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럴 줄 알았어. 이 차의 매력, 역시 장난이 아니야. 가격이 비싼 건 인정, 하지만 이 차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따져보면 정말 갖고 싶은 차인 게 맞아.
현대 신형 코나를 좀 늦게서야 시승했다. 풀체인지된 2세대 모델이며, 가솔린 1.6터보 엔진을 얹었고, 2WD 모델에 풀옵션 인스퍼레이션 트림이다.
소형 SUV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야심차게 등장했던 코나는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세련되고, 참신한 디자인에, 소형차이면서도 매력적인 장비들을 대거 적용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소형 SUV 시장은 더욱 경쟁이 치열해졌고, 점차 서열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
현대가 2세대 코나를 앞세워 다시 한번 소형 SUV 시장 경쟁에 불을 붙이고 나섰다.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하고, 크기를 키웠으며, 현대차의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한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공식 출시 전에 디자인을 선보이는 사진이 먼저 공개됐을 때, 개인적으로는 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소형 SUV이긴 하지만 기존보다 조금 더 커진 차체도 마음에 들었다. 평소 작고, 디자인이 멋지면서, 성능도 뛰어나고, 첨단 편의, 안전 장비가 잘 갖춰진 차를 좋아했던 터라 새로운 디자인의 코나가 더욱 궁금해졌다.
실물로 만난 코나는 역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그린이나 다른 파스텔 컬러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컬러와 관련해서 특히 마음에 드는 건 펜더 클레딩이 무광 플라스틱으로 무척 넓게 적용된 부분이다. 자연스럽게 2톤 컬러 느낌이 나면서 터프한 이미지가 잘 강조됐다.
차체 크기는 살짝 커진 덕분에 더 이상 기존 코나의 아주 작은 소형 SUV 느낌이 아니다. 볼륨감이 강조된 앞 부분과 칼날같이 날카롭게 선을 그려 넣은 옆모습 디자인 덕분인 것도 같다. 새로운 스타일의 19인치 휠도 마음에 들었다. 이런 소형 SUV에 19인치라니…
차체는 휠베이스가 60mm 늘어나 2,660mm가 됐다. 현재 베스트셀러 모델인 기아 셀토스보다 30mm가 더 길다. 과거 3, 4세대 싼타페의 휠베이스가 2,700mm였던 것을 감안하면 소형차급이라고 보기 힘든 넉넉한 휠베이스다. 길이는 145mm나 더 길어졌고, 너비와 폭도 각각 25mm, 40mm 더 늘어났다.
덕분에 실내 공간도 꽤 여유로워졌다. 운전석은 물론 뒷좌석 공간도 소형차급을 생각해 보면 성인 4명이 타도 크게 무리가 되지 않을 공간이다.
실내 디자인도 외관 못지않게 매력적으로 변신했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역시 대화면 디스플레이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2개를 연결하면서 가운데를 한 번 꺾어 운전자가 보기 편하게 했다. 윗급인 투싼에도 10.25인치 2개가 사용되고 있으니, 12.3인치 2개가 연결된 것도 급을 뛰어넘는 장비다. 계기판과 인포 디스플레이에 적용된 인터페이스도 최신 버전이다.
모니터 아래 메뉴 버튼도 입체적인 느낌을 잘 살려서 배열했는데, 디자인도 좋고, 시인성과 기능도 뛰어나다. 그 아래에는 별도의 디스플레이를 갖춘 듀얼 자동 에어컨을 적용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장치는 그랜저에서 선보였던 방식이다. C타입 USB 2개중 1개는 충전용, 혹은 데이터용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어서 상황에 따라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디자인이 무난하다. 나름 독특하긴 하지만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오디오는 스피커 8개짜리 보스 오디오가 옵션으로 적용됐다. 보스 오디오는 어떤 차에 적용되든 거의 대부분 돈 값을 한다. 코나에 적용된 보스 오디오도 풍성한 저음과 함께 고음도 비교적 선명하게 잘 살려준다. 최상급 오디오는 아니지만 차 급을 생각하면 충분히 선택할 만한 오디오다.
시트도 여유있는 크기에 적당히 몸을 잘 잡아준다. 디자인도 무난하다. 이제는 이 급에도 1열 통풍시트가 적용되는 건 현대차에서는 당연한데(물론 다른 브랜드에서는 결코 당연하지 않지만), 운전석 메모리 시트, 동승석 전동시트, 워크인 디바이스, 1열 릴렉션 시트, 2열 열선 시트까지 적용됐다. 아니 이거 소형차 맞아, 진짜?
트렁크는 차체가 커진 만큼 기존 코나보다는 확실히 여유로워졌다. 하지만 차급이 차급인만큼 2열 시트를 접고 편하게 누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윗급 투싼 정도돼야 2열 시트를 접었을 때 딱 누울 수 있는 정도 공간이 나온다. 스마트 트렁크도 빼먹지 않았다.
