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의 대형 세단 아발론이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90년대 후반 1세대 아발론이 잠깐 들어 온 후 참 오랜 세월을 보내고 4세대로 성장해서 다시 들어온 것이다. 당시 아발론은 중후함이 묻어나는 미국차의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한층 더 젊어진 모습이다. 미국 시장을 위해 미국에서 만들어진 차다 보니 원래부터 쇼퍼드리븐을 염두에 둔 차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훨씬 더 젊어진 것이다.
워낙 오랜만에 만나는 모델인지라 많은 이들이 예전 아발론을 기억하지 못하기도 하고, 아예 처음 보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먼저 아발론의 포지셔닝을 확인해 보자. 아발론은 국산차로는 현대 그랜저와 동급에 해당하고, 수입차 중에서는 포드 토러스나 크라이슬러 300C 등과 경쟁하게 된다.
크기는 전장×전폭×전고가 4,960×1,835×1,460mm, 휠 베이스가 2,820mm로 현대 그랜저의 4,910×1,860×1,470mm, 2,845mm와 비슷한 크기다. 토요타 캠리의 4,805×1,820×1,470mm, 2,775mm보다는 살짝 크고, 렉서스 ES의 4,900×1,820×1,450mm, 휠베이스 2,820mm와 비슷하다.
디자인은 예전에 봤던 아발론과는 완전히 다른 인상이다. 훨씬 젊어졌다. 그랜저가 젊어진 것과 맥을 같이 하는 셈이다. 앞모습에서는 캠리의 모습도 살짝 비친다. 엠블렘을 중심으로 날개를 펼치듯 크롬으로 장식한 모습이 그렇다.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최신 트랜드를 따른 듯하다.
헤드램프 안에는 2개의 4각형 램프가 하향등을 담당하는 ‘더블 아이 스퀘어 라이트’와 토요타 최초로 적용된 LED 주간 주행등이 자리하고 있다. 날개를 펼친 형상은 리어 램프에도 적용되었고, 실내에까지 이어진다.
옆모습에서는 유난히 허리가 길어 실내 공간 확보에 주력한 느낌이 든다. 사실은 허리가 긴 것이라기보다 캐빈을 앞 뒤로 길게 확장한 스타일이다. 특히 C필러가 트렁크 쪽으로 멀리 뻗어 있어 더 그렇다. 도어 손잡이 위로 강한 인상의 캐릭터 라인이 흐르며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만든다.
인테리어도 무척 젊다. 예전 아발론이나 그랜저 같았으면 아주 점잖았을 텐데 지금의 아발론은 경쾌하고 고급스럽다. 엠블렘에서 좌우로 펼쳐진 날개 형상은 실내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계기판을 중심으로 좌우에 날개를 펼치고 있는데, 크롬으로 라인을 처리한 것이 인상적이다. 날개는 센터페시아 쪽까지 덮다 보니 오른쪽 날개가 더 길다. 센터페시아도 크롬으로 감쌌다.
기능적으로 인테리어에서 돋보이는 것은 센터페시아의 터치 버튼들이다. 에어컨과 오디오 등의 버튼에 정전식 터치 방식을 도입해 살짝 손 끝만 닿아도 기능이 실행된다. 에어컨의 바람 세기는 터치 후 손가락을 좌우로 움직여서 조절할 수 있다.
크롬과 함께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표현한 소재는 당연 가죽이다. 시트에는 고급 가죽을 사용했고, 데시보드에는 가죽 느낌이 나는 소프트 재질에 수공예 스티치 마감을 더해 고급스럽게 꾸몄다.
오디오는 JBL 사운드가 적용됐다. JBL이 최고급 브랜드는 아니지만 가격대비 매우 뛰어난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게 평소 기자의 생각이다. 블루투스 스트리밍도 지원해 편리하게 멋진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정숙성이 뛰어난 실내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쉽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아발론의 숨은 매력중의 하나가 될 것 같다.
