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는 AMG 엔진을 타 브랜드 차량에 제공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왔다. 파가니 유토피아에는 V12 엔진이, 애스턴 마틴의 여러 모델에는 V8 엔진이, 로터스 에미라에는 4기통 엔진이 각각 장착된다. 그러나 이제 메르세데스는 내연기관을 넘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로도 슈퍼카 세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술의 핵심은 메르세데스나 AMG가 아닌, 메르세데스가 2021년에 인수한 영국의 Yasa에서 개발됐다.
Yasa는 축류(axial-flux) 모터 기술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 모터는 현재 람보르기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슈퍼카인 V12 레부엘토(Revuelto)와 V8 테메라리오(Temerario)에 장착돼 있다. 두 차량 모두 폭스바겐 그룹의 내연기관을 사용하지만, 전면 축에 설치된 전기 모터는 Yasa의 혁신 기술을 적용한 결과물이다. 흥미롭게도, 메르세데스나 AMG는 축류 모터를 탑재한 양산차를 내놓지 않는다.
Yasa의 플럭스(축류) 모터는 기존 방사형(radial-flux) 모터 대비 무게와 크기가 각각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동시에 토크는 두 배로 증가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혁신적인 설계는 성능과 효율성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슈퍼카에 이상적이다.
Yasa의 대표적인 플럭스 모터는 무게가 38.1파운드(약 17.3kg)이며, 최대 출력 148마력과 221lb-ft(약 300Nm)의 토크를 제공한다. 두께는 단 2.75인치(약 7cm), 직경은 11.6인치(약 29.5cm)로, 오일 냉각 방식을 사용하며 최대 1만rpm까지 회전할 수 있다.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는 후방에 세 번째 Yasa 모터를 장착해 성능을 더욱 강화했다. 레부엘토 역시 후방에 플럭스 모터를 탑재했으나, 이는 마할레(Mahle)에서 제공한 모터를 사용했다.
Yasa의 플럭스 모터를 최초로 채택한 양산차는 2016년 출시된 코닉세그 레게라(Regera)이다. 이 차량은 1500마력의 하이브리드 슈퍼카로, Yasa의 모터 기술 덕분에 엄청난 가속 성능과 효율성을 동시에 구현했다. 이후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와 296 GTB에도 이 기술이 적용되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슈퍼카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특히, 페라리는 내년에 출시될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에서 자체 개발한 전기 모터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과정에서도 Yasa 기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AMG는 현재 Yasa의 플럭스 모터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AMG.EA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이 플랫폼은 AMG GT 4도어 쿠페의 후속 모델이 될 전기 세단과 대형 전기 SUV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러한 전기차들은 메르세데스가 플럭스 모터 기술을 자사 차량에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플럭스 모터 기술은 이미 메르세데스의 컨셉트카에도 적용된 바 있다. 2023년에 공개된 비전 원-일레븐(Vision One-Eleven)은 플럭스 모터 기술을 탑재해 경량화와 고성능을 동시에 달성했다.
Yasa의 플럭스 모터 기술은 자동차 업계에서 이미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기술은 2010년 재규어 C-X75 콘셉트카에서 4모터 구동 시스템으로 사용됐으며, 이후 롤라-드레이슨 B12/69EV 레이싱카에 장착되어 2013년 영국 RAF 엘빙턴 기지에서 전기차 속도 기록(204mph, 약 328km/h)을 세우기도 했다.
Yasa의 기술은 람보르기니, 페라리, 코닉세그와 같은 슈퍼카 브랜드를 통해 그 가치를 입증해왔다. 이 혁신적인 모터는 강력한 성능과 경량화의 조화를 이루며, 슈퍼카의 미래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김동훈 모터리언 에디터 @ dyook@me.com 기사 작성일 : 2024.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