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허머EV가 만들어지는 GM 공장을 방문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미국의 전설적인 오프로드 모델인 허머가 전기차 모델로 부활한 것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한 것이다. GM은 한국 시간으로 지난 달 20일 디트로이트 소재 전기차 전용 공장 ‘팩토리 제로(Factory Zero)’에서 지난 11월부터 허머 EV 양산에 돌입, 이중 초기 한정판을 고객에게 전달하며, 전기 픽업트럭 경쟁에서 앞서 나갔다.
상상 뛰어넘는 스펙 자랑하는 ‘슈퍼 트럭’ 허머 EV, 세상 바꿀까
허머는 군용 모델로 시작해 뛰어난 스타일과 성능에 힘입어 성공한 헐리우드 스타나 스포츠 스타들이 타는 슈퍼 SUV로 이름을 날린 모델이었다. 하지만 GM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브랜드 정리에 나서면서 2010년에 명맥이 끊겼었다. 하지만 2021년 허머가 전기차로 다시 부활하며 전설적인 이름을 이어나가게 됐다.
허머 EV가 이목을 끄는 이유는 신 모델이 단지 전기차로 출시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3개의 전기모터를 탑재해 최고출력 1000마력, 주행가능거리 최장 334마일(약 537㎞) 등 강력한 성능은 기존 전기차의 범주를 뛰어넘는 숫자들이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GM의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슈퍼 크루즈’, 4륜 조향으로 좌우 평행이동이 가능한 ‘크랩모드’ 등 GM이 자랑하는 기술의 집합체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허머 EV는 캐딜락 리릭과 함께 GM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인 얼티엄 플랫폼이 적용된 첫 모델이다. 모듈형 플랫폼으로 트럭부터 고성능 스포츠까지 적용이 가능한 얼티엄 플랫폼은 코발트를 대폭 줄인 차세대 얼티엄 배터리가 다양한 드라이브 유닛과 함께 조합이 가능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초기 에디션인 에디션1의 가격은 11만2595달러(한화 약 1억3200만원)이라는 고가에도 준비된 1200대가 모두 완판됐으며, 2023년 동일한 파워트레인으로 가격을 낮춘 EV3X 트림이 출시될 예정이다. 해당 트림의 판매가는 9만9995달러(한화 약 1억 1800만원)로 알려졌다.
메리 바라 GM 회장, 2년 연속 CES 기조연설자로 나서.. 기대감 고조
한편 허머 EV를 시작으로 GM의 미래차 전략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조짐이다. GM의 메리 바라(Mary Barra) 회장 겸 CEO는 또 한 번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2’의 기조 연설 무대에 오르며 GM의 차량 기술 로드맵을 공유하고 탄소 배출 제로 비전을 위한 신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GM은 최근 전략 추진을 가속화하며 하드웨어 플랫폼 얼티엄(Ultium), 소프트웨어 플랫폼 얼티파이(Ultifi)를 통해 플랫폼 혁신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GM의 얼티엄 플랫폼은 소형부터 대형 픽업트럭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크기와 출력 및 성능의 차종에 폭넓게 적용 가능해, GM은 자동차 설계 측면을 포함한 전기차 분야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된다.
또한, GM이 고객 경험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얼티파이는 사용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또는 각종 기기 애플리케이션 연동을 통해 무선으로 차량 소프트웨어에 접근하고 설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사용자는 생체 인식 기술을 통해 얼굴 인식으로 시동을 걸 수 있고, 클라우드 연결을 통해 도로 인프라와 통신 함으로써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위험 감지 또는 도로 상황 변화에 대한 경고를 주고 교통 신호 시간을 재는 등 디지털 라이프의 주요 기능을 누릴 수 있다.
GM, 자율주행과 탄소 배출 제로까지.. 차세대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나
GM은 현재 자율주행 시장에서도 경쟁업체들보다 빠르게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 배경에는 GM의 자율주행 부문 자회사 크루즈의 기술력이 있다. 크루즈는 2020년 1월, 자율주행 레벨의 최고 단계인 5레벨의 목적지 도착 및 주차까지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보택시 ‘오리진(the Cruise Origin)’을 선보였다.
이후, 2021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자율주행차의 시험 운행을 진행해왔으며, 운전자가 전혀 없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테스트를 마친 뒤 이를 활용하는 데 대한 해당 주의 최종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크루즈는 샌프란시스코의 제한된 지역 공공 도로에서 저녁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시속 30마일(약 48km/h)의 최고 속도를 내는 자율주행 차량 최대 30대를 운행하고, GM 전기차 쉐보레 볼트의 자율주행 버전을 로보택시 서비스에 사용할 예정이다.
한편, GM은 전 전동화 목표의 배경이 되는 미래 자동차 환경을 위한 친환경 이니셔티브를 여러 차례 공개한 바 있다. GM은 올 초 발표한 2040년까지 탄소중립의 계획과 더불어, 지난 4월 바이든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온실가스 배출 절감을 위한 2030년까지의 기후 목표 설정을 지지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하며 기후 위기 해결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로고를 대대적으로 교체하며 친환경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모를 꾀하는 GM이 미래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꿀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