엔진은 기존과 동일한 1.6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198마력, 최대토크 27kg.m를 발휘한다. 최근에 낮은 가격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1.2 터보 엔진으로 139마력을 발휘하는 것을 감안하면 소형 SUV로서는 차고 넘치는 파워다.
변속기는 DCT 대신 새롭게 자동 8단 변속기가 적용됐다. 그랜저처럼 칼럼의 레버로 변속한다. 디자인이나 감성 면에서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기능적으로 매우 편리한 건 인정한다.
처음 출발하면 부드러운 가속과 조용한 실내가 무척 인상적이다. 8단 자동 변속기로 바뀐 부분이 한 몫한 덕분이다. 방음도 꽤 신경을 쓴 것 같다. 승차감은 비교적 단단한 세팅이지만 세련되게 요철을 걸러준다. 기존 코나보다는 확실히 부드럽고 세련돼졌다. 충격을 흡수하는 느낌이 깔끔하고, 밸런스가 잘 맞는 느낌이 셀토스보다도 한 수 위라는 느낌이다. 평소에 주행하면 살짝 긴장감을 느낄 수 있지만, 동시에 편안함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승차감이다.
가속을 하면 힘은 정말 두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파워풀하다. 탄탄한 하체와 작은 차체 덕분에 몸놀림이 더 경쾌하다. 산길 와인딩의 코너와 코너 사이 짧은 직선 구간에서도 유감없이 가속력을 발휘해 준다. 코너를 탈출할 때 힘을 뿜어내는 것도 시원시원하다. 솔직히 이 차를 평소에 일상적으로만 타기에는 넘치는 파워가 아깝다. 패들 시프프까지 갖추고 있어 와인딩을 달리는 맛을 더해주지만 아쉽게도 회전수 보정 기능은 없다. 사실 많이 아쉽다. 적어도 패들 시프트를 선택하면 회전수 보정 기능은 꼭 함께 넣어줬으면 좋겠다. 어쨌든 이 정도 달리기 실력이라면 차를 잘 세팅해서 ‘달리는 펀카’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접근해보면 일상에서 살짝 단단한 느낌인 서스펜션 세팅도 와인딩에서는 조금 부드럽게 다가온다. 출력에 맞게 달리는 맛을 좀 더 살리려면 서스펜션이 조금 더 단단해도 좋겠다 싶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아닌 이상 결국 2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으니, 이 차의 성격에는 지금 정도의 선택이 최선이긴 한 셈이다.
앞바퀴 굴림 모델이지만 코너에서 힘으로 밀어부쳐보면 의외로 언더스티어가 쉽게 일어나지 않고. 앞뒤 바퀴가 함께 바깥으로 살짝 밀려난다. 최근 현대차들이 전륜구동 모델에서도 언더스티어 컨트롤을 참 잘하고 있는데 코나에서도 그 실력이 드러난다.
고속 주행 실력도 만만치 않다. 고속 영역까지 기대보다 더 빨리 가속되고, 직진 안정성도 뛰어나다. 고속에서 소음은 풍절음이 잘 억제된 덕분에 노면 소음이 상대적으로 더 들어온다. 동급 모델들 중에서는 비교적 뛰어난 정숙성이다.
안정장비도 매우 훌륭하게 갖추고 있다. 내비게이션 연동 스마트크루즈컨트롤과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 기본적인 반자율 주행 기능을 갖췄고, 전 후방 긴급 제동과 측면 주차 경고, 후측방 모니터 등 급을 뛰어넘는 고급 장비들까지 대거 적용했다. 솔직히 이 정도 편의 안전 장비를 갖춘 소형차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장담한다. 소형 SUV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꽤 높아진 부분이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을 더 내자면, HUD와 스티어링 휠 그립감지가 빠진 부분이 아쉽다. (HDA2는 아쉽지 않다)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다.
2세대 코나는 매우 높은 상품성을 갖추고 등장했다. 물론 저렴한 소형차를 원한다면 낮은 트림을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차는 작지만 최첨단 장비들을 다 갖춘 알짜배기를 원한다면, 코나에서는 거의 모든 것을 선택해서 적용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되면 가격이 윗급 모델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에 달렸다. 같은 가격에 기능이 좀 떨어지더라도 큰 차를 살 것인지, 아니면 차 크기는 좀 작아도 최첨단 기능을 고루 갖춘 차를 선택할 것인지…
나라면 후자를 선택하겠다. 사실 지금도 4WD까지 갖춘 코나 풀옵션 차량 구입을 고민 중이다.
글. 모터리언 박기돈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