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슈투트가르트 = 박기돈 모터리언 편집장]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와 안전성을 향한 본격적인 여정에 돌입했다. 지난달 독일 헤델핑겐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찾았을 때, 이곳은 단순한 전기차 부품 생산시설을 넘어 벤츠가 미래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는 중심 기지로 보였다. 배터리 설계부터 생산, 재활용까지 모든 단계를 직접 관리하는 밸류체인 구축은 단순히 기술적 도전이 아닌 벤츠가 고객 안전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벤츠가 배터리 내재화와 자체 품질 관리를 강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벤츠 관계자는 “고객에게 단순히 차량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이들이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차량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배터리 생산의 자급화와 품질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특히 EQS와 EQE 모델에 장착되어, 글로벌 시장으로 판매된다.
벤츠는 한국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모델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관리하는 데 있어 ‘장인정신’을 적용하고 있었다. 품질 보증 과정에서는 무려 3000개 이상의 검사를 통과해야 하며, 약 3~4시간에 걸친 이 공정은 품질의 균일성을 보장하기 위한 벤츠의 고집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건은 벤츠로 하여금 배터리 안전성 강화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게 했다. 한국에서 발생한 사고 이후, 벤츠는 해당 배터리의 생산 이력과 공정 자료를 본사에 제출해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했다. 벤츠 측은 “고객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안전성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이번 취재에서 만난 벤츠 배터리 개발 총괄 우버 켈러 박사는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안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배터리 셀 공급 업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향후 조치에 대한 논의는 제한적이었다. 벤츠는 현재의 충돌 및 화재 대응 시스템이 업계 표준을 준수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고객 신뢰 회복에 힘쓰고 있다고 대답했다.
벤츠는 배터리 개발과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헤델핑겐 공장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센터인 e캠퍼스, 재활용 공장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이곳 헤델핑겐은 단순히 배터리 팩을 조립하는 곳이 아닌, 벤츠가 안전성을 향해 나아가는 철학을 구현하는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을 통해 북미 시장에는 한국산 배터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벤츠는 이번 협력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더욱 견고한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벤츠의 배터리 생산 라인에서는 자동화와 품질 보증을 위한 수작업이 조화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벤츠 관계자는 “배터리 모듈을 다루는 오퍼레이터로 일하려면 3년 이상의 직업 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공장은 직원들이 기계를 정교하게 다루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고도의 자동화 시스템 속에서도 마지막 단계 품질 보증에 있어서는 수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벤츠의 전기차 전략은 배터리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기술 역량 강화를 통해 완성된다. 연구·개발을 거쳐 자체 배터리 셀을 양산하고, 전기차에서 나오는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완전 순환 구조로, 벤츠는 전기차 생태계의 완결성을 추구하고 있다.
벤츠는 장기적으로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차세대 기술을 목표로 삼고 있다. 우버 켈러 박사는 “안전성은 항상 우리 전략의 중심에 있으며, 새로운 배터리 기술은 이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전기차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이번 독일 현장 방문은 벤츠가 단순히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의 안전성과 품질을 선도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안전을 위한 벤츠의 의지와 품질 보증에 대한 철저함은 그들의 핵심 가치가 변함없음을 증명하는 자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