그 외 냉방 시트와 썬루프, 크루즈 컨트롤, 파킹 어시스트 등을 갖췄고, 오토홀드는 없다.
스마트 키는 도어 손잡이의 앞 부분을 누르면 잠기고, 열 때는 손만 대면 열린다. 도어가 잠길 때 사이드 미러를 자동으로 접히도록 하는 것은 센터페시아 좌측의 버튼으로 설정할 수 있다. 사이드 미러 설정을 오토에 두면 도어를 잠그면서 사이드 미러를 자동으로 접어 줘, 사이드 미러가 접힌 상태를 보고 도어가 잠겼음을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원래 쇼퍼드리븐 성격이 아니다 보니 뒷좌석이 아주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충분히 넓고 뒷좌석 송풍구와 히팅 시트, 전동식 뒷 유리 블라인드를 갖췄다.
아발론의 장점 중 하나는 강력한 엔진이다. 패밀리 세단, 혹은 비즈니스 세단이라면 굳이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세계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 토요타의 기함이라면 이 정도 엔진은 얹어줘야 하는 걸까? 3.5리터 V6 DOHC 듀얼 VVT-i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77마력/6,200rpm, 최대토크 35.3kgm/4,700rpm을 발휘한다.
이 정도 차체에 277마력 엔진은 넘치는 파워를 전달한다. 자동 6단 변속기와 어울려 매끄러운 회전과 강력한 가속성능을 뽐낸다. 시프트 패들을 이용해서 저단 고회전 영역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쭉쭉 치고 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0~100km/h 가속 6.7초가 허수가 아니라는 것은 한 번 엑셀을 제대로 밟아 보는 것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패들 시프트를 사용해 기어를 내릴 때는 회전수를 정교하게 맞춰준다.
그랜저 3.3은 294마력, 제네시스 3.3은 300마력, 3.8은 334마력을 제원표에 적어 놓았지만 실제 가속해 보면 그 만한 체감 성능을 발휘하지 못할 뿐더러 아발론의 277마력에도 훨씬 못 미치는 가속 성능을 갖고 있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가속력은 정말 짜릿한 수준이다. 어차피 가솔린 엔진의 대형 세단을 구입한다면 기왕이면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는 엔진을 장착한 편이 더 나을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최근의 변속기 다단화를 감안했을 때 아발론에 6단 변속기는 좀 아쉬운 감이 있지만 성능이나 효율성에서 크게 부족하지는 않다. 100km/h로 정속 주행 시 6단에서의 회전수는 1,600rpm을 살짝 밑돌 정도로 상당히 낮다. 기본적으로 저회전 토크가 충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연비 측면에서는 효율성이 높을 요인이다.
주행의 성격에 따라 스포츠, 노멀, 에코 중에서 모드를 선택하면 보다 높은 응답성과 예리한 핸들링을 즐길 수도 있고, 여유로운 주행 속에서 최고의 연비를 실현할 수도 있다.
아발론은 파워풀한 주행 뿐 아니라 정숙한 주행과 매끄럽고 안락한 주행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서스펜션은 미국식 출렁거림과는 거리가 멀지만 여전히 안락하고, 코너링과 고속에서 안정감도 또한 충분히 높다. 미국에서 판매될 대형 세단이면서 주행안정성도 높일 수 있는 적절한 세팅을 잘 찾은 듯하다. 물론 토요타 특유의 정숙성도 뛰어나다.
아발론은 국내에서 대량 판매를 기대하는 모델이 아니다. 독일산 고급 세단과 가격 경쟁력이 높은 국산 대형차 사이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토요타가 한국 시장에 꼭 소개해야 할 만큼 중요한 토요타의 기함임을 감안하면 국내 출시가 많이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앞바퀴 굴림 대형 세단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요소들을 최적의 상태로 잘 갖춘 모범 답안 같은 모델이어서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좀 더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