 만으로 출발하게 된다.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의 경우 전기모터만으로 출발이 가능하지만 초기에 시동을 걸 때는 매번 엔진 시동이 걸렸다. 주행 중 차가 정차하면 엔진 시동이 꺼지는데, 이 때는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전기모터로만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만으로 가속할 수 있는 속도가 35km/h인데, 실제 도로에서 신호대기 후 주변 차량과 같은 속도로 가속하려면 출발하는 즉시 엔진 시동이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다 서다 하는 정체상황에서나 혼자 출발하는 경우, 혹은 주차장 등에서는 20km/h 이상의 속도까지 가속하면서 전기 모터 만으로 충분히 주행할 수 있다. 결국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의 전기모드는 저속 상황에서는 충분히 활용성이 높지만 일상적인 도로 주행에서는 활용도가 높지 않은 편이라고 볼 수 있겠다.
반면 주행 중 내리막 길이나 정속 주행 상황에서 엔진을 끄고 전기모터 만으로 속도를 유지하는 경우에는 활용도가 높은 편이었다. 내리막이 시작되면서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은 순간 아이들링 상황이 됐다가 바로 시동을 끈다. 물론 전기모터는 충전을 시작한다. 이 상황에서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가속 페달을 살짝 밟으면 전기모터 만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반드시 엑셀 페달을 아주 살짝 밟아야 한다. 조금만 세게 밟으면 엔진 시동이 걸려 버린다. 처음엔 엑셀 페달 살짝 밟기가 쉽지 않았는데, 점차 익숙해지면 꽤 긴 거리를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하는 상황도 가능해 졌다. 전기모터 만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1km 정도다.
이 모든 상황은 계기판 가운데 모니터나 센터페시아 모니터의 에너지 흐름도를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엔진과 전기모터가 켜질 경우 엔진은 하얗게, 전기모터는 사선으로 불이 들어오고, 꺼지면 진한 회색으로 변하도록 해, 작동 상황을 좀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재미있다.
가속 성능은 매우 경쾌하다. 특히 저회전부터 최고의 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더해진 점은 메르세데스-벤츠 모델에서는 매우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일반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는 초반 가속을 비교적 부드럽게 세팅하는 경향이 많은데,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는 초반 응답성이 매우 높은 편으로 가속이 시원시원하고 매우 즉각적이다. 이게 벤츠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이브리드가 단순히 연비만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즐거움도 충분히 더 높여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달리기를 즐기면 기대한 연비 향상 효과를 많이 누릴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는 토요타처럼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아니어서 적극적으로 전기모드를 즐길 수준은 못 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저속에서는 전기모터만으로 주행도 가능하고, 중 고속에서도 내리막 길이나 정속 주행 상황에서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했다. 탄력 주행이나 내리막 길에서 엑셀 페달에서 발을 떼는 즉시 충전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정도로도 낭비되는 에너지를 충분히 재활용 할 수 있어서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달리는 즐거움 면에서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비싼 디젤 엔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까지 더하다 보니 가격이 많이 높아진 것은 치명적인 단점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어떤 경우에도 지구 환경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소비자 개인에게는 운전자의 운전 성향과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도 있고, 최신 기술이 접목되었지만 큰 매력이 없는 제품이